유교적 공공성과 타자(사회인문학총서)
이 책에는 유교적 사상전통 일반, 조선후기의 실학사조에 내재된 공공성 이론의 현재적 의미를 명료화하는 글, 그리고 여성이나 이질적 사유 등과 같은 '타자'의 물음이 유교적인 전통 속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에 대한 글을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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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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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1세기를 문명전환의 시대로 보고 위기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문명의 전환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할 때 유교적 전통자원의 비판적 재구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가 위기에 처하고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동아시아는 문명사적 전환기의 중심 무대로 등장하였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의 전통적 사상·문화 자원 역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이 유교문화를 마르크스주의 및 자유주의와 대별되는 중국의 국가 이데올로기로 삼으려고 하면서 동아시아 유교전통에 대한 적절한 인식의 필요성은 더욱 더 절실해지고 있다.
저자들은 중국의 대두가 새로운 형태의 중국 패권주의로 귀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의 문화적 자산인 유학을 특정한 시각으로 독점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외부적 시각에서의 비판을 넘어 내부적 시각에서, 즉 전통적인 유교문화의 시선에서 패권주의적 사고방식을 극복할 가능성을 추출하여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에 저자들은 '유교적 공공성'의 이념과 그 역사적 경험을 비판적으로 반추하는 작업을 서구 근대를 상대화시키는 작업과 연동하여 고민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역사적 문맥을 서구 근대의 역사적 경험에서 추출된 패러다임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고유한 내적 논리에 의해서 해명하는 작업을 모색한다. 곧 유교문화에 대한 비판적 재구성은 서구 근대의 길을 상대화시키고, 유교문화=반(反)근대라는 통념으로부터 유교문화를 해방시켜 유교의 현재적 의미를 명료화하려 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공공성의 성리학적 재구성'에서는 성리학적 사상의 틀 내에 함축되어 있는 공공성에 대한 논리를 오늘날의 맥락에서 재구성하려는 글들이다. 박영도는 유교적 정치의 문법엔 유교적 계몽의 변증법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면서, 이 변증법을 통해 전개된 민본적 공공성의 함의가 어떤 점에서 오늘날에도 생생한 규범적 통찰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했다. 중국 송대 이후 유교정치는 사대부의 계급적 한계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천리의 공공성을 중심으로 민본적 공공성과 숙의적 공공성을 결합하는 구조를 보여주었다. 현재의 맥락으로 옮겨보면, 그 결합은 시민사회의 합리적 토론 및 그 도덕적 자원을 무기로 공론장의 숙의적 공공성이 국가적 공공성을 규제하고, 다시 이 국가적 공공성을 경유하여 시장의 논리를 규제함으로써 민본적 공공성을 추구한다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황금중은 공사(公私)에 대한 주자(朱子)의 인식을 배경으로 현대 공공성 교육의 문제를 검토한다. 비록 주자는 공공성의 문제와는 달리 개체성의 실현 문제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지 못했지만, 주자 공부 방법의 핵인 경(敬)이 교육의 장에서 학습주체의 공적 의식과 개체성을 동시에 실현해 가는 기제로 재해석될 잠재력을 지닌다고 보았다.
나종석은 성리학적 공공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모색하여, 주자의 공(公)이론에 대한 해석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재정의한다. 그의 공 이론은 생태적 사유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의 개인주의 및 민주주의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사상적 단초를 보여준다. 현재 생태위기가 보여주듯이 자연을 오로지 효율적인 자원으로 간주하는 과학기술문명과 결합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는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다. 주자성리학의 생태적 사유방식으로 서구의 시민사회 이론 및 정치적 자율성 이론을 지양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2부 '실학의 새로운 이해와 공공성'에는 조선후기의 새로운 학풍인 실학사조에서 등장한 공공성의 구조를 해명하고 그 현대적 의미를 성찰하는 글들이 실려 있다. 박영도는 다산 정약용 이론의 공공성의 구조와 성격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다산의 실천적-실용적 전회는 민본적 공공성의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를 가져왔음을 지적하면서, 다산의 공공성 이론의 성격과 한계를 해명한다. 백민정은 18세기에 유교 지식인들의 공 관념과 공공 의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분석한다. 조선 초에는 수양된 엘리트 지식인들이 천리나 도리 개념에 기반한 공 관념을 강조했다면, 후기에는 보통 사람의 보편적인 욕망과 선천적 경향성에 바탕을 둔 공적 관념을 강조했음을 해명한다. 공리(公利)를 실현하기 위해 상호경쟁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자기수양과 공부를 강조했던 점을 평가한다.
김호는 정약용이 향촌의 자율적 도덕공동체를 재건하기 위해, 사족(士族)과 토족(土族), 소민(小民)들의 도덕성 회복을 필수 요건으로 생각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다산 사상의 '민주' 기획의 특성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입증하고자 한다. 다산은 토족들에게 절욕(折辱)을 요구하고 그들이 장악한 향교를 예악 실천의 장으로 변화시키고자 했다. 또 사족들에게는 명분 없는 변등(辨等)만을 강조하기보다 책임 있는 행위를 통해 명실상부한 지위를 누리도록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소민들에게는 교화에 앞서 기본적인 항산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부 '유교와 타자'는 유교가 타자의 문제에 대해 어떤 감수성과 성찰성을 보여주는지를 살펴보는 글을 모았다. 타지리 유이치로는 일본 도쿠가와 시대의 이토 진사이(伊藤仁?)의 사상에서 '타자의 발견'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공공성을 재해석한다. 리(理)를 윤리의 근거로 삼는 주자학은 상대에 대해 도덕적 교화라는 명분으로 지배의 욕망을 배태한다. 때문에 이토 진사이는 '리'를 대신하여 공맹의 '서(恕)'의 도덕을 역설하였다. 그 바탕에는 자기 자신과는 이질적인 존재로서의 '타자'를 이해하고자 한 시각이 드리워져 있다. 이숙인은 조선사회에서 공(公)의 개념이 현실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실천되었는가를 두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사족 여성 김씨의 행실을 빌미로 그 자손들을 관직에서 배제시키는 사대부 관료들의 공론에서는, '음란 여성' 김씨가 '구성되는' 타자로써 주요 관직을 놓고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논리에 활용되었음을 논증했다. 또한 과부가 된 한 사족 여성 이씨의 규방을 감시·감독하는 사림들의 의리정신과 그 사회적 실천이 갖는 문제를 추적한다. 유교적 공(公)의 개념에 내포된 다양한 갈등과 타자성을 드러냄으로써 오늘날 공공성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성찰에서 타자의 문제를 사유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김상준은 유교 문명화와 여성화 사이의 깊은 연관성에 주목한다. 문명화는 무(武)의 문화에서 문(文)의 문화로의 전환을 포함한다. 이런 점에서 유교 문명은 분명 일찍이 문명화의 도정에 접어들었다. 문화적 기호로 이해할 때 무(武)는 남성성과, 문(文)은 여성성과 분명 친화적이다. 따라서 '유교 문명화'에 대한 고찰은 동시에 '여성화 과정으로서 유교화'에 대한 고찰이다.
목차
목차
책을 내면서
1부 공공성의 성리학적 재구성
주권의 역설과 유교적 공공성:그 문법과 동학(動學)|박영도
Ⅰ. 들어가는 말
Ⅱ. 주권의 역설과 유법(儒法) 결합
Ⅲ. 유교적 법치와 유교적 공공성의 문법
Ⅳ. 정치와 도덕의 변증법과 천리의 공공성
Ⅴ. 천리와 민생의 변증법과 민본적 공공성
Ⅵ. 유교적 공론의 숙의적 공공성:천리와 민의의 만남
Ⅶ. 맺음말
공(公)과 사(私)에 대한 주희(朱熹)의 인식과 공공성 교육|황금중
Ⅰ. 들어가는 말
Ⅱ. 공(公)과 사(私)에 대한 주희의 인식
Ⅲ. 공(公)과 인(仁)에서 예(禮)로 옮아갈 때:노자의 관점에서 본 유가 예론
Ⅳ. 공(公)과 사(私), 그리고 개체성
Ⅴ. 주희의 공/사관을 통해 본 공공성 교육
성리학적 공공성의 민주적 재구성 가능성|나종석
Ⅰ. 들어가는 말
Ⅱ. 주희의 공생적?연계적 공공성 이론과 공(公) 이론의 창신
Ⅲ. 주희의 유교적 공론(公論) 정치이론
Ⅳ. 공생적?연계적 공공성이론과 민주주의
2부 실학의 새로운 이해와 공공성
다산(茶山)의 실학적 공공성의 구조와 성격:몇 가지 비판적 고찰|박영도
Ⅰ. 들어가는 말
Ⅱ. 유교적 공공성에서 실학적 공공성으로
Ⅲ. 천리에서 상제로의 이행과 그 함의
Ⅳ. 민본적 공공성의 이념과 그 분화
Ⅴ. 국가적 공공성의 강화와 숙의적 공공성의 축소:공공성의 탈언어화
Ⅵ. 맺음말
유교 지식인의 공(公) 관념과 공공(公共) 의식-이익, 정약용, 심대윤의 경우를 중심으로|백민정
Ⅰ. 들어가는 말
Ⅱ. 이익:'천하공(天下公)' 관념과 사(私), 욕(欲), 이(利) 개념
Ⅲ. 정약용:본성[性]의 욕망[嗜好]과 도심(道心)의 공적 의미
Ⅳ. 심대윤:'호리오해(好利惡害)'의 본성 개념과 '천하동리(天下同利)' 관념
Ⅴ. 공사론과 관련된 반성적 쟁점들
다산 정약용의 '민주(民主)' 기획|김호
Ⅰ. 머리말
Ⅱ. 변등(辨等)의 정치학
Ⅲ. 토족(土族)의 교화
Ⅳ. 사족(士族)의 도덕성 회복
Ⅴ. 권분(勸分)의 책임과 공론(公論)
Ⅵ. '유보'된 소민(小民) 교화
Ⅶ. 맺음말
3부 유교와 타자
도쿠가와(德川) 유교와 '타자(他者)'의 문제|타지리 유이치로(田尻祐一郞)
Ⅰ. 머리말:과거제도?예악 부재의 역설
Ⅱ. 이토 진사이와 '타자의 발견'
Ⅲ. 지배의 도덕에서 공감의 도덕으로
Ⅳ. 맺음말:동아시아의 정신세계와 '타자의 발견'
공공성(公共性)의 타자들-실행(失行) 부녀의 배제와 감시, 공론(公論)의 이름으로|이숙인
Ⅰ. 들어가며
Ⅱ. 실행(失行) 여성과 그 자손
Ⅲ. 과부 여성의 규방
Ⅳ. 결론을 대신하며
"아내는 남편의 스승":유교 문명화의 빛과 그늘|김상준
Ⅰ. 문명화와 여성화
Ⅱ. 루크레시아:공화국 로마의 어머니
Ⅲ. 죽음 앞에서 지키고자 하는 것을 바꾸지 않는다(見死不更其守)
Ⅳ. "아내는 남편의 스승"
Ⅴ. 다시 루크레시아-자살과 열녀
Ⅵ. 문명화 과정과 도덕성의 에너지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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