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극장의 감성과 이데올로기(이화연구총서 22)(양장본 HardCover)
이 책은 효과적인 선전도구이자 대중이 즐기던 오락물로서 문화 유통의 중심에 있었던 1940년대 한국 연극을 다시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해방 전후 연극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며, 또한 합일될 수 없는 욕망들이 교차하는 당대 극장의 역동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지금껏 1940년대 한국 연극은 일본제국주의의 군국주의 선전물, 해방 후에는 우익과 좌익의 각 노선을 지지하는 선전?선동극으로 평가절하되어 왔다. 그러나 1940년대는 한편으로 대중연극의 전성기이자, 이전부터 이어진 사실주의 전통이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완성된 양상을 보여준 시기이기도 했다.
이 책은 효과적인 선전도구이자 대중이 즐기던 오락물로서 문화 유통의 중심에 있었던 1940년대 한국 연극을 다시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해방 전후 연극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며, 또한 합일될 수 없는 욕망들이 교차하는 당대 극장의 역동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해방 전후 한국 연극은 제2의 국가 이데올로기로 기능했는데, 동원의 시대인 1940년대 문화 텍스트 중 특히 연극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민중사상을 좌우할 수 있는 극의 효과'는 1920년대부터 논의됐으며, 이후 총동원의 시기인 1940년대에 접어들면서 집단적 예술인 연극의 선전적 효과는 더욱 중시된다. 그리하여 배우와 관객이 동일한 시공간 안에서 호흡하는 연극의 대중적 영향력을 논하거나, 가장 사회적인 예술인 연극의 문화적 의미를 강조하는 글들이 해방 전후 반복적으로 발표되었다. 연극은 극장 공간 안에서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정책적으로 용이하게 활용됐으며, 작가의 입장에서도 목적성을 드러내기에 적합한 장르였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극심한 통제와 검열로 요약되는 일제 말기인 1940년대, 역설적으로 연극의 수준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으며 또한 활발하게 유통됐다는 점이다. 여기서 관객의 폭넓은 수용이 연극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건임을 받아들인다면, 일제 말기의 연극은 분명 성공적이었다. 또한 미군정의 검열이 식민지시기 못지않게 강력하게 작동하던 해방기에 연극인들의 움직임은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됐고, 당대에는 연극의 전성기라 할 만큼 많은 연극이 발표됐다. 당시 '어느 극장에 가도 관객이 쇄도하고 대만원'이라는 언급은 해방공간 연극의 인기를 추측케 한다.
그렇다면 국민동원의 시대로 요약될 수 있는 1940년대, 효과적인 선전물이자 인기있는 오락물이었던 연극을 읽는 것은 당대 정치?사회상을 고찰하는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저자는 권력당국과 담론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선전도구로, 대중에게는 오락물로 기능했던 1940년대 연극의 복합적 측면을 파악하고자 했다. 해방을 기점으로 식민과 탈식민을 구분짓는 대신 식민 상태의 지속이라는 관점에서 당대를 파악하며, 연극이 '전쟁과 건국'이라는 국가 기획의 일환으로 제작되던 상황에서 어떤 문화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추적했다.
구체적으로 해방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를 식민과 후식민 사회로 간주하며, 이 같은 연속적 관점에서 식민지시기 의식구조가 해방 후 재편되는 양상을 확인했다. 한국은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배를 통해 독립을 이루었지만, 전쟁의 승리자인 미국과 소련이 각각 남북한을 점령하고 지배담론이 다시 새로운 제국의 노선에 접속했을 때 식민성은 재생산되었다. 또한 일제 말기 '전환기'라는 시대 상황을 앞세워 개인을 국가적 사업에 동원하는 방식은 해방 후에도 지속됐다.
이 같은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면서, 1940년대 연극 안에서 관객 정서에 기반한 멜로드라마 요소가 정치 논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때로는 시국에 대한 명랑한 전망을 지연시키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화시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와 함께 도덕적 양극화에 입각한 멜로드라마의 이분법이 프로파간다와 합치되기도 하지만, 이 이분구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극 중 주체와 적대적 타자와의 관계 역시 모호해지는 지점을 짚어보았다. 여기서 관객의 선택적 수용 여부까지 고려한다면, 극장에서 연극의 기획주체들이 의도했던 동원의 효과가 반드시 성공적이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물론 선전성은 해방 전후라는 특수한 시대상황 하에서 발표된 연극이 필연적으로 갖게 된 특성으로, 이 같은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면 당대 연극을 국책극 혹은 목적극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런데 관객을 효과적으로 계몽해야 했던 1940년대 연극은 그들의 취향 역시 반영하게 되면서 대중성이라는 특징을 내재하게 됐고, 이에 따라 삽입된 흥행 요소들이 지배담론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잠식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감각적 자극 및 행복한 결말로 요약되는 멜로드라마적 요소는 텍스트 안에서 건전한 시국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관객에게 익숙한 1930년대 멜로드라마의 비극적 성격이 강화되어 나타날 경우 연극의 선전성은 저해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논의가 계몽 공간으로서 극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연극이 대중에게 미치는 교화적 성질 자체를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전성, 대중성(흥행성), 예술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극 텍스트 자체가 다층적으로 해석될 소지를 내포하고 있었고, 또한 텍스트 안에 봉합될 수 없는 모순이 내재하거나 과잉의 확신으로 현실을 은폐하는 연극을 관객이 기획의도대로 받아들였을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동원과 선전의 시대 속 극장은 연극의 기획주체와 창작자, 그리고 관객 사이의 합일될 수 없는 욕망들이 부딪치던, 모호한 풍경을 전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1940년대는 연극사에서 의미있게 논의되지 못했던 시기지만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극작 활동을 계속해야 했던 연극인들이 가장 절실하게 연극에 대해 고민했던 시기로 간주할 수 있다. 이 같은 치열한 모색을 반영한 해방 전후 연극은, 한 지점으로 수렴될 수 없는 욕망들이 충돌하면서 창출된 혼종적 텍스트로 평가할 수 있다. 더불어 기획 의도와 희곡 텍스트, 그리고 공연된 텍스트와 관객의 반응 사이에서 발생하는 엇갈림은 당대 연극 제작?유통의 다층성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질적 욕망들이 맞물리면서 빚어낸 1940년대 연극은 그만큼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보다 여러 각도에서 검토됨으로써 그 의미를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목차
책머리에
Ⅰ. 서론
1.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 사이, '1940년대' 연극에 주목하는 이유
2. 1940년대 연극을 읽는 키워드 : 역사, 지정학, 청년
Ⅱ. 1940년대의 문화 지형과 관객 본위의 연극
1. 동원의 시대와 프로파간다로서의 연극
2. 연극의 대중화와 멜로드라마 구조
Ⅲ. 역사 소재의 형상화와 전환기의 인식
1. 망국사 복원과 내선일체 신화의 극적 대응
2. 항쟁사 복원과 단일민족 신화의 극적 대응
Ⅳ. 국제정세의 형상화와 지정학의 반영
1. 대동아관념과 문명 대결구도의 극적 대응
2. 냉전아시아 관념과 이념 대결구도의 극적 대응
Ⅴ. 세대론의 형상화와 애국청년상의 활용
1. 출정하는 청년상과 가족국가관의 극적 대응
2. 귀환하는 청년상과 민족국가관의 극적 대응
Ⅵ. 결론
참고문헌
부록 I 본문 수록 연극 출처
찾아보기
저자
저자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