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시대의 앎의 체제(연세국학총서 109)(양장본 Hardcover)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은 분단시대의 학술사에 관심을 가진 12명의 학자들로 공동연구진을 구성하여, 남북한에 지식과 학문의 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분단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지식인과 학자들은 분단의 질곡 아래 남북이 처한 문제들을 각각 어떻게 사고해왔는지 연구해 왔다. 이 책 『분단시대의 앎의 체제』는 이 공동연구의 성과를 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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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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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분단'된 채 서로 대립, 경쟁하며 살아온 지 70년이 지났다. 세월의 흐름 속에 이제 분단문제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삶과는 무관한 저편의 일로 망각되고 있다. 그러나 분단의 외형적 억압성이 멀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의 삶과 앎에 미치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은 여전히 거대하다. 한국사회는 스스로 긍정적, 적극적인 가치관을 세워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기보다는 자신과 다른 타자를 세워두고 그에 대한 적대감 속에 자신을 찾는 이분법의 세계에 살고 있다. 분단을 넘어서는 삶과 앎의 양식을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롭게 만들어가는 노력들이 쌓일 때에야 비로소 통일의 길은 준비될 수 있을 터이다.
지식인·학자들이 분단문제의 관점에서 스스로의 지식과 학문의 성격을 진지하게 성찰해본 자리는 의외로 드물었다. 한국(남한)에서 지식과 학문 일반은 마치 분단과 아무 상관없는 듯, 미국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지식의 국제정치 속에서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된다. 그 지식의 장에서 분단문제는 기껏해야 하나의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지식의 보편 기준이 외부에 있는 한, 분단문제조차도 한반도 밖의 시선에서 보편의 이름으로 해석될 때에만 의미를 찾는다. 현장성·장소성을 상실한 채 외부의 시선으로 사고함이 익숙해진 지식의 국제화 시대에 분단의 문제를 어떻게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에서 전개되어온 지식과 학문의 역사를 분단문제와의 연관 속에서 성찰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런 문제의식을 안고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은 분단시대의 학술사에 관심을 가진 12명의 학자들로 공동연구진을 구성하여, 남북한에 지식과 학문의 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분단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지식인과 학자들은 분단의 질곡 아래 남북이 처한 문제들을 각각 어떻게 사고해왔는지 연구해 왔다.
이 책 『분단시대의 앎의 체제』는 이 공동연구의 성과를 묶은 것이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지식인의 이동과 학계의 분단〉은 남북 분단과 함께 진행된 지식인 집단의 이동과 지식장의 재편 양상을 살펴보는 논문들로 묶었다. 분단 경계선은 '월북 지식인'과 '월남 지식인'이라는 정체성을 생산했다. 북한과 남한에서 이들이 생산한 지식이 각자의 정치적 이념과 분리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지식인 집단의 월경적 움직임은 중요하게 분석되어야 할 지점이다. 필자들은 월북 또는 월남이라는 '선택'의 현실적, 이념적, 지적 경위를 규명하면서 분단-학계의 형성과 냉전-지식의 양산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2장 〈남북의 '민족' 전유와 국민/인민 만들기〉는 해방과 더불어 뜨겁게 달궈진 이념어인 '민족' '인민' '국민'이 지적으로 어떻게 입론화되는지를 탐색했다. 이 3개의 핵심 개념을 둘러싸고 좌우에서 격렬한 경합을 벌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용어(이념)는 공유되거나 또 어떤 용어(이념)는 다른 1편의 것이 되어버리는, 비균질적이고 갈등적인 의미론적 배치가 일어나고 공고화되었다. 3편의 논문은 이 같은 당시의 정황을 고려하면서, 학술적 언어로 진행된 민족론, 인민론, 국민론의 추이를 분석하고 있다.
3장 〈남북의 성장이데올로기와 국가기획〉은 1~2장에서 제기된 논제를 공유하면서 이를 특히 정치적 분단이 경제론의 층위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에 주목하여 규명하고자 했다. 국가체제 및 이를 지탱하는 논리와 제도가 서로 상이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측면에서 남북의 지향은 일치하는 바가 있었다. 수록 논문들은 남북이 공유했던 개발주의나 발전주의 원리에 주목하면서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식체계나 이론적 전망으로 파생되어 갔는지를 고찰한다. 이 작업을 위해 과학기술, 노동관리, 사회문제 관련 언설에 접근하였다.
4장 〈동아시아 지식 연쇄와 남북공생의 전망〉은 한반도의 분단과 지식장의 변동이라는 문제를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다시 보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남북 분단이 한반도의 사건인 동시에 동아시아를 포괄하는 국제 냉전지정학의 사건이었음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그런 만큼 분단시대의 앎의 체제 역시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논고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4장의 논의들은 남과 북 그리고 일본을 아우르면서 식민지반봉건론과 일본의 중립론이 갖는 의미를 지역적 차원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연쇄'라는 말은 국가 경계를 넘어 직간접적으로 만나거나 영향을 미친 지식 구성체들의 상호성과 대화성을 적절하게 형용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분단 이후, 남북한의 생산력과 사회경제 규모가 많은 격차를 벌인 채 전개되어 왔던 그 원인을 과학기술 면에서 찾은 다음의 서술은 되새겨 볼 만하다.
주체과학은 과학기술의 목표가 "국가와 인민의 필요와 요구"에 이바지하는 것이며, 그 목표를 나라 안의 지식과 자원을 이용하여, 현장의 경험을 중심으로 집체적인 연구를 통해 달성하는 것이라고 규정하였다. 비날론의 성공이 주체과학의 모범을 제시했고, 계응상과 같은 사례들이 그 정당성의 근거로 동원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때이른 성공은 북한의 과학기술 담론을 교조화하였고, 이는 이후 북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되었다. 주체과학이 과학활동을 하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 모든 과학 활동의 지도원리가 되면서, 북한 과학기술은 전체적으로 활력을 잃게 되었다.
이에 비해 남한에서는 국가 건설 초기에 과학기술계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덕분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사회적 호소력은 약했지만 과학자 집단은 도구주의적 과학관과 대비되는 자신들의 과학관을 유지해 왔고, 그것이 국지적인 긴장관계를 형성하면서 과학기술 담론이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왔다고 할 수 있다.
목차
목차
제1장 지식인의 이동과 학계의 분단
이준식|지식인의 월북과 남북 국어학계의 재편-언어정책을 중심으로-
1. 머리말
2. 해방 이후 지식인의 월북
3. 국어학자의 월북과 북한 조선어학계
4. 맺음말
장규식|'사상계' 월남 지식인의 분단인식과 민족주의론의 궤적
1. 머리말
2. 반공과 자유의 틈새
3. 균열의 조짐들
4. 분단 인식의 분화
5. 맺음말
장세진|원한, 노스탤지어, 과학:월남 지식인들과 1960년대 북한학지(學知)의 성립 사정
1. 월남 지식인들의 북한 재현이라는 문제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터부(taboo)에서 실재로
3. 노스탤지어의 종언과 지역연구(area study)와의 접속
4. "생은 다른 곳에":경계인의 운명과 내부 비판의 상상력
제2장 남북의 '민족' 전유와 국민/인민 만들기
임종명|해방 공간과 인민, 그리고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1. 서론:인민과 해방 공간
2. 해방 공간, 인민의 시대
3. 민주주의 민족국가의 주체
4. 인민의 자주적?주체적 실체화
5. 결론:해방 공간 폐쇄 직후 인민
김성보|1950년대 북한의 조선 '부르죠아 민족' 형성론-반파시즘 민족이론의 관점에서-
1. 들어가며:1950년대 북한 학술사 다시 보기
2. 해방공간의 반파시즘 민족이론
3. 1950년대 북한 역사학계의 '부르죠아 민족' 형성 논쟁
4. 1960년대 초반 '부르죠아 민족' 형성론의 퇴조와 단일민족론의 대두
5. 사회주의 분단국가들의 민족관 비교
6. 맺음말
정종현|'다산(茶山)'의 초상-최익한과 홍이섭의 정약용 연구를 중심으로-
1. '긴 30년대', 분단된 학술장
2. 다산 표상의 한 원점, 최익한의 ?여유당전서를 독함?
3. 최익한의 정약용 평가의 변화:?실학파와 정다산?(1955)
4. 체제 내부에서의 개혁과 법치:홍이섭의 '다산학'
5. 소결:'실학' 논의의 담론성과 현재성
제3장 남북의 성장 이데올로기와 국가 기획
김예림|해방기 한치진의 빈곤론과 경제민주주의론
1. 해방과 분단 그리고 지식의 지형
2. 빈곤론의 구조와 전개
3. 경제민주주의론의 부침
4. 지식의 소거 또는 패러다임의 전환
김태호|'과학입국'의 유토피아:두 개의 한국, 하나의 꿈
1.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낳은 갈망
2. 과학기술계의 분단과 남북한 과학기술의 평행 발전
3. 전후 복구 시기 북한 과학기술의 성과와 자신감
4. 원자력이라는 아련한 꿈
5. 과학입국, 기술자립
6. 맺으며:과학기술 담론이 보여주는 남북 사회의 단면
강진웅|국가형성기 북한의 주체 노선과 노동통제 전략의 변화
1. 들어가며
2. 북한의 국가형성과 사회변동
3. 테일러주의와 노동통제
4. 북한의 소련식 테일러주의와 노동통제
5. 주체 노선의 등장과 노동통제 방식의 변화
6. 나오며
제4장 동아시아 지식 연쇄와 남북공생의 전망
홍종욱|주변부의 근대:남북한의 식민지반봉건론을 다시 생각한다
1. '식민지근대'와 '식민지반봉건'
2. '반(半)식민지' 중국의 사회성격논쟁과 민족통일전선
3. '식민지' 조선의 사회성격논쟁과 전향
4. 북한:'주체'의 추구와 식민지반봉건론의 부침
5. 남한:'종속발전'과 주변부자본주의론
6. 식민지-주변부의 민중
김 항|핵의 현전과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현실적 이상주의'의 계보와 정치적 심연-
1. 문제의 소재
2.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중립국 일본 구상
3. 사카모토 요시카즈와 핵시대의 평화와 중립
4. 시민의 운동, 정치의 결정:현실추종과 기술합리성 비판
5. 계몽의 한계, 정치의 임계:현실적 이상주의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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