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붓꽃 목에 슬픈 낮달이 뜨다(심지시선 10)
김나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각시붓꽃 목에 슬픈 낮달이 뜨다』. 55편의 시가 수록된 이번 시집에는 시어와 이미지, 상징들이 서로 뒤엉겨 소용돌이치며 혼류하고 있다. 이러한 서정적 율동은 다소 난해하고 명제가 또렷이 드러나지 않아 불편함이 따를 수 있지만 심미주의 세계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시인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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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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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비오는 밤에 전문
소설과 두권의 시집 술 취한 밤은 모슬포로 향하고 있다, 그 잔인한 사랑, 그 속성에 대하여 나는 죽도록 사랑한다를 통해 인간 내면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김나인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각시붓꽃 목에 슬픈 낮달이 뜨다(도서출판 심지)를 냈다. 55편의 시가 수록된 이번 시집에는 시어와 이미지, 상징들이 서로 뒤엉겨 소용돌이치며 혼류하고 있다. 이러한 서정적 율동은 다소 난해하고 명제가 또렷이 드러나지 않아 불편함이 따를 수 있지만 심미주의 세계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시인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의 전 시집은 시인의 감정과 사고를 시의 형틀에 맞춰 풀었다면 이번 각시붓꽃 목에 슬픈 낮달이 뜨다는 숨고르기와 본질적인 정체성에 코드를 맞추었다.
오준 평론가는 해설에서 "김나인의 시는 인간 사이에서 사랑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것의 과정을 많은 방식과 언어로 형상화하여 독자에게 보여주었다. 사랑이라는 핑계로 과잉되어 도착, 탐미, 변태가 되거나, 반대로 결핍되어 비명, 주정, 절규, 저주가 된 것은 사랑 그 자체의 본질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감춰진 본성 때문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라고 평하였다.
"밋밋해진 나의 몸을 이끌고 하나씩 사라지는 화살표, 수많은 기호들을 찾아 나선다. 하루는 시장에서, 닭도리탕을 먹으면서, 노숙자를 바라보며, 어린 소녀의 눈동자, 촌부와 과부 그리고 나를 보면서 그 상징성들을 찾다보면 내 몸 어딘가에 그 화살표가 드러나겠지." 시인의 말처럼 주위의 사물과 많은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라져가는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찾으려 애쓰는 시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시집 각시붓꽃 목에 슬픈 낮달이 뜨다에는 같은 제목의 시가 없다. 시집에 담겨있는 시 모두 그 제목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시붓꽃의 꽃말의 의미와 낮달의 의미가 결합하여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인간계의 고독과 슬픔, 외로움등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그동안의 문학적 탐구는 사랑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천착이었다. 그것을 그토록 몸서리치며 처절하게 보여주었던 것이다"라고 평한 오준 평론가의 말처럼 그의 시집에는 점점 복잡해지고 난해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출발점을 바로 인간의 본질에서 찾으려 깊이 고민하는 시인이 있다. "시란 인간의 본질과의 끝없는 싸움이다"라고 말하는 시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목차
목차
제1부
무인도/ 제비꽃 되어 떠난 사람아/ 여섬(호도)에서/ 프리뮬러에 대한 잔상/ 장곡사/ 민초/ 갈무리/ 각시붓꽃 목에 목탁이 없다/ 미암사 초입에서/ 미암사 가는 길/ 검은 지퍼/ 손톱/ 딸그락거리는 목탁의 소리를 꿀꺽하고 있다/ 전갈의 기억
제2부
낙엽/ 간월도가 그리울 때가 있다/ 시인과 커피/ 함부로 버려진 껍데기가 있다/ 유성/ 두껍아, 두껍아/ 사랑, 그것이 주름지고 헐거워진 것이다/ 아침 소곡/ 혀/ 하루살이/ 마음 편지/ 레비아 카디어/ 개미구멍/ 비오는 밤에
제3부
낙엽이 되는 것/ 노랑붓꽃이 시들다/ 장곡사 가는 길에 불러지는 이름/ 겨울밤 Russian Blue로 향한다/ 아사코의 사랑을 쓰다/ 타지에서 하룻밤/ 꽃으로 가다/ 이별 찬송가/ 사랑을 하시려거든 1/ 사랑을 하시려거든 2/ 포자/ 방/ 서술/ 소네트의 유산/ 판자촌의 밤
제4부
외로운 소나타/ 그래도 소리 나는 울음은 없다/ 그대는 살대와도 같은 그 목숨이다/ 가라, 사랑/ 옷걸이/ 오늘 밤 만큼은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사랑은 가라/ 나는 모로코에 있었다/ 귀를 찾아서/ 등거리 집/ 몸 팔아 조개구이 집에서/ 아름다움, 그 착각/ 모항
저자
저자
[저자의 말]
목이 텁텁하여 오미자 숭늉을 벌컥 벌컥 들이마셨다. 목이 부어오른다. 공기가 차오른 것일까. 아님 어젯밤에 마신 그 빗물에 탈이 생긴 걸까. 내 몸에 던져지는 그물망처럼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나의 목은 내 몸에서 밖으로 밀려나가고 있다. 하루는 발목에서, 하루는 배꼽아래에서, 그리고 겨드랑이와 허벅지를 거쳐 항문에 까지 옮겨 다니었다. 이젠 내 몸의 붉은 피와 까맣게 그을린 피부가 화살표를 밀어 내고 있다. 어윔 붉달아난 것일까. 며칠부터 그 화살표는 보이지 않는다. 내 몸에 유일하게 남아 있린 화살표가 사라졌다. 붉게 솟아 오른 종기나 코끝에 숨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밋밋해진 나의 몸을 이끌고 하나씩 사라지는 화살표, 수많은 기호들을 찾아 나선다. 하루는 시장에서, 닭도리탕을 먹으면서, 노숙자를 바라보면서, 소녀의 눈동자, 촌부와 과부 그리고 나를 보면서 그 상징성들을 찾다보면 내 몸 어딘가에 그 화살표가 드러나겠지. 제 목소리의 위치를 찾아 더듬어 가며 시행착오와 고난과 아픔, 사랑을 겪겠지.
_2010. 청양군 화성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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