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아픈 사람은 많다
수원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저자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에서 사무총장으로 봉직하는 동안 깨닫고 배운 내용들을 정리했다. 또한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몽골, 르완다, 탄자니아, 미얀마 등 개발도상국 곳곳에서 경험한 내용들도 함께 공유한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생소한 분야인 국제보건 및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핵심 단어와 개념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 책은 국제보건 분야 입문자들에게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현장 상황 중심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 분야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데도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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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그저 하루를 연명할 수 있게만 할 뿐이다.
그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하루를 걱정해야 한다."
원조 수원국에서 지원국으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된 한국의 보건의료 분야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책을 강구하고 보완해 갈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게 되었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의 의료적 지원과 구호를 받던 나라였던 한국이 이제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단기적인 구호는 물론 장기적인 지원까지도 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다른 나라들에게 한국의 경험을 전수하고, 도움을 받는 나라 스스로 우리가 경험한 것과 같은 과정을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울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미 많은 사업들을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원조무용론의 등장
그러나 공적개발원조가 원조를 받는 나라의 필요나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지원국의 경제적인 이익과 정치적인 영향력을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지면, 수혜국들이 원조를 통해서 도움을 받기보다는 원조로 인해 더욱더 회복될 수 없는 상처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천연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장이 되어 버린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원조를 받은 나라의 경제성장이 원조에 의존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은 지난 10년간 5~1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다른 대륙에 비해 최소 1%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얼핏 보면 아프리카가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약 7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하루에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에 속한다. 이들의 삶은 과거에 비해 나아지기는커녕 더욱더 빈곤의 늪에 깊이 빠져드는 추세다. 이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전적으로 지원국에 대한 지하자원의 수출 증가에 힘입은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들 대부분의 재정지출에 있어 해외원조의존도 역시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잠비아에서 태어난 담비사 모요(Dambisa Moyo)는(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판한 경제학자이며 최근에는 다보스포럼에도 초청되어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자신의 베스트셀러 《죽은 원조(Dead Aid)》에서 과거 미국이 전후 서방에 지원한 '마샬플랜' 성공에 고무된 잘못된 원조정책이 오히려 아프리카를 더욱더 깊은 빈곤으로 인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당장에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원조무용론'까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구호의존성의 증가는 원조효율성의 하락
구호는 지원국에 대한 수원국의 의존성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가급적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더불어 갑자기 일어난 자연재해와 재난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상처를 받은 사람에 대한 올바른 태도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구호에 나서는 것은 사실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생선을 잡아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개발은 단지 훈련을 통해 행위에 변화가 오는 과정이 아니다. 연수 후보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착실하고 믿음직스럽던 사람이 연수를 위해 자신의 나라를 벗어나 환경이 변화하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부자극과 환경이 변함에 따라 쉽게 과거로 돌아가거나 오히려 퇴보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더 기본적인 것이 변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사회 또는 공동체 개발 과정이 단지 사업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단지 사업만을 통해 외형적인 변화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장기적인 변화나 개발을 일어나게 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만든다. 오래 지속되는 변화는 외부자원이 모두 소진되고 외부인이 모두 돌아가고 난 이후에 비로소 그 영향력과 의의가 평가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업 과정에서 공동체나 지역사회 구성원 중의 일부나 다수가 주인의식을 갖고 사업을 발전시키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사업은 지속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업이 된다. 수많은 공적개발원조 사업과 국제개발협력 사업이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갖지 못했다. 오직 해당 사업의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만 변화가 일어나고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지속되는 한에서만 변화가 일어나다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및 공동체 개발의 핵심은, 동일한 지역적·기능적 경계를 가지며 많은 것을 공유하고 소속감을 갖는 집단이 스스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이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과정이다. 재난이나 재해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상태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려 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야기하는 질병이나 환경의 문제들을 구성원들을 대신해서 그저 해결해 주는 과정이 아니다. 그에 관련된 지식이나 기술을 단지 전수해 주는 교육이나 훈련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주인의식과 지속가능성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비전이다. 개발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분명히 알고 시작해야 중간에 돌아가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이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비전이 없는 나라는 망한다. 비전은 최고지도자나 리더들만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구성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동기 또는 인센티브다. 비전이 아무리 훌륭해도 나와 상관이 없으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발전 과정이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이러한 수많은 예를 사회주의 체제의 조직과 사람들에게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박애정신이나 전문가정신 등의 내적인 동기에서든, 보너스나 개발을 통한 변화로 자신이 누리게 되는 외형적 이득에서든, 자신에게 그 사업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때 모두가 힘을 합해 일할 수 있다. 세 번째 요소는 개발의 과정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이다. 대부분의 개발 사업은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다. 우리가 소위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지식이 어떤 지역에서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지식이 되기도 한다. 거창한 첨단기술이 아니라 현지에서 활용 가능한 적정한 기술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반입된 기술은 유지와 보수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어 지속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으면 사업의 진척이 어려워지고, 따라서 사업에 관여하는 사람들을 항상 불안해진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관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불안한 마음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면, 필요한 기술과 지식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네 번째 요소는 자원이다. 개발 과정에는 필수적으로 자원이 요구된다. 그것이 인적자원이든 물적자원이든, 자원이 없는 개발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면 된다. 비전이 있고, 동기가 부여되어 있고,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도 있지만, 필수적인 자원이 없을 때 우리는 결국 절망하게 된다. 과정 자체가 시작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요소는 실행계획이다. 앞의 네 가지가 모두 갖추어졌다면 반드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사업과 개발의 과정을 정하고, 자원의 활용계획 및 행정처리절차 등이 설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출발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책속으로 추가]
비록 짧은 방문이었지만, 나는 결핵관리역량강화 사업이 공적개발원조의 새로운 모형을 창조해 내었다는 것을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아울러 한국이 과거에 필리핀의 도움으로 개발해 낸 통일벼가 빈곤극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한 보답을 하게 된 것 같아 자랑스러웠다. 필리핀이 한국에 자신이 보유한 최고의 지식과 기술로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한국도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기술인 이동진료, 디지털 엑스레이, 형광현미경 및 DNA 검사가 결합된 진단기법이라는 첨단의 기술을 활용하여 필리핀을 돕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것을 아깝다고 생각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고 아낌없이 내어 주고 나눌 때, 서로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빈곤극복의 계기를 마련하거나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던 질병이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결핵은 단지 심각한 질병일 뿐만 아니라 노동력이 왕성한 청장년층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망국병으로 간주되는 질병이다. 한국도 전쟁 후에 많은 청장년들이 결핵으로 사망하였으며, 아직도 완전히 결핵을 정복하지 못한 실정이지만, 필리핀과의 협력사업을 통해 향후 결핵 관리 및 퇴치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_ 제5장 〈필리핀이 선물한 통일벼, 한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다〉 중에서
우리는 개도국 사람들을 만나서 동기를 부여하고, 교육하고,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장비를 지원해 주고, 좋은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재원을 빌려 주고, 의료인력들을 한국에 불러 훈련시켜 주고, 또 때때로 현지를 방문하여 전문인력들을 훈련시킴으로써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변화를 창출해 내기는 어렵다. 아니 그러한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도움을 받고 협력에 참여하는 나라와 지역과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권을 가질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현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현지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고, 현지 자원에 정통한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의 방법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을 그대로 현지에 적용할 수 없고, 한국적 사고방식과 한국에서 통했던 방법을 현지에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없다. 한국 병원을 그대로 라오스에 옮겨 놓는다고 라오스 병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_ 제6장 〈개발에 이르는 머나먼 길〉 중에서
그동안 한국의 공적개발원조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국이 과거에 걸어온 경험을 축적하여 지식기반을 확보하였다. 또한 많은 선배 보건의료인력이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하여 그 나라의 문화와 체계에 적응하면서 지도적인 위치에서 뿌리 깊은 적응 능력을 보여 주었다. 이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정보통신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수원국의 보건의료인력이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민운동을 일으킴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그동안 한국이 세계로부터 받은 도움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참여적 지식공유 분야에서 한국은 가장 준비가 되어 있고, 경쟁력을 갖고 나아가고 있는 나라이다.
_ 제9장 〈한국형 공적개발원조는 헛된 꿈일까?〉 중에서
지금까지의 공적개발원조가 서구적 사고방식에 기반하여,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작된 여러 가지 사업들과 시도들에 의해 오히려 조화가 깨져 불균형의 상태도 호전되지 못하고 삶의 조화도 사라져 버리는 상태가 초래되었다면, 이제 다른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힘이나 자원 분배의 불균형 상태에서도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이들의 삶의 지혜를 존중하면서, 현지인들의 삶의 조화가 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불균형의 문제가 개선되기를 희망하면서, 현지인들을 도와 스스로 그 해결책을 찾도록 격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환경이 마련될 때 외부인이 아닌 현지인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들이 지켜 온 전통과 문화의 조화를 깨지 않는 환경에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조화가 깨진 상태로 불균형을 개선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아울러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게 한다. 사업이 시작되기전에 비해 상황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다. (중략) 우리는 지금까지 견지해 온 전통적인 세계관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서구적 세계관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받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할 책임도 있다고 믿는다.
_ 제10장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에서
목차
목차
제1장 한국 보건의료 분야의 미래, 한국에 없다
-도쿄 보편적건강보장 정상회의
-본질에서 벗어나면 탈선한다?
-한국의 수준은 정말 세계적인가?
-선수는 다른 선수를 알아본다?
제2장 세브란스, 한국을 넘어 몽골을 깨우다
-이어지는 세브란스의 역사
-연세친선병원의 의의
-한국 최초의 醫師들? 義士들?
-몽골비사
제3장 한국의 핵심 경쟁력, 사람
-바가모요의 땅, 탄자니아에서 한국으로 온 사람들
-훈련을 넘어 자기계발로
-두뇌유출 대국, 한국
-세계보건기구 특별상, 이종욱 기념상
제4장 중국은 왜 아프리카를 전폭적으로 돕고 있을까?
-시바 여왕
-21세기 랜드러시,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의 동기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
-짐마대학교 의과대학 통합모자보건사업팀
제5장 필리핀이 선물한 통일벼, 한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다
-기적의 쌀, 통일벼
-원조효과성
-가치관의 변화가 개발의 시발
-필리핀 결핵관리 역량강화 사업
제6장 개발에 이르는 머나먼 길
-세상의 끝 반다아체
-구호와 개발
-주인의식과 지속가능성
-콩고 지역사회보건개발 사업
제7장 역마살의 디아스포라, 의지의 한국인
-이태준 기념공원
-의지의 한국인
-아픔을 통해 깨어나다
-고려인들의 활동 무대, 중앙아시아
제8장 뿌리 깊은 미래, 주민운동
-르완다 학살의 아픈 기억
-한국 보건의료 분야 발전의 단계들
-가족계획협회의 참담한 성공
-킬링필드에서
제9장 한국형 공적개발원조는 헛된 꿈일까?
-우즈베키스탄 소아과학회
-스마트보건의료체제와 삼중지연
-참여적 지식공유
-호라즘공화국의 수학자
제10장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첫 번째 국제개발협력
-나는 한국인이다
-돌봄과 치료
-시각의 변화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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