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 대구 9
길을 찾아서
『레프트 대구』9호. ‘이슈와 논쟁’ 꼭지에는 국가의 최대 갑질이라 할 만한 통진당 해산과 자유민주주의의 허상을 집는 글들을 실었다. ‘대구 21’꼭지에는 국가와 자본의 갑질에 시달린 청도 송전탑 문제, 하늘에 올라 하늘에서 온 편지를 보내준 차광호의 이야기가 실렸다. 김승조 공공운수노조 학비노동자는 이미 신자유주의의 전쟁터로 변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야기를 전한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길이 있나?
일제 강점기는 고사하고 한국 전쟁 이후 그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학생이 물에 빠져 죽고 노동자가 얻어 터져 죽고 장애인이 불에 타 죽고 빈민이 자살을 하며 아이들과 군인이 맞아 죽고 무수히 억울한 원혼이 양산되어도 한국사회는 변할 줄 모른다. 말 그대로 한국사회 이곳은 지금 아수라다.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작한 자본주의 시스템 또한 돈 풀고 돈 거둬들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일으켰다가 좀비가 되었다가 하면서도 붕괴하질 않는다. 그리스가 디폴트 선언을 하고 중국 경기가 둔화조짐을 벌인다지만 대대적인 저항의 분위기는 숨죽인 콩나물 신세다. 말로는 정치적 주체라고 하지만 정치적 주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4/24 총파업의 분위기는 좋았으나 파업의 주체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가를 믿었나, 아니면 정부의 사탕발림에 넘어갔나. 이도저도 아니면 노동자계급의 의식이 실종되었나? 길이 안 보인다. 저기까지 걸어가기만 하면 될 터인데 발걸음이 떼어지질 않는다. 무엇이 노동자들의 발걸음을 가로막고 있는가? 노동자가 수없이 하늘에 올라가도 지상에서는 도대체 제대로 싸우고 투쟁하지를 않는다.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서는 애초부터 고용안정이란 게 없다. 정부가 고용정책을 펴지 못하거나 펴지 않아서가 아니라 노동력으로 이용하기 위한 산업예비군을 잉여인간으로 남겨두는 게 자본주의 아니던가.
『레프트 대구』도 길이 안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레프트 대구』가 한국 사회 변혁을 위한 이론적 지침을 제시할 만한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레프트 대구』가 우익과 보수가 지배적인 대구 경북에서 그나마 좌파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것에 자족할 수도 없다. 안 보이는 길을 같이 찾아 나서자고 촉구할 수밖에 더 있는가? 우여곡절 끝에 9호로 다시 선보이는『레프트 대구』를 질타해도 좋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켜봐도 좋다. 그 목소리와 표정은 지금 한국사회의 변혁을 갈망하는 정치적 주체들에게도 돌아가야 한다. 『레프트 대구』의 민낯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려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번 호 특집으로는 '좌파의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계급투쟁에 근거하여 현실운동을 전개하는 좌파 4개 조직의 정치적 입장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당 건설 운동이나 전선체운동, 맑스 이후에 생겨난 좌파의 여러 흐름들을 살펴본 꼭지다. 이 꼭지에 포함되지 않은 좌파단체들도 있겠지만, 여하튼 이 꼭지에서는 좌파들의 우여곡절, 솔직한 상호비판을 들어보려고 했는데『레프트 대구』의 의중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는 미지수다. 어떤 면에서는 내용들이 고답적이기까지 하고 좌파의 길, 변혁의 길을 찾는 일이 점점 더 난망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머리는 전투적인데 다리는 한 걸음 이상을 내딛지 못한다. 자본주의 대불황이라는 객관적인 정세를 활용할 정치적 집단이나 노동자계급의 전망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감이 든다. 자본주의적 착취의 강도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지만 노동자계급들의 마음이 집단적으로 정치의식화되지 못하고 있다. 특집 좌파의 길은 다른 꼭지인 '사람을 만나다'의 주인공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얘기와 곁들여 읽어도 좋다.
『레프트 대구』의 '이슈와 논쟁' 꼭지에는 국가의 최대 갑질이라 할 만한 통진당 해산과 자유민주주의의 허상을 집는 글들을 실었다. 한 인간으로서의 노동자, 한 노동자로서의 인간에게 자유는 노예의 가면일 뿐이다. 자유라는 가면을 벗기면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호모 사케르들의 생얼이 드러난다. 불결해 제사에 바치지는 못하지만 죽여도 아무도 살인죄 적용을 받지 않는 호모 사케르들, 신자유주의적 경찰국가에서 국가와 경찰의 절대폭력에 노출된 좀비같은 인간들의 얼굴이 드러난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는 인민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포획되고 자칭 대한민국에서는 '백' 가지의 '성'을 가진 백성들이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포획된 채 한반도라는 '거대한 시설' 안에서 살고 있다. 국민이라는 가면을 벗기면 드러나는 노동자들에게 민주주의는 허망한 꼬리표에 불과하다. 자유와 민주라는 이중구속을, 아무도 그 설치에 동의한 바 없는 헌법이 보장하고 헌법이 인간을 적으로 몰아세우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민주노총의 진정성은 확인되었으나 현장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굼뜨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국정과제로 내세워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권의 폭주에 현장은 질식하고만 있다. 각성한 노동자들이 있지만 힘에 부친다. 노동자계급의 무기이자 마지막 보루인 파업을 포기하고서는 자본주의적 착취를 견뎌낼 재간이 없다. 거기다가 이제는 환경마저 자본의 이윤추구 대상으로 변한지 오래다. 이윤추구라면 자본은 물이든 공기든 생명이든 가리지 않는다. 환경을 마르크스주의 생태학의 관점에서 바라다볼 필요가 있다. 황정규 씨의 글이 그것이다.
대구의 귀중한 젊은 인재 전근배 교육공간 '와'의 교육위원은 자연인을 국민으로 둔갑시키고 차별과 배제를 용인한 프랑스 인권선언 이후 인권담론이 가지는 의미와 한계를 짚고 있다.
『레프트 대구』의 브랜드이자 얼굴이라 할 만한 '대구 21'꼭지에는 국가와 자본의 갑질에 시달린 청도 송전탑 문제, 하늘에 올라 하늘에서 온 편지를 보내준 차광호 동지의 이야기가 실렸다. 노동자 착취도 모자라 지대수탈에 나선 스타 케미칼 자본, 노인들을 죽임의 경계에까지 몰아세운 국가 그리고 한전의 폭력성과 야만성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김승조 공공운수노조 학비노동자는 이미 신자유주의의 전쟁터로 변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야기를 전한다.
이정연 씨, 이철산 씨의 시도 고맙다. 진달래보다 더 반가운 글들이다. 대구에 얼굴을 내민 교육공간 '와'에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 러시아혁명에 참여했던 러시아노동자들의 뜨거운 학습풍토가 대구경북에서도 현장에서도 솟구치길 바란다. 정치적 의식의 발전 없이 투쟁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번 그렇지만 권기철 화백님의 그림에 감사드린다. 그 뜻에 보답하지 못해 얼굴이 달아오를 뿐이다.
2014. 5. 1
편집위원장 이득재
목차
목차
노동의 대참사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_편집위원장 이득재
특집 : 길을 찾아서
노동자계급정당 추진현황과 전망 _김태연
한국사회 이른바 '좌파'노선의 심대한 오류에 대하여 _전국노동자정치협회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잠재력 해방에 앞장서는 사회주의자 _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뿌리』
트로츠키주의란 무엇인가 _볼셰비키
이슈와 논쟁
자유민주주의의 신화 _이교희
통합진보당 해산은 '법비'들의 내란 _이대동
정세
파업, 총파업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을 보며 _김용식
공무원연금 개악의 문제점과 대응 _최윤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유라시아의 쟁투 _국제볼셰비키그룹(IBT)
환경과 인권
맑스주의는 환경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_황정규
모든 것이기에 그 무엇도 아닌, 인권을 묻다 _전근배
대구21
학교에서 세상으로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_김승조
삼평리, 민중연대의 다른 이름 _변홍철
하늘에서 온 편지 _차광호
사람을 만나다
한상균(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_『레프트대구』편집위원회
노동과 문화
이 엄청난 수업 자료 _이정연
내가 깃발이다 우리가 진실이다 _이철산
저자
저자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