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동 버드나무 아래
나는 그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또 다른 진짜 증거를 댈 수 있다. 이 가족문집의 주모자인 유광식과 나는 66학번 대학 동기간 사이다. 집이 부산이었던 나는 그와 가까와지면서 이따금 그의 집에 가서 먹고 자고 했다. 그의 방에서 그가 다락에서 꺼내 보여주었던 노트의 글들을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거기에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잠언이나 파스칼의 팡세 같은 장르를 흉내낸 그만의 글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 글들은 고등학교 때 쓴 거라는 그의 진술에 나는 기겁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장차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은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 가져가겠구나 하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문인의 길로 들어서게 하지 않았다. 뛰어난 감수성과 놀라운 글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학을 생업으로 삼지 않았다. 그는 대학신문의 편집장을 끝으로 절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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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내 친구 유광식은 여느 사람보다 불리는 이름이 많다. 유불곰이라고 불리는 게 대표적이지만 브라운베어로도 불린다. 신로사의 남편, 대연·상연의 아버지, 두 며느리의 시아버지는 가족으로서 갖는 통상적 호칭이니까 그렇다치자고 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세상에는 아내 없고 자식없는 사람도 부지기수이고, 아무나 아내가 있고 자식을 두며 며느리 사위를 거느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구나 유바올로(柳 paulo)는 그가 가톨릭 신자로서 세례명으로 받은 이름인데, 일찌감치 하늘나라 시민권자로서의 영적 보험도 들어놨으니 보통내기가 아니다.
나는 그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또 다른 진짜 증거를 댈 수 있다. 이 가족문집의 주모자인 유광식과 나는 66학번 대학 동기간 사이다. 고급와인보다 더 오래 묵은 46년 친구인데, 1969년도인가 하는 그해 겨울 어느 날 나는 부산 제1연안 부두에 서 있었다. 월남에서 귀국하는 그를 환영하러 나간 나는 잔뜩 부러운 심사로 찬 바닷바람에 장발을 날리고 있었다. 그는 대한민국 전국 대학교 신문사 기자단 대표 일원으로 월남전 취재차 생사를 넘나드는 포연이 자욱한 월남 최전선에 가 있다가 돌아온 것이다.
펜의 제왕으로 불리는 신문기자, 그리고 기자 중의 기자인 편집장까지 오른 그였는데, 당시 건대신문사 지도교수는 그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영문학자 박승훈 교수였다. 지금의 난다 떴다 하는 베스트셀러 교수의 원조가 바로 그 분이셨다.
유광식이 대학신문의 기자에서 최고의 자리 편집장이라는 저널리스트의 황제에까지 오르던 시절, 그의 집은 돈암동에 있었다. 집이 부산이었던 나는 그와 가까와지면서 이따금 그의 집에 가서 먹고 자고 했다. 그의 방에서 그가 다락에서 꺼내 보여주었던 노트의 글들을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거기에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잠언이나 파스칼의 팡세 같은 장르를 흉내낸 그만의 글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 글들은 고등학교 때 쓴 거라는 그의 진술에 나는 기겁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장차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은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 가져가겠구나 하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문인의 길로 들어서게 하지 않았다. 뛰어난 감수성과 놀라운 글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학을 생업으로 삼지 않았다. 그는 대학신문의 편집장을 끝으로 절필했다.
이후 유광식은 한국 오디오전자 산업의 빛나는 금자탑을 이룬 저 유명한 인켈전자에서 홍보책임자로도 일을 했고, 이때 이 회사의 회장 비서로 있던 미모의 여사원을 아내로 맞이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성공이 대연과 상연 두 아들을 생산하는 데까지 이어졌고, 드디어 며느리 둘까지 데려오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그만 멈출 만도 하겠는데, 그게 아니다.
또 다른 이름이 더 유광식을 유광식답게 기다리게 하고 있다. <도봉동 버드나무 아래>라는 제법 긴 별칭이 그것다. 돈암동 아리랑 고갯마루에 차렸던 그의 신혼살림집에 내가 갔던 일이 어제 같은데, 이후 도봉산 기슭으로 옮겨간 그의 가정이 어느새 36여년 세월을 보내고 맞이했다. 도봉산 해맑은 정수리의 정기와 발 밑을 적시는 도봉천 순결한 냇물과 더불어 살아온 그는 청풍명월처럼 살아온 것은 아니다. 여느 우리들처럼 생노병사 희노애락, 이런저런 고초에 사지가 묶이고, 사면초가의 캄캄한 먹구름더미에 갇히기도 했지만, 그는 역시 불곰이었다. 단군신화의 환웅의 후손임을 연상케 한다. 환웅이야기에 나오는 마늘과 쑥과 물로 드디어 인간이 된 곰, 바로 그 뚝심좋은 불곰이 아닌가!
그의 아버지는 독립운동가이셨다. 그런 후손으로서 유광식은 도봉동에 둥지를 틀고 일가를 이뤄 오늘에 이르렀다. 그의 소박한 꿈은 도봉동 버드나무(그의 성 柳는 버들 유이기에) 아래에 무성한 숲을 이루는 일이다.
말하자면 아버지의 아버지로 이어지고, 어머니의 어머니로 이어지고, 자식의 자식으로 이어지는 패밀리(family)는 그저 그런 게 아니다. 지구가 존재하는 이유는 패밀리 때문이라고 그는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가정들이 무너져 가는 이 시대에 그는 가정을 지키며 무성한 숲을 이루기를 바라는 진정 이 시대의 패밀리스트(familist)이다. 나 또한 그의 이런 태도에 동의하기에 쾌히 이 책의 편집디자인을 맡았고, 마침내 이 발문까지 쓰게 됐다. 내 개인적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도봉동 버드나무 아래가 숲을 이뤄 무성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목차
목차
제1부 사진으로 보는 버드나무집·5
제2부 우리들 이야기·37
버드나무집 엄마 이야기_38
버드나무집 첫째아들 이야기_42
버드나무집 둘째아들 이야기_50
제3부 사진영상을 시심으로 풀다·57
자작시_58
제4부 짧은 단상, 긴 여정·177
자작산문_178
발문 임석래_222
저자
저자
보성 중고등학교 졸업
건국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인켈전자에서 30여년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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