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구: 한반도 르네상스의 기획자(예술사 구술 총서 1)
『박용구: 한반도 르네상스의 기획자』는 20세기를 비극적으로 살다 간 수많은 근대 예술가와 그들의 예술을 박용구 선생의 구술을 통해 읽는다. 우리나라 신무용의 기원과 발레의 유입과정, 일본 지식인의 지형도, 1930년대 식민지 공간의 지식인을 보는 시각 등에 내용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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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예술인·生'은 우리 나라 원로 예술가들의 구술 채록을 바탕으로 한다. 조형 예술과 공연 예술을 중심으로 문학, 미술, 건축, 연극, 음악, 무용 등 예술 전 분야를 아우른다. 총서의 이름 '예술인·生'은 예술가의 삶을 다루었다는 뜻과 그들의 생생한 육성을 담았다는 뜻을 함께 담는다.
① 한국 근현대 예술의 흐름을 형성하고 이끌어 왔으며, 그 현장에 있었던 예술가들, 또는 기존의 유명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치열한 시대를 기억하는 원로들을 대상으로 하여
② 각 분야의 전문 연구자들이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질문을 했다는 점이 이 총서의 특징이다. 이는 평범한 일반인이나 여성 등 소외된 계층을 상대로 하며 질문자가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기존의 구술사와 뚜렷하게 차별되는 점이다. 즉 단순한 생애사이자 사회사일뿐
만 아니라 예술 체험에 대한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한 대화이기도 한 것이다.
예술인·生 한국 근대 예술가의 생애를 다룬 최초의 총서
"구술 채록 연구는 예술사 연구 및 예술가 연구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다시 말해 예술 연구는 그 특성상 문자 기록으로부터 소외 또는 문자 기록의 사각 지대가 되어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이에 구술 채록 연구는 그 공백을 메워 주는 기능을 하고 나아가서는 관련 분야의 연구를 촉진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 근현대 예술의 형성 과정에 있어서 공헌이 많으신 원로들께서는 한결같이 하시고 싶은 이야기,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고 또 이 분들이 남겨야 할 중요한 말씀이 너무 많은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런 기회를 별로 만들어 드리지 못했다. … 문헌이나 문자 기록을 통해 느낄 수 없는 생생한 현장감, 역사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단초 역할을 하는 감추어진 이야기, 예술 작품이라는 결과물보다는 그 결과물이 만들어질 때까지 있었던 과정과 이야기, 그 동안 궁금했던 내용을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등, 이 모든 것이 구술 채록 연구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술 채록 연구는 가면 갈수록 중요 연구 방법의 하나로 정착을 하고 제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제1권의 책임 연구자, 민경찬 국립예술종합학교 교수의 후기 가운데)
총서의 의의 : 한 예술가의 치열한 창작 에너지의 기록,
나아가 우리 근대 예술사 복원의 청사진으로
예술사 구술 총서 '예술인·生'은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의의를 지닌다.
1. 근현대 예술가의 뜨거운 삶
우선 한국 근대 예술에서 큰 족적을 남긴 예술가들이 생전에 스스로 구술한 전기, 즉 예술가의 생애라는 점이다. 이것은 기초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나라 근현대 작가론의 연구에 지극히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자신의 출생, 가계, 유년 시절부터 창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 교육 과정, 사제 관계, 교류와 말년의 활동까지를 빠짐 없이 다루었다. 집필이나 대필 등이 아닌 구술의 방법에 의했기 때문에 가장 예술가 자신의 솔직한 육성에 가깝다. 또한 전문 연구자들이 치밀한 사전연구를 바탕으로 질문을 이끌어 갔기 때문에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서는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 창작자의 삶 속에서 예술 작품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개인사가 작품으로 이어졌는지, 하
나의 작품이 어떤 삶의 모습을 이끌어냈는지, 그 동안 공인이면서도 가장 내밀한 곳을 들여보아야 하는 천형을 지닌 예술가는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것은 비평가와 연구자들에게 연구 자료로서 요긴할 뿐만이 아니다. 구술들은 한 시대 예술 현장의 중심에 있었던 역사적 인물이자 동시에 여전히 살아서 창작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이것은 정치, 경제 등 다른 분야 원로들과 다른 예술가들만의 특질이다. 흥미진진한 과거의 회고담에서 그치지 않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오랜 연륜과 경험을 더하여 뜨거운 에너지로 창작을 계속하고 있는 원로 예술가들의 현재는 모든 독자들을 가슴 뜨겁고 숙연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2. 한 편의 연희 마당처럼,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듯
두 번째로 구술의 과정에서 예술가 스스로 자신의 창작 과정을 재연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특히 1회성의 예술인 공연 예술 여러 분야(음악, 연극, 무용 등)에 요긴하다. 미술이나 문학 등 유형의 작품이 남는 경우에도 그 영감을 얻는 과정, 창작이나 작업 시의 버릇, 제작 방식 등 작품 세계의 파악에 필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지만, 특히 무대에서 연희되는 공연 예술의 경우 작품 창작 과정의 기록과 복원은 작가론 연구와 예술 세계의 후대 계승을 위해 지극힌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연출가의 스타일, 배우의 발성법, 무용가의 동작 형성 과정 등을 하나하나 묻고 재현하고 답하며 기록한 것이다.
3. 우리 근대의 공백을 메꾼다
마지막이자 중요한 의의는 우리 근대 예술사의 공백을 메꾸어 간다는 것이다. 한국 근대 예술은 이념과 정치, 경제 등의 문제로 인해 그 동안 많은 부분이 왜곡되거나 가려져 왔다. 친일 문제,월북 예술가 문제 등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원로 예술가들은 자신이 기억한 근대 월북 예술가, 납북 예술가의 삶을 신비화의 위험한 베일을 벗겨 생생히 전하기도 하고, 일제 강점기와 해방 공간 예술 풍경에서 삭제되었던 사조의 유입과 성립 과정을 찾아 주기도 하며 근대 예술가들의 이면을 공개하기도 한다. 지금은 이름만으로 남아 있는 공연의 기록, 그 이름과 존재 자체가 사라진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 그리고 격동하던 근대사의 현장 속에서 갈등하고 상처입던 예술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러나 마치 영매처럼 전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구술은 단순한 과거의 회고가 아니라 과거를 현재와 연결시켜 주는 고리다. 역사를 현재로 만들어 주는 살아 있는 고리이며, 우리에게 늘 암운과도 같은 '근대', '근대성'이라는 문제를 우리의 현재-21세기의 삶과 현실의 고민들과 서로 연결시켜 주는 마지막 남은 다리들임을, 책을 읽어 가는 동안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번 1차분 세 권에서도 그와 같은 역사적 기록들이 숱하게 쏟아져 나와 편집진을 놀랍게, 그리고 때로는 곤혹스럽게 했다. 2011년 현재 98세의 노수에도 다음 세계 한반도가 공유할 예술 형식을 탐구하고 있는 박용구 선생의 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구술은 대표적이다. 일본에서 실제로 본 월북 무용가 최승희의 창작 과정과 의의, 일제 강점기과 해방 공간에서 잊어진 음악가들, 예술가들의 친일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에 대해서 직접 그 시대를 겪고 본 중심 인물로서 주관적 경험에 의거해 객관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전혁림 선생은 근대 화가 이중섭의 <소>의 창작 과정에 얽힌 비화며 피난기 부산의 예술 풍경, 국전의 뒷이야기를 서스럼없이 털어 놓는다.
이 총서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여러 권을 함께 읽어 나감으로써 종합적으로 시대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1권에 등장하는 박용구 선생의 일제 강점기 동경학생예술좌가 우리 연극에 미친 공헌에 대한 참신한 증언은 3권의 장민호 선생의 구술로 보완된다. 또한 장민호 선생의 해방 공간 월북 연극인의 중요성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박용구 선생의 구술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그 시대 예술 풍경 복원의 객관성을 담보해 준다. 문학가 유치진, 미술가 김환기, 김향안, 음악가 윤이상,건축가 김수근 등은 박용구 선생과 전혁림 선생의 증언에 겹쳐서 등장하며, 그들 인물의 생애를 복원하는 데 다양한 일화를 제공한다.
① 구술사와 전기의 차이점 :
예술사 구술 총서 '예술인·生'은 예술가라는 인물을 다루지만 여타의 위인전이나 평전과는 차이가 있다. 위인전은 선정한 편집자 및 필자가 이미 그 대상 인물을 위인 또는 평가의 대상 인물으로 규정하고 그 시각에 따라 인물의 삶을 평가하고 교훈점을 찾아 독자에게 전해준다. 즉 필자와 편집자가 대상 인물의 삶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편집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술사에서 편집은 구술자의 몫이다. 지극히 개인적 기억이나 사건도 구술자에게는 중요성을 띨 수 있다. 평가는 독자의 몫으로 훨씬 크게 열린다. 우리는 그가 위대함을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줄 뿐이다.
② 구술사와 자서전의 차이점 :
사회적으로 성공한 명사들의 자서전은 누군가의 개입이 없으므로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길 수 있는데, 구술사는 질문자와의 대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야기가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예술사 구술 채록 사업은 구술자의 회고에 대한 희망이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엄선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미화하는 데 치우치지 않는다. 특히 예술 구술사에서 전문 질문자들은 예술 작품과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묻는다. 그렇게 해서 구술자의 생애가 아닌 다른 예술가의 이야기, 시대의 이야기로 풍부해지는 것이다.
편집의 특징과 주안점 :
씨줄과 날줄을 엮듯 입체적으로 구현한 근대 예술의 풍경
예술사 구술 총서 '예술인·生'은 2003년부터 예술 구술 채록을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연구하고 개척해 온 국립예술자료원에서 실시했다는 데 가치가 높다. 원로 예술가들의 삶을 국가 차원에서 채집하고 기록하며 관련 자료들을 과학적 방법에 의해 수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사적 기관이나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어떤 인터뷰보다도 높은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한다. 구술 대상이 된 예술가들 또한 국립예술자료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쉽게 공개하기 어려울 수 있는 증언과 다양한 사진 및 인쇄물 자료들을 선뜻 내어 놓았다. 새로운 총서의 출간, 목록 선정, 방향 설정 등은 여러 차례의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세심하게 이루어졌다. 편집은 당초 예상했던 기간을 훨씬 넘어 거의
1년 가까운 시간 소요되었으며, 각 분야 전공자들이 편집을 주도해 전문성을 높였다.
1. 구술의 현장을 생생하게 살린 본문
본문은 구술 채록 원문의 현장성을 최대한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편집 초기에는 내용을 대중성에 중점을 두고 재집필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구술 자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독자에게 전하기로 하고 구술 당시의 말맛을 가급적 살리는 방향을 택했다. 고향의 사투리와 근대기의 언어 습관, 일본식 발음도 읽기에 방해를 주지 않는 차원에서 살렸다. 본문을 읽어가는 동안 마치 한 판의 연희를 눈 앞에서 보는 듯, 지난 세기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듯 신명을 더하는 말의 호흡에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갈 것이다. 다만 원 채록 당시에서 구술자의 요청에 의해 향후 30년간 공개 하지 않기로 약속한 부분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출간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구술자 또는 유족의 꼼꼼한 검토를 받았다. 구술문은 원문을 헤치지 않는 한에서 중복을 피하고 시대순, 또는 주제별로 읽기 편하게 편집했으며 중간 제목을 달아 중간 제목들만 훑어 보아도 구술의 큰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2. 초기 채록 후를 보완한 추가 구술
수류산방에서는 이 총서 출간을 계기로 국립예술자료원에 기록된 구술 채록 결과물을 바탕으로 추가 구술을 더했다. 추가 구술의 질문은 근황과 원채록문의 모호하거나 간략한 대목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8~9년 전 이루어진 구술 사업 이후 작가의 생애와 작품 활동의 변동사항을 보완할 수 있었다. 장민호 선생의 경우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 <천년학> 등 최근 흥행작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 영화 제작의 차이점을 비교했고, <금강> 평양 공연 때 방문한 고향 북한의 연극계 증언 등이 추가되었다. 지난해 작고한 전혁림 선생의 경우 유족이자 30년 이상 선생을 모신 아들 전영근 화백(현 전혁림 미술관 관장)이 주변 인물 구술자로 등장했다. 전영근은 전혁림 선생의 종류별 작품 수와 제작 방법, 제작 과정, 재료, 연대별 특질 등 화가 연구의 가장 기초가 되는 구술을 해 주었다. 특히 1권 박용구 선생의 경우 무려 20차례 이상의 추가 구술을 통해 원 채록 당시 기억의 빈틈을 메꾸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채록 과정에서 생긴 오류, 오자와 탈자, 잊어진 인물의 생몰년까지 낱낱이 짚고 해명해 주었다. 이러한 추가 구술의 과정은 예술자료원의 채록 사업 당시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보다 원숙한 심경에서 전체를 훑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구술자와 국립예술자료원 모두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추가 구술을 받은 모든 구술자와 유가족들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준다는 사실에 큰 감사를 표했고 매우 성의 있고 열렬한 태도로 구술해 임해 주었다.
3. 왼쪽은 주석, 오른쪽은 본문
예술사 구술 총서의 포맷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른쪽으로만 이어지는 본문과 왼쪽을 가득 메운 주석일 것이다. 본문의 분량을 넘어서는 주석은 세 권을 합쳐 총 천 개의 항목에 이른다. 주석은 이번 총서 출간 과정에서 가장 마음을 기울인 부분 가운데 하나다. 본문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과 항목을 담고자 했으며 현재 널리 참조되는 두 개 이상의 사전을 바탕으로 대조하여 편집했다. 한국에서 그 동안 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인물이나 항목을 새로이 쓰거나 오류를 바로잡기도 했으며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과 구술이 서로 차이를 보이는 경우에도 주석을 달았다. 이 주석과 근대기 사진 자료, 구술자가 제공한 다양한 시각 자료 들에 힘입어 예술사 구술 총서는 단순한
한 개인의 생애사나 회고록을 넘어서는 객관성을 얻는다. 한 개인의 기억과 술회를 어디까지 어떻게 믿을 것인가? 그것이 역사의 보충물이 될 수 있는가? 주석은 구술사의 바탕에 깔린 위험한 질문을 보완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각각의 예술인들이 몸으로 겪은 지난 한 세기의 역사와 그 시대에 함께 존재했던 인물, 사건 들의 주석이 종횡으로 교차하며 한국 근대기 예술의 풍경이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4. 연구자의 작가론 보완
채록 연구자를 포함한 그 분야 전문 연구자의 작가론을 더하여 구술에서 누락된 내용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주석 목록, 도판 목록과 연보, 작품 목록도 함께 수록했다.5. 고유한 디자인 모색과 시도 표지 재킷은 고요하고 깨끗하게 디자인을 절제했다. 재킷을 펼치면 작가의 연보를 겸한 포스터가 되는 형식으로 독자들은 한 장의 포스터를 가지게 된다. 이는 수류산방 특유의 제본 형식이다. 사진 촬영과 본문 디자인에서 이 총서의 고유한 형태를 찾고자 굉장히 긴 실험과 시도를 거쳤다.
예술사 구술 총서 예술인·生 001
한반도 르네상스의 기획자 : 박용구 1914년~
만약 총서 세 권 가운데 가장 추천하는 단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편집자로서 단연 이 책을 꼽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 어떤 보도의 말이 필요할까. 박용구 선생이 살아서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술 구술사의 귀중함은 그대로 증언된다. 박용구 선생은 요즘의 젊은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원로들은 그 이름을 다양한 분야에서 기억할 것이다, 음악 평론가, 무용 극작가, 연극 연출가, 방송 진행자, 영화, 공연 기획자, 평론가 등 말이다.
박용구 생애 :
1914년 태어나 내후년에 백수를 앞두고 있는 박용구 선생의 생애는 요약하기 쉽지 않다. 풍기에서 한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평양고보로 유학을 갔으며 고교 시절 구식 초혼을 치렀다. 1920년대 평양고보에서 독서회 사건으로 퇴학당하기 전까지 훗날 소설가가 된 김사량, 극작가 오영진 등과어울리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평양에서 이광수의 강연, 최승희의 무용이나 신파 막간 공연에 열광하고 이름난 평양기생학교 학생들과 플라토닉 러브에 빠지기도 했다. 퇴학 후 일본으로 유학 가 음악을 전공하며 이시이 바쿠에게 무용을 사사한다. 일본 고등 음악 학교를 졸업한 다음 일본의 전문 잡지 <음악 평론>의 기자로 입사해 수많은 세계적 공연들을 접하는 한편 일본의 첨예한 지식인,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이 때 한국 신극 운동의 요람이 되었던 동경학생예술좌에 가입해 주요섭, 마완영, 김동원 등과 교류했다. 동경학생예술좌의 멤버들이 일경에 검거되어 해체된 후 하얼빈에 잠시 머물다가 태평양전쟁 말기 귀국하여 라미라가극단에 가담하여 우리 말 향토 가극 운동에 열을 쏟았다. 또한 징용을 피하기 위해 음악 교사로 재직하는데, 이 인연으로 해방 후 최초의 음악 교과서인 <임시중등음악교본>를 펴냈다. 해방 공간에서 <임시중등음악교본>은 전국에 보급되었으나 그 중립적 성격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금지되었고, 우리 나라 최초의 음악 평론집인 그의 <음악과 현실> 또한 판매 금지되었다. 미군정청 시대에 JODK 방송국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음악가 김순남을 비롯해 시인 정지용, 평론가 임화, 시인 설정식 등 가장 친하던 예술가들이 북으로 하나둘 넘어가던 시절, 창작의 자유를
위협 받던 박용구는 자살을 가장하여 일본으로 밀항, 망명자 생활에 들어간다. 고마키 발레단에서 일본 최초의 창작 발레 <니치링>의 극본을 쓰기도 하고, 대극단 배우좌에서 연출 수업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일본과 국교가 단절된 이 시기에 박용구는 일본을 찾은 수많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공연을 보고, 일본 예술의 근대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이승만 정권 붕괴 직후 귀국하자 죽은 줄 알았던 그의 귀환은 큰 뉴스가 되었다. 그러나 사상 문제가 빌미가 되어 군사 재판에 회부되어 죽음에 가까운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출옥 후 연극, 오페라, 음악, 방송 분야에서 이론과 연출력, 창작 실제를 경험한 박용구를 불렀고 한국 최초의 시극 운동인 시극 동인회를 이끌기도 했다. 이후 예그린 악극단을 맡아 우리 나라 최초의 뮤지컬로 기록된 <살짜기 옵서예>를 기획하고 성사시켰다. <살짜기 옵서예>는 놀랄만한 성공을 거두었으나, 특유의 반골 기질은 그를 예술 권력으로 스스로를 박제시키지 않도록 내몰았다. 건축가 김수근이 공간사랑과 잡지 <공간>을 실현하게 하는 데, 음악펜클럽에서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으며 1980년대 이후 정권에 대한 반발로 창작과 집필에 몰두한다. 이 때 유니버설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심청>과 국립발레단의 <바리>를 비롯해 여러 무용 작품의 극본을 남겼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막식의 시나리오도 선생의 작품이다. 1990년대 이후에도 계속해서 무용 극본 및 저서를 쓰는 한편 평생의 숙원인 한반도의 역사 흐름을 담은 21세기의 예술 양식을 모색하며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구술의 의의 :
박용구 선생의 구술은 근현대 예술 구술 채록 사업의 샘플 케이스이자 첫 번째로 이루어졌다. 그 만큼 우리 나라 근현대 예술 여러 분야에 널리 관여한 인물이 따로 없고, 평론가로서 날카로운 시각과 놀라운 기억력, 자료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자신의 유명세를 관리하는 것을 경원시해 온 태도 때문이었다. 이 총서의 발간에서도 박용구 선생을 1권으로 선정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편집 기간 동안 박용구 선생은 놀라운 정열로 20회가 넘는 추가 구술에 응하셨으며 꼼꼼히 함게 읽고 바로잡으며 수많은 자료들을 내어 놓았다. 박용구 선생의 추가 구술과 출간은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그 자체로 숨막히게 경이로운 예술 체험이자 예술적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다. 감
히 단언컨대 누구든지 본문을 읽어 가는 동안 그 놀라움이 무엇인지 직접 마주치게 될 것이다. 숱한 근대기 예술가들을 일일이 호명해 살려내는 장면들을 만나고 한국 근대 예술의 유입과 형성 과정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예술이 인간을 어떻게 해서 고뇌를 통해 고매하게 만드는가를 만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그 동안 편집한 모든 책들 가운데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다.
주요 키워드 :
☞ 해삼위조선학생음악단과 서양 음악 유입 과정, ☞ 1920년대 좌파 지식의 유입 과정, ☞ 윤심덕과 김우진, ☞ 무용가 이시이 바쿠, 최승희와 그 전통의 계승, ☞ 강점기 일본의 연극 및 음악계 지식인들, ☞ 동경학생예술좌의 신극 활동과 영향, ☞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의 한국 유입 과정, ☞ 발레의 한국 유입 과정, ☞ 일제 말 향토 가극 운동의 의의와 내용, ☞ 연쇄극에서 막간, 가극으로 이어지는 우리 나라 뮤지컬의 자생적 역사, ☞ 일제 말 친일의 판단 기준, ☞ 헤이모위츠와 미군정의 문화 기여, ☞ 해방 공간에서 사라지거나 저평가된 음악, 무용, 연극계의 예술가들, ☞일본 최초의 창작 발레 <니치링>과 무용가 고마키 마사히데의 기여, ☞ 김수근과 공간의 형성 과정, ☞ 최초의 시극 운동 시극동인회, ☞ 음악펜클럽, ☞ 한국 최초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와 예그린, ☞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 21세기 한국이 세계 문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이 책의 제목을 한반도 르네상스의 기획자로 정한 것은 박용구 선생이 여전히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예술 양식의 출현, 그리고 그 예술 양식의 발생지가 한반도이기를 기획하며 집필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구상의 기획안이 이 책의 서문이 되었다. 구술 채록은 이례적으로 음악 평론가 민경찬, 무용 평론가 김채현, 연극 평론가 백현미 세 사람의 공동 연구로 진행되었는데 그만큼 분야가 방대했기 때문이다.
목차
목차
제01장 풍기, 어린 시절
제02장 1920년대 중반까지의 예술 경험
제03장 평양고보 시절
제04장 1920년대 말 예술 풍경
제05장 일본 유학 시절
제06장『음악평론』잡지사 시절
제07장 동경학생예술좌 시대
제08장 하얼빈 시절과 학생예술좌 이후
제09장 라미라가극단과 향토가극
제10장 동흥실업학교 시절과 강점기 말기
제11장 해방 공간의 음악계
제12장 해방 공간의 연극과 무용계
제13장 밀항자 아리마 류시(有馬笠史)
제14장 돌아와서 본 1960년대 문화예술계
제15장 예그림, 우리 나라 뮤지컬의 시작
제16장 1970년대 이후와 미래 구상
제17장 한반도 르네상스를 구상하며
에필로그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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