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반(양장본 Hardcover)
박사월 장편소설『성반』. 이 책은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사색하고 있으며, 타이틀로 쓰인 ‘성반’이라는 단어는 천주교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성체를 모셔 두는, 금이나 은으로 만든 쟁반 모양의 제구를 뜻하며, 천주교 신앙과 교리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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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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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눈앞에 있지 않은 것을 항상 의식하고, 또 따르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감각정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시각정보라고 하지 않는가. 그것을 벗어나 있는 세계를 무조건 믿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이 풍족할 때는 신을 찾지 않는다. 아니, 신의 존재조차 망각하고 지낸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상실되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 닥쳐왔을 때에는 가장 먼저 신의 존재를 떠올리고 신을 원망하거나 의지한다. 세상만사가 내 뜻대로, 사람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고난이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는 것은 이처럼 원초적인 부분에서부터 해당되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2009년 12월, <문학광장> 주최 공모전에서 소설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서른아홉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늦깎이로 데뷔한 신예 소설가 박사월은 그의 첫 장편소설 <성반>을 통해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사색한다. 타이틀로 쓰인 '성반(聖盤)'이라는 단어는 천주교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성체를 모셔 두는, 금이나 은으로 만든 쟁반 모양의 제구를 말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박사월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며, 이 작품 역시 천주교 신앙과 교리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천주교에서의 신은 이 세상을 창조한 창조주이자 만물의 주재자이다. 사람은 예외 없이 신의 피조물이며, 신의 섭리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게 되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신을 인정하고, 의지하고, 경배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신은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만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가혹한 시련을 믿는 사람들에게 떠안기기도 한다. 천주교에서는 이런 고난을 '시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큰 시험을 이겨낼수록 그 대가로 받을 상급이 더 크다고 믿는다.
<성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시험과 고난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인공 수연과 오빠 지호, 어머니 레지나는 죽은 아버지가 남긴 거액의 빚 때문에 채권자들로부터 핍박을 받고, 빚을 갚은 후에도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다. 라파엘 신부는 성직자가 되기 전에는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약혼녀와 뱃속의 아기가 비참하게 죽는 것을 목격하고는 그 괴로운 기억에서 도피할 곳을 찾아 신의 품에 안긴 인물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 중 가장 의지가 굳은 캐릭터인 인하 역시도 형의 정신병 때문에 가정이 붕괴되는 큰 아픔을 겪었던 청년이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 한 몸에 닥치는 고난은 어떻게든 견뎌내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에게 닥치는 고난 앞에서는 무력함을 느끼고 좌절하기 쉽다. 그것은 '내 힘'의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사람이 신에게 돌아와 의지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겸손하고 올곧은 자세로 눈앞의 문제를 직시하게 되면 스스로의 마음이 놀랍게 단단해지고, 눈앞의 문제들이 의외로 단순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성반>의 수연네 가족들과 라파엘 신부는 이런 길을 택한 사람들이다. 반면 인하는 정반대의 방향에서 신에게 다가간다. 음악과 수연을 향한 순전하고 올곧은 마음으로 그는 신의 존재를 느끼고, 진리에 다가선다.
세상의 많은 종교들이 신과 진리에 다가서기 위한 방법을 설파하고 있다. 같은 신을 믿는 종교들 중에도 세세한 교리에 따라 수많은 분파가 갈라져 연구와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방법론의 궁극적인 목표점은 '신을 믿고, 느끼고, 마음속에 모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유일신인 하느님을 믿고, 세상을 구원하러 사람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내려와 고난과 죽임을 당한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동정녀의 몸으로 예수를 잉태하는 은총을 입은 성모를 모시는 천주교 교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그 안에 하느님의 영을 모시는 것을 바른 신앙의 표본으로 삼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일진대, 세상이 뜨겁든지 차갑든지 흔들림 없이 하느님을 믿고 의지할 수 있다면 당면한 고난조차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가가 <성반>이라는 제하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또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사람은 하느님이 이 세상에 빚어 놓은 성반이며, 그 안에 진정으로 하느님을 받아들일 때에야 비로소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레지나는 남편의 죽음과 아이들의 양육을 통해, 지호는 인하의 삶과 죽음을 통해, 수연은 인하와의 만남과 준이의 성장을 통해, 라파엘 신부는 윤희의 죽음과 스텔라와의 만남을 통해, 인하는 가족의 고난과 불멸의 음악을 통해 각각 하느님을 강하게 인지하고 또 받아들이게 된다. 그 과정에는 기쁨보다 고난이 많지만, 그 모양이 크고 번쩍이든 쭈그러지고 녹슬었든, 각 성반은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을 겸손히 따름으로서 그에게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목차
목차
15년 전, 여기
5년 후
지금 여기
저자
저자
2009년 단편소설 <폐강>, <음력 6월 18일>, <전화와 문자>.
2009년 12월 <문학광장> 소설 부문 신인상. 2009년 소설집 ≪작은별≫ 출간.
2010년 시 <오월의 어머니>. 2011년 장편소설 <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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