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의심하다(애지시선 36)(양장본 Hardcover)
오인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별을 의심하다』. ‘짧음’과 ‘메타시’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짧음’은 단순한 시의 형식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시인이 시의 본질에 대한 오랜 탐구 끝에 깨달은 시인 나름의 시론에 해당한다. 시와 언어에 대한 메타적 탐구와 함께 생태적 상상력으로 약하고 여린 것들고 따뜻한 소통을 추구하는 시를 쓰는 오인태 시인의 글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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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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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태 시집 『별을 의심하다』 펴내
"제 한 몸 뼛속까지 우려 세상을 그윽하게 하는 멸사봉공, 그 극치 (「멸치」전문)" "또, 깎아 곶감 한 줄 달다 (「달력을 걸며」전문)" 이런 단행시가 여럿 눈에 띈다. "완강한 주류에 밀려 가장자리쯤에서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가 물가의 풀들을 키우고 작은 물고기들을 품어 기르는 법이니, 죽을 때까지 내가 비주류 시인인들 불만 없다// 퉤! (「비주류의 시」전문)" 라거나 "홀로, 우두커니 지키는 방이거나, 우주란, 한 마리 독수리이거나 결국 생은, 이 적요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날아오르거나, 사라지거나(「독수공방」전문)"와 같이 2연 2행으로 된 시도 수두룩하다. 아예 "한 마리 (「새떼」전문)"처럼 단 3음절로 된 시도 있다.
오인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인 『별을 의심하다』는 이처럼 '짧음'과 '메타시'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읽힌다. 시력 이십 년을 넘긴 이 중견시인은 아직도 언어와 시에 대한 치열한 탐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짧음'은 단순한 시의 형식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시인이 시의 본질에 대한 오랜 탐구 끝에 깨달은 시인 나름의 시론에 해당한다. 그래서 복효근 시인은 이 시집을 두고 "이 시집에 실린 오인태의 시들은 그가 지향하는 시의 형식과 세계를 요약하고 정리해놓은 '오인태의 시론'이다. 비워내고 버리고 깎아내고 죽여서 쓴 시다. 군더더기 하나 남지 않도록 버리고 다듬고 깎아내고 마지막 남은 언어다."고 말한다.
시인은 짧은 시를 이렇게 정의한다, "짧은 시는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말을 담고 있는 시다. 가장 적은, 짧은 말로 가장 많은 말을 담아내는 시, 말을 줄이고 줄여서 마침내 그 짧은 행간에 무한한 말의 여운이 진동하는 시가 짧은 시다. 짧게 썼다는 것은 '짧은 시'의 충분조건, 혹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 기껏, 필요조건쯤일 뿐이다. 짧은 시란, 바로 시의 모든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여 시의 속성을 오롯이 지닌 시다. 짧되, 거기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작은詩앗-채송화』제3호 서문)"
그의 짧은 시에 대한 소신과 집념은 꽤 오래되었다. 시인은 이미 2007년에 윤효(서울), 나기철(제주), 이지엽(서울), 정일근(울산), 복효근(전북), 함순례(충남대전), 나혜경(전주), 김길녀(부산)등 전국 각지의 시인들과 함께 <작은詩앗-채송화>동인을 결성하여 2008년 3월에 『작은詩앗-채송화』 창간호를 발간한 이래 벌써 일곱 권의 동인지를 냈다. 채송화 동인이 전국 각지에 고루 분포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우리시의 새로운 모색 차원에서 '짧은 시 쓰기'를 하나의 시운동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근래 짧은 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짧은 시로 된 시로만 엮은 시집들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짧은 시의 원조는 이들 <작은詩앗-채송화>동인들이다.
또 하나 이 시집을 읽는 키워드는 '메타시' 즉, 시에 대한 시다. 그래서일까. 이 시집의 시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어휘는 '시'이다. '시' 또는 시의 파생어에 해당하는 '시어', '시론', '시집'이 제목에 쓰인 시만 해도 「봄날의 시」 「오체투지의 시」 「가을의 시」 「고들빼기김치 같은 시」 「비주류의 시」 「살모사詩」 「건방진 시론」 「고등어의 시어」 「위대한 시집」등 10여 편에 이른다. 그만큼 이 시인은 시의 본질 탐구에 '천착'이라 할 만큼 열성적이다. "채 다스려지지 않은 내 안의 말들이 나도 모르게 뛰쳐나와 마치 시인 양 어깨를 세우고 건방을 떤다면, 그런 시는 찢어 죽여 마땅하다 죽여 가슴에 묻은 시보다 세상에 살려 보낸 시가 많다면,// 나는 시인이 아니다 (「건방진 시론」전문)"와 같은 시는 치열하다 못해 시인이 시에 대해 지나친 결백증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짧음'과 '메타시'로만 이 시집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외양보다는 시집 전체를 도도하게 관통하며 흐르는 시정신이야말로 이 시인의 시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게 한다.
시인은 세계의 작고, 낮고, 여린 존재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한다. 세계와의 '따뜻한 소통'을 꿈꾸는 시인은 사회현실에 대해서도 관심과 애정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복효근 시인은 "오인태 시인이 오랜 세월 변함없이 견지하고 있는 문학적 태도 가운데 하나는 '민중적'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가 낡은 유제라고 돌아보지 않으려는 80년대적 문학관을 그는 여전히 건강하게 그의 시 속에 간직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근거로 부당함에 맞서는 몸짓과 "여리고 낮은 것"에 대한 애정과 시 속에서 드러나는 올곧은 역사의식을 들고 있다. 예컨대, "어디서 영문도 모르게 죽어 제삿밥 한 그릇도 못 얻어 드실, 이 땅 귀신 제위께 모락모락 하얀 이밥을 지어 바치시는, 저 극진한// 시, 딱 한 편만 써서 태워 올리고 죽었으면"(「이팝나무, 꽃 같은」전문)에서 드러나는 민중적 상상력과 역사의식은 명분도 정체성도 약해진 만해축전을 뒤로하며 "1919년의 만해가/ 일갈을 꾹 다문 채,/ 거처 만해마을을 나서시는"(「만해, 만해마을 떠나시다」일부)"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고, 2008년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80년 5월을 넘어서는 평화와 진보를 갈망하는 희망을 보기도 한다.
모두 68편의 짧은 시로 엮어진, 그다지 부피감이 크지 않은 얇은 시집이지만 그 행간은 광대무변하다. "화장지에 만년필로 시를 쓰던 때가 있었다// 뾰족한 펜촉을 타고 흐르는/ 채 다듬어지지 않은 날선 말들을/ 말이 되기 전에 삽시간에/ 제 몸 속에서 지워버리던/ 그, 가장 부드러운 것의// 무서운"(「반응」전문)"처럼. 한 마디로 이 시집의 시들은 하나 같이 꽤 넓은 여지와 여운을 남겨주며 독자의 상상력으로 채우기를 요구하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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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친구 인태여. 어느덧 우리 술잔 거머쥔 손아귀에 힘도 약해지고 '퇴고해야 할 원고들'에 대한 집념조차도 느슨해지는 나이.
세상의 온갖 불륜과 패륜을 저지르고 시를 훔치며 예까지 왔으이.
그러니 어찌 후회며 한숨이며 회한이 없겠는가. 끝끝내 수용해야 할 것들과 수용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경계마저 흐릿해져 요즘의 나는 자꾸 두 눈두덩을 문지르곤 한다네. 살펴보니 자네가 훔친 건 고작 '들꽃 한줌' 자네가 괴로워하는 것은 이 세상 '들꽃 한 줌 훔친 죄값!' 좌우지간 원망하지 말고 변명하지 말고 받아들이세. 삼십여 년 전, 자네와 내가 니부가리 중학생일 때, 함양 상림 '천령문화제' 백일장에서 겨뤘던 기억을 나는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네.
_유홍준(시인)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 사이, 나는 대간의 끄트머리 마을을 떠났으며, 그는 네 권의 시집을 나에게 보내왔다. 그의 시에서 나는 시절의 참혹을 읽었고 세상의 상처를 만났으며, 분노와 슬픔과 고독이 어떻게 함께 사는지를 배웠다.
또한, 빼내서는 도랑물에 흔들쳐 뒤집어 끼워넣은 눈알의 그것으로 삶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동공을 손끝으로 매만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사랑, 언제든지 좋다며 머리부터 야금야금 내어주는 수컷의(「사마귀에게 듣다」) 아니, 어쩌면 이런 사랑-뜨거워 먼 바깥만 맴돌다, 불 꺼진 아궁이 그 온기 속으로 들어가 잠든 짐승의. 그리하여 어느 추운 날, 무심한 손이 지핀 불구덩이와 활활 한몸이 되고 말 그 짐승의.
_신용목(시인)
시인의 말
다시,
시에라도 미치지 않으면 이 미친 시대를 어찌 살아내랴.
2011. 가는 봄날, 남강기슭에서
오인태
목차
목차
제1부
정경/ 춘래불사춘/ 봄꽃/ 봄날의 시/ 동백, 입적하시다/ 측백나무 문체/ 오체투지의 시/ 미행, 당하다/ 풍화/ 나도 녹는다/ 중심의 색깔/ 나무의 결단/ 가을의 시/ 고래구멍/ 입동 무렵/ 별을 의심하다/ 달력을 걸며
제2부
반응/ 폐사지에서/ 몸/ 그 집/ 적멸/ '그'자를 보면 드는 생각/ 땡긴다는 말/ 도둑/ 꽃인들/ 낮달/ 별/ 집/ 그네를 타는 시간/ 내력/ 잠자리의 눈/ 동병상련/ 그림자
제3부
고들빼기김치 같은 시/ 비주류의 시/ 살모사詩/ 사마귀에게 듣다/ 밑천/ 건방진 시론/ 새떼/ 언어탐구/ 호미질/ 독수공방/ 아서라, 포경/ 편지/ 이팝나무, 꽃 같은/ 멸치/ 고등어의 시어/ 행간/ 품사론
제4부
꽃무릇/ 위대한 시집/ 한여름의 눈송이/ 찡한 눈짓/ 대관령/ 삼양라면 짓는 촛불예수/ 당숙모/ 눈, 목격자의/ 대줏밥을 추억함/ 만해, 만해마을 떠나시다/ 명동성당 귀뚜라미/ 방명록/ 포옹/ 이음동의어/ 남해讚/ 적/ 난세의 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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