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발가락(애지시선 37)(양장본 HardCover)
권덕하 시집
『생강 발가락』은 <작가마당>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한 권덕하 시인의 첫 시집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볕', '첫눈', '덩굴 숲1', '명아주', '그리운 뒤란' 등의 시 51편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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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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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밟고 느끼는 감각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오롯이 표현하는 발가락은 권덕하 시인에게 시(詩)의 뿌리이기도 하다. 시인이 발가락에서 생명과 기운을 섬기는 가락을 뽑아내는 것은, 새벽에 "어둑발 훔치며 좌판 펼치는" 걸음새에서 시작한 생활의 절정에서 아름다운 춤사위가 꽃필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권덕하의 시는 손발을 통해야 삶에 답하는 시를 쓸 수 있고, 시에 답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손발이 두뇌의 연장임을 믿는 사람의 손바닥과 족적만큼 뚜렷한 연보가 어디 있냐고 한다. 신령한 기운을 섬길 때도 손발부터 하는 것이라고, 까치발 하고 꼭대기를 향하는 손끝의 염원이 얼마나 간절하냐고 한다. 그래서 시인은 발가락을 "참은 울음"이며 "비어져 나온 생각"이고 "햇귀가/ 속 깊이 쟁여 준 가락"(「생강 발가락」)이라고 하고, 손가락 "마디마디 삼층석탑 사이로// 두 눈 시리도록/ 못물이 밝다"(「그 손」)고 표현한다.
권덕하 시인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온갖 생명의 처지와 생의 그늘을 찬찬히 살피고 있다. 생명에 내재한 신령한 기운을 구체화하려고 오래도록 애쓴다. 속도마저 이미지 상품으로 소비되는 시대에 온전한 말씀 한 구절 모시기 위해 "빈집"과 "빈 의자"에서 일렁이는 기운에 귀 기울이고 정성껏 수발들며 공명(共鳴)을 위해 뭇 생명들의 공통 감각을 손발로 확인한다. 우리가 잃고 사는 "옛집"과 "그리운 뒤란"까지 발가늠하고 손대중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이 속절없고 무익한 일인 것 같지만, 시인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라고 한다. 손발로 사유하고 상상하고 표현함으로써 형상만 있고 기운과 흔적이 없는 헛것이 불러일으키는 착시를 경계하자고 할 따름이다. 형상은 사라졌지만 남아 있는 흔적에 기울어지는 몸은 소리와 그늘이 고여 있는 것에 유난히 민감하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오래 안쪽" 빈자리에 있는 것들에게 느낌이 쏠리고 그런 자리에서 움트는 생명과 신령한 기운을 손발의 언어로 모시고 섬기는 것을 시 쓰는 일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김사인 시인은 이러한 권덕하의 첫 시집 『생강 발가락』에 실린 시를 가리켜 "내명과 적막을 다시 끈끈하고 뻑뻑하게 밀고 견뎌" 얻은 시라고 일컫고 있다.
임우기 평론가는 권덕하의 시가 "우주 생명을 온전히 모시고 들이는 시"라서 시집 『생강 발가락』은 "맑은 영혼의 시어로 짜여 졌고, 그 시어들의 짜임 속 올올이 신령한 기운이 배어 숨 쉰다"고 평하고 있다.
인간만이 주어(主語)가 아닌, 인간이 포함된 지기(至氣)의 생명력이 활동하는 시, 일기(一氣)의 시상(詩想)이 빛나는 시를 만나는 기쁨과 감사함! 나의 비움을 통한 내 안의 우주 생명의 모심, 더불어 내 안의 기득권적 언어의 버림을 통한 언어[시]의 모심을 굳게 실천하지 않으면 구할 수 없는 시상이다. 시인은 "오래된 불빛이/ 섬돌 밟고 맑아질 때"를 만난 것이다!"
- 임우기 평론가의 발문에서
한 사람에게 시집을 안겨 주겠다고 약속한 지 스물다섯 해가 지났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살아가면서 한 줄 한 줄 얻은 시들로 늦게나마 시집을 짓게 되었으나 속절없는 세월은 돌이킬 수 없다고 미안해한다. 한 때는 문학(文學) 중에 학(學)에 기울어져 살았고, 학의 길을 걷는 것도 문(文)에 이르는 길이라 여겼을 것이다. 조셉 콘라드와 미하일 바흐찐의 글에 심취하면서 십 년을 보내고 난 후, 그들의 작품에 관한 비평서 한 권을 내고 나니 오랫동안 꿈틀거리던 표현 욕망이 고개를 들었을 것이다. 에둘러 오느라고 겪었던 지난한 삶에서 얻은 유현(幽玄)한 가락에서, 읽으면 읽을수록 살아나는 웅숭깊은 맛과 신령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좋은 가을에 오래 익은 시집에 잠시라도 머물며 더욱 다감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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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인의 귀는 어쩌자고 '무청 데치는 소리'까지 듣는가. '신발 끄는 소리에 볕 드는 날'의 고요와 '반찬 집어 주다 뜨거운 운두에 닿은 자국'을 보는 것인가. 쓸쓸한 시간들을 얼마나 잘 모시고 나면 눈과 귀의 내명(內明)함이 이만해 지는 걸까.
저마다 바빠서 숨이 턱 끝에 닿는 이 시절에, 이 시인은 한사코 고적한 자리만을 골라 마음 부린 채 하염없다. 그뿐인가, 조청을 고듯 소주를 내리듯, 그 내명과 적막을 다시 끈끈하고 뻑뻑하게 밀고 견뎌 시 몇 줄을 받고 있음에랴.
돌아가신 백부의 젊은 시절 얘기라도 듣는 듯 서러워하며 또 그리워하며 권덕하의 이 기이한 시들을 읽게 된다.
_김사인(시인)
시인의 말
그믐밤, 시 한 편이 불쏘시개처럼 탄다
언뜻 드러났다 더 어두워지는 길
못박인 손금 위에서
비상점멸등 켜고 있는 반딧불이 한 마리
온몸으로 듣고 있다
깊고 깊은 세상이다
2011년 처서 무렵 물안에서
권덕하
목차
목차
제1부
볕/ 첫눈/ 덩굴 숲 1/ 명아주/ 그리운 뒤란/ 이사/ 옛집/ 그 손/ 한낮/ 밤참/ 빈집/ 눈길/ 가을비/ 월담/ 인적/ 정육精肉/ 춘정
제2부
생강 발가락/ 달맞이꽃/ 못/ 싸락눈/ 풍란/ 등/ 저녁 저수지/ 연기 이모/ 외가/ 붉은 달/ 나무에 묻다/ 바닥짐/ 숲정이 저녁/ 뜨거운 발/ 생업/ 그리운 금강/ 고향 길/ 인생
제3부
詩/ 가을 물안/ 덩굴 숲 2/ 풍경소리/ 신발/ 귀꽃/ 그 남자의 봄/ 가을 바다/ 천정天井/ 담/ 화두話頭/ 눈 오는 바다/ 라파 누이에게/ 목척교 해오라기/ 방랑자여, 슈파로 오려는가/ 빈 의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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