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데의 꿈은 분수다(애지시선 43)(양장본 HardCover)
정덕재 시집
정덕재 시집 『비데의 꿈은 분수다』. 이 시집의 수록된 시들의 시적 소재들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아침이면 화장실에서 만나게 되는 비데부터 컴퓨터, 엘리베이터, 포스트잇, 종이컵, 소파 그리고 늘 우리 몸에 붙어있는 휴대폰까지. 시인이 다루는 소재들은 일상적인 삶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서정적 낭만이나 감상보다는 문명의 이기들이 주는 고달픔과 상처 그리고 그로 인해 인간의 본성과 정체성을 상실해가는 것을 들춰내고 비아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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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연작시로 선보이고 있는 「고개를 숙이다」는 휴대폰에 구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발랄하게 접근하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묵상도 아니고/ 겸손도 아닌/ 포즈로 바라보는 건/ 내 몸의 일부인 휴대폰이다"(고개를 숙이다 2), "숙소에 도착해/ 가장 빨리 확인하는 것/ 특산별미나/ 볼만한 관광명소가 아니라/ 휴대폰 충전기를 꽂을/ 플러그 숫자다"(고개를 숙이다 3) 등에서 알 수 있듯 휴대폰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애잔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시인은 문화예술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상에 대해서 반쯤은 자괴감으로 또 반쯤은 변방을 지키는 고독한 존재인 작가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지방주재시인의 유일한 독자는/ 반겨주는 술집주인뿐/ 술집주인마저 제 술집을 뒤로하고/ 거리의 파라솔 아래 앉아있는/ 이곳은 지방이다 (지방주재시인 ).
그런가 하면 한국사회에서 아버지와 가장의 존재가 갖고 있는 무력함을 "김과장이 휴직서를 낸 날/ 소금으로 박박 닦아낸다는 곱창이/ 생각난 이유를/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감과장이 암이래, 그래서) "소파와 가장 잘 어울리는 궁합은/ 리모컨과/ 피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중년 혹은 장년의 사내들이다" (소파와 잘 어울리는 궁합) 등으로 그리고 있다.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감과 늘 피곤에 지쳐 소파와 붙어지내는 게 취미인 4-50대 남성 직장인의 현실을 안타깝게 들여다 보고 있다.
시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반항과 반발심도 아들을 통해 유감없이 그려내고 있다 "의자의 고난시대는 중학교 1학년 때 시작되었다/ 의자의 팔걸이가 구부러지고/ 등받이나 휘어지고/ 바퀴가 멈춰선 채 움직이지 않기도 하고/ 의자의 고난시대는 현재진행형이다"(의자의 고난시대와 안락) "휘파람 소리가 수시로 떠돈다/ 바람으로 소리를 만드는 법을/ 배우는 아이가/ 바람이 전하는 낭만/ 혹은 폭풍을 이해하고 있을까" (현우의 휘파람) 등등의 구절을 보면서 우리 현실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갈등을 만들어내고 또 그 갈등을 극복하는 청소년들의 단면을 잘 그려내고 있다
시집에는 흔히 발문과 뒷 표지에 추천사가 실리는 게 일반적인데 이 시집은 특이하게도 시인의 중학생 아들이 단평과 같은 표사를 썼다. 중학생의 시각으로 바라본 시평들도 인상적이지만 아들 스스로가 시에 대한 선입견을 스스로 벗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내가 평소 생각하는 시는 비유와 은유로 가득하고 정갈한 느낌의 시다. 교과서에서 본 시 대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이 시집은 그렇지 않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솔직한 시다. 그리고 가끔은 더럽게 느껴지는 시도 있다" (정현우/ 시인의 아들이 쓴 표사 중 일부)
"화가 발로 향할 때/ 판단하고 사유하는 발/ 세상의 씨발이 그렇게 태어났다"에서 느낄 수 있는 일상의 자잘한 분노와 "달리고 싶어/ 온몸을 끌어안고/ 세상의 온갖 바람을 막아주는/ 자기의 넓은 등짝"과도 같은 실현되기 어려운 중년의 욕망도 이 시집에서는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한 "계단의 연애와 에스컬레이터의 애무"와 같은 시에서는 사랑의 이중성에 대해 고발하고 있으며 부질없는 욕망에 대해 딴지를 걸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있다.
이번 시집은 무거운 소재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고 세밀한 관찰과 꼼꼼한 묘사로 그려냄으로써 시적 주제의 중량감을 가볍게 내려놓아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다. 발문을 쓴 김병호 시인의 말을 인용하면 아웃복서와도 같은 솜씨로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상처받고, 외면받고, 집착하고, 무력하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상당수 중산층의 삶이라면 시집을 읽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가끔은 피식피식 웃음이 묻어 나오는 경쾌함과 발람함도 이 시집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 중 하나이다.
추천의 글
시는 애써 욕망을 정의하려하지 않는다. 다만 그윽하게 욕망의 운동법칙을 바라보면서 그 정체를 가늠한다. 그것은 비데 안의 분수처럼 경계의 너머를 갈망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버려진 것과 버려진 곳, 욕망이 찌꺼기를 감싸고 식어가는 자리를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눅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웃음을 섞어냄으로써 시인은 대상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다양하게 시적 정서를 변주할 수 있는 공간 또한 마련하고 있다. 목숨 거는 듯한 비장미는 일찌감치 골목에서 외롭게 짖는 개에게 주어버린 그이지만, 모든 근육에서 힘이란 힘은 다 빼버리고 가벼운 행보로 시를 쓰고 있지만, 그것이 몸으로 시를 쓰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첫잔의 쌉쌀함이 목에 이르기 전에 느낄 수 있다. 살짝 흐느적거리는 아웃복서처럼 시에서도 힘을 빼면 새로운 자유를 만난다.
_김병호(시인/과학저술가. 시집 〈포이톨로기〉, 〈과학인문학〉 저자)
그를 주목했던 기억이 아득했는데 이제사 빗장을 여니 질투와 선망이 달그락달그락 쏟아진다. 횡단보도 노란 은행잎까지 첫사랑의 섬세했던 실루엣으로 숨을 쉬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길 때마다 일상의 사물들이 그렇게 시인의 사유로 몸단장 중이다. 돼지코 멀티 탭으로 드러난 동굴, 암벽의 간극으로 톡톡튀는 햇살까지 아주 죽여주는 맛이다. 이쑤시개, 종이컵, 내비게이션 같은 소도구에서 왜 사람의 신산고초가 웅숭거리는 걸까. 담장 밖 연인의 포옹을 향해 짖는 검둥개 사연도 유독 오래된 골목만이 알고 있다. 술취한 시인이 귀가하는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의 몸짓은 억압일까, 시인의 선택일까. 이제 무궁화호 식당 칸 밤 차창에 비친 그의 자화상을 새롭게 주목하라. 벽을 뚫는 그의 몸짓이 송곳처럼 번뜩이는 중이다.
_강병철(소설가)
시인이라는 아빠의 시를 별로 본 적이 없다. 시를 잘 쓸 수 있는지, 정말 시인인지 가끔은 의문을 가졌다. 시 쓰는 시간보다 술 마시는 모습을 더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내가 아주 마음에 드는 시는 「화」라는 시다. 정말로 화를 발이 분석을 하는 느낌이다. 화가 날 때 물건을 발로 걷어차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내게 많은 충전기」도 실감이 난다. 실제로 나와 친구들은 밥 먹는 것 만큼이나 휴대폰이나 게임기 충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딜 가든지 콘센트를 확인하는 습관도 잘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무량사에 가면 꼭 봐야 할 나무 두 그루」도 인상적이다. 무량사 구경을 간 사람들이 주목을 보면서 부여에 계신 할아버지를 한 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평소 생각하던 시는 비유와 은유로 가득하고 정갈한 느낌의 시다. 교과서에서 본 시 대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이 시집은 그렇지 않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솔직한 시다 그리고 가끔은 더럽게 느껴지는 시도 있다.
_정현우(시인의 중학생 아들)
목차
목차
제1부
비데의 꿈/ 속/ 公衆道德詩 1/ 명함/ 손목터널증후군/ 내게 많은 충전기/ 남아있는 말/ 생각이 꼬리를 무는 긴 외출/ 삼겹살집 순수건/ 화장실에서/ 비데, 바람의 족보에 오를 때/ 고등어/ 종이컵/ 포스트잇
제2부
고개를 숙이다 1/ 고개를 숙이다 2/ 고개를 숙이다 3/ 고개를 숙이다 4/ 고개를 숙이다 5/ 고개를 숙이다 6/ 고개를 숙이다 7/ 고개를 숙이다 8/ 술 마신 밤, 직장인이 대전에서 시 외곽으로 귀가하는 방법/ 술 마신 밤, 시인이 대전에서 시 외곽으로 귀가하는 방법 1/ 술 마신 밤, 시인이 대전에서 시 외곽으로 귀가하는 방법 2
제3부
지방사람 서울 가다/ 지방주재시인/ 해수욕장 가기 전 선크림도 아니고 80% 할인하는 8월 중순의 반바지도 아니고 책이 총알배송으로/ 로빈슨 크루소의 정체/ 반듯한 그녀의 이름은 내비게이션/ 구토/ 손톱을 깎으며/ 김과장이 암이래, 그래서/ 소파와 잘 어울리는 궁합/ 화/ 그냥 그런 관계/ 돌 속의 바람/ 말에 대한 테러/ 개가 있는 골목
제4부
현우의 휘파람/ 따분한 상처/ 무량사에 가면 꼭 봐야 할 나무 두 그루/ 내가 오토바이를 사고 싶은 이유/ 접대용 바다/ 교정보는 여자/ 클릭으로 지워지지 않는 부호/ 의자의 고난시대와 안락/ 25충짜리 유리건물에 반사되는 빛을 보다가 시 「유리창」을 쓴 정지용을 떠올리다/ 자동차 유리창에 썬팅을 한 뒤 시 「유리창」을 쓴 정지용을 떠올리다/ 계단의 연애와 에스컬레이터의 애무/ CCTV로 바라본 보호관찰대상자/ 감기유감/ 계란후라이 레시피를 통해본 詩論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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