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두(애지시선 51)(양장본 HardCover)
박승자 시집
박승자의 시집 『곡두』. 곡두는 실제로는 없는 사람이나 사물이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사라져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열망이 가슴 아픈 존재들을 향한 사랑의 시학으로 승화되고 있으며, 저자의 섬세한 시선과 참신한 비유로 자기만의 감각적인 서정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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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곡두는 실제로는 없는 사람이나 사물이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사라져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열망이 가슴 아픈 존재들을 향한 사랑의 시학으로 승화되고 있는 이번 시집에서 박승자 시인은 섬세한 시선과 참신한 비유로 자기만의 감각적인 서정을 그려내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발효되어 상처와 슬픔의 원형조차 희미하지만 그 상처와 슬픔이 도달하고 있는 세계를, 그 서러움을 어루만지고 있는 시선이다. 우리네의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이 붉은 한의 정서를 어미의 마음으로 녹여내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산책길 노을 속에 잠겨 울고 있는 한 여자의 울음을 지켜보며 "달팽이촉수처럼 길게 손을 내밀어 다독이거나/ 내 작은 어깨 한쪽이라도 빌려 주고 싶었다"는 진술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시인은 우리 삶의 생동과 갈망을 불러오는 둥근 기억들을 통해 어미의 젖가슴 같은 희디흰 살의 아늑함을 환하게 재생시키고 있다.
오홍진 평론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맛이 깊어지는 발효의 미학을 그녀는 자식의 서러운 등을 하염없이 어루만지는 어미의 마음으로 내보이고 있"다고, 김선태 시인은 "시의 숨결이 끊긴 지 오래인 목포에 제대로 된 여성시인 한 명이 나타났다"고 반기고 있다.
■ 책속에서
저녁 무렵, 문화예술회관 산책길
계단에서 울음이
잘 마블링 된 육질처럼 스며들었다
누군가의 어미였거나
누군가의 아내였을
혼자 오랫동안 꼭꼭 여미고 발효 시켰을 슬픔이
노을 속으로 스며들었다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다
흰 낮달 가녘을 밟듯 조심스럽게
울음 끝을 돌아갔다
나도 몇 개의 울음을
움켜쥔 주먹 속에 가둬 둔 적이 있었다
왠지 그녀가 그어 놓은 가녘에 내 오래된 각오를 풀어 놓듯
내 주먹을 슬며시 펼쳐보았다.
달팽이촉수처럼 길게 손을 내밀어 다독이거나
내 작은 어깨 한쪽이라도 빌려 주고 싶었다
그 울음이
마치 내 안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첩첩한 울음이
먹구름 사이사이에 박힌 노을처럼 풀어지고 있었다
― 「어떤 울음」 전문
■ 추천글
박승자 시의 시간은 과거와 현재에 걸쳐 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에 더 깊숙이 꽂혀 있다. 거기에는 아픈 기억의 서사가 있고, 그 중심에는 나의 "겹"인 어머니가 살아 있다. 서사의 공간은 아련하고 어둡지만 그녀의 예민한 시적 촉수가 닿았을 때 다시 환하고 생생하게 재생된다. 이렇듯 그녀의 시가 과거의 기억을 간단없이 불러들이는 것은 여전히 그것이 "내 안의 울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근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박승자 시의 최대의 장점은 섬세하고도 참신한 비유적 표현에 있다. 직유를 지배적으로 거느린 그녀의 문체는 다소 긴 서사의 지루함을 충분히 달래주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또한 그녀의 성격처럼 직설을 살포시 감추는 미덕을 발휘한다. 잔잔한 독백 투의 목소리는 저 백석의 그것을 닮았다. 그녀의 처녀시집 ?곡두?는 그렇게 혼자서, 오도카니, 앉아 있다. 시의 숨결이 끊긴 지 오래인 목포에 제대로 된 여성시인 한 명이 나타났다.
_김선태(시인, 목포대 국문학과 교수)
■ 시인의 말
엄마는 돌아가신 후 말이 많아지셨다.
귀 바퀴에 앉아 이미 읽어버린 저녁을 끊임없이 간섭하셨다.
엄마 제발 그만 하셔요.
생전에 모녀가 아귀다툼 했던 것처럼 나는 저녁의 귓불을 탈탈 턴다.
읽어버린 저녁에서
희미하게 불빛이 돋아난다.
내 겹인 엄마에게 첫 시집을 바친다.
2013년 박승자
목차
목차
제1부
밤바다/ 공갈빵 목련/ 도원/ 곡두/ 내가 아닌 곳/ 어느 날, 이른 저녁/ 국수를 먹으며/ 중구난방/괘종시계가 두 번 우는 밤/ 윤주미용실/ 이팝나무의 답례/ 어린 것들이 보내는 신호/ 숨길 수 없는 증거
제2부
아코디언, 아버지/ 사월, 동백숲에서/ 봄, 동백림을 다시 쓰다/ 레몬트리/ 2011년 1월/ 참견/ 빡빡도새/ 상상 임신/ 새벽시장/ 음력 8월 5일 초승달/ 자연사박물관에서/ 외숙/ 참 숯가마 찜질방
제3부
어느 날, 눈 오는 밤을 펼치며/ 기억 저편/ 밤 선창/ 낙산에서/ 막막한 골목/ 移住/ 한 가위로 이주/ 꽁꽁 언 발이 있어/ 어떤 울음/ 內藏가는 길/ 신과 사람과 짐승의 시간/ 시월
제4부
양지꽃/ 산수유꽃의 부고/ 立冬/ 잠시/ 누군가의 백성/ 울먹이기 시작한 시간 전에/ 새벽 첫 버스/ 봄볕/ 겁/ 또, 봄/ 霜降과 小雪사이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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