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애지시선 59)(양장본 HardCover)
박순호 시집
박순호 시인의 시집『승부사』. 이번 시집에서는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고 무너뜨리는 고통과 절망에 대한 기록이며 상처를 건너가면서 아로 새긴 문양이 가득하다. 이민호 평론가는 “그의 시에 나타난 기형적 이미지의 다발은 자기 부정의 타나토스와 자기 회복의 에로스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전복의 상상력은 내적 인격, 즉 아니마의 뜨거운 에너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영혼이 빠져나간 몸에 다시 세계 혼을 불어넣는 시 쓰기의 연금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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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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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집 『헛된 슬픔』은 자아의 성찰과 세계를 향한 복잡하고 서늘한 이미지에 주목했다면 이번 시집은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고 무너뜨리는 고통과 절망에 대한 기록이며 상처를 건너가면서 아로 새긴 문양이 가득하다.
이민호 평론가는 "그의 시에 나타난 기형적 이미지의 다발은 자기 부정의 타나토스와 자기 회복의 에로스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전복의 상상력은 내적 인격, 즉 아니마의 뜨거운 에너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영혼이 빠져나간 몸에 다시 세계 혼을 불어넣는 시 쓰기의 연금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박순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마음이 가는 시편들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삭인 홍어를 끄집어내다》는 한때 '시가 착하다'라는 말을 듣고는 많이 고민했었는데, 그것은 개성이 없고 무난하다는 뜻이겠죠.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려는 의도적으로 연출된 장면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내 속에 썩어가는 시궁창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한 시적 갈림길에 놓여있었을 때 삭인 홍어를 먹다가 홍어야말로 육화된 완성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요. 《제비꽃 파낸 자리》는 도시에서 흰제비꽃을 구경하기 힘든데, 이사한 집 근처 북한강둑에 흰제비꽃이 지천에 피어 참 신기했어요. 그때 직장에서도 여러 문제가 있었고, 창작지원기금을 받고 기간 내 시집을 내야한다는 강박증과 함께 집안일까지 가세한 탓에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가 온 적이 있었거든요. 힘든 시기가 지나고 나서 단숨에 쓴 시라서 그런지 마음이 많이 갑니다. 《우아한 커피 타임》은 마음속(내면)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어요. 현실의 시간은 한없이 평화롭고 한가하기 그지없지만, 절망은 갑자기 찾아와서 삶을 망가뜨리잖아요, 괴로웠던 시간에 대한 경험과 앞으로 다가올 두려움, 그러한 것들이 무의식중에 나타나 고요한가운데 언제 걱정근심이 파고가 되어 덮칠지 모른다는 불길한 의식(?) 오히려 현재의 평화가 불안한 구조를 만드는 거죠. 카페에서 이 시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까마귀의 조문》은 39번 국도를 달리다가 평택시 현덕면에 닿을 때쯤 엄청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어요. 온 마을 전체를 까마귀가 뒤덮고 있었는데 문득 죽음에 대한 이미지가 강렬하게 엄습해 와서 차를 갓길에 대고 그림 그리듯 썼던 기억이 생생해요. 《자귀나무와 자전거》는 어렸을 적 집 앞에 자귀나무에 기대인 녹슨 자전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었어요. 자귀나무 꽃은 당시 어머니가 외출할 때 가슴에 단 브로치와 닮았는데, 오래된 이미지들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처음 써본 시라 마음이 갑니다."
박순호의 시가 연주하고 있는 삶의 불협화음들. 하여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쓸쓸하기까지 한 기억들은 피할 수 없는 우리 삶의 실존들이다. 박순호 시인 역시 《박순호라는 현대사》를 통해 진정한 《승부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시편들이 "자기부정인 동시에 재생의 시나리오"이며 슬프지만 아름답고 아프지만 비극적이지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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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시간들이" 그의 "몸 여기저기를 파"낼 때 저 우주 어딘가에서는 시 한 편이 몸을 풀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그의 "머리털이 뭉텅뭉텅 빠지기 시작"하여 아내에 의해 "여덟 군데"가 찾아질 무렵쯤이면, 그는 이미 저 우주에 여덟 편의 시를 적어 놓은 것이다. "아내는 시 쓰지 말라"고 화를 내지만 그러니 어찌 이 숭고한 행위를 그가 멈출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몸 파낼 때마다 우주에 새겨지는 저 귀한 탄생을. 이제 당신도 알게 되고 나도 알게 되었지만, "혁명이란" 바로 "저런 게 아닌가." 우리 몸을 떨어져 나간 "빛점들이" "불의 언어가 스며든 검은 우주"에 별로 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난 별들은 다시 그의 시심에 내려 불의하게 "잘린 줄기에 핏기가" 돌게 하고 미친 대지를 다독거린다. 박순호 시의 큰 흐름이 이와 같으므로 나는 그를, 생의 순환과 위무의 시인이라고 두렷하게 부르고자 한다.
_정우영(시인)
- 시인의 말
언젠가 당신은,
시 쓰는 일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다.
삶이 쳐 논 올무에 걸려 발버둥 칠 때에도
왜 시를 쓰느냐고 물었다.
나를 쥐락펴락하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 애를 쓸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 뿐이었다.
2015년 2월
박순호
목차
목차
제1부
시에게 고백하다/ 제지공장 굴뚝/ 더듬이/ 삭인 홍어를 끄집어내다/ 승부사/ 젖은 풀이 봉해지는 시간/ 제비꽃 파낸 자리/ 절벽의 위장술/ 웃음은 누가 일으키는가/ 밤이 몰려오는 냄새/ 꼭지를 위하여/ 달의 목덜미가 하얗다/ 찾았다 서점
제2부
우아한 커피 타임/ 어설픈 감정/ 시간이 빚어낸 얼굴들/ 수명 다한 형광등처럼/ 희망도 계급이/ 노랑난간 위에 노랑나비/ 어제의 역습/ 박순호라는 현대사/ 무거운 가방/ 욕실에서 자아를 기웃거리다/ 숨쉬는 타일들/ 어디에서 오는가/ 전복
제3부
바람 박물관/ 우아한 방어/ 이불의 세례명/ 빗물을 오므리다/ 쌍방과실/ 그들의 무늬/ 까마귀의 조문/ 별의 길목을 서성거리다/ 단칸방/ 통신맨홀/ 막도장/ 여섯 폭 병풍/ 바위사리
제4부
자귀나무 자전거/ 구름을 필사하다/ 결/ 오 분이면 충분하다/ 늙은 실잠자리/ 잠의 덩굴/ 하늘달방/ 박주가리/ 서재에서 잠들다/ 정착에 대하여/ 학암포/ 새의 화석을 보다/ 물의 기술/ 콩나물국을 끓이는 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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