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애지시선 60)(양장본 Hardcover)
이민숙 시집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의 간극이 길었던 데는 어느 날 그녀에게 휘몰아쳐 온 회오리바람, 백척간두에 서서, 절망이란 극한 체험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괘적도 한 몫 한다. 그 극복의 과정이 이번 시집의 탄생배경이다. 그런 연유인지 이번 시집의 시들은 생명이란 우주의 카오스만큼이나 비밀스러운 어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발 딛고 선 시공간이지만 결코 드러나지 않는 삶의 비밀들, 그것의 고갱이를 표현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미세한 아름다움,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 않는 것들, 사소해서 거대 물질 속에 매몰되어가는 것들, 그러나 끝내 우리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들. 그건 적어도 마천루보다는 위대하다는 걸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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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의 간극이 길었던 데는 어느 날 그녀에게 휘몰아쳐 온 회오리바람, 백척간두에 서서, 절망이란 극한 체험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괘적도 한 몫 한다. 그 극복의 과정이 이번 시집의 탄생배경이다. 그런 연유인지 이번 시집의 시들은 생명이란 우주의 카오스만큼이나 비밀스러운 어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발 딛고 선 시공간이지만 결코 드러나지 않는 삶의 비밀들, 그것의 고갱이를 표현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미세한 아름다움,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 않는 것들, 사소해서 거대 물질 속에 매몰되어가는 것들, 그러나 끝내 우리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들. 그건 적어도 마천루보다는 위대하다는 걸 그려내고 있다.
시 <동그라미>는 생명의 가장 본질적인 것이면서, 결코 그 자체로는 나아갈 수 없다는 어떤 소중한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그려내고 있고, <선암매>는 천연기념물인 선암사 매화나무가 경이롭게 육백 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의 이유가 됨을, <또아리>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상징물이 차지하는 유년의 절대적인 시간과 기억의 집적물에 대한 노래이다. <그 산에 시가 있다>를 통해서는 화자의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을 때 그 고통의 한가운데를 뚫고 나가게 해 준 산, 산의 도처에서 시를 생각하고, 몸의 소생을 향한 새롭고도 강건한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생의 비의(秘意)>는 이 시집을 관통하는 시정신의 대표작이다.
이러한 시편들을 두고 이민호 평론가는 "붙같이 뜨거워 마음을 상하지 않으며 밋밋한 시법에 지루해하지 않아도" 되고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이루며 '풍골'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해설하고 있고, 김해자 시인은 "소멸을 통해 삶을 지피며 고요히 타오르는 아궁이여, 온전히 찍을 수도 볼 수도 없는 평민의 비밀스런 찰나여, 도도한 잡년들의 꽃피는 섬이여, 우리가 나오고 우리가 다시 돌아갈 텅 빈 동그라미여"라고 헌사하고 있다.
이민숙 시인에게 앞으로의 시창작의 방향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지금까지의 시편들이 좀 더 내면적이고 소소한 개인적인 것들이라면, 앞으로는 그 개인의 영역을 둘러싼 문화적이고 집합무의식적인 더 깊은 내면을 표현해보고 싶어요. 나이면서 나의 의식을 살짝 비켜있는 구조적인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왔어요. 정면으로 그것들을 끌어당겨 시로 육화시켜볼 생각입니다. 문화적인, 민족적인, 그래서 우리에게 얽혀서 모든 일상의 서사를 끌어가고 있는 여러 소재들을 어떤 하나로 단순화시켜 그 안에 녹여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김치'와 같은 소재에 깃들 내 정체의 복합적인 모습들입니다."
지난한 체험과 극복의 과정을 지나왔으니 이후 그녀의 시세계는 원대무변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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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숙 시인이 체득한 시세계 혹은 그만의 아이콘은 뾰쪽한 모서리가 아닌 그 모서리를 둥글게 하는 '동그라미'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 또한 즐거워한다. 산에 시를 놔두고 왔다는 <그 산에 시가 있다>, 몸의 언어와 리얼리즘을 발견한 <지리산에 갔다>, 옛시절 어머니들의 머리에 얹혀지곤 했던 짚으로 만든 <또아리>, 그리고 이번 시집에서 단연 수작으로 꼽을 수밖에 없는 <동그라미>가 앞으로 이민숙 시인이 애정을 다하여 밀어붙일 시세계가 아닐까 하고 마음을 주어본다. "뾰쪽할 수 없어 기어이 동그랗"겠다는 시적 선언이 눈물겹다. 서정성과 서사성을 두루 갖추기 시작하는 이민숙 시인의 '동그라미의 미학'에 봄편지를 대신하여 멀리 하얀 손수건을 흔들어준다.
_김준태(시인)
이민숙의 시집 ?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는 "목숨을 한바탕 가위질 당하고 나서야 눈뜨게" 된 생의 비밀스런 노래이자, 죽음을 '밥' 삼아 추는 고요한 살풀이 춤이다. 죽음에게 "너는 내 밥이다" 호명하고 가까이 끌어 앉히는 동안, 안 슬픈 척, 안 아픈 척 살았던 나조차 척척하게 적시며 세상을 척척 끌어안게 되고, 우물처럼 맑고 우물 물 길어 나르던 어머니의 또아리와 토마토와 수박과 계란처럼 동그란 언어를 생산하게 되었다. 하여, 소소하고도 비천한 것에 연루된 생명의 그물을 극단까지 경험한 시인에게서 우리는 근대라는 괴물이 세계와 마음속에서 빼앗아가 버린 원융무애한 세계를 발견할 것이다.
소멸을 통해 삶을 지피며 고요히 타오르는 아궁이여, 온전히 찍을 수도 볼 수도 없는 평민의 비밀스런 찰나여, 도도한 잡년들의 꽃피는 섬이여, 우리가 나오고 우리가 다시 돌아갈 텅 빈 동그라미여, 시인이여, 오죽하면 시를 쓰겠는가. 이 아픈 세월에. 아프니 시를, 아니 시시한 시라도 쓰는 것이다. 통증을 들여다보고 주물럭거리다 생과 사물과 사람살이의 미세한 기미까지 알아차리고 그와 함께 놀게 된다면, 시는 선물이자 은총이자 치유의 둥그런 눈물방울이 아니겠는가.
_김해자(시인)
시인의 말
어느 꿈속에서처럼, 선암매가 피어오를 것이다.
낮은 소리로 소곤거리는 빗소리. 아직은 추운 바람도 함께.
이렇게 추워도 육백 년이나 피고 또 졌다는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기는 어김없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육백 년 피운 꽃의 향기는 일상일까 기적일까. 어쩌면 모든 일상은 그렇게 기적처럼 와서 가는 것인지 모른다.
내 생도 그 기적과 한몸이 아니라고 말할 이유가 있을까.
십여 년 전에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끝, 낭떠러지의 어느 시점이었다 분명.
그렇게 끝은 시작이 되었고, 오늘처럼 선암매를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끝이거나 시작이 아니라 그냥 오늘이다.
그 오늘이 좋다. 오늘을 웃는다. 시와 함께 웃을 수 있어서 더 좋다.
내 삶의 중심에서 보듬고 뒹굴었지만 누추한 언어들이 나를 보고 웃는다, 그럴 수 있을 뿐.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는 시집이 되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 또한 그냥 내려놓는다.
시와 함께 위로 받았던 나를 생각하며, 몸 아파 서러운 목숨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2015년 봄이 오는 오늘에
이민숙
목차
목차
제1부
동그라미/ 고갱이, 순천만/ 곁/ 가장자리에 이르다/ 선암매/ 서어나무 와불/ 쓰레기장에서/ 생의 비의秘意/ 오해와 상상/ 홍시/ 죽음이라는 밥/ 진화에 대하여/ 척/ 소멸의 양면/ 또아리/ 세월호는 깃발이다/ 그 산에 시가 있다/ 뿌리/ 지리산에 갔다
제2부
지팡이ㅡ친구 소암에게/ 처녀봄, 순천만/ 사할린, 민들레/ 허수아비ㅡ자화상/ 겹/ 신화의 퍼즐을 바라보다ㅡ아테네에서/ 나무가 만든 아버지의 그림자/ 나는 누구인가ㅡ빠리의 지하철에서/ 베이징의 모기/ 하화도행/ 하화도행 2/ 하화도행 3/ 눈 위의 눈/ 면도날 사랑/ 민들레 씨앗이 바람에게/ 보름달, 오월이라는 추상/ 3월, 입맞춤
제3부
해남 땅끝에서/ 슬픔의 뿌리/ 길과 달/ 사진/ 카메라/ 작은 것을 위하여/ 잃어버린 우산/ 어머니의 외출/ 별량면 봉림리 291번지, 봄/ 오수와 황혼 사이/ 거푸집/ 멀리 있는 중심/ 별ㅡ한원식/ 칼/ 돼지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동백, 기억들
제4부
먼지/ 절망의 이유/ 숯ㅡ김연희/ 가을/ 은행잎에게/ 노고지리와 고구마/ 뚝배기, 詩/ 비밀의 웃꽃섬/ 反語/ 발/ 눈/ 퇴고
해설ㅣ이민호
저자
저자
- '문학은 삶이다'라는 명제를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직업을 택했는데, 다행히 그 생활이 좋았다. 그러나 교육이란 그리 만만한 과제가 아니었다. 특히 학교성적이라는 굴레를 끌기엔 힘없는 아이들을 나 혼자 맡아 영혼을 살찌우고 자존감을 키우고, 하고 싶은 대로 살게 하는, 그런 생각은 욕심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욕망은 나름 밀고나아가야 할 내 정체였다. 그래서 함께 만든 게 '어머니 책사랑방'이라는 모임이었다. 아이들의 백그라운드 엄마들의 생각을 알아야 했고, 그 생각의 운동장에서 함께 뛰어 땀 흘려야 한다는 고민이었다. 그 '책운동장 경기'가 벌써 이십 년쯤 되어간다.
-그와 더불어 시립도서관이나 여성인력개발원, 학생문화회관 등에서 독서지도사 과정, 독서치유 프로그램, 문학아카데미 등의 강의를 맡아 하게 되었다. 그 생활은 상상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호응도 좋다보니 그 시간도 스무 해 가까이 쌓여갔다. 좀 더 나아가자, 해서 만든 게 지금의 '샘뿔인문학연구소'이다. 매 주 두세 시간 정도를 책읽기 시간에 투자할만한 적극적인 회원들을 중심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혼자 읽기 버겁다던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한다. 그 와중에 맺힌 결실이 '빗살문학'이라는 문학동아리다. 벌써 동인지를 6집을 내었다.
- '함께 가는 문학, 몸으로 실현하는 문학', 자신과의 약속은 이룬 셈이다. '여수'라는 소도시에 문학을 살겠다는 사람이 많다. 아이들의 교육도 스스로의 열정과 낮은 자세로 눈을 맞추는, 진정한 사랑의 실현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다짐하는 공동체! '샘뿔인문학연구소'의 정체성이다. 그곳이 따뜻하다. 내 몸이 부서질 뻔했던 날들을 다시 불러일으켜준 내 의지의 공간이다. 하루하루 할 말이 많고, 답답한, 그러나 그 한계를 부드럽게 넘어설 수 있다는 확신을 안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모인다. 그리고 함께 웃는다. 즐겁다!
- 내 즐거운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단체는 1998년에 결성되어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순천작가회의'다. 기관지 '사람의 깊이'는 내 문학의 출발선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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