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식당(애지시선 67)(양장본 HardCover)
김명기 시집
2005년 계간 ≪시평≫으로 등단한 김명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종점식당』. 그는 첫 시집에서 북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모여든 핍진한 이들을 이야기 했고 이번 시집에서는 그가 보고 겪은 광산촌 삶의 명암을 펼쳐 놓았다. 표제시 「종점식당」에서 보여지 듯 시인의 시는 대체로 허물어지는 것들을 껴안기 위해 안간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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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종점식당」 부분
2005년 계간 ≪시평≫으로 등단한 김명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종점식당』(도서출판 애지)을 냈다. "체험을 통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품 활동을 해온 김명기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쓸쓸하고도 간절한 삶의 풍경이 전통서정과 단단한 사유로 어우러진 52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김명기 시인은 바닷가에서 태어나 광산촌인 강원도 태백에서 성장했다. 시인은 한동안 원양어선 조업감독관으로 먼 바다를 떠돌기도 했으며 도축장 잡역부로 일했다. 이런 탓인지 시인의 정체성은 늘 경계의 어느 지점에 머무른다. 그는 첫 시집에서 북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모여든 핍진한 이들을 이야기 했고 두 번째 시집에선 그가 보고 겪은 광산촌 삶의 명암을 펼쳐 놓았다. 표제시 「종점식당」에서 보여지 듯 시인의 시는 대체로 허물어지는 것들을 껴안기 위해 안간힘 쓴다.
이런 김명기 시인의 시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박세현 시인은 발문에서 "착란을 삶이라고 우기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초인이라 부르겠다."고 말했다. 밥 한 끼를 위해 먼지를 일으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김명기 시의 주인공들이다. 권선희 시인은 김명기 시인이 "종점식당에서 낡을 줄 모르는 적요(寂寥)에 칼금 그으며 오래된 엄마의 꽃밭을 들이키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시인의 시에 내재된 쓸쓸함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그 적요의 기원은 시인이 모든 경계지점에서 관찰한 허물어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이며 경배다.
"부모가 되어서 큰 유산을 물려주지 못했지만 아들이 쓰는 시 속에 내 피가 흐른다는 생각을 하면 흐뭇하다. 속된 세상에서 돈이 되지 않는 시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테지. 그러나 길고 어두운 시간을 혼자 보내며 흐트러지지 않은 건 다 시 덕분이겠지. 그런 너를 보면 대견하고 슬프다."
[김금자(시인의 엄마) 표사] 부분
드물게도 시집 표지에 시인의 엄마의 글이 실려 있다. '엄마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객지와 먼 바다를 떠돌다 최근 집으로 돌아왔다. 위태로운 시간을 시를 쓰며 꿋꿋하게 건너왔다. 그래서 그의 시는 얼핏 쓸쓸하고 적막하지만 그 안에 갇혀 있지 않다. '희망 없는 희망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향해 있다. 이번 시집은 "한때 땅위를 걷는 일만으로도 빛났던 사람"(「이장」), 그리고 현재도 온몸으로 살아가는 대상들에 대한 헌사들인 듯하다. 시인에게 시 쓰는 일과 밥 벌기 위해 온 몸으로 밀고 나가는 삶은 다르지 않다. 김명기 시인의 시는 시인이 몸으로 밀고 나가는 삶 속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다. 그러나 그를 노동자 시인이라 부르지는 말자. 김명기 시인의 시는 경계에서도 끝내 허물어지지 않는 오직, '사람'을 향해 있을 뿐이다.
[추천사]
7번 국도변 '울진'이란 이정표마다 그가 있다. 젊은 아버지를, 탄광촌을, 유빙이 흘러가는 이국의 바다를, 큰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서야 닿은 '종점식당'에서 낡을 줄 모르는 적요(寂寥)에 칼금 그으며 오래된 엄마의 꽃밭을 들이키는 사람이 있다. 고독한 시간바리로 살다 저녁으로 돌아가면 두천리 별빛과 상고머리 길고양이 말래, 유기견 복순이를 묶었다 묻은 감나무를 새벽까지 눈썹 길게 쓰다듬는 그런 시인이 있다. 되짚어 가지 못할 날들을 문장으로 살아 내는.
- 권선희(시인)
잘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시 쓰는 네가 자랑스럽다. 부모가 되어서 큰 유산을 물려주지 못했지만 아들이 쓰는 시 속에 내 피가 흐른다는 생각을 하면 흐뭇하다. 속된 세상에서 돈이 되지 않는 시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테지. 그러나 길고 어두운 시간을 혼자 보내며 흐트러지지 않은 건 다 시 덕분이겠지. 그런 너를 보면 대견하고 슬프다. 첫 시집이 너무 어두워 이번 시집은 좀 밝았으면 했는데, 너의 시는 여전히 쓸쓸하고 슬프고 안타깝다. 아직 그런 시절 속에 살고 있나보다. 염려스러운 건 건강이다. 건강해야 시도 쓰고 네가 좋아하는 몸 쓰는 일을 하며 살 텐데. 나는 시를 잘 모르지만 너의 시가 사람들에게 잘 읽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람들 입에 좋은 사람으로 불리어지는 것도 세상에 온 보람 아니겠니. 아들! 일하며 시 쓰고 시 읽느라 고생 많았다. 두 번째 시집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정말 축하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세 번째 시집 나올 때엔 담배 없이 시 쓰는 너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 김금자(시인의 엄마)
* 책속으로 추가
큰 고모에게 기별이 왔다. 죽으면 아버지 엄마와 동생 옆에 묻히고 싶다는, 당신은 뜨거운 불길 속에서 고깃근처럼 태워지는 것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그리고 이미 사십 년 전에 죽어 먼 땅에 외롭게 묻힌 남편의 주검을 선산으로 먼저 보내고 싶으니 받아달라는.
숙부들은 소식이 못마땅한 눈치였다. 사십 년 된 주검을 구태여 옮겨와 무엇 하냐는, 성이 다르다는, 곁에 두고 있으면 들여다 봐야 하고 돌봐야 한다는, 살아있는 사람들도 이젠 늙어가므로 그마저 못할 짓이라는, 누나는 누나 자식들에게 의탁하라는. 끝내 비좁은 땅에 당신들과 처의 자리가 모자랄지도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선산 이래봤자 산비알 작은 밭뙈기에 불과한 땅. 그 땅의 권리를 물려받은 장자이며 장손인 나는 이 작은 불화가 고민스러웠다. 죽어 사십 년인데, 성이 다른데, 고모도 자식이 있는데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다 할 이유가 없었다.
오래전 잠든 이가 잠깐 일어나 봄볕 속에 여행을 하는 일이라든지, 손자들을 거두며 평생 함께 산 자식과 떨어져 남편 곁에 있고 싶다는 열망의 근원에 대해 거절할 자신이 없었다. 고모가 아니라고 한들 누구라도 그 땅에 묻힐 근사할 이유를 들고 온다면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죽고 사는 일이 잘 섞이는 것이야 말로 내세울 것 없는 한 가문의 더 없는 영광인데, 한때 땅위를 걷는 일만으로도 빛났던 사람이 묻힐 일에 덧없는 이유들이라니.
고모에게 기별을 넣었다. 언제든 그러하시라고. 봄볕이 시들기 전이면 더 좋겠다고, 당신 남편을 끌어안고 한번 다녀가시라고, 당신이 돌아올 자리도 내내 지키고 있겠노라고, 그깟 성이야 할머니도 숙모도 다르니 문제 될 것 없다고. 그러고 나니 그동안 별 쓸모도 없고 아버지 살았을 때 욕 듣는 방편으로나 쓰이던 장자나 장손이 은근히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해 동지로부터 백오일 째 되던 날, 광산 낙반사고로 죽어버린 사십 년 된 주검이 처가의 그늘로 돌아왔다. 흰 광목에 곱게 싸여 왔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는 그의 처는 시든 갈색 조릿대처럼 가끔 흔들렸으나 대체로 꼿꼿했다. 굴삭기가 땅을 판 자리 오동나무 새 옷을 입힌 그를 뉘고 우리는 물러나 절하고 잔을 부었다. 숙부들의 덧없는 이유도 다 끌어 모아 묻었다. 가끔 흐느끼는 고모를 끌어안고 당신이 돌아올 자리도 보여주며 축축한 눈가를 닦아 주기도 했다. 다섯 살 되던 해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죽음이 잠깐 동안 봄 여행을 마치고 병든 처를 기다려야 할 어둠 속으로 다시 돌아가던 아뜩한 한나절.
― 「이장移葬」 전문
엄마의 꽃밭 위로 날 저무네
음지의 호박잎이 저무는 해처럼 늙어가고
오지의 마을은 호박잎처럼 낡아가네
오가피 뿌리를 파내고
깨밭을 갈아엎고
상추며 실파며 무 대신
온갖 꽃을 심은 엄마의 꽃밭은
더 이상 늙기 싫은 당신 속내 같네
눈망울이 바다를 닮은 주워온 고양이는
마을에서 제일 어린 생명
제일 어린 것이 낡아가는 모든 것을
천천히 둘러보네
고양이는 짖지 않아서 좋고
늙은 엄마는 말이 없어서 좋네
또 한계절의 뜨거운 권태가 가고
가을이 오고 또 가을의 권태가 올 것이네
오래된 선풍기가 쇳소리 내며 돌아가는 저녁
출처를 알 수 없는 바람의 끝을 따라
한 고요가 다른 고요를 깨우며 점점 이슥해지는데
다만 습관 같은 이 적요寂寥만이
더 이상 낡을 줄을 모르네
― 「사양斜陽」 전문
목차
목차
제1부 이기적 유전자
팽목/ 심포리역/ 봄날은 안녕하다/ 이기적 유전자/ 종점식당/ 폐광지대/ 오래 두고 온 저녁/ 여기/ 통리/ 사끼야마/ 노선/ 이장移葬/ 철로변/ 장례희망
제2부 에콰도르
내밀內密/ 사양斜陽/ 그래도 그런 게 아니라는/ 꽃과 함께 아물다/ 시간의 속성/ 에콰도르/ 암전暗轉/ 문득/ 바람의 눈물/ 별리/ 예지의 능력이 깊어지는 밤/ 한로寒露/ 추석秋夕/ 지독한 문장
제3부 벼랑길
자화상/ 무너져 내리다/ 5억 원은 있어야 편안한 노년/ 벼랑길/ 영정사진 찍는 노인들/ 외 다수/ 하관下棺/ 배회하는 저녁/ 피항避港/ 갑골문甲骨文/ 불멸의 허밍/ 고종사촌 형/ 선로에 그녀를 밀어 버린 저 사람
제4부 단주후회
로드 킬/ 남도전언南道傳言/ 단주후회/ 이기의 발달사/ 사각死角지대/ 사력을 다해/ 쓰임에 대하여/ 죽변竹邊/ 사구砂丘를 지나다/ 자본주의적 약속/ 버려진 소파에 앉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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