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낭 풍물지
이병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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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와 인간의 관계에 질문을 던지다!
‘기록자로서의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병주의 작품 『예낭 풍물지』와 『철학적 살인』을 엮은 책. 1970년대 당시 이병주는 사회 제도, 특히 사법 제도와 맞부딪치며 소설로써 저항했는데, 두 작품에는 그러한 이병주 소설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사법 제도에 의해 삶이 파괴된 인물과 사법 제도에 반하여 자신의 철학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을 통해 법과 삶, 제도와 인간의 관계를 묻는다.
『예낭 풍물지』는 한국전쟁, 4ㆍ19혁명 등 한국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지나온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조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흐름을 막으려다 억울하게 징역살이한 주인공의 사연이 펼쳐진다. 아내를 농락한 이를 자신의 철학적 선택으로 직접 처벌하는 내용을 그린 『철학적 살인』은 부당한 법 집행과 그로 인해 몰락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법 제도가 인간의 추상적인 감정까지 정의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기록자로서의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병주의 작품 『예낭 풍물지』와 『철학적 살인』을 엮은 책. 1970년대 당시 이병주는 사회 제도, 특히 사법 제도와 맞부딪치며 소설로써 저항했는데, 두 작품에는 그러한 이병주 소설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사법 제도에 의해 삶이 파괴된 인물과 사법 제도에 반하여 자신의 철학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을 통해 법과 삶, 제도와 인간의 관계를 묻는다.
『예낭 풍물지』는 한국전쟁, 4ㆍ19혁명 등 한국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지나온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조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흐름을 막으려다 억울하게 징역살이한 주인공의 사연이 펼쳐진다. 아내를 농락한 이를 자신의 철학적 선택으로 직접 처벌하는 내용을 그린 『철학적 살인』은 부당한 법 집행과 그로 인해 몰락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법 제도가 인간의 추상적인 감정까지 정의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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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병주, 제도와 인간의 관계를 질문하다
근래 국민을 아연실색게 하는 노회찬 의원직 상실 사건이 일어났다. 법은 노회찬이 고발한 범죄보다 불법 도청한 자료를 공개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그에게 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그가 실명까지 거론하며 고발한 사람들은 혐의 없음으로 처리되거나 제대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 제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케 하는 사건이다.
사회 제도, 그중에서도 사법 제도는 엄격한 잣대로써 인간의 직접 행동을 규제하고 규범화한다. 이는 그만큼 사법 제도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직 상실 사건에서 보듯이 때론 제도는 비합리적인 면모를 비릿하게 드러내며 온 국민의 관심을 유발한다. 이병주 역시 법과 삶, 제도와 인간의 관계에 주목했다. 「예낭 풍물지」는 한국 전쟁, 4·19혁명 등 한국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지낸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다. 해방 후 좌익 세력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익이랄 것도 없는 이력을 지닌 주인공의 아버지까지 자기편으로 끌어들였고, 그로 인해 주인공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했다. 4·19혁명 직후 주인공은 유골 찾기 운동 참여를 권유 받아 아버지의 유골이라도 거둬 수습하겠다는 마음으로 조직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조직이 커지면서 정치적 색을 띠었고 주인공은 그에 대항하다 결국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조직의 정치적 이용을 막으려 되레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폐병에 걸려 더는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판단하에 5년 만에 출옥하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고향 예낭, 특히 상실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굴 도원동?의 만물을 면밀히 살핀다.
이 중편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화자가 비평하는 제도의 비합리성이다. 이병주는 화자의 입을 빌려"'법 앞에 만민은 평등하다.'는 말은 잠꼬대지만 '죽음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말은 진리다."라고 말한다. 이병주는 국민을 권력자와 비권력자로 양분하며,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인 법 제도가 실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대개는 권력자의 손을 들어준다고 진술한다. 권력과 비권력, 민족과 반민족, 좌익과 우익 등 세상을 양분하는 이분법적 개념에 속하길 거부하던 이병주는 그러나 세상은 여지없이 둘로 나뉘고 현실은 권력자를 위한다며 소설을 통해 역설한다. 그가 주목한 제도와 인간의 관계는 이렇듯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이었다.
현대에도 존재하는 카스트 제도
〈철학적 살인〉은 전도가 유망한 30대 중반 민태기가 전화 한 통을 받는 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화기 너머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내가 아내의 부정을 알려온다. 하필이면 부정의 상대가 민태기의 대학 시절 동창 고광식으로, 가난했던 민태기와 달리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민태기를 천민 보듯 보며 갖은 모략으로 망치려던 이다. 「예낭 풍물지」에서 보였던 세상을 양분하는 권력과 비권력의 구분은 이 작품 역시 공통된다. 애초에 권력자로 태어난 고광식은 호의호식하며 순조롭게 인생을 지냈고, 태생이 비권력자였던 민태기는 권력자가 되기 위해 갖은 멸시를 딛고 일어서려 하지만 결국 고광식의 방해로 순풍에 돛 단 듯 나아가던 삶이 제풀에 꺾이고 만다.
민태기와 고광식 사이에 형성된 관계는 1970년대의 사회 분위기와 몹시 흡사하다. 당시 박정희 정권에서는 권력자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지던 반면 비권력자는 철저하게 무너졌다.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개발, 정경 유착 그리고 굽은 허리 펼 사이도 없이 일했던 노동자의 삶이 그 증거다. 카스트 같은 세습적 계급 제도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것과 맞먹는 권력의 벽이 분명 존재했다. 민태기 또한 태생적 신분을 뛰어넘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자 했지만 결국 고광식으로 인하여 벽에 가로막히고 만다. 민태기가 윤리적·법적 우위의 개념으로 사랑을 설파하며 고광식이 아내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들을 용서하려 했지만 고광식은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염두에 두고 발을 뺄 뿐이었다. 결국 민태기는 자신의 철학적 신념으로 법 제도를 뛰어넘어 고광식을 처벌한다. 즉 살인한다.
법 제도의 한계, 해답은 인간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병주는 기록자로서의 소설가다. 그는 휘몰아치는 현대사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사회의 인간 군상을 묘사했다. 「예낭 풍물지」에서는 상실해버린 인간이 끌어안을 수 있는 만물을 그리며 풍물지라는 형식을 빌렸다.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 때문에 육체와 정신이 야윌 대로 야위어버린 사내가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상실해버린 마을 사람들 사이를 방황한다. 사내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부닥치며 비로소 희망 그 저변의 것을 찾는다. 「철학적 살인」에서는 법 제도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추상적 감정까지 정의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본문 속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결국 법이 세상 모든 범죄를 관할하지는 않으며, 곤경에 처한 인간 모두를 구제할 수 없다. 이렇듯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들은 인간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에 직면하며,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법 제도가 만들어내는 틈을 메울 수 있는 건 관계의 정의가 어려운 추상적 개념, 인간이 지닌 도의 등이다.
이병주가 소설 속에서 그린 인간과 사회는 우리의 어제이며 오늘이다. 법 제도, 권력에서 소외당해 비애감을 짙게 드리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오늘날 소시민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결국 해답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추상적으로는 인간은 법 제도로 메우지 못할 무엇을 갖고 있으며, 현실적으로는 제도를 만드는 이 또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소설을 통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직시하며, 오늘과 다를 미래를 꿈꾸며 변해야 할 것이다.
근래 국민을 아연실색게 하는 노회찬 의원직 상실 사건이 일어났다. 법은 노회찬이 고발한 범죄보다 불법 도청한 자료를 공개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그에게 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그가 실명까지 거론하며 고발한 사람들은 혐의 없음으로 처리되거나 제대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 제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케 하는 사건이다.
사회 제도, 그중에서도 사법 제도는 엄격한 잣대로써 인간의 직접 행동을 규제하고 규범화한다. 이는 그만큼 사법 제도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직 상실 사건에서 보듯이 때론 제도는 비합리적인 면모를 비릿하게 드러내며 온 국민의 관심을 유발한다. 이병주 역시 법과 삶, 제도와 인간의 관계에 주목했다. 「예낭 풍물지」는 한국 전쟁, 4·19혁명 등 한국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지낸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다. 해방 후 좌익 세력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익이랄 것도 없는 이력을 지닌 주인공의 아버지까지 자기편으로 끌어들였고, 그로 인해 주인공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했다. 4·19혁명 직후 주인공은 유골 찾기 운동 참여를 권유 받아 아버지의 유골이라도 거둬 수습하겠다는 마음으로 조직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조직이 커지면서 정치적 색을 띠었고 주인공은 그에 대항하다 결국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조직의 정치적 이용을 막으려 되레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폐병에 걸려 더는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판단하에 5년 만에 출옥하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고향 예낭, 특히 상실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굴 도원동?의 만물을 면밀히 살핀다.
이 중편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화자가 비평하는 제도의 비합리성이다. 이병주는 화자의 입을 빌려"'법 앞에 만민은 평등하다.'는 말은 잠꼬대지만 '죽음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말은 진리다."라고 말한다. 이병주는 국민을 권력자와 비권력자로 양분하며,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인 법 제도가 실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대개는 권력자의 손을 들어준다고 진술한다. 권력과 비권력, 민족과 반민족, 좌익과 우익 등 세상을 양분하는 이분법적 개념에 속하길 거부하던 이병주는 그러나 세상은 여지없이 둘로 나뉘고 현실은 권력자를 위한다며 소설을 통해 역설한다. 그가 주목한 제도와 인간의 관계는 이렇듯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이었다.
현대에도 존재하는 카스트 제도
〈철학적 살인〉은 전도가 유망한 30대 중반 민태기가 전화 한 통을 받는 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화기 너머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내가 아내의 부정을 알려온다. 하필이면 부정의 상대가 민태기의 대학 시절 동창 고광식으로, 가난했던 민태기와 달리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민태기를 천민 보듯 보며 갖은 모략으로 망치려던 이다. 「예낭 풍물지」에서 보였던 세상을 양분하는 권력과 비권력의 구분은 이 작품 역시 공통된다. 애초에 권력자로 태어난 고광식은 호의호식하며 순조롭게 인생을 지냈고, 태생이 비권력자였던 민태기는 권력자가 되기 위해 갖은 멸시를 딛고 일어서려 하지만 결국 고광식의 방해로 순풍에 돛 단 듯 나아가던 삶이 제풀에 꺾이고 만다.
민태기와 고광식 사이에 형성된 관계는 1970년대의 사회 분위기와 몹시 흡사하다. 당시 박정희 정권에서는 권력자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지던 반면 비권력자는 철저하게 무너졌다.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개발, 정경 유착 그리고 굽은 허리 펼 사이도 없이 일했던 노동자의 삶이 그 증거다. 카스트 같은 세습적 계급 제도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것과 맞먹는 권력의 벽이 분명 존재했다. 민태기 또한 태생적 신분을 뛰어넘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자 했지만 결국 고광식으로 인하여 벽에 가로막히고 만다. 민태기가 윤리적·법적 우위의 개념으로 사랑을 설파하며 고광식이 아내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들을 용서하려 했지만 고광식은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염두에 두고 발을 뺄 뿐이었다. 결국 민태기는 자신의 철학적 신념으로 법 제도를 뛰어넘어 고광식을 처벌한다. 즉 살인한다.
법 제도의 한계, 해답은 인간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병주는 기록자로서의 소설가다. 그는 휘몰아치는 현대사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사회의 인간 군상을 묘사했다. 「예낭 풍물지」에서는 상실해버린 인간이 끌어안을 수 있는 만물을 그리며 풍물지라는 형식을 빌렸다.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 때문에 육체와 정신이 야윌 대로 야위어버린 사내가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상실해버린 마을 사람들 사이를 방황한다. 사내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부닥치며 비로소 희망 그 저변의 것을 찾는다. 「철학적 살인」에서는 법 제도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추상적 감정까지 정의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본문 속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결국 법이 세상 모든 범죄를 관할하지는 않으며, 곤경에 처한 인간 모두를 구제할 수 없다. 이렇듯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들은 인간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에 직면하며,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법 제도가 만들어내는 틈을 메울 수 있는 건 관계의 정의가 어려운 추상적 개념, 인간이 지닌 도의 등이다.
이병주가 소설 속에서 그린 인간과 사회는 우리의 어제이며 오늘이다. 법 제도, 권력에서 소외당해 비애감을 짙게 드리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오늘날 소시민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결국 해답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추상적으로는 인간은 법 제도로 메우지 못할 무엇을 갖고 있으며, 현실적으로는 제도를 만드는 이 또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소설을 통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직시하며, 오늘과 다를 미래를 꿈꾸며 변해야 할 것이다.
목차
목차
예낭 풍물지
철학적 살인
작가 연보
철학적 살인
작가 연보
저자
저자
이병주
저자 이병주는 1921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하였다. 일본 메이지대학 문예과와 와세다대학 불문과에서 수학했으며, 진주농과대학과 해인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부산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지냈다. 마흔네 살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92년 타계하기까지 27년 동안 한 달 평균 1만여 매를 써내는 초인적인 집필활동으로 80여 권의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끊이지 않는 작품 활동을 해 오는 동안 1977년 중편 『낙엽』, 『망명의 늪』으로 한국문학작가상과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84년엔 장편 『비창』으로 한국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08년에는 그의 출생지인 경남 하동군에 '이병주 문학관'이 개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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