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마렵다(양장본 HardCover)
최정연 시집
Regular price
$11.24
Sale price
Regular price
✈️
Estimated delivery date 예상 배송일
Standard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8-12 영업일
Express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6-8 영업일
삶의 시간을 다시 구성하는 시편들!
최정연 시인의 첫 번째 시집『시가 마렵다』. 2011년 《시에》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이번 시집은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장면들을 엮고, 이를 다시 반성하면서 그 의미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구성된 시편들을 담고 있다. 미래를 기다리면서 기억을 가동하고 시적인 시간을 살고자하는 내용을 그린 ‘숯가마 찜질방’, ‘구룡령 옛길에서 속도를 잃다’, ‘젊은 날의 슬픈 이정표 같은’, ‘종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마흔’, ‘달이 강을 건넌다’, ‘역으로 간다’ 등의 시편으로 모두 4부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최정연 시인의 첫 번째 시집『시가 마렵다』. 2011년 《시에》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이번 시집은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장면들을 엮고, 이를 다시 반성하면서 그 의미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구성된 시편들을 담고 있다. 미래를 기다리면서 기억을 가동하고 시적인 시간을 살고자하는 내용을 그린 ‘숯가마 찜질방’, ‘구룡령 옛길에서 속도를 잃다’, ‘젊은 날의 슬픈 이정표 같은’, ‘종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마흔’, ‘달이 강을 건넌다’, ‘역으로 간다’ 등의 시편으로 모두 4부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기억에 스며들어 생생하게 다시 태어나는 미래
최정연 시인의 첫 시집 「시가 마렵다」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크로노스적인 시간이 강요되는 사회로부터 한 발 물러나서, 삶의 시간을 다시 구성하는 시들로 짜여있다. 지나온 시간을 회억(回憶)하면서 떠오르는 장면들을 기워내고, 이를 다시 반성하면서 그 의미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구성된 시들을 찾아볼 수 있다. 크로노스적인 시간에 맞춘 삶에서의 미래란 예측되고 예정되어 있다. 이 시간에서 현재는 그 미래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판가름되는 시간이 된다. 이때 과거는 극복되어야 할 시간일 뿐이다. 하지만 시적인 시간에서 미래는 예측될 수 없으며, 미래는 과거에 침잠하고 기억함으로써 돌연히 나타날 수 있다. 크로노스적인 시간에 의해 배제된 과거의 기억들을 기억을 통해 섬세하게 복원하면서 이 기억에 스며들어갈 때 어떤 행복을 품은 이미지가 미래에서 다가오기 시작할 것이다.
최정연 시인은 기억하기를 시작(詩作)의 주요한 동기로 삼고 있다. 미래를 기다리면서 기억을 가동하고 시적인 시간을 살고자 한다.
나는 파다한 세상의 뒤안길에 쪼그리고 앉아/기다리는 법 배우고 있다/내 볼기짝 수도 없이 때리고 가는/물결과 물소리/버거운 몸 수심 깊이 물살에 부대끼고/고기떼에 가슴 한곳 뜯겨가며 수도(修道) 중이다/물속에 나를 가두고 젖어있는 동안/수밀도의 흰 속살처럼 달이 뜨고/얼마나 많은 햇살이 내 젖은 가슴을 건너갔을까/기다릴 줄 아는 삶은/노을에 잠시 나를 물들이는 것과 같아/푸른 이끼로 돋아난 시간의 정원 속으로/미끄러지듯 또?하루가 저물고/나는 기억의 바퀴를 달고/너에게로,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다 ―「징검다리」 전문
시인은 "세상의 뒤안길"에 자신의 삶을 살아갈 자리를 선택한다. 그는 크로노스적인 시간에 맞추어 쫓기듯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물러나 뒤안길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인가를 기다리려고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일은 "물속에 나를 가두고 젖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다리기 위해선 "물살에 부대끼"거나 "고기떼에 가슴 한곳 뜯겨"야 하는 고난을 겪어야 한다. 시인은 이러한 고난을 견디면서 "기다릴 줄 아는 삶"을 살고자 한다. 시인의 기다림은 '너'에 대해 기억하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너'를 기억함은 "푸른 이끼로 돋아난 시간의 정원 속으로/미끄러지"는 것이다. 즉 크로노스적인 시간에 저항하면서 '너'를 기억하는 시간이란 "푸른 이끼"의 시간, '정원'과 같은 시간이다. 시인이 자신을 노을에 물들이면서 기억을 통해 도달하게 되는 그 시간에서는, "수밀도의 흰 속살처럼" 은은하면서도 풍만한 시간―달―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시인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시편들 중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기억과 그리움을 표현한 시편들이 주목된다. "마을 뒷산 당산나무/그 아래 아부지 묻었다/그해 젊은 청년 몇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당산나무」)거나 새벽까지 여름 장맛비가 내리는 날, "갑자기 내린 폭우로" 집이 물에 잠겼을 때 시인은 아버지가 "우리를 목마 태우고 어둠을 가시덤불마냥 더듬으며/뒷집으로 피난시"(「젖은 풍경이 흔들린다」)켰던 과거의 기억들을 재생시켜 지금 여기에 생생한 시를 풀어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삶의 아랫목을 마련해준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버지 없이 지내야 했던 삶이 별로 따스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 테다. 그래서 '아버지의 목마'에 대한 기억 자체가 아버지의 상실을 재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달빛이 지나간 자리에 얼마나 많은 꽃들이 피었던가?/지난밤 라일락 향기에 취해 운명이 질식사 했다/나는 그것을 달빛 탓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관계」 부분
우리는 믿음이 깨졌을 때 상처 입는다. 어떤 깨짐, 찢어짐에 의해 상처가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계가 수밀도의 달빛처럼 충만하고 영원하다는 것을 믿었던 시인에게 "스스로를 난파해 이지러"지는 달빛에 의해 관계의 붕괴가 '쓰나미'처럼 몰려왔을 때, 시인은 상처 입었을 것이다.
시인은 달빛의 "저 푸른 혈맥들이 조각조각 나를 꿰매고" 갔기에 "달빛은 나를 빚"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많은 꽃들이 피었"다고 한다. 하지만 저 이지러진 달빛이 풍기는 "라일락 향기에 취해 운명이 질식사"한 밤 이후에는, "심장은 뛰는데 나는 죽"은 상태에 들어갔다고 한다. 시인은 현재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시인은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세상의 모오든 달빛을 불러 모으"려고 한다. 고요한 달빛뿐만 아니라 이지러진 달빛 역시 불러 모으고는 그 빛을 "한 올 한 올 풀어" 바다를 수놓고자 하는 것이다.
시인은 낙화하면서 현현하는 걸 '꽃들의 화음(和音)'이라고 이름 붙인다. 꽃들은 떨어지면서도 "필사적으로 서로를 부둥켜안고 사투를 벌이지 않"으며 "소멸되는 순간까지/소리를 모아 다소곳이 화음(花陰) 아래 눕는다"(「화음(花陰) 절벽」)는 것이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면서도 두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소멸을 맞이하는 꽃은 진정한 자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고 한다. 소멸은 생이 무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생은 소멸을 통과하여 또 다른 무엇으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화사 가는 길//전봇줄 위에 새들이 앉아있다//꽃들이 군림하는 길가//누군가 쉬었다 간 정거장//엉덩이 자국 문신마냥 새겨져 있다//수많은 벌레의 주검//걷고 또 걷는 이 길 위//바람은 낮술에 취해 비틀거린다//붉은 승복을 입고//절 입구까지 마중 나온 잠자리떼//아미타불 몸속에서//나는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까//언문에 이르는 길 멀기도 하여//나는 그의 몸을 빌려//다시 태어나려 하는가
―「시가 마렵다」 전문
소멸의 장소는 바로 '아미타불 몸속'인 것, 즉 낙화한 꽃이 봄이 되면 다시 태어나듯이 시인이 종점에 다다르려고 하는 것은 아미타불의 "몸을 빌려/다시 태어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시인은 길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 저 아미타불의 세계에로 접근하고, 떨어지는 꽃잎이 드러내는 찰나의 상처들을 받아 적는 시 쓰기를 행한다. 그래서 시인의 몸이 시를 배설하고 싶다는 거의 생리적이라고 할 욕구에 사로잡히자, "나는 그의 몸을 빌려/다시 태어나려 하는가"라고 자문한다. 시인에게 시 쓰기란 이렇듯 소멸을 통과하면서 아미타불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나는 뜨거운 작업이 아니겠는가.
최정연 시집 『시가 마렵다』약평
최정연의 시편들은 자연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그 씨앗들은 지나간 날들을 반추하며 현재의 나를 간직한다. "아미타불 몸속에서//나는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까" 자문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만의 세상을 낳기 위한 시 쓰기는 결국 시가 마려운 작금의 경지를 넘어, 자신도 어찌할 도리가 없이 터져 나올 생명의 시를 거두기 위함 아니겠는가. _유승도(시인)
최정연의 시를 읽는 순간, 우리는 일종의 '프루스트적 순간'을 경험한다. 그것은 나와 의미를 맺지 못하고 시선의 뒤편으로 물러났던 것들, 가령 북적이는 기차역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버려진 '폐타이어', 또는 '족발' 한 점과 '부추전'처럼 일상의 모든 것들이 무한대의 의미로 한없이 부풀려지는 순간이다. 신기한 것은 이 무한대의 부풀려짐 속에서 '나'라는 존재들, 즉 거친 세상의 면과 맞닿은 채 닳아 없어져만 가는 슬픔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이 세상의 주체들 역시 '의미'안으로 뒤섞인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마치 "따끈따끈한 봉분 옆에서 사람들은 따끈한 국밥을 먹는" 것처럼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채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_남승원(문학평론가)
최정연 시인의 첫 시집 「시가 마렵다」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크로노스적인 시간이 강요되는 사회로부터 한 발 물러나서, 삶의 시간을 다시 구성하는 시들로 짜여있다. 지나온 시간을 회억(回憶)하면서 떠오르는 장면들을 기워내고, 이를 다시 반성하면서 그 의미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구성된 시들을 찾아볼 수 있다. 크로노스적인 시간에 맞춘 삶에서의 미래란 예측되고 예정되어 있다. 이 시간에서 현재는 그 미래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판가름되는 시간이 된다. 이때 과거는 극복되어야 할 시간일 뿐이다. 하지만 시적인 시간에서 미래는 예측될 수 없으며, 미래는 과거에 침잠하고 기억함으로써 돌연히 나타날 수 있다. 크로노스적인 시간에 의해 배제된 과거의 기억들을 기억을 통해 섬세하게 복원하면서 이 기억에 스며들어갈 때 어떤 행복을 품은 이미지가 미래에서 다가오기 시작할 것이다.
최정연 시인은 기억하기를 시작(詩作)의 주요한 동기로 삼고 있다. 미래를 기다리면서 기억을 가동하고 시적인 시간을 살고자 한다.
나는 파다한 세상의 뒤안길에 쪼그리고 앉아/기다리는 법 배우고 있다/내 볼기짝 수도 없이 때리고 가는/물결과 물소리/버거운 몸 수심 깊이 물살에 부대끼고/고기떼에 가슴 한곳 뜯겨가며 수도(修道) 중이다/물속에 나를 가두고 젖어있는 동안/수밀도의 흰 속살처럼 달이 뜨고/얼마나 많은 햇살이 내 젖은 가슴을 건너갔을까/기다릴 줄 아는 삶은/노을에 잠시 나를 물들이는 것과 같아/푸른 이끼로 돋아난 시간의 정원 속으로/미끄러지듯 또?하루가 저물고/나는 기억의 바퀴를 달고/너에게로,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다 ―「징검다리」 전문
시인은 "세상의 뒤안길"에 자신의 삶을 살아갈 자리를 선택한다. 그는 크로노스적인 시간에 맞추어 쫓기듯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물러나 뒤안길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인가를 기다리려고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일은 "물속에 나를 가두고 젖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다리기 위해선 "물살에 부대끼"거나 "고기떼에 가슴 한곳 뜯겨"야 하는 고난을 겪어야 한다. 시인은 이러한 고난을 견디면서 "기다릴 줄 아는 삶"을 살고자 한다. 시인의 기다림은 '너'에 대해 기억하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너'를 기억함은 "푸른 이끼로 돋아난 시간의 정원 속으로/미끄러지"는 것이다. 즉 크로노스적인 시간에 저항하면서 '너'를 기억하는 시간이란 "푸른 이끼"의 시간, '정원'과 같은 시간이다. 시인이 자신을 노을에 물들이면서 기억을 통해 도달하게 되는 그 시간에서는, "수밀도의 흰 속살처럼" 은은하면서도 풍만한 시간―달―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시인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시편들 중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기억과 그리움을 표현한 시편들이 주목된다. "마을 뒷산 당산나무/그 아래 아부지 묻었다/그해 젊은 청년 몇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당산나무」)거나 새벽까지 여름 장맛비가 내리는 날, "갑자기 내린 폭우로" 집이 물에 잠겼을 때 시인은 아버지가 "우리를 목마 태우고 어둠을 가시덤불마냥 더듬으며/뒷집으로 피난시"(「젖은 풍경이 흔들린다」)켰던 과거의 기억들을 재생시켜 지금 여기에 생생한 시를 풀어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삶의 아랫목을 마련해준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버지 없이 지내야 했던 삶이 별로 따스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 테다. 그래서 '아버지의 목마'에 대한 기억 자체가 아버지의 상실을 재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달빛이 지나간 자리에 얼마나 많은 꽃들이 피었던가?/지난밤 라일락 향기에 취해 운명이 질식사 했다/나는 그것을 달빛 탓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관계」 부분
우리는 믿음이 깨졌을 때 상처 입는다. 어떤 깨짐, 찢어짐에 의해 상처가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계가 수밀도의 달빛처럼 충만하고 영원하다는 것을 믿었던 시인에게 "스스로를 난파해 이지러"지는 달빛에 의해 관계의 붕괴가 '쓰나미'처럼 몰려왔을 때, 시인은 상처 입었을 것이다.
시인은 달빛의 "저 푸른 혈맥들이 조각조각 나를 꿰매고" 갔기에 "달빛은 나를 빚"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많은 꽃들이 피었"다고 한다. 하지만 저 이지러진 달빛이 풍기는 "라일락 향기에 취해 운명이 질식사"한 밤 이후에는, "심장은 뛰는데 나는 죽"은 상태에 들어갔다고 한다. 시인은 현재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시인은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세상의 모오든 달빛을 불러 모으"려고 한다. 고요한 달빛뿐만 아니라 이지러진 달빛 역시 불러 모으고는 그 빛을 "한 올 한 올 풀어" 바다를 수놓고자 하는 것이다.
시인은 낙화하면서 현현하는 걸 '꽃들의 화음(和音)'이라고 이름 붙인다. 꽃들은 떨어지면서도 "필사적으로 서로를 부둥켜안고 사투를 벌이지 않"으며 "소멸되는 순간까지/소리를 모아 다소곳이 화음(花陰) 아래 눕는다"(「화음(花陰) 절벽」)는 것이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면서도 두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소멸을 맞이하는 꽃은 진정한 자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고 한다. 소멸은 생이 무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생은 소멸을 통과하여 또 다른 무엇으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화사 가는 길//전봇줄 위에 새들이 앉아있다//꽃들이 군림하는 길가//누군가 쉬었다 간 정거장//엉덩이 자국 문신마냥 새겨져 있다//수많은 벌레의 주검//걷고 또 걷는 이 길 위//바람은 낮술에 취해 비틀거린다//붉은 승복을 입고//절 입구까지 마중 나온 잠자리떼//아미타불 몸속에서//나는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까//언문에 이르는 길 멀기도 하여//나는 그의 몸을 빌려//다시 태어나려 하는가
―「시가 마렵다」 전문
소멸의 장소는 바로 '아미타불 몸속'인 것, 즉 낙화한 꽃이 봄이 되면 다시 태어나듯이 시인이 종점에 다다르려고 하는 것은 아미타불의 "몸을 빌려/다시 태어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시인은 길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 저 아미타불의 세계에로 접근하고, 떨어지는 꽃잎이 드러내는 찰나의 상처들을 받아 적는 시 쓰기를 행한다. 그래서 시인의 몸이 시를 배설하고 싶다는 거의 생리적이라고 할 욕구에 사로잡히자, "나는 그의 몸을 빌려/다시 태어나려 하는가"라고 자문한다. 시인에게 시 쓰기란 이렇듯 소멸을 통과하면서 아미타불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나는 뜨거운 작업이 아니겠는가.
최정연 시집 『시가 마렵다』약평
최정연의 시편들은 자연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그 씨앗들은 지나간 날들을 반추하며 현재의 나를 간직한다. "아미타불 몸속에서//나는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까" 자문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만의 세상을 낳기 위한 시 쓰기는 결국 시가 마려운 작금의 경지를 넘어, 자신도 어찌할 도리가 없이 터져 나올 생명의 시를 거두기 위함 아니겠는가. _유승도(시인)
최정연의 시를 읽는 순간, 우리는 일종의 '프루스트적 순간'을 경험한다. 그것은 나와 의미를 맺지 못하고 시선의 뒤편으로 물러났던 것들, 가령 북적이는 기차역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버려진 '폐타이어', 또는 '족발' 한 점과 '부추전'처럼 일상의 모든 것들이 무한대의 의미로 한없이 부풀려지는 순간이다. 신기한 것은 이 무한대의 부풀려짐 속에서 '나'라는 존재들, 즉 거친 세상의 면과 맞닿은 채 닳아 없어져만 가는 슬픔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이 세상의 주체들 역시 '의미'안으로 뒤섞인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마치 "따끈따끈한 봉분 옆에서 사람들은 따끈한 국밥을 먹는" 것처럼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채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_남승원(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제1부
화음(花陰) 절벽
초록으로 사는 내력
폭설과 탱고
이곳에 와서 배운다
꽃, 온전한 낙화
통증
어스름 방
시가 마렵다
숯가마 찜질방
수련(睡蓮)
구룡령 옛길엑서 속도를 잃다
청단풍 아래 오래 서서
늙음을 표절하다
새는 길을 묻지 않는다
지는 꽃에도 비유가 있다
제2부
당산나무
불후의 여백
족발을 먹다가
그는 역 옆에 살았다
백일몽
빨래 너는 여자
콩나물에게
관계
자장면
끝
젊은 날의 슬픈 이정표 같은
아버지를 따라갔다
젖은 풍경이 흔들린다
아홉 살 인생
제3부
고독한 여자
여름
흑백사진
종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핑크 여자
흰 적막
아무도 그녀를 웰빙하려 하지 ?았다
말의 몰락
포궁의 언덕
액세서리 노점상 앞을 지나가다가
꽃게, 꽃개야
궁금하다
마흔
사주보기
분화구
제4부
달이 강을 건넌다
징검다리
사처가 아물 때
아둠의 살결
신생의 울음
가을날이었어요
부석사
시리우스
수타사에서
새벽에 깨어나 파블로 네루다 시와 만나다
역으로 간다
봄
봄을 달리다
폭포
네게로 가는 길
해설
시인의 말
화음(花陰) 절벽
초록으로 사는 내력
폭설과 탱고
이곳에 와서 배운다
꽃, 온전한 낙화
통증
어스름 방
시가 마렵다
숯가마 찜질방
수련(睡蓮)
구룡령 옛길엑서 속도를 잃다
청단풍 아래 오래 서서
늙음을 표절하다
새는 길을 묻지 않는다
지는 꽃에도 비유가 있다
제2부
당산나무
불후의 여백
족발을 먹다가
그는 역 옆에 살았다
백일몽
빨래 너는 여자
콩나물에게
관계
자장면
끝
젊은 날의 슬픈 이정표 같은
아버지를 따라갔다
젖은 풍경이 흔들린다
아홉 살 인생
제3부
고독한 여자
여름
흑백사진
종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핑크 여자
흰 적막
아무도 그녀를 웰빙하려 하지 ?았다
말의 몰락
포궁의 언덕
액세서리 노점상 앞을 지나가다가
꽃게, 꽃개야
궁금하다
마흔
사주보기
분화구
제4부
달이 강을 건넌다
징검다리
사처가 아물 때
아둠의 살결
신생의 울음
가을날이었어요
부석사
시리우스
수타사에서
새벽에 깨어나 파블로 네루다 시와 만나다
역으로 간다
봄
봄을 달리다
폭포
네게로 가는 길
해설
시인의 말
저자
저자
최정연
저자 최정연은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2011년 『시에』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Payment & Security
Payment methods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