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그림자
이상훈 시집
『나팔꽃 그림자』는 이상훈 시인의 시집이다. 그의 시에는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꽃들이 피어나는 들판,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의 터전이 주된 배경이 된다. 시인은 아이들, 자연, 사람들의 풍경을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로 빚어내고 있다. ‘우산재’, ‘홍시 하나’, ‘단풍 하나’, ‘소망 하나에 엄마를 담아’, ‘산수유’, ‘봄날 새벽’ 등 다수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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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상훈 시인의 첫 시집 『나팔꽃 그림자』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상훈 시인은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쳐왔으며 4년 반 전교조 해직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년 동안 상주들문학회, 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상훈 시인의 시에는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꽃들이 피어나는 들판,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의 터전이 주된 배경이 된다. 학교, 자연, 인간이 이상훈 시의 화두요, 삼위일체적 시경이다. 그는 평생 교단을 지키고, 들판의 꽃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의미를 천착했다. 즉 그의 생의 지평은 교단과 자연과 일상이었다. 그 속에서 시인은 생의 존재론적 가치와 시의 미적 가치를 추구했다. 그런 점에서 학생과 풀꽃은 그를 가르친 평생교사였으며, 사람들은 영원한 생의 동반자였다. 이러한 삼위일체적 시경이 한 폭의 풍경화로 피어난 것이 『나팔꽃 그림자』다.
1부에서는 교사시인으로서 아이들과 함께한 체험들을 형상화한 일종의 교단시이고, 교육현장시이다. 시인은 일찍이 참교육을 실천했던 '참교사'였고, 지금도 교단에 서 있는 일선 교사이다. 교육현장에서 겪었던 일화들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꿈과 절망, 기쁨과 슬픔을 휴머니즘의 시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도권 교육으로 신음하는 아이들의 고통과 문제점을 참교사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다!/아이 미치겠어/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최고인 세상에서/군대식 질서를 배우고
교복으로 고삐를 매어/공부 못하는 너희들은/제발 사고나 치지 마라, 워워/순한 양떼처럼 공부 공부를 씹으며/너는 너, 나는 나/그렇게 외로운 땅에/나팔꽃 덩굴처럼/서럽게 서럽게 얼마를 더 기어야/꽃을 피울까?//뜨거운 햇볕 때문에/말문을 닫은 꽃들은/시원한 교실에서조차/말문을 닫고 사는 너희들을/이해하지 못한다/쬐끄만 것들이 말이 많아/잔소리 말고 시키는 대로만 해/아무리 떠들어도/영글지 못하는 너희들의 언어인데/막상 들어야 할 사람들 앞에서는 떠들지도 못하는 너희들이/신나는 땅에서/신나는 나팔소리/언제나 울리게 될까?//나팔꽃 그림자 진/서러운 교실이여
―「나팔꽃 그림자」 부분
시인은 나팔꽃의 그림자를 분명히 보고 있다. 나팔꽃처럼 피어나야 할 아이들이 제도권 교육에 짓눌려, 꽃을 피우지 못하고, 나팔소리도 낼 수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시각은 「강」에서도 발견된다. "아이들은 언제나/방정식을 풀고/부정사를 배우고/방정식으로 바쁘고/부정사로 바쁘다/못난 녀석들은/닫힌 가슴을 더욱 여미고/거기에 빗장을 건다". 그렇게 닫힌 문은 끝내 '단절의 늪'이 되는 것이다. 단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아이들을 시인은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시인은 할 일이 없다. 단지 "지식 팔이" 교사로 남아있던 그는 이제 교단에서 쫓겨나, 학교 주변의 노점상으로 전전한다. "어제 지식을 팔던 그 교실, 그 교문 앞에서/오늘은 참교육 물품을" 팔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선생님, 언제 돌아오세요" 매달리며, "죄인인 양" "고개를 숙인 채 훔쳐만 보고 서 있다".(「참교육 장터」) 이런 무기력한 교사로서의 자화상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에게 희망은 아이들뿐이다. 시인은 교사로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따뜻하고,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 모두가 시인에게는 "꽃봉오리이고, 나무줄기고,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다. 그만큼 그에게 소중한 벗이고, 희망이고, 영원한 대상이다. 하여 시인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호명하여, 예쁜 꽃말을 지어준다. 순수하고, 소박했던 '정은'이는 찔레꽃이 되었고(「찔레꽃 하나」), 늘 꿈을 꾸던 '찬미'는 해바라기가 되었으며(「해바라기」), 심지가 곧던 '미경'이는 수선화가 되었다.(「수선화」)
이러한 명명법에는 동시적 상상력이 작동하고 있다. 아이들의 모습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동심의 세계로 그려내는 것이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시선에서 대상을 바라다보는 일, 그것이 바로 동시적 상상력이다. 맑고 투명한 동심의 세계, 그러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볼 때, 그들은 모두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이상훈 시에서 '참교사'로서 '참교육'을 실천하는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이 시대의 스승의 초상화가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따라서 그의 시는 언어로 그린 아름다운 초상화인 것이다.
2부는 말 그대로 시인의 자연관이 잘 드러나는 시편이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세계관이 잘 드러난 시들이다. 그의 자연관은 주로 꽃 이미지를 통하여 구체화된다. 꽃을 통한 자연관의 표출은 대체로 의인화의 기법을 통하여 실현된다. 꽃을 객관적, 심미적 대상으로 관조하지 않고,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생명체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속으로 끌어들여, 인간적 의미로 채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작동되는 상상력이 바로 우주적 상상력이다.
꽃은/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다/천둥이 울어도 귀를 막지 않는다/(중략)/그 위에 천둥빛 별들의 노래/나비들의 춤이 어우러져/비로소 세상의/작은 향기 하나 된다는 것을 안다
―「꽃」 부분
3부는 삶의 현장에서 겪는 일상적 체험과 시인의 인생관이 형상화된 작품이다. 무엇보다 시인의 가족사적 풍경들이 자주 펼쳐진다. 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유년기의 추억들이 연작시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그 가족사적 파노라마에도 휴머니즘적 인간애가 형상화된다.
할매 옆에는/늘 화로 하나 있어/짚을 태워도 남는 재는/따스한 체온으로 모인다//모여있어 꺼지지 않는 불씨로/가슴을 데워두고/사람들이 다가와/차가운 손 내미는 계절이면/더욱 불을 피워/화산보다 뜨거운 열정으로/살아난다
―「화로」 부분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던 할머니의 모습에서 시인은 참다운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그리하여 시인에게 할머니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난로의 불빛으로 남아있다. 그 불빛은 모든 인간에게 비춰주는 휴머니즘의 불빛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휴머니즘의 불빛을 지키기 위하여 시인은 "눈을 감고/입을 다물고/손을 모으고 모아" "욕심을 떨치고" "다른 이들을 위하여"(「기도」) 기도하고 있다.
사람 뒤에는 사람이 서야 배경이 되는기라/많아야 힘이고 높아야 힘인기라/까짓 무지랭이들 배경이라도 좋아야지//가운데 자리 두 개는 비와나라 잉
―「배경」 부분
배경, 세칭 '빽'이 좋아야 출세할 수 있다는 세속적 가치관이 풍미하는 세상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의식, 현실인식이 그의 휴머니즘 사상을 만나 더욱 빛난다. 현실인식 없는 휴머니즘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현장에 밀착된 사실주의적 휴머니즘이야말로 진정성 있는 참된 휴머니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훈 시는 사실주의적 휴머니즘의 시다.
이상훈 시집 『나팔꽃 그림자』약평
선생님과 가끔 만난 상주의 들은 남으로 더 넓게 강을 끼고 흐르고 있었습니다. 텃밭에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모종을 가꾸고 저만치 푸른 소나무도 한 그루 심으셨더군요. 동구 밖에는 커다란 당나무가 있었는데 온갖 새들이 날아와 울고 갔댔지요? 이 가을엔 다시 곱게 물든 산천의 단풍을 굽어보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선생님의 뜰에 알알이 반짝이는 바람들이 부럽습니다. 아이들에게 끝없이 닿아가는 선생님의 시심에 작은 손뼉 하나 보냅니다. 선생님의 고스란 삶과 고단한 참교육의 역정에 우러러 긴 고개 숙입니다. _김두년(시인)
언제나 쾌활한 웃음으로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주셨던 선생님께서 틈틈이 들문학회를 통해 발표해온 시를 묶어 『나팔꽃 그림자』를 출간하시게 됨을 축하드립니다. 오랜 교육 철학이 담뿍 배어있는 이 시들을 읽고 느끼는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것 하나만은 알고 있습니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 슬픔을 나누면 절반, 또 그것을 나누면 희망이 된다는 것을요. 아이들과,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나팔꽃 그림자』가 나팔꽃 줄기처럼 희망이라는 담벼락을 타고 온 세상으로 널리 널리 뻗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_류예지(1995년 용궁중학교 제자)
7년 전 15살 때 처음으로 거벙이를 만났다. 거벙이는 동그란 안경에,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고, 한 손에는 국어책을, 다른 한 손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꿀단지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 피고 지는 어리고 여린 꽃들을 보다듬는 거벙이는 아이들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꿀단지에 있는 꿈, 사랑, 믿음, 행복, 용기를 나눠주었고, 나는 그 꿀단지에서 '시'도 꺼내 읽었다. 거벙이의 시는 꽃밭 같다. 나를, 우리를 꽃으로 만들었던 거벙이는 시도 꽃으로 만든다. 나는 이제 나만의 이름을 가진 꽃이 되어, 거벙이가 만든 또 다른 꽃밭에서 꽃집을 읽는다. _정영미(2007년 상주여중 제자)
목차
목차
우산재·11/강·12/학교·14/시골 운동장·16/만남·18/나팔꽃 그림자·20/소풍 가는 버스 안에서·23/참교육 장터·24/아름다운 동행·26/홍시 하나·28/찔레꽃 하나·30/산다는 것·31/연필·32/나뭇가지·33/복숭아 빛깔·34/단풍 하나·35/나무·36/감꽃·38/얼굴·39/옹달샘·40/수선화처럼·42/해바라기·43/반지·44/엄마·46/소망 하나에 엄마를 담아·48/조약돌·50
제2부
제비꽃 하나·53/꽃·54/수선화·56/꽃마리·58/민들레·59/산수유·60/진달래·62/개나리·63/난·64/개망초·65/봄날 새벽·66/새벽을 열면·67/소리·68/괴불주머니·70/나락·71/씨앗, 그 여물어가는 삶·72/단풍·74/늦가을 단상·75/초겨울·76
제3부
배경·81/아버지 1·82/아버지 2·84/아버지 3·85/낙동강·86/돈호법 인생·88/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90/산벚나무도·92/은척 갈라만 우예 가여·93/끄트머리·94/기도·95/반달빛 웃음 한 자락으로·96/이별·98/엔터(Enter)·100/화로·102/장날·103/명주·104/묘사·106/비 내리는 바닷가에 서면·108/갈선대·109/그들 앞에서·110
해설·113
시인의 말·135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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