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맞추어 둥둥둥(한비시선 35)(반양장)
권영주 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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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인 동심이 묻어나요!
고등학교 국어 교사를 역임한 시인 권영주의 『발 맞추어 둥둥둥』. 문예지 '한비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온 저자가 본격적으로 동시를 쓴지 4년만에 펴내는 첫 번째 동시집입니다.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 행복과 사랑, 그리고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을 반복하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누리면서 상상력을 키워 창의적으로 사고하도록 인도합니다.
어른이 되었을 때 타인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어 창조함으로써 세상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성장하도록 이끕니다. 타인을 인정하고 포용하고 배려하고 협력하며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태도도 기르게 해줍니다. 아울러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현실의 무모한 어른들을 꾸짖습니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지침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림 작가 인선애의 개성 넘치는 그림을 함께 담았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를 역임한 시인 권영주의 『발 맞추어 둥둥둥』. 문예지 '한비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온 저자가 본격적으로 동시를 쓴지 4년만에 펴내는 첫 번째 동시집입니다.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 행복과 사랑, 그리고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을 반복하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누리면서 상상력을 키워 창의적으로 사고하도록 인도합니다.
어른이 되었을 때 타인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어 창조함으로써 세상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성장하도록 이끕니다. 타인을 인정하고 포용하고 배려하고 협력하며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태도도 기르게 해줍니다. 아울러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현실의 무모한 어른들을 꾸짖습니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지침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림 작가 인선애의 개성 넘치는 그림을 함께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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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권영주 시인은 고교 국어교사를 역임하고, 최춘해 아동문학 교실과 한비문예창작대학에서 동시를 공부하여 본격적으로 동시를 쓴지 4년 만에 이번에 동시집<발맞추어 둥둥둥>을 발간하였다. 권영주 시인의 동시는 아이들의 때 묻지 않는 눈에 담겨지는 것들을 신선하고 발칙한 상상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즐겁고 행복하게 쓴 시편들이다. 아이들의 생각과 꿈 그리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행복과 즐거움을 <발 맞추어 둥둥둥>은 들려주고 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아이들을 어른으로 만들어 가는 현실의 무모한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들려주고 있는 권영주 시인의 이번 동시집 <발맞추어 둥둥둥>은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전하는 간곡한 희망의 마음으로 전해져 아이들을 아이들로 이해하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시인의 말>
어린 친구들에게
나는 여러분의 친구입니다. 그래서 어린 치구들과 같이 놀고 소통하기 위해서 시를 씁니다. 시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와 행복과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나 아닌 남을 인정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하려 합니다. 성장에 필요한 걱정과 슬픔도 같이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서로 협력하며 더불어 살아야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끼리만 잘 살면 되는 것이 아니고, 동물, 식물, 땅, 돌조각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발맞추어 둥둥둥>을 통해, 나는 무엇보다 여러분의 상상력을 키워서 창의적 사고를 하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장차 어른이 되었을 때,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어 창조함으로써 세상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린 친구들이 처한 상황은 어느 때보다도 힘든 고비를 넘고 있다고 봅니다. 학교 공부 가지고는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부모님 소망으로 수업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려 마음껏 뛰어놀 시간이 없습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그 외에 배워야 할 것이 또 얼마나 많습니까? 피아노 미술 논술 태권도 등. 물론 많이 배우는 것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장차 어른이 되었을 때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밑바탕이 되기 는 하니까요. 그 정도가 지나쳐서 걱정 된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는 산과 들로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면서 육체와 정신을 기르는 시기입니다. 그것을 호연지기라고 하지요. 그런데 지금 어린 친구들은 학교와 학원, 집에서 집으로 다람쥐 체 바퀴 돌리듯 하니 마음마저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잠시 짬을 내어 시나 좋은 책을 읽으면서 간접 경험을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번에 발간하는 <발맞추어 둥둥둥>이 그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시를 통해서 어린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누리면서 창의력을 개발하고 즐거움을 느낀다면 내 마음은 더없이 기쁠 것입니다.
<해설>
역사 속에 담긴 우리의 혼과 순수한 동심
최춘해
권영주님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오래 가르쳤다. 문학에 대한 기반이 튼튼한 바탕에 한비문학에서 개설한 문학 강좌 연수를 하고, 최춘해 아동문학 교실 1년 과정을 제6기로 수료했다. 등단을 한 뒤에도 혜암아동문학회 및 6기생끼리의 연수에 열심히 참석하였다. 참석할 때마다 그 동안에 쓴 작품을 꼭 가지고 왔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먼 거리를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참석해서 가까이 있는 회원들은 권영주님께 감동이 되었다고 한다. 권영주님은 그만큼 문학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다. 좋은 작품이 많은 것을 보고 둘레 사람들이 책을 내라고 졸라서 성화에 못 이겨 작품집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혜암아동문학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작품해설을 쓰게 되었는데, 권영주님의 작품 세계에 누가 될까봐 걱정이 된다. 권영주님은 훌륭한 국어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국어에 대한 사랑과 우리나라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혼에 뿌리가 깊다. 그 위에 자연에 대한 사랑. 즉 인간의 본성인 동심을 갖추고 있다. 지금부터 권영주 시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1. 우리의 역사 속에 담긴 우리의 혼
눈꺼풀에는 하얀 아이쇄도우
입가에 쭉 뻗은 흰 수염
분홍 코 밑에는 흰나비 넥타이
멋진 차림새 뽐내며
궁둥이 쑥 빼고 두툼한 발로 엉금엉금
노루 놓치고 하늘 쳐다본다.
까치 까까 웃고, 머쓱해진 호랑이
어흥! 큰 기침
토끼 여우 산동네 친구들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환웅 할아버지에게 버림받았지만
정 많은 우리 조상님 산신각 짓고
산신령으로 모셨다.
('호랑이' 전문)
호랑이는 건국 신화에서 곰과 함께 굴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기를 빌었으나 100일을 못 참았기 때문에 사람이 되지 못하고 곰만 사람이 되었다. 비록 사람은 못 되었지만 그 지방의 산에 살면서 사람을 지켜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각 지방마다 산신각을 짓고 신선으로 받들고 있다. 1연에는 호랑이의 멋진 차림새를 그려 놓았다. 힘이 가장 셀 뿐만 아니라 생긴 모습도 짐승의 왕답게 빼어났다. 그래서 산신각에서는 신선과 도인으로 그려서 받들고 있다. 이 시에는 단군신화에 담긴 우리 민족의 뿌리가 담겨 있다. 이런 뿌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옛날이야기 속에도 호랑이 이야기가 많다. 모녀 둘이 사는데, 어머니가 병이 났다. 소녀가 한겨울에 한 달 동안 하느님께 홍시를 구해 달라고 빌었더니 호랑이가 와서 소녀를 태워 바람같이 달려서 홍시를 구해 어머니를 살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장가를 못 간 노총각이 아기 호랑이 목에 가시를 빼 주었더니, 호랑이가 귀이개를 주었다. 그 귀이개로 귀를 후비니,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알아듣게 되었다. 부잣집 딸의 병을 고치는 방법을 새들이 하는 말을 듣고 고쳐 주어서 부잣집 딸과 결혼해서 잘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밖에 호랑이가 된 효자. 나무꾼이 호랑이 새끼를 칭찬해 주었더니 호랑이가 날마다 나무를 해주고 집에까지 나무를 날라다 주었다는 이야기 등 수없이 많다. 독자들에게 민족정신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내용이다.
별 구경하러 보현산 천문대에 갔다.
은가루 뿌려놓은 듯 빛나는 은하수별들, 화성 목성 사이, 와아! 홍대용별 보인다.
김정호별, 최무선별, 장영실별 허준별……. 우리 별들이 새까만 우주공간에
한 자리 차지하고 반짝반짝 살아있다.
사람들은 지구가 네모나고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구는 둥글고, 팽이처럼 스스로 돌아 밤과 낮 만들며, 세계의 중심은 없다 소리친 홍대용 할아버지. 집 앞 연못 가운데 농수각 짓고 넓고 넓은 우주 뜰 거닐었다. 월식 거울에 지구 얼굴 비춰보고, 지구 형제별에 사는 외계인 친구 이야기했다.
나라 위해 인류 위해 새로운 것 내 놓고 하늘에 오른 홍대용별, 우리나라 비추며 온 세상
아이들 눈빛에 빛난다. 내 눈 속에 들어와 손짓한다. 별이 되라고.
('홍대용별' 전문)
앞의 시가 우리 민족의 뿌리를 노래하고, 이 시는 우리 조상의 뛰어난 재능을 노래했다. 1750년경 모두가 지구는 네모나다고 믿고 있을 때, 지구는 둥글고 팽이처럼 돌아 밤과 낮을 만든다고 주장을 했다. 또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을 때,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세계의 중심은 없다고 주장을 했다. 집 앞 연못 가운데 농수각 짓고 넓고 넓은 우주 뜰 거닐었다. 월식 거울에 지구 얼굴 비춰보고, 지구 형제별에 사는 외계인 친구 이야기했다. 얼마나 앞선 생각인가. 그래서 별자리에 홍대용별이 있다. 그 홍대용별을 우리나라 아이들이 보고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겠는가. 시적 화자는 홍대용별이 내 눈 속에 들어와 별이 되라고 손짓한다고 했다. 시 속의 화자뿐만 아니라 별자리를 보는 모든 어린이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별자리에는 홍대용별뿐 아니라, 김정호별, 최무선별, 장영실별 허준별……. 등 우리나라 역사를 빛낸 인물들의 별자리가 많다. 이 시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올라갔다가
자기 나라 국기 꽂아 놓고 왔다.
할머니가 들려주신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 찧던 옥토끼는
어찌 되었을까?
사람이 무서워 다른 별로
도망갔을까?
아니다
보름달이 되면 지금도
옥토끼가 계수나무 밑에 서 있다.
('옥토끼' 전문)
1969년 미국의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가서 미국 기를 꽂고 왔다. 이제 달나라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를 찧던 옥토끼는 우리들 마음속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전기 불빛이 밝아서 달빛을 별로 보지 않지만 옛날에는 오랫동안 달을 보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달을 보고 소원을 빌기도 했다. 특히 우리 민족은 달을 좋아했다. <달아 달아> 노래도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조상들의 생각이 담긴 내용이다. 중국의 이태백도 달이 좋아 달을 건지려 물에 들어갔다가 죽었다고 하지만, 우리 조상들도 달을 좋아했다. 달을 쳐다보면 계수나무가 보인다. 그 계수나무를 옥도끼로 찍어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싶다고 했다. 또 옥토끼가 떡방아를 찧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얼마나 평화롭고 정이 넘치는 모습인가. 밤마다 달을 쳐다보면서 누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민족의 서정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올라감으로써 사라진 듯하지만 아직도 그 서정은 가슴에 남아 있다. 이 시를 읽으면 우리 민족의 서정을 되살리게 될 것이다.
2. 상상의 날개를 달아서
어느 날, 아스팔트길 위로
뱀이 긴 몸을 이끌고 꿈틀꿈틀
옆 산의 우거진 숲으로 들어갔어요.
아스팔트 길, 알았다 싶어
뱀처럼 몸을 비틀어 움직이기로 했어요.
골짜기에 붙박혀 꼼짝 못 하고
차들의 길 노릇이 지겨웠거든요
딱딱한 몸 일으켜 산꼭대기에 오르니
너른 들 넓은 세상 기분이 상쾌했어요.
그러나 야단났어요.
산 아래 차들 빵빵대고
발밑에서는 풀, 나무 돌덩이까지
아우성을 질러댔어요. 숨 막힌다고.
길은 숨 한 번 크게 쉬고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씽씽 달리는 차 포근히 품고
아스팔트 길 나름 행복했어요.
('행복한 아스팔트길' 전문')
아스팔트 길 위로 뱀이 꿈틀꿈틀 움직여서 숲으로 들어가는 걸 아스팔트가 봤다. 아스팔트는, 골짜기에 붙박혀 꼼짝 못 하고 차들의 길 노릇이나 하는 게 지겨웠다. 뱀을 보는 순간 아스팔트는 나도 뱀처럼 움직여 보고 싶었다. 아스팔트는 뱀처럼 몸을 비틀어 움직여 봤어요. 딱딱한 아스팔트가 산꼭대기에 올라갔다.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너른 들과 넓은 세상이 보인다. 무척 기분이 상쾌하다. 그런데 산 아래서 차들이 빵빵대고, 발밑에서는 풀, 나무, 돌덩이까지 숨 막힌다고 아우성을 질러댔어요. 아스팔트는 아우성치는 차들과 풀, 나무, 돌덩이들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아스팔트길은 숨 한 번 크게 쉬고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그리하여 씽씽 달리는 차들을 포근히 안아 주니 행복하다고 했다.
아스팔트가 몸을 뱀처럼 비틀어 산으로 오른다는 생각이 얼마나 엉뚱한 생각인가. 남들이 흔히 생각하지 못할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이 발명이요, 창작이다. 상상의 세계는 끝이 없다. 상상의 세계가 오늘의 문명을 낳았고, 앞으로 어떤 문명의 세계가 다가올지 모를 만큼 계속 발전될 것이다. 권 시인은 상상이 풍부하다. 다음 작품 하늘 창문을 감상해 보자.
해가 지면 달 창이 환해진다.
하늘 집에 전등 켰나보다.
둥근 창문 너머로
안방이 들여다보인다.
수성 금성 화성 토성
줄지어 앉아 있다.
화성에 사는 친구 언제
창가에 나오려나
기다려진다.
('하늘 창문' 전문)
낮에는 안 보이던 달이 환하게 보인다. 우리 집에 전등 켜면 창이 환해지듯이 하늘 집에도 전등을 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의 둥근 창문 너머로 안방이 보인다고 했다. 마음의 눈으로 본 것이다. 육안으로는 안 보이지만 마음의 눈으로는 볼 수 있다. 이런 마음의 눈을 가진 사람이 시인이다. 권영주 시인은 마음의 눈이 밝아서 지구에서뿐만 아니라 달세계 별 세계도 다 보인다. 수성, 금성, 화성, 토성이 줄지어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별의 창문으로도 안방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화성에 사는 친구 얼굴이 보고 싶다. 화성에 사는 친구가 언제 창가에 나올는지 기다려진다고 했다. 화성에 사는 친구와 사귀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권영주 시인의 상상의 날개는 끝없이 펼쳐진다. 다음의 '한밤중에'를 감상해 보자.
한밤중에 오줌이 마려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문손잡이를 만지는데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용식이 어제 말이야, 문성이 편을 들었대."
뜻밖에 내 이름을 들먹여 귀를 세웠다.
"그래서?" "민규를 왕따시켰대." "저런!" "민규가 울었어."
문라이트, 꽃기린, 제라늄, 선인장이 수군거리는 것이었다.
어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엄마도 모르는데,
베란다 친구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나하고 곧잘 말 장난치던 녀석들
가까이 가니 그만 모른 체 입을 다문다.
"미안해, 잘못했어!
등교하자마자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짓 안 할게"
문라이트, 꽃기린, 제라늄, 선인장 친구들
그제야 활짝 웃으며 반긴다.
('한밤중에' 전문)
밤중에 용식이가 오줌이 마려워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에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이름을 들먹여서 귀를 기울여서 들었다. 내가 문성이와 같이 민규를 왕따시켜서 민규가 울었다, 고 했다. 문을 열어보니 수군거리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문라이트, 꽃기린, 제라늄, 선인장 들이었다. 가까이 가니 모른 체 입을 다물었다. 어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엄마께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했다. 등교하자마자 민규를 찾아가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다. 그런 뒤에 화분을 만나니 그제야 활짝 웃으며 반긴다고 했다. 자기의 잘못을 절실하게 뉘우치고 있으면 충고하는 소리를 화분한테도 들을 수 있다. 용식이는 평소에도 화분들하고 곧잘 말장난을 한다고 했다. 이 시에서, 식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귀를 가진 사람은 용식이지만 사실은 이 시를 쓴 권영주 시인이다.
3. 물활론의 눈으로 본 세상
인도블럭 틈새에
아기 손톱만 한 노란 꽃이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해요.
60이라고 쓰인 시험지가
내 등을 짓눌러
발끝만 보고 가는데
고 작은 꽃이 내 눈을 붙잡았어요.
초록 잎 하트 만들어
온몸으로 사랑한다고
그 자리에 앉아 손잡았지요
덩치보다 큰 씨주머니 보이며
"봐! 작아도 열매는 크단다."
괭이밥이 속삭였어요.
신주머니 휘저으며 힘차게
집으로 오는데 여기저기 틈새마다
괭이밥이 사랑의 손 흔들어 주었어요.
('사랑의 손') 전문
시적 화자는 60점짜리 시험지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부모님께 혼날 생각을 하니 무척 우울하다, 그래서 앞만 보고 풀이 죽어 걷는다. 보도블럭 틈새에 아기 손톱만 한 노란 꽃을 발견한다. 머리를 숙이고 가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할 아주 작은 꽃이다. 고 작은 꽃이 나를 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웃으며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에 이끌려서 쪼그리고 앉아서 자세히 보니, 웃는 모습도 좋지만 잎을 보니 하트 모양을 하고 나를 온몸으로 사랑한다는 표를 한다. 기뻐서 곁에 앉아 있으니, 덩치보다 큰 씨 주머니 보이며/"봐! 작아도 열매는 크단다."괭이밥이 속삭였어요. 즐거워져서 신주머니 휘저으며 집으로 오는데, 여기저기 틈새마다 괭이밥이 사랑의 손을 흔들어 주었다고 했다. 괭이밥을 물활론의 눈으로 보지 않고 쓸모없는 풀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집에 올 때 사뭇 우울했을 것이다. 괭이밥을 사람과 같은 인격체로 생각했기 때문에 괭이밥이 온몸으로 사랑한다는 걸 알아서 용기를 얻었다. 봐, 작아도 열매는 크단다.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물활론의 눈으로 보니 이렇게 즐거워졌다.
처음 보는 할머니가
무겁게 들고 온 보따리 내려놓고
치마 속 안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나에게 들여대다 멈칫한다.
"자물쇠가 바뀌었구먼, 어쩌누"
할머니 안절부절못하고 쩔쩔 맨다.
문 열어 드리고 싶지만, 할머니
누군가 내 몸에 붙은 단추를 눌러
풀어 주기 전에는 꼼짝 못 해요.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이런 내가 슬퍼요.
('자물쇠가 슬퍼요' 전문)
자물쇠를 의인화했다. 처음 보는 할머니라고 하는 것을 보니, 이 집에 사는 할머니가 아니다. 무겁게 들고 온 보따리를 보니 농촌에서 사는 어머니가 아들네 집이나 딸네 집에 농사지은 걸 가져온 것 같다. 멀리서 오랜만에 힘들게 농산물을 가져왔는데, 문을 못 열고 있는 것을 보니 무척 안타깝다. 자물쇠 마음으로는 얼른 열어 드리고 싶지만, 자물쇠도 자기 스스로는 풀 수가 없다. 누군가 자물쇠 몸에 붙은 단추를 눌러 주어야 한다. 안타까운 모습을 그냥 보고 있으려니 답답하다. 그래서 이런 내가 슬프다고 했다. 추운 날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을 보고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못 본 체 지나가는 사람들이 흔한데, 문을 못 여는 할머니를 안타깝게 여기고, 못 열어 주는 자신이 슬프다고 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물쇠를 의인화해서 자물쇠가 슬프다고 한 것은 곧 이 시를 쓴 권영주 시인의 마음이다.
앞산이 양팔 벌리고 서서
부르고 있었다.
모든 것 갖추어 놓고
나무 꽃 너럭바위 개울
서늘한 바람 시원한 그늘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계절 따라 새로운 것 차려 놓고 오라 했다.
때마다 맛있는 밥상 마련해 주는
엄마처럼
오늘,
앞산이 울고 있다
아랫도리가 뭉텅 잘라져 나가고,
벌겋게 피 흘리는 속살 드러난 채
어쩌나 산이 두 팔 거두면.
('산이 팔 벌리고' 전문)
산이 두 팔 벌리고 서서 부르고 있다고 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두 팔 벌리고 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 와락 안기면 얼마나 즐거운가. 산을 할아버지나 할머니처럼 생각한 것이다. 그 산이 맨손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나무, 꽃, 너럭바위, 개울과 시원한 바람,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 놓고 부른다. 나무, 꽃, 너럭바위, 개울 등은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말벗이 되기도 하고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 덥지 않게 시원한 바람도 불어 주고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주니 얼마나 마음에 드는 곳인가. 산은 여름 한 철에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철따라 새로운 것을 차려놓고 오라고 한다. 우리가 한 가지 음식을 계속 먹으면 싫증이 나듯이 산이 사철 똑같으면 싫증이 날 텐데 산은 철철이 새로운 것을 차려놓고 부른다. 마치 엄마가 끼니때마다 다른 음식을 차려 주듯이. 산을 자상한 어머니에 비유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앞산이 울고 있다. 왜 우는가 살펴봤더니 아랫도리가 뭉텅 잘라져 나가고 속살을 드러낸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마 아파트를 짓거나 골프장을 만들려고 그랬을 것이다. 산이 얼마나 아플까! 시적 화자는 마음이 아려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우리를 안고 싶어서 팔을 벌리던 산이 이제 두 팔을 거두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된다.
물활론의 눈으로 보면 산도 정이 많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또는 엄마처럼 보인다. 또 산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물활론으로 본다는 것은 곧 동심을 말한다.
4. 절실함
새끼 네 마리 젖 달라고
노란 주둥이 일제히 벌린다.
엄마 아빠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먹이 나른다.
궁둥이 흔들며 내놓는 아기 똥
엄마 입으로 물어다 치운다.
살모사 딱새 새끼 노리고 접근
엄마 아빠 어쩔 줄 몰라 들락날락
제발 살려 줘! 살려 줘, 우리 아기!
작은 몸으로 죽기로 물리치려 하지만
뱀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절망적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울고 울고 울고, 제발 제발…….
딱새 엄마 아빠 피를 토하는 듯
애절한 목소리 죽음 무릅쓴 공격
살모사 이겨내지 못하고
마음 바꾸고 스르르 물러난다.
('딱새 엄마' 전문)
절박한 내용이다. 딱새 둥지에 아기 딱새 네 마리가 자라고 있다.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고 소리를 지른다. 엄마 아빠 딱새는 아기 딱새가 배고프지 않게 하려고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다 아기 입에 넣어 준다. 엄마 아빠 딱새는 아기 딱새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울 것이다. 먹이를 나르면서 한편으로는 아기 딱새가 눈 똥을 입으로 물어서 밖으로 치운다. 엄마가 동생을 키우듯이 정성을 다한다. 그 모습이 여간 평화스럽고 사랑스럽지 않다.
그런데 난데없이 살모사 뱀이 아기 딱새를 노리고 새둥지로 다가가고 있다. 어미 딱새가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겠는가. 처음에는 제발 살려달라고 사정 사정 호소를 하지만 굶주린 뱀은 호소를 들은 척도 않고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엄마 아빠 딱새는 누가 우리 아기 살려 달라고 피를 토하는 듯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짖으면서 고 작은 몸으로 살모사를 공격한다. 아기 딱새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공격이다. 딱새 힘은 약하지만 죽을힘을 다해 공격을 하니 독한 뱀도 물러서지 않을 수 없다. 드디어 살모사가 스르르 물러선다.
시적 화자는 딱새의 절박함을 내가 당하는 절박한 일로 생각했다. 내가 절박하고 절실하게 느낄 때는 이 시를 읽는 독자도 절실한 마음이 될 것이다. 가슴이 조이는 감동적인 내용이다.
5. 순수 서정
외할머니 안방
한가운데 화롯불
꺼먼 재
부삽으로 뒤적이면
빨간 불
숨어 있다가 방긋 웃는다
찌개도 끓이고 알밤 굽고
얼음판에서 썰매 타느라
언 내 손
녹여 준다.
나도 화롯불처럼
장갑 없어 빨갛게 시린
영이의 손
잡아주고 싶다.
('화롯불처럼' 전문)
지금은 화롯불을 보기가 어렵다. 60여 년 전만 해도 집집이 화롯불이 있었다. 화롯불은 불씨를 이어가는 소중한 가구였다. 화롯불의 불씨로 아침밥을 했다. 화롯불 불씨가 꺼지면 아침밥도 못 하고, 소죽도 못 끓인다. 그래서 화롯불 불씨를 꺼지지 않으려고 온 정성을 다한다. 새로 들어온 며느리가 화롯불 불씨를 꺼지게 했다면 며느리 잘못 봤다고 온 동네 소문이 날판이다. 그뿐만 아니라 난방이 잘 안 된 방을 따뜻하게 해 주기도 했다. 방에 화롯불이 없으면 썰렁하고 화롯불이 있으면 따뜻하게 느껴졌다. 특히 노인이 있는 집에는 화롯불은 반드시 있어야 할 가구였다. 화롯불에 둘러앉아서 밤을 구어 먹으면서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겨울에 얼음판에서 놀다가 방에 들어왔을 때 언 손을 녹여 주었다. 가족이나 이웃의 언 마음을 녹여 주는 정이 담겨 있었다. 화롯불은 우리 조상들의 문화였다. 화롯불에는 순수한 서정이 담겨 있다. 서로 머리를 밟고 올라서려는 경쟁이 아니라, 언 손을 녹여 주는 훈훈한 서정이 담겨 있다.
비둘기야, 비둘기야!
맨발로 눈밭에서
고개를 숙이고
무얼 찾아 그렇게
돌아다니니?
발이 빨갛게 얼었구나.
울 엄마가 짜주신
털양말 한 켤레
너 줄게. 신을래?
비둘기야! 비둘기야!
('비둘기야, 비둘기야' 전문)
비둘기가 눈밭에서 맨발로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을 보니 무척 안타깝다. 발이 빨갛게 얼었다. 엄마가 짜주신 털양말을 주고 싶다. 그래서 너 줄게 신을래? 하고 묻는다. 시적화자는 비둘기도 나의 친구처럼 생각했다. 동심이 아니면 비둘기가 눈밭에서 맨발로 무엇을 찾고 있는 걸 보고, 비둘기는 본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내가 맨발로 눈밭을 걷는다면 얼마나 발이 시릴까? 하고 내 일로 생각한 것이다. 남이야 죽건 말건 내가 상관할 일 아니라고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상한 생각을 한다고 할 것이다. 비둘기의 처지를 내 처지로 생각하는 동심을 가진 사람은 나만 잘 살려고 부당하게 재산을 모으거나 그늘진 데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고 나 몰라라 하지 않을 것이다. 비둘기에게 내 털양말을 주고 싶듯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다. 그래서 아동문학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고 주장을 한다.
권영주님의 순수 서정이 담긴 작품이 많이 읽혀서 동심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아이들을 어른으로 만들어 가는 현실의 무모한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들려주고 있는 권영주 시인의 이번 동시집 <발맞추어 둥둥둥>은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전하는 간곡한 희망의 마음으로 전해져 아이들을 아이들로 이해하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시인의 말>
어린 친구들에게
나는 여러분의 친구입니다. 그래서 어린 치구들과 같이 놀고 소통하기 위해서 시를 씁니다. 시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와 행복과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나 아닌 남을 인정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하려 합니다. 성장에 필요한 걱정과 슬픔도 같이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서로 협력하며 더불어 살아야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끼리만 잘 살면 되는 것이 아니고, 동물, 식물, 땅, 돌조각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발맞추어 둥둥둥>을 통해, 나는 무엇보다 여러분의 상상력을 키워서 창의적 사고를 하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장차 어른이 되었을 때,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어 창조함으로써 세상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린 친구들이 처한 상황은 어느 때보다도 힘든 고비를 넘고 있다고 봅니다. 학교 공부 가지고는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부모님 소망으로 수업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려 마음껏 뛰어놀 시간이 없습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그 외에 배워야 할 것이 또 얼마나 많습니까? 피아노 미술 논술 태권도 등. 물론 많이 배우는 것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장차 어른이 되었을 때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밑바탕이 되기 는 하니까요. 그 정도가 지나쳐서 걱정 된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는 산과 들로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면서 육체와 정신을 기르는 시기입니다. 그것을 호연지기라고 하지요. 그런데 지금 어린 친구들은 학교와 학원, 집에서 집으로 다람쥐 체 바퀴 돌리듯 하니 마음마저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잠시 짬을 내어 시나 좋은 책을 읽으면서 간접 경험을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번에 발간하는 <발맞추어 둥둥둥>이 그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시를 통해서 어린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누리면서 창의력을 개발하고 즐거움을 느낀다면 내 마음은 더없이 기쁠 것입니다.
<해설>
역사 속에 담긴 우리의 혼과 순수한 동심
최춘해
권영주님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오래 가르쳤다. 문학에 대한 기반이 튼튼한 바탕에 한비문학에서 개설한 문학 강좌 연수를 하고, 최춘해 아동문학 교실 1년 과정을 제6기로 수료했다. 등단을 한 뒤에도 혜암아동문학회 및 6기생끼리의 연수에 열심히 참석하였다. 참석할 때마다 그 동안에 쓴 작품을 꼭 가지고 왔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먼 거리를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참석해서 가까이 있는 회원들은 권영주님께 감동이 되었다고 한다. 권영주님은 그만큼 문학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다. 좋은 작품이 많은 것을 보고 둘레 사람들이 책을 내라고 졸라서 성화에 못 이겨 작품집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혜암아동문학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작품해설을 쓰게 되었는데, 권영주님의 작품 세계에 누가 될까봐 걱정이 된다. 권영주님은 훌륭한 국어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국어에 대한 사랑과 우리나라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혼에 뿌리가 깊다. 그 위에 자연에 대한 사랑. 즉 인간의 본성인 동심을 갖추고 있다. 지금부터 권영주 시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1. 우리의 역사 속에 담긴 우리의 혼
눈꺼풀에는 하얀 아이쇄도우
입가에 쭉 뻗은 흰 수염
분홍 코 밑에는 흰나비 넥타이
멋진 차림새 뽐내며
궁둥이 쑥 빼고 두툼한 발로 엉금엉금
노루 놓치고 하늘 쳐다본다.
까치 까까 웃고, 머쓱해진 호랑이
어흥! 큰 기침
토끼 여우 산동네 친구들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환웅 할아버지에게 버림받았지만
정 많은 우리 조상님 산신각 짓고
산신령으로 모셨다.
('호랑이' 전문)
호랑이는 건국 신화에서 곰과 함께 굴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기를 빌었으나 100일을 못 참았기 때문에 사람이 되지 못하고 곰만 사람이 되었다. 비록 사람은 못 되었지만 그 지방의 산에 살면서 사람을 지켜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각 지방마다 산신각을 짓고 신선으로 받들고 있다. 1연에는 호랑이의 멋진 차림새를 그려 놓았다. 힘이 가장 셀 뿐만 아니라 생긴 모습도 짐승의 왕답게 빼어났다. 그래서 산신각에서는 신선과 도인으로 그려서 받들고 있다. 이 시에는 단군신화에 담긴 우리 민족의 뿌리가 담겨 있다. 이런 뿌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옛날이야기 속에도 호랑이 이야기가 많다. 모녀 둘이 사는데, 어머니가 병이 났다. 소녀가 한겨울에 한 달 동안 하느님께 홍시를 구해 달라고 빌었더니 호랑이가 와서 소녀를 태워 바람같이 달려서 홍시를 구해 어머니를 살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장가를 못 간 노총각이 아기 호랑이 목에 가시를 빼 주었더니, 호랑이가 귀이개를 주었다. 그 귀이개로 귀를 후비니,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알아듣게 되었다. 부잣집 딸의 병을 고치는 방법을 새들이 하는 말을 듣고 고쳐 주어서 부잣집 딸과 결혼해서 잘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밖에 호랑이가 된 효자. 나무꾼이 호랑이 새끼를 칭찬해 주었더니 호랑이가 날마다 나무를 해주고 집에까지 나무를 날라다 주었다는 이야기 등 수없이 많다. 독자들에게 민족정신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내용이다.
별 구경하러 보현산 천문대에 갔다.
은가루 뿌려놓은 듯 빛나는 은하수별들, 화성 목성 사이, 와아! 홍대용별 보인다.
김정호별, 최무선별, 장영실별 허준별……. 우리 별들이 새까만 우주공간에
한 자리 차지하고 반짝반짝 살아있다.
사람들은 지구가 네모나고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구는 둥글고, 팽이처럼 스스로 돌아 밤과 낮 만들며, 세계의 중심은 없다 소리친 홍대용 할아버지. 집 앞 연못 가운데 농수각 짓고 넓고 넓은 우주 뜰 거닐었다. 월식 거울에 지구 얼굴 비춰보고, 지구 형제별에 사는 외계인 친구 이야기했다.
나라 위해 인류 위해 새로운 것 내 놓고 하늘에 오른 홍대용별, 우리나라 비추며 온 세상
아이들 눈빛에 빛난다. 내 눈 속에 들어와 손짓한다. 별이 되라고.
('홍대용별' 전문)
앞의 시가 우리 민족의 뿌리를 노래하고, 이 시는 우리 조상의 뛰어난 재능을 노래했다. 1750년경 모두가 지구는 네모나다고 믿고 있을 때, 지구는 둥글고 팽이처럼 돌아 밤과 낮을 만든다고 주장을 했다. 또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을 때,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세계의 중심은 없다고 주장을 했다. 집 앞 연못 가운데 농수각 짓고 넓고 넓은 우주 뜰 거닐었다. 월식 거울에 지구 얼굴 비춰보고, 지구 형제별에 사는 외계인 친구 이야기했다. 얼마나 앞선 생각인가. 그래서 별자리에 홍대용별이 있다. 그 홍대용별을 우리나라 아이들이 보고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겠는가. 시적 화자는 홍대용별이 내 눈 속에 들어와 별이 되라고 손짓한다고 했다. 시 속의 화자뿐만 아니라 별자리를 보는 모든 어린이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별자리에는 홍대용별뿐 아니라, 김정호별, 최무선별, 장영실별 허준별……. 등 우리나라 역사를 빛낸 인물들의 별자리가 많다. 이 시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올라갔다가
자기 나라 국기 꽂아 놓고 왔다.
할머니가 들려주신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 찧던 옥토끼는
어찌 되었을까?
사람이 무서워 다른 별로
도망갔을까?
아니다
보름달이 되면 지금도
옥토끼가 계수나무 밑에 서 있다.
('옥토끼' 전문)
1969년 미국의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가서 미국 기를 꽂고 왔다. 이제 달나라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를 찧던 옥토끼는 우리들 마음속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전기 불빛이 밝아서 달빛을 별로 보지 않지만 옛날에는 오랫동안 달을 보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달을 보고 소원을 빌기도 했다. 특히 우리 민족은 달을 좋아했다. <달아 달아> 노래도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조상들의 생각이 담긴 내용이다. 중국의 이태백도 달이 좋아 달을 건지려 물에 들어갔다가 죽었다고 하지만, 우리 조상들도 달을 좋아했다. 달을 쳐다보면 계수나무가 보인다. 그 계수나무를 옥도끼로 찍어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싶다고 했다. 또 옥토끼가 떡방아를 찧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얼마나 평화롭고 정이 넘치는 모습인가. 밤마다 달을 쳐다보면서 누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민족의 서정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올라감으로써 사라진 듯하지만 아직도 그 서정은 가슴에 남아 있다. 이 시를 읽으면 우리 민족의 서정을 되살리게 될 것이다.
2. 상상의 날개를 달아서
어느 날, 아스팔트길 위로
뱀이 긴 몸을 이끌고 꿈틀꿈틀
옆 산의 우거진 숲으로 들어갔어요.
아스팔트 길, 알았다 싶어
뱀처럼 몸을 비틀어 움직이기로 했어요.
골짜기에 붙박혀 꼼짝 못 하고
차들의 길 노릇이 지겨웠거든요
딱딱한 몸 일으켜 산꼭대기에 오르니
너른 들 넓은 세상 기분이 상쾌했어요.
그러나 야단났어요.
산 아래 차들 빵빵대고
발밑에서는 풀, 나무 돌덩이까지
아우성을 질러댔어요. 숨 막힌다고.
길은 숨 한 번 크게 쉬고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씽씽 달리는 차 포근히 품고
아스팔트 길 나름 행복했어요.
('행복한 아스팔트길' 전문')
아스팔트 길 위로 뱀이 꿈틀꿈틀 움직여서 숲으로 들어가는 걸 아스팔트가 봤다. 아스팔트는, 골짜기에 붙박혀 꼼짝 못 하고 차들의 길 노릇이나 하는 게 지겨웠다. 뱀을 보는 순간 아스팔트는 나도 뱀처럼 움직여 보고 싶었다. 아스팔트는 뱀처럼 몸을 비틀어 움직여 봤어요. 딱딱한 아스팔트가 산꼭대기에 올라갔다.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너른 들과 넓은 세상이 보인다. 무척 기분이 상쾌하다. 그런데 산 아래서 차들이 빵빵대고, 발밑에서는 풀, 나무, 돌덩이까지 숨 막힌다고 아우성을 질러댔어요. 아스팔트는 아우성치는 차들과 풀, 나무, 돌덩이들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아스팔트길은 숨 한 번 크게 쉬고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그리하여 씽씽 달리는 차들을 포근히 안아 주니 행복하다고 했다.
아스팔트가 몸을 뱀처럼 비틀어 산으로 오른다는 생각이 얼마나 엉뚱한 생각인가. 남들이 흔히 생각하지 못할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이 발명이요, 창작이다. 상상의 세계는 끝이 없다. 상상의 세계가 오늘의 문명을 낳았고, 앞으로 어떤 문명의 세계가 다가올지 모를 만큼 계속 발전될 것이다. 권 시인은 상상이 풍부하다. 다음 작품 하늘 창문을 감상해 보자.
해가 지면 달 창이 환해진다.
하늘 집에 전등 켰나보다.
둥근 창문 너머로
안방이 들여다보인다.
수성 금성 화성 토성
줄지어 앉아 있다.
화성에 사는 친구 언제
창가에 나오려나
기다려진다.
('하늘 창문' 전문)
낮에는 안 보이던 달이 환하게 보인다. 우리 집에 전등 켜면 창이 환해지듯이 하늘 집에도 전등을 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의 둥근 창문 너머로 안방이 보인다고 했다. 마음의 눈으로 본 것이다. 육안으로는 안 보이지만 마음의 눈으로는 볼 수 있다. 이런 마음의 눈을 가진 사람이 시인이다. 권영주 시인은 마음의 눈이 밝아서 지구에서뿐만 아니라 달세계 별 세계도 다 보인다. 수성, 금성, 화성, 토성이 줄지어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별의 창문으로도 안방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화성에 사는 친구 얼굴이 보고 싶다. 화성에 사는 친구가 언제 창가에 나올는지 기다려진다고 했다. 화성에 사는 친구와 사귀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권영주 시인의 상상의 날개는 끝없이 펼쳐진다. 다음의 '한밤중에'를 감상해 보자.
한밤중에 오줌이 마려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문손잡이를 만지는데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용식이 어제 말이야, 문성이 편을 들었대."
뜻밖에 내 이름을 들먹여 귀를 세웠다.
"그래서?" "민규를 왕따시켰대." "저런!" "민규가 울었어."
문라이트, 꽃기린, 제라늄, 선인장이 수군거리는 것이었다.
어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엄마도 모르는데,
베란다 친구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나하고 곧잘 말 장난치던 녀석들
가까이 가니 그만 모른 체 입을 다문다.
"미안해, 잘못했어!
등교하자마자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짓 안 할게"
문라이트, 꽃기린, 제라늄, 선인장 친구들
그제야 활짝 웃으며 반긴다.
('한밤중에' 전문)
밤중에 용식이가 오줌이 마려워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에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이름을 들먹여서 귀를 기울여서 들었다. 내가 문성이와 같이 민규를 왕따시켜서 민규가 울었다, 고 했다. 문을 열어보니 수군거리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문라이트, 꽃기린, 제라늄, 선인장 들이었다. 가까이 가니 모른 체 입을 다물었다. 어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엄마께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했다. 등교하자마자 민규를 찾아가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다. 그런 뒤에 화분을 만나니 그제야 활짝 웃으며 반긴다고 했다. 자기의 잘못을 절실하게 뉘우치고 있으면 충고하는 소리를 화분한테도 들을 수 있다. 용식이는 평소에도 화분들하고 곧잘 말장난을 한다고 했다. 이 시에서, 식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귀를 가진 사람은 용식이지만 사실은 이 시를 쓴 권영주 시인이다.
3. 물활론의 눈으로 본 세상
인도블럭 틈새에
아기 손톱만 한 노란 꽃이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해요.
60이라고 쓰인 시험지가
내 등을 짓눌러
발끝만 보고 가는데
고 작은 꽃이 내 눈을 붙잡았어요.
초록 잎 하트 만들어
온몸으로 사랑한다고
그 자리에 앉아 손잡았지요
덩치보다 큰 씨주머니 보이며
"봐! 작아도 열매는 크단다."
괭이밥이 속삭였어요.
신주머니 휘저으며 힘차게
집으로 오는데 여기저기 틈새마다
괭이밥이 사랑의 손 흔들어 주었어요.
('사랑의 손') 전문
시적 화자는 60점짜리 시험지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부모님께 혼날 생각을 하니 무척 우울하다, 그래서 앞만 보고 풀이 죽어 걷는다. 보도블럭 틈새에 아기 손톱만 한 노란 꽃을 발견한다. 머리를 숙이고 가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할 아주 작은 꽃이다. 고 작은 꽃이 나를 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웃으며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에 이끌려서 쪼그리고 앉아서 자세히 보니, 웃는 모습도 좋지만 잎을 보니 하트 모양을 하고 나를 온몸으로 사랑한다는 표를 한다. 기뻐서 곁에 앉아 있으니, 덩치보다 큰 씨 주머니 보이며/"봐! 작아도 열매는 크단다."괭이밥이 속삭였어요. 즐거워져서 신주머니 휘저으며 집으로 오는데, 여기저기 틈새마다 괭이밥이 사랑의 손을 흔들어 주었다고 했다. 괭이밥을 물활론의 눈으로 보지 않고 쓸모없는 풀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집에 올 때 사뭇 우울했을 것이다. 괭이밥을 사람과 같은 인격체로 생각했기 때문에 괭이밥이 온몸으로 사랑한다는 걸 알아서 용기를 얻었다. 봐, 작아도 열매는 크단다.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물활론의 눈으로 보니 이렇게 즐거워졌다.
처음 보는 할머니가
무겁게 들고 온 보따리 내려놓고
치마 속 안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나에게 들여대다 멈칫한다.
"자물쇠가 바뀌었구먼, 어쩌누"
할머니 안절부절못하고 쩔쩔 맨다.
문 열어 드리고 싶지만, 할머니
누군가 내 몸에 붙은 단추를 눌러
풀어 주기 전에는 꼼짝 못 해요.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이런 내가 슬퍼요.
('자물쇠가 슬퍼요' 전문)
자물쇠를 의인화했다. 처음 보는 할머니라고 하는 것을 보니, 이 집에 사는 할머니가 아니다. 무겁게 들고 온 보따리를 보니 농촌에서 사는 어머니가 아들네 집이나 딸네 집에 농사지은 걸 가져온 것 같다. 멀리서 오랜만에 힘들게 농산물을 가져왔는데, 문을 못 열고 있는 것을 보니 무척 안타깝다. 자물쇠 마음으로는 얼른 열어 드리고 싶지만, 자물쇠도 자기 스스로는 풀 수가 없다. 누군가 자물쇠 몸에 붙은 단추를 눌러 주어야 한다. 안타까운 모습을 그냥 보고 있으려니 답답하다. 그래서 이런 내가 슬프다고 했다. 추운 날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을 보고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못 본 체 지나가는 사람들이 흔한데, 문을 못 여는 할머니를 안타깝게 여기고, 못 열어 주는 자신이 슬프다고 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물쇠를 의인화해서 자물쇠가 슬프다고 한 것은 곧 이 시를 쓴 권영주 시인의 마음이다.
앞산이 양팔 벌리고 서서
부르고 있었다.
모든 것 갖추어 놓고
나무 꽃 너럭바위 개울
서늘한 바람 시원한 그늘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계절 따라 새로운 것 차려 놓고 오라 했다.
때마다 맛있는 밥상 마련해 주는
엄마처럼
오늘,
앞산이 울고 있다
아랫도리가 뭉텅 잘라져 나가고,
벌겋게 피 흘리는 속살 드러난 채
어쩌나 산이 두 팔 거두면.
('산이 팔 벌리고' 전문)
산이 두 팔 벌리고 서서 부르고 있다고 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두 팔 벌리고 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 와락 안기면 얼마나 즐거운가. 산을 할아버지나 할머니처럼 생각한 것이다. 그 산이 맨손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나무, 꽃, 너럭바위, 개울과 시원한 바람,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 놓고 부른다. 나무, 꽃, 너럭바위, 개울 등은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말벗이 되기도 하고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 덥지 않게 시원한 바람도 불어 주고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주니 얼마나 마음에 드는 곳인가. 산은 여름 한 철에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철따라 새로운 것을 차려놓고 오라고 한다. 우리가 한 가지 음식을 계속 먹으면 싫증이 나듯이 산이 사철 똑같으면 싫증이 날 텐데 산은 철철이 새로운 것을 차려놓고 부른다. 마치 엄마가 끼니때마다 다른 음식을 차려 주듯이. 산을 자상한 어머니에 비유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앞산이 울고 있다. 왜 우는가 살펴봤더니 아랫도리가 뭉텅 잘라져 나가고 속살을 드러낸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마 아파트를 짓거나 골프장을 만들려고 그랬을 것이다. 산이 얼마나 아플까! 시적 화자는 마음이 아려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우리를 안고 싶어서 팔을 벌리던 산이 이제 두 팔을 거두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된다.
물활론의 눈으로 보면 산도 정이 많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또는 엄마처럼 보인다. 또 산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물활론으로 본다는 것은 곧 동심을 말한다.
4. 절실함
새끼 네 마리 젖 달라고
노란 주둥이 일제히 벌린다.
엄마 아빠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먹이 나른다.
궁둥이 흔들며 내놓는 아기 똥
엄마 입으로 물어다 치운다.
살모사 딱새 새끼 노리고 접근
엄마 아빠 어쩔 줄 몰라 들락날락
제발 살려 줘! 살려 줘, 우리 아기!
작은 몸으로 죽기로 물리치려 하지만
뱀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절망적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울고 울고 울고, 제발 제발…….
딱새 엄마 아빠 피를 토하는 듯
애절한 목소리 죽음 무릅쓴 공격
살모사 이겨내지 못하고
마음 바꾸고 스르르 물러난다.
('딱새 엄마' 전문)
절박한 내용이다. 딱새 둥지에 아기 딱새 네 마리가 자라고 있다.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고 소리를 지른다. 엄마 아빠 딱새는 아기 딱새가 배고프지 않게 하려고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다 아기 입에 넣어 준다. 엄마 아빠 딱새는 아기 딱새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울 것이다. 먹이를 나르면서 한편으로는 아기 딱새가 눈 똥을 입으로 물어서 밖으로 치운다. 엄마가 동생을 키우듯이 정성을 다한다. 그 모습이 여간 평화스럽고 사랑스럽지 않다.
그런데 난데없이 살모사 뱀이 아기 딱새를 노리고 새둥지로 다가가고 있다. 어미 딱새가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겠는가. 처음에는 제발 살려달라고 사정 사정 호소를 하지만 굶주린 뱀은 호소를 들은 척도 않고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엄마 아빠 딱새는 누가 우리 아기 살려 달라고 피를 토하는 듯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짖으면서 고 작은 몸으로 살모사를 공격한다. 아기 딱새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공격이다. 딱새 힘은 약하지만 죽을힘을 다해 공격을 하니 독한 뱀도 물러서지 않을 수 없다. 드디어 살모사가 스르르 물러선다.
시적 화자는 딱새의 절박함을 내가 당하는 절박한 일로 생각했다. 내가 절박하고 절실하게 느낄 때는 이 시를 읽는 독자도 절실한 마음이 될 것이다. 가슴이 조이는 감동적인 내용이다.
5. 순수 서정
외할머니 안방
한가운데 화롯불
꺼먼 재
부삽으로 뒤적이면
빨간 불
숨어 있다가 방긋 웃는다
찌개도 끓이고 알밤 굽고
얼음판에서 썰매 타느라
언 내 손
녹여 준다.
나도 화롯불처럼
장갑 없어 빨갛게 시린
영이의 손
잡아주고 싶다.
('화롯불처럼' 전문)
지금은 화롯불을 보기가 어렵다. 60여 년 전만 해도 집집이 화롯불이 있었다. 화롯불은 불씨를 이어가는 소중한 가구였다. 화롯불의 불씨로 아침밥을 했다. 화롯불 불씨가 꺼지면 아침밥도 못 하고, 소죽도 못 끓인다. 그래서 화롯불 불씨를 꺼지지 않으려고 온 정성을 다한다. 새로 들어온 며느리가 화롯불 불씨를 꺼지게 했다면 며느리 잘못 봤다고 온 동네 소문이 날판이다. 그뿐만 아니라 난방이 잘 안 된 방을 따뜻하게 해 주기도 했다. 방에 화롯불이 없으면 썰렁하고 화롯불이 있으면 따뜻하게 느껴졌다. 특히 노인이 있는 집에는 화롯불은 반드시 있어야 할 가구였다. 화롯불에 둘러앉아서 밤을 구어 먹으면서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겨울에 얼음판에서 놀다가 방에 들어왔을 때 언 손을 녹여 주었다. 가족이나 이웃의 언 마음을 녹여 주는 정이 담겨 있었다. 화롯불은 우리 조상들의 문화였다. 화롯불에는 순수한 서정이 담겨 있다. 서로 머리를 밟고 올라서려는 경쟁이 아니라, 언 손을 녹여 주는 훈훈한 서정이 담겨 있다.
비둘기야, 비둘기야!
맨발로 눈밭에서
고개를 숙이고
무얼 찾아 그렇게
돌아다니니?
발이 빨갛게 얼었구나.
울 엄마가 짜주신
털양말 한 켤레
너 줄게. 신을래?
비둘기야! 비둘기야!
('비둘기야, 비둘기야' 전문)
비둘기가 눈밭에서 맨발로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을 보니 무척 안타깝다. 발이 빨갛게 얼었다. 엄마가 짜주신 털양말을 주고 싶다. 그래서 너 줄게 신을래? 하고 묻는다. 시적화자는 비둘기도 나의 친구처럼 생각했다. 동심이 아니면 비둘기가 눈밭에서 맨발로 무엇을 찾고 있는 걸 보고, 비둘기는 본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내가 맨발로 눈밭을 걷는다면 얼마나 발이 시릴까? 하고 내 일로 생각한 것이다. 남이야 죽건 말건 내가 상관할 일 아니라고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상한 생각을 한다고 할 것이다. 비둘기의 처지를 내 처지로 생각하는 동심을 가진 사람은 나만 잘 살려고 부당하게 재산을 모으거나 그늘진 데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고 나 몰라라 하지 않을 것이다. 비둘기에게 내 털양말을 주고 싶듯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다. 그래서 아동문학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고 주장을 한다.
권영주님의 순수 서정이 담긴 작품이 많이 읽혀서 동심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목차
목차
저자의 말
1부-나는 누구일까요
귀여운 목소리
웃음보 아빠
비둘기야 비둘기야
내 뺨에
그림자 움키다
화롯불처럼
사랑의 손
나는 누구일까요
발맞추어 둥둥둥
툭 튀어 나온
힉스 세상
2부-알았다 오버
자물쇠가 슬퍼요
입은 옷 벗어
해님처럼 눈부신
한밤중에
나비가 사라졌어요
까치 친구
웃자웃자
하늘 창문
닭싸움
까칠하게 콕콕
초록옷 입고
나무는 손으로
산이 팔 벌리고
알았다 오버
3부-잠자리 떴다
꽃동네
도토리 폭죽
읏샤읏샤
저기 가을이 온다
하늘 커튼
창밖의 소나무
개나리 악단
봄 햇살
행복한 아스파트길
숲에 가자
봄이 왔어요
소나기
잠자리 떴다
번지점프
4부-솔잎 미끄럼틀
내 발목 잡고
재밌게 놀자
가랑잎 반딧불
회오리바람 따라
물방울 경주
솔잎 미끄럼틀
눈꽃 피는 날
홍학 타고
별 공주님
수련이 잠 깨어
딱새 엄마
나뭇잎해룡 타고
홍대용별
옥토끼
둥글둥글 모래 구슬
호랑이
작품해설_최춘해
1부-나는 누구일까요
귀여운 목소리
웃음보 아빠
비둘기야 비둘기야
내 뺨에
그림자 움키다
화롯불처럼
사랑의 손
나는 누구일까요
발맞추어 둥둥둥
툭 튀어 나온
힉스 세상
2부-알았다 오버
자물쇠가 슬퍼요
입은 옷 벗어
해님처럼 눈부신
한밤중에
나비가 사라졌어요
까치 친구
웃자웃자
하늘 창문
닭싸움
까칠하게 콕콕
초록옷 입고
나무는 손으로
산이 팔 벌리고
알았다 오버
3부-잠자리 떴다
꽃동네
도토리 폭죽
읏샤읏샤
저기 가을이 온다
하늘 커튼
창밖의 소나무
개나리 악단
봄 햇살
행복한 아스파트길
숲에 가자
봄이 왔어요
소나기
잠자리 떴다
번지점프
4부-솔잎 미끄럼틀
내 발목 잡고
재밌게 놀자
가랑잎 반딧불
회오리바람 따라
물방울 경주
솔잎 미끄럼틀
눈꽃 피는 날
홍학 타고
별 공주님
수련이 잠 깨어
딱새 엄마
나뭇잎해룡 타고
홍대용별
옥토끼
둥글둥글 모래 구슬
호랑이
작품해설_최춘해
저자
저자
권영주
저자 권영주 시인은 고교 국어교사를 토임하고 최춘해 동시교실과 한비문예창작대에서 동시를 공부하였으며, 월간한비문학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한국한비문학회 동시 분과 회장, 한국동시문학회 회원, 대구아동문학회 회원, 불교아동문학회 회원, 혜암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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