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의 세계여행 2(쟌 모리스의)
성전환부터 9 11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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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구경꾼’ 쟌 모리스가 섬세하게 포착해 낸 지난 반세기 동안의 놀라운 세계
기자 출신의 영국 여행작가 쟌 모리스의『50년간의 세계여행』제2권 <성전환부터 9.11까지>. 빼어난 묘사력을 구사하는 작가 쟌 모리스가 반세기 동안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기록한 글을 모았다. 성전환 수술을 받고 46살에 여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2008년 <타임스>지가 선정한 ‘영국을 빛낸 60인의 작가’ 중 열다섯째에 꼽히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1950년대부터 2001년 9.11 사태까지 50년간 총 77개 국, 91개 도시를 방문하며 만난 세계 곳곳의 유쾌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격변하는 세계 곳곳의 현장을 목격하고 있지만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자신만의 시각이 담긴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기자 출신의 영국 여행작가 쟌 모리스의『50년간의 세계여행』제2권 <성전환부터 9.11까지>. 빼어난 묘사력을 구사하는 작가 쟌 모리스가 반세기 동안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기록한 글을 모았다. 성전환 수술을 받고 46살에 여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2008년 <타임스>지가 선정한 ‘영국을 빛낸 60인의 작가’ 중 열다섯째에 꼽히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1950년대부터 2001년 9.11 사태까지 50년간 총 77개 국, 91개 도시를 방문하며 만난 세계 곳곳의 유쾌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격변하는 세계 곳곳의 현장을 목격하고 있지만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자신만의 시각이 담긴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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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개인적인 너무나 개인적인
'제트 시대의 플로베르' 쟌 모리스의 "50년간의 세계여행"
최고의 기행작가 쟌 모리스, 그가 만난 지극히 개인적인 세상
세계가 개인적이라니? 그런데 쟌 모리스가 만난 세계는 분명 그렇다. 2008년 <타임스>지가 선정한 전후 영국을 빛낸 50인의 작가 중 열다섯째에 꼽힐 정도로 ? 조지 오웰, J R R 톨킨, 샐먼 루시디 등에 이어 ? 탁월한 문학적 업적을 쌓은 쟌 모리스. '제트 시대의 플로베르'로 불릴 만큼 빼어난 묘사력을 구사하는 모리스가 나이 여든을 바라보며 묶어낸 『50년간의 세계여행』은 패기 넘치는 청년 저널리스트로서, 독립한 전업 여행작가로서, 또 성전환 후 46세의 여인으로 거듭난 뒤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바쳐 두루 돌아다닌 여행길에서 만난 '그녀만의 세상' 풍경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영어 원제도 『어느 작가의 세상』A Writer's World이다.)
1972년의 성전환을 전후해 나눈 1권과 2권을 통틀어(원서는 한 권이었다) 총 32개 장에 걸쳐 1950년대부터 2001년 9/11사태까지, 77개 국, 91개 도시(맨하탄, 시드니처럼 겹치는 곳도 있지만, 방문시기가 다르다)에 대해 기록한 이 글들을 모으며, 쟌 모리스는 한국어판 서문과 함께 장별 서문 다섯 편, 각 꼭지별 짤막한 인트로와 중간설명, 아웃트로 등을 덧붙여(박스 안에 넣어 처리함) ? 모든 사진은 한국어판에서 별도 첨가한 것들이다 ? 오늘날의 독자들이 그녀의 탁월한 묘사를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게 했다.
1권: 쟌 모리스가 제임스 모리스일 때
그래서, 지난 반세기에 대한 심오한 성찰은 이 책 속에 없다. "세상에 대해 쓴 글이지만, 그것은 나만의 세상이었다"고 말하는 쟌 모리스는 <타임스>와 <가디언>이라는 영국의 두 유명 신문사 기자이던 젊은 시절부터 그와 같은 자기만의 에세이 형식으로 기사를 써도 좋다고 허락받은 저널리스트였다.
1950년대 | 모리스의 기자 생활은 한 제국탐험대와 함께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1953년의 엘리자베스2세 대관식 기념을 위해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에 도전한 영국 원정대를 수행 취재했던 것(이 기사로 약관의 제임스 모리스는 스타 저널리스트가 되고, 그 대가인 동상 후유증으로 지금도 매5년마다 발톱이 빠진다고 한다). 그 뒤, '야심가들의 안식처'로 표현한 50년대 맨하탄(그곳과 사랑에 빠진 쟌은 그 후 매년 그곳을 찾았다), '사랑스런 허풍'을 잃어버리고 '보다 체념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바뀐 시카고 등을 누빈 모리스는 <타임스>의 중동특파원이 되어 대영제국이 무책임하게 버리고 나와 이미 1950년대 당시에 분쟁의 현장이었던 아랍세계 곳곳을 취재했다. 유명 신문사의 기자로서 "마치 특별관람석에 앉아" 사건사고를 관찰하듯 써내린 그의 중동 이야기는 '도시들의 무대에서 카르멘과도 같은 곳' 베이루트의 '불가능한 아름다움'("미처 밤이 닥치기 전, 아직도 저녁이 흐릿한 자줏빛으로 남았을 때, 벨벳 같은 땅거미가 채 스러지기 전이 베이루트의 불가능한 아름다움을 맛보기에 안성맞춤"[1-63쪽])을 거쳐, '믿음의 힘도 무색하게' 결코 편한 날이 없던 예루살렘, '다른 수는 없다'를 구호 삼아 살아가는 유대민족의 도시 텔아비브(처칠의 아들 랜돌프의 기막힌 넋두리가 그 이야기 끝에 덧붙여져 있다[1-93쪽]) 등을 아우른다.
모리스의 1950년대는 2차대전 때 스러진 '백만 젊은이들의 망령'으로 늘 괴로워해야 하는 땅 유럽 이야기로 이어진다. '악몽의 박람회장' 같은 전후 냉전기의 베를린, 가상의 어느 잉글랜드 젠틀맨이 방문한 '약삭빠른 사람들의 땅' 파리, 걸쭉한 재미와 외설스런 생기의 도시 런던 등이 그것이다. 특히 6-3 '런던' 에세이에서는 "예술이 진실보다 더 아름답다"며 이 책을 통틀어 유일하게 거짓말(앙증맞기 짝이 없는!)을 했다는 걸 실토하기도 한다.
원자탄의 망령을 안고 사느라 '텅 빈 도시' 같은 히로시마와 '꼼꼼한 우아함'들이 빛나는 교토를 거쳐 쟌 모리스는 1950년대의 마지막 날을 베네치아에서 보낸다. 그곳에서 쓴 책(8장에 그 서문이 실림)이 문학적 성취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됨과 아울러 베스트셀러가 되면서(1960년에 발간된 『베네치아』는 아직도 절판되지 않고 판매 중이다!) 1962년 <가디언> 기자 생활을 접고 전업작가가 된다.
1960년대 | 기자 생활 막바지에 쟌 모리스는 2차대전의 마지막 커튼콜 같던 나치 전범 아이히만 재판을 취재하고(9장), '칙칙하고 심난한 꿈속으로 빠져드는 일과도 같던' 냉전의 현장들('우아하지는 않아도 매료되는 도시' 모스크바, '늙지도 않는 고급 매춘부' 같은 레닌그라드, 지난 유행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흑해의 진주' 오데사, 흑표범처럼 미묘하고 번개처럼 폭발적인 미 제6함대까지)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의 어느 공항에서 경험한 당시 소련 승객들의 기가 막힌 비행기 침탈 사건을 지켜보며 느꼈던 "마치 구절양장의 크렘린 궁이라도 쳐들어간 듯한 기분"(1-207쪽)을 곁들이기도 한다.
혁명과 격변의 기운이 팽배하던 1960년대 초반 남미를 거쳐, 새로운 잉글랜드가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사라진 잉글랜드스러움'이 분위기를 주름잡는 도시 옥스포드, '허풍스런 얘기와 말도 안 되는 캐릭터들'로 가득한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를 두고 "위대한 정치이념이나 인본주의 정신"을 비전으로 가진 적이 없고 "오로지 스스로 앞서나가고 생존해야 한다는 노골적 충동"으로만 똘똘 뭉친 도시, "친절이란 없고, 비난, 조소, 불평으로 가득찬 곳"이라고 했다가, 모리스는 분개한 독자들의 대꾸에 5년을 시달렸다고 한다), "역사를 가지고 장난치는 듯 느껴지는 대륙" 아프리카 등, 모리스의 색다른 묘사적 저널리즘 작업은 1960년대 내내 이어진다.
1970년대: 성전환 전 | 하지만 극한의 냉전과 베트남 전쟁, 옛 제국들에 의해 버림받은 땅인 아프리카와 중동의 끊임없는 갈등과 충돌 등으로 얼룩진 1970년대가 닥치면서, 또 모리스 자신의 나이가 40대로 접어들면서 세상사가 더 이상 호락호락해 보이지도 않고 딱 부러져 보이지도 않자 모리스 자신의 글쓰기도 한층 더 개인적인 인상 위주로 바뀌게 된다(1-8~10쪽, 294쪽). 어떤 평론가는 6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호르몬 주사와 72년의 성전환을 모리스의 문체가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짚기도 하지만, 이는 위에서 밝힌 쟌 모리스 자신의 견해와는 동떨어진 진단이라 하겠다.
아무튼 72년 카사블랑카에서의 성전환 전까지 '히말라야 대산맥 속 한 줌의 초록 공간'인 카슈미르와 같은 쾌락의 장소들로 가서 자신만의 '아늑한 열반'에 들기도 하고, 그런 곳들에 밴 '감동적인 비애'를 현란하게 짚어내기도 한다. 모리스 스스로 최고의 '야심작'이라고 손꼽는 『팍스 브리타니카』 3부작 취재를 위해 들른 싱가포르, 실론, 다르질링, 델리를 끝으로 성전환 전 제임스 모리스라는 이름으로 책을 쓰던 시기는 끝을 맺는다.
2권: 제임스 모리스가 쟌 모리스가 되고 난 후
1970년대: 성전환 후 | 1972년 카사블랑카에서의 성전환 이후 제임스 모리스는 쟌 모리스로 거듭난다. 수술을 앞두고 마취제 기운이 퍼지는 가운데, 또 바깥으로부터 어느 거리의 악사가 플루트로 연주하는 고운 아르페지오가 들려오는 가운데, 모리스는 거울 앞에 서서 거울 속의 자신에게 가슴 뭉클한 작별인사를 건넨다.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할 거고, 나는 그 거울 속의 다른 나의 눈을 마지막으로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행운의 윙크를 던지고 싶었다."(2-14쪽)
"앞으로는 전통을, 뒤에서는 철저한 실용주의를" 꾀하는 갈팡질팡 욕구불만의 도시 런던의 1970년대를 "구제 불능의 늙은 사기꾼" 같다고 묘사하고(19장), 20년 만에 다시 들른 LA에서는 "정신의 문화는 자유분방하게, 물질의 문화는 엄격하게"가 그곳의 표어라고 예리하게 간파한다(20장). 영화 <싱글맨>의 실제 인물이기도 한 이셔우드와 배처디 커플을 방문해서는 놀랍게도 LA가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도시'(2-50쪽)임을 짚어낸다.
미국의 정치가 어떻게 요동쳐도 한결같이 자신을 낙담시키지 않는 도시라고 얘기하는 맨하탄을 다시 찾은 쟌 모리스는 그 땅 맨하탄 섬에, 마치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북극곰처럼, "감금된 탓에 한결 오묘한 존재"가 된 맨하탄 피플들을 묘사하면서는 그들의 힘이 "사자보다는 말벌에 가깝다"고 적고 있다. "그토록 엄청난 거대도시에서 관심사는 또 그토록 놀랍게도 자잘하고 개인적"이라는 것이다(2-78쪽). 드디어 "화난 흑인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남아공 에세이를 끝으로 쟌 모리스의 1970년대도 막을 내린다.
1980년대 | 냉전이 끝나고 테러리즘이라는 새로운 대결 구도가 생겨나던 80년대 들어, 쟌 모리스는 책 작업을 위해 주로 평화로운 곳들을 돌아다닌다. 막무가내로 화려한 허세와 멋의 고장인 잉글랜드의 시골마을 웰스, 가슴 뻐근하게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하버브리지처럼) 든든하고도 (오페라하우스처럼) 사뿐한 시드니 등을 거쳐, 쟌 모리스의 화려한 미문은 '렉스 캐나디아나'(2-181쪽)로 이어진다. 엄한 규율과 탄탄한 짜임새를 자랑하는 캐나다 도시들에서, "행군 중인 보병들"처럼 걸어가는 행인들 속에서, 모리스 특유의 여행법은 '스마일 테스트'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거리의 행인들에게 마구 미소를 지어보이면 각 도시마다 그 반응의 정도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는 것. 예컨대 80년대 뱅쿠버 시민들은 모리스의 스마일 테스트로부터 "수줍음과 낮은 자신감이라는 꽤나 심한 제약" 탓에 아주 낮은 점수를 받고 말았다(2-200쪽).
"아기들 구경에는 상하이만 한 데가 없다"(2-224쪽)고 시작하는 중국 에세이는 웨일스 학생들의 본드 흡입 중독 문제(2-239쪽)로 엉뚱한 듯 기발하게 이어진다. 웨일스 공화주의자인 쟌 모리스에게는 너무나 부대끼는 곳인 '프로이트의 도시' 빈에서는 "질서정연하게 계산된 아늑함"(2-246쪽)에 흠칫 옹송그리며 몸서리를 쳤지만,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웨일스 공동체를 찾아간 27장의 에세이에서는 그녀가 얼마나 웨일스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지 또 고마워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1990년대 | 쟌 모리스의 90년대는 유럽의 시대였다. 『50년간의 유럽여행』(1997년 발간, 2004년 국역) 집필을 위한 자료 수집에 송두리째 바친 10년이었던 것. 거칠지만 평화로운 스페인 북부의 땅을 닮은 사람들의 포도밭, 남을 얕잡아보는 신사들의 우아함이 배인 부르고뉴, '물로 쓴 권력'이 물씬 느껴지는 라인가우 등 세 곳의 포도원 여행에 이어, 스위스라는 나라보다 "스위스인들의 뜻"이 더 크게 돋보이는 스위스 에세이(자신의 모국 웨일스도 스위스처럼 "스스로의 사안들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모리스는 부러워한다[2-294쪽]),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떠난 라이프치히, 괴테와 실러, 바우하우스 등 우아한 옛 이야기들이 거리마다 넘실대는 바이마르 에세이, 절대 변하지 않을 '영원한 도시' 로마와 "모든 게 새롭고 온갖 걸 다 받아들이는 곳"(교통지옥이 쾌활하게 으르렁대는 자동차 문화가 에세이의 모티브였다) 나폴리를 비교한 이탈리아 에세이 등을 거쳐, 유고 연방이 해체되면서 '진정으로 유별난 증오'에서 비롯된 끔찍스런 보스니아 내전 현장 탐방기가 이어진다.
이어서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끼어 모리스의 가슴을 더욱 뭉클해지게 하는 불가리아의 고난(29-9절)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도 살필 수 있다. 루마니아 특유의 '라틴형 공산 독재'가, 그 땅의 아주 특별한 뒤죽박죽 상태가, 어떻게 "통상적 스탈린주의자보다는 동방의 미친 폭군들에 더 가까"웠던(2-352쪽) 차우세스쿠의 25년 통치를 가능케 했는지도 성찰한다.
분명 세계를 향해 '문명의 교훈'을 던져주는 1990년대 미국 대도시에서는 미국식 순결한 자본주의의 신경쇠약증과 편집증이 역설적으로 공동체의 평화를 마구 찢어버리고 있음을 확인한다(2-364쪽). 그때그때 "써먹을 수 있는 전통을 수백 가지나 갖추고 있"는 곳이자 "열 개도 넘는 언어가 쓰이고, 그 말들 모두가 자기 말인 곳"(2-385~6쪽) 맨하탄에서는 흥분제이면서 동시에 진정제 역할도 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권력의 쓰임새를 헤아려낸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능히 "멋지다!"고 할 수는 없는 도시인 시드니에서는 그래서 "아무리 억눌러도 어쩔 수 없이 뿜어져나오는 죄수들의 기운"(2-392쪽) 같은 무모함을 끄집어낼 수 있어 좋다고 눙치는 쟌 모리스는 '사실상의 대영제국의 종말'이라고 할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취재기로 50년 여행기를 마무리한다.
에필로그 | 2차대전 종전 이후 20세기의 전성기에 지구 곳곳을 누비며 쟌 모리스는 너그러운 사람들의 선한 가치가 '제4세계'라는 새 시대를 주름잡게 되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가 난망함을 절감하며 (75번째 생일을 앞둔 2001년의 어느 여름날) 생의 마지막 세계일주를 떠난 모리스는 오락가락 상호모순적인 힘들의 요동 속에서 "모두 불안해하고 모두 자신 없어 한다"(2-401쪽)는 사실을 확인하며 고향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며 쟌 모리스는 "친절함이야말로 우리를 끝까지 보살펴주는 하나의 원칙"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며, 서로 좀 더 친절하자는 게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다. 그렇지만 바로 그 다음날 쟌에게 '그리운 친구 같은' 맨하탄에서 9.11사태가 일어나고, 쟌 모리스는 책의 끝에다 이를 "다음 시대정신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적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세상 풍경 묘사에 이어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을 품었건만, 희망의 시대정신은 오간데 없고 그런 처참한 새 시대정신의 등장을 지켜봐야 했던, '고풍스런 기질'의 웨일스 태생 무정부주의자이자 '친절당 당수'를 꿈꾸는 할머니 작가 쟌 모리스.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50년 여행기는 그렇게 막을 내리며 책장을 덮는 이들의 맘을 안타깝게 한다.
추천사
손미나(『스페인, 너는 자유다』의 저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옛 초상화를 들여다보노라면 그림 속 인물의 흔들리는 눈빛 한 모금에 그만 뭉클해지곤 합니다. 화가가 한 인물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부단히 소통하여 화폭 위에 길어 올린 눈빛이기에 감동은 더욱 깊고 짜릿합니다. 웨일스에서 태어나 잉글랜드에서 교육 받은, 뉴욕을 사랑하는 유럽인 쟌 모리스는 세상의 온갖 도시들을 그렇게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해 원숙한 필치로 우리 앞에 옮겨놓아 주는 고마운 작가입니다. 쟌이 그려낸, 그윽하기 짝이 없는 '한 장소 혹은 도시의 초상화'는 음미하고 또 음미해도 늘 새로운 감상을 허락해줍니다. 그녀의 바람처럼 "지구가 좀 더 친절한 별로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사람의 동료 여행자인 저에게 그녀의 글은 늘 사랑스러운 축복이자 상쾌한 청량제입니다.
김효선(『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의 저자) 화사하기 짝이 없는 로코코 스타일을 구사하는 쟌 모리스의 글은 참 맛있다. 최고급 빈티지 와인처럼 자꾸 음미하게 되는 맛이다. 『50년간의 유럽여행』을 읽고 쟌 모리스에게 푹 빠진 이래 난 그 책을 누구에게나 서슴없이 권하며 두루 선물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영국의 <타임스>가 뽑은 전후 영국을 빛낸 대작가 50인 중 15위에 오를 정도로 대단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여행작가라고 한다. 드문 트랜스젠더 작가로서 쟌 모리스의 인생 자체도 참으로 흥미롭다. 영어로는 한 권의 책이었는데, 한글판에서는 1972 성전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1, 2권으로 나뉜다는 출판사의 얘기를 듣고 보다 흥미로운 독서를 기대하게 되었다. 대작가의 평생 기록이나 진배없는 50년 여행기를 이보다 더 극적으로 대별하여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 쟌 모리스와 9.11 사태 (2001.10.6일자 <가디언>신문 '프로필'에 소개된 내용 중 일부)
무역센타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벌어진 바로 그 주의 주말 신문에서 <뉴욕타임스>지는 뉴욕시에 대한 특집을 실었다. 대부분의 글들은 뉴욕시민들의 글들로 채워졌으나, 표제 에세이는 대영제국 출신이었다가 이제 웨일스 민족주의자로 거듭 난 쟌 모리스의 글이었다. 쟌 모리스의 1987년 작품인 『맨하탄 1945년』에서 발췌한 몇 줄이 대참사의 폐허를 보여주는 사진 바로 밑에 게재된 것이다.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은 전 세계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반짝거렸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비록 터무니없는 꿈이긴 하더라도 언젠가 그 전설의 해안에 발을 디디리라는 당찬 야심을 가슴에 품었던 것이다."
자신의 글이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도시에 불벼락처럼 들이닥친 재앙을 알리는 데 쓰인 걸 보고서 쟌 모리스는 "깊이 감명 받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렇지만 주요한 세계적 사건을 알리는 데 모리스 씨의 글이 쓰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하 생략...)
▶ 쟌 모리스의 성전환에 관한 코멘트
"내 속엔 늘 두 개의 클럽이 있었어요. 하나는 남자 클럽, 다른 하나는 여자 클럽이죠. 이 클럽에 있다 저 클럽으로 옮기는 택시 속에서 나는 늘 내 정체성을 바꿔야 하곤 했죠."
"맨처음부터 나는 잘못된 성을 타고 태어났다는 걸 알았어요. 서너 살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께서 시벨리우스를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가 여자라야 하는 건데..." 그런 생각을 했더랬죠. 다섯 살쯤부터는 그런 생각이 뿌리깊게 자리잡았답니다."
"제가 잘못된 몸을 타고 났고, 기숙학교 생활을 하면서 고학년 남자 선배들이 나를 따라다니고 내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게 싫진 않았지만, 한번도 호모섹스를 꿈꿨던 적은 없었답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제 성적 취향은 아주 흐릿했어요. 섹스보다는 포옹에 더 끌렸다고나 할까요?"
1949년, 아랍어를 배우다 런던에서 만난 엘리자베스 터크니스(스리랑카 차 농장 집 딸)와 결혼. 다섯 아이를 낳다.
아이들은 아빠의 성전환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20세기 작곡가 백과사전'을 편집한 아들 마크는 쟌의 성전환을 다룬 자서전 『수수께끼』의 표지 그림을 제작해주었다.
웨일스어로 시를 쓰는 유명한 시인인 아들 툼의 평가: "아버지의 성전환이 내게 미친 영향은 불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행복하게 했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멋진 일 아닌가. 쟌에게 그 일은 일종의 여행 같은 것이었다. 신화 속의 인물들 말고는 거의 아무도 떠난 적이 없었던 그런 여행 말이다."
『수수께끼』(Conundrum, 1974)라는 이름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성전환 경험을 놀랍도록 지성적이고도 재미나게 묘사하였다. 유명한 작가의 성전환 스토리를 담은 『수수께끼』의 출간은 1970년대의 주요한 문화이벤트의 하나로 꼽힐 만큼 큰 대중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성전환 이후 30년이 넘도록 귀가 따갑게, 지겹도록 성전환 관련 질문을 듣다.
그녀의 1978년 인터뷰에 따르면 성전환 이후 감수성의 변화가 일어났고, 보다 부드러워진 문체의 글쓰기를 구사하게 되었다고 고백.
제임스일 때의 모리스는 희한한 세계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거의 탐험기와 같은 여행기들을 썼지만, 쟌이 되고 난 뒤의 모리스는 훨씬 느긋하게 어슬렁거리는 형식의 여행기를 주로 썼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쟌 모리스의 오랜 친구인 작가 사이몬 윈체스터의 말에 따르면 "멋진 해외특파원, 기자, 이야기꾼이었던 그는 자신의 기자로서의 본능을 뒤로 하고, 글 쓰는 방법, 생각하는 법에서 훨씬 더 풍부한 상상력에 기대는 방법을 채택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쟌 모리스에 대한 평가
"쟌 모리스의 글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베네치아』, 『스페인』, 『옥스포드』 같은 책들은 시간을 초월해 읽을 수 있다. 그곳의 건물들은 바뀔지언정 쟌 모리스가 묘사하는 방식(가령 그곳의 소리) 덕분에 이 책들은 늘 신선한 느낌의 글 읽기를 선사한다."
- 쟌 모리스 평전 작가 폴 클레멘츠의 지적
"쟌 모리스는 사소하고도 빗나간 듯한 에피소드들을 매혹적으로 묘사하는 데 있어 탁월하다. 멋진 스토리를 짜는 데도 남다른 재주를 지녔지만, 본 줄거리에 덧보탠 자잘하고 부차적인 장식들이 어찌나 빼어난지 그녀의 글쓰기로부터 끊임없이 보물을 캐내는 느낌이 든다."
- 쟌 모리스의 '주변적 수사'에 대한 작가 사이몬 윈체스터의 찬사
▶ 쟌 모리스의 자평
"내가 어느 도시에 대한 글을 쓸 때 그 글은 그 도시에 대한 나의 느낌을 적는 것이니까, 어떻게 보자면 내 방식대로 그 도시를 창조하는 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팍스 브리타니카』 3부작의 경우는 좀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내 자신에 대한 얘기들인 셈이죠. 이런 말 하기 미안하긴 하지만, 사실 저의 지난날들이 꽤나 흥미로운 삶이었거든요."
'제트 시대의 플로베르' 쟌 모리스의 "50년간의 세계여행"
최고의 기행작가 쟌 모리스, 그가 만난 지극히 개인적인 세상
세계가 개인적이라니? 그런데 쟌 모리스가 만난 세계는 분명 그렇다. 2008년 <타임스>지가 선정한 전후 영국을 빛낸 50인의 작가 중 열다섯째에 꼽힐 정도로 ? 조지 오웰, J R R 톨킨, 샐먼 루시디 등에 이어 ? 탁월한 문학적 업적을 쌓은 쟌 모리스. '제트 시대의 플로베르'로 불릴 만큼 빼어난 묘사력을 구사하는 모리스가 나이 여든을 바라보며 묶어낸 『50년간의 세계여행』은 패기 넘치는 청년 저널리스트로서, 독립한 전업 여행작가로서, 또 성전환 후 46세의 여인으로 거듭난 뒤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바쳐 두루 돌아다닌 여행길에서 만난 '그녀만의 세상' 풍경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영어 원제도 『어느 작가의 세상』A Writer's World이다.)
1972년의 성전환을 전후해 나눈 1권과 2권을 통틀어(원서는 한 권이었다) 총 32개 장에 걸쳐 1950년대부터 2001년 9/11사태까지, 77개 국, 91개 도시(맨하탄, 시드니처럼 겹치는 곳도 있지만, 방문시기가 다르다)에 대해 기록한 이 글들을 모으며, 쟌 모리스는 한국어판 서문과 함께 장별 서문 다섯 편, 각 꼭지별 짤막한 인트로와 중간설명, 아웃트로 등을 덧붙여(박스 안에 넣어 처리함) ? 모든 사진은 한국어판에서 별도 첨가한 것들이다 ? 오늘날의 독자들이 그녀의 탁월한 묘사를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게 했다.
1권: 쟌 모리스가 제임스 모리스일 때
그래서, 지난 반세기에 대한 심오한 성찰은 이 책 속에 없다. "세상에 대해 쓴 글이지만, 그것은 나만의 세상이었다"고 말하는 쟌 모리스는 <타임스>와 <가디언>이라는 영국의 두 유명 신문사 기자이던 젊은 시절부터 그와 같은 자기만의 에세이 형식으로 기사를 써도 좋다고 허락받은 저널리스트였다.
1950년대 | 모리스의 기자 생활은 한 제국탐험대와 함께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1953년의 엘리자베스2세 대관식 기념을 위해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에 도전한 영국 원정대를 수행 취재했던 것(이 기사로 약관의 제임스 모리스는 스타 저널리스트가 되고, 그 대가인 동상 후유증으로 지금도 매5년마다 발톱이 빠진다고 한다). 그 뒤, '야심가들의 안식처'로 표현한 50년대 맨하탄(그곳과 사랑에 빠진 쟌은 그 후 매년 그곳을 찾았다), '사랑스런 허풍'을 잃어버리고 '보다 체념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바뀐 시카고 등을 누빈 모리스는 <타임스>의 중동특파원이 되어 대영제국이 무책임하게 버리고 나와 이미 1950년대 당시에 분쟁의 현장이었던 아랍세계 곳곳을 취재했다. 유명 신문사의 기자로서 "마치 특별관람석에 앉아" 사건사고를 관찰하듯 써내린 그의 중동 이야기는 '도시들의 무대에서 카르멘과도 같은 곳' 베이루트의 '불가능한 아름다움'("미처 밤이 닥치기 전, 아직도 저녁이 흐릿한 자줏빛으로 남았을 때, 벨벳 같은 땅거미가 채 스러지기 전이 베이루트의 불가능한 아름다움을 맛보기에 안성맞춤"[1-63쪽])을 거쳐, '믿음의 힘도 무색하게' 결코 편한 날이 없던 예루살렘, '다른 수는 없다'를 구호 삼아 살아가는 유대민족의 도시 텔아비브(처칠의 아들 랜돌프의 기막힌 넋두리가 그 이야기 끝에 덧붙여져 있다[1-93쪽]) 등을 아우른다.
모리스의 1950년대는 2차대전 때 스러진 '백만 젊은이들의 망령'으로 늘 괴로워해야 하는 땅 유럽 이야기로 이어진다. '악몽의 박람회장' 같은 전후 냉전기의 베를린, 가상의 어느 잉글랜드 젠틀맨이 방문한 '약삭빠른 사람들의 땅' 파리, 걸쭉한 재미와 외설스런 생기의 도시 런던 등이 그것이다. 특히 6-3 '런던' 에세이에서는 "예술이 진실보다 더 아름답다"며 이 책을 통틀어 유일하게 거짓말(앙증맞기 짝이 없는!)을 했다는 걸 실토하기도 한다.
원자탄의 망령을 안고 사느라 '텅 빈 도시' 같은 히로시마와 '꼼꼼한 우아함'들이 빛나는 교토를 거쳐 쟌 모리스는 1950년대의 마지막 날을 베네치아에서 보낸다. 그곳에서 쓴 책(8장에 그 서문이 실림)이 문학적 성취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됨과 아울러 베스트셀러가 되면서(1960년에 발간된 『베네치아』는 아직도 절판되지 않고 판매 중이다!) 1962년 <가디언> 기자 생활을 접고 전업작가가 된다.
1960년대 | 기자 생활 막바지에 쟌 모리스는 2차대전의 마지막 커튼콜 같던 나치 전범 아이히만 재판을 취재하고(9장), '칙칙하고 심난한 꿈속으로 빠져드는 일과도 같던' 냉전의 현장들('우아하지는 않아도 매료되는 도시' 모스크바, '늙지도 않는 고급 매춘부' 같은 레닌그라드, 지난 유행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흑해의 진주' 오데사, 흑표범처럼 미묘하고 번개처럼 폭발적인 미 제6함대까지)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의 어느 공항에서 경험한 당시 소련 승객들의 기가 막힌 비행기 침탈 사건을 지켜보며 느꼈던 "마치 구절양장의 크렘린 궁이라도 쳐들어간 듯한 기분"(1-207쪽)을 곁들이기도 한다.
혁명과 격변의 기운이 팽배하던 1960년대 초반 남미를 거쳐, 새로운 잉글랜드가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사라진 잉글랜드스러움'이 분위기를 주름잡는 도시 옥스포드, '허풍스런 얘기와 말도 안 되는 캐릭터들'로 가득한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를 두고 "위대한 정치이념이나 인본주의 정신"을 비전으로 가진 적이 없고 "오로지 스스로 앞서나가고 생존해야 한다는 노골적 충동"으로만 똘똘 뭉친 도시, "친절이란 없고, 비난, 조소, 불평으로 가득찬 곳"이라고 했다가, 모리스는 분개한 독자들의 대꾸에 5년을 시달렸다고 한다), "역사를 가지고 장난치는 듯 느껴지는 대륙" 아프리카 등, 모리스의 색다른 묘사적 저널리즘 작업은 1960년대 내내 이어진다.
1970년대: 성전환 전 | 하지만 극한의 냉전과 베트남 전쟁, 옛 제국들에 의해 버림받은 땅인 아프리카와 중동의 끊임없는 갈등과 충돌 등으로 얼룩진 1970년대가 닥치면서, 또 모리스 자신의 나이가 40대로 접어들면서 세상사가 더 이상 호락호락해 보이지도 않고 딱 부러져 보이지도 않자 모리스 자신의 글쓰기도 한층 더 개인적인 인상 위주로 바뀌게 된다(1-8~10쪽, 294쪽). 어떤 평론가는 6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호르몬 주사와 72년의 성전환을 모리스의 문체가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짚기도 하지만, 이는 위에서 밝힌 쟌 모리스 자신의 견해와는 동떨어진 진단이라 하겠다.
아무튼 72년 카사블랑카에서의 성전환 전까지 '히말라야 대산맥 속 한 줌의 초록 공간'인 카슈미르와 같은 쾌락의 장소들로 가서 자신만의 '아늑한 열반'에 들기도 하고, 그런 곳들에 밴 '감동적인 비애'를 현란하게 짚어내기도 한다. 모리스 스스로 최고의 '야심작'이라고 손꼽는 『팍스 브리타니카』 3부작 취재를 위해 들른 싱가포르, 실론, 다르질링, 델리를 끝으로 성전환 전 제임스 모리스라는 이름으로 책을 쓰던 시기는 끝을 맺는다.
2권: 제임스 모리스가 쟌 모리스가 되고 난 후
1970년대: 성전환 후 | 1972년 카사블랑카에서의 성전환 이후 제임스 모리스는 쟌 모리스로 거듭난다. 수술을 앞두고 마취제 기운이 퍼지는 가운데, 또 바깥으로부터 어느 거리의 악사가 플루트로 연주하는 고운 아르페지오가 들려오는 가운데, 모리스는 거울 앞에 서서 거울 속의 자신에게 가슴 뭉클한 작별인사를 건넨다.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할 거고, 나는 그 거울 속의 다른 나의 눈을 마지막으로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행운의 윙크를 던지고 싶었다."(2-14쪽)
"앞으로는 전통을, 뒤에서는 철저한 실용주의를" 꾀하는 갈팡질팡 욕구불만의 도시 런던의 1970년대를 "구제 불능의 늙은 사기꾼" 같다고 묘사하고(19장), 20년 만에 다시 들른 LA에서는 "정신의 문화는 자유분방하게, 물질의 문화는 엄격하게"가 그곳의 표어라고 예리하게 간파한다(20장). 영화 <싱글맨>의 실제 인물이기도 한 이셔우드와 배처디 커플을 방문해서는 놀랍게도 LA가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도시'(2-50쪽)임을 짚어낸다.
미국의 정치가 어떻게 요동쳐도 한결같이 자신을 낙담시키지 않는 도시라고 얘기하는 맨하탄을 다시 찾은 쟌 모리스는 그 땅 맨하탄 섬에, 마치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북극곰처럼, "감금된 탓에 한결 오묘한 존재"가 된 맨하탄 피플들을 묘사하면서는 그들의 힘이 "사자보다는 말벌에 가깝다"고 적고 있다. "그토록 엄청난 거대도시에서 관심사는 또 그토록 놀랍게도 자잘하고 개인적"이라는 것이다(2-78쪽). 드디어 "화난 흑인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남아공 에세이를 끝으로 쟌 모리스의 1970년대도 막을 내린다.
1980년대 | 냉전이 끝나고 테러리즘이라는 새로운 대결 구도가 생겨나던 80년대 들어, 쟌 모리스는 책 작업을 위해 주로 평화로운 곳들을 돌아다닌다. 막무가내로 화려한 허세와 멋의 고장인 잉글랜드의 시골마을 웰스, 가슴 뻐근하게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하버브리지처럼) 든든하고도 (오페라하우스처럼) 사뿐한 시드니 등을 거쳐, 쟌 모리스의 화려한 미문은 '렉스 캐나디아나'(2-181쪽)로 이어진다. 엄한 규율과 탄탄한 짜임새를 자랑하는 캐나다 도시들에서, "행군 중인 보병들"처럼 걸어가는 행인들 속에서, 모리스 특유의 여행법은 '스마일 테스트'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거리의 행인들에게 마구 미소를 지어보이면 각 도시마다 그 반응의 정도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는 것. 예컨대 80년대 뱅쿠버 시민들은 모리스의 스마일 테스트로부터 "수줍음과 낮은 자신감이라는 꽤나 심한 제약" 탓에 아주 낮은 점수를 받고 말았다(2-200쪽).
"아기들 구경에는 상하이만 한 데가 없다"(2-224쪽)고 시작하는 중국 에세이는 웨일스 학생들의 본드 흡입 중독 문제(2-239쪽)로 엉뚱한 듯 기발하게 이어진다. 웨일스 공화주의자인 쟌 모리스에게는 너무나 부대끼는 곳인 '프로이트의 도시' 빈에서는 "질서정연하게 계산된 아늑함"(2-246쪽)에 흠칫 옹송그리며 몸서리를 쳤지만,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웨일스 공동체를 찾아간 27장의 에세이에서는 그녀가 얼마나 웨일스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지 또 고마워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1990년대 | 쟌 모리스의 90년대는 유럽의 시대였다. 『50년간의 유럽여행』(1997년 발간, 2004년 국역) 집필을 위한 자료 수집에 송두리째 바친 10년이었던 것. 거칠지만 평화로운 스페인 북부의 땅을 닮은 사람들의 포도밭, 남을 얕잡아보는 신사들의 우아함이 배인 부르고뉴, '물로 쓴 권력'이 물씬 느껴지는 라인가우 등 세 곳의 포도원 여행에 이어, 스위스라는 나라보다 "스위스인들의 뜻"이 더 크게 돋보이는 스위스 에세이(자신의 모국 웨일스도 스위스처럼 "스스로의 사안들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모리스는 부러워한다[2-294쪽]),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떠난 라이프치히, 괴테와 실러, 바우하우스 등 우아한 옛 이야기들이 거리마다 넘실대는 바이마르 에세이, 절대 변하지 않을 '영원한 도시' 로마와 "모든 게 새롭고 온갖 걸 다 받아들이는 곳"(교통지옥이 쾌활하게 으르렁대는 자동차 문화가 에세이의 모티브였다) 나폴리를 비교한 이탈리아 에세이 등을 거쳐, 유고 연방이 해체되면서 '진정으로 유별난 증오'에서 비롯된 끔찍스런 보스니아 내전 현장 탐방기가 이어진다.
이어서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끼어 모리스의 가슴을 더욱 뭉클해지게 하는 불가리아의 고난(29-9절)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도 살필 수 있다. 루마니아 특유의 '라틴형 공산 독재'가, 그 땅의 아주 특별한 뒤죽박죽 상태가, 어떻게 "통상적 스탈린주의자보다는 동방의 미친 폭군들에 더 가까"웠던(2-352쪽) 차우세스쿠의 25년 통치를 가능케 했는지도 성찰한다.
분명 세계를 향해 '문명의 교훈'을 던져주는 1990년대 미국 대도시에서는 미국식 순결한 자본주의의 신경쇠약증과 편집증이 역설적으로 공동체의 평화를 마구 찢어버리고 있음을 확인한다(2-364쪽). 그때그때 "써먹을 수 있는 전통을 수백 가지나 갖추고 있"는 곳이자 "열 개도 넘는 언어가 쓰이고, 그 말들 모두가 자기 말인 곳"(2-385~6쪽) 맨하탄에서는 흥분제이면서 동시에 진정제 역할도 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권력의 쓰임새를 헤아려낸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능히 "멋지다!"고 할 수는 없는 도시인 시드니에서는 그래서 "아무리 억눌러도 어쩔 수 없이 뿜어져나오는 죄수들의 기운"(2-392쪽) 같은 무모함을 끄집어낼 수 있어 좋다고 눙치는 쟌 모리스는 '사실상의 대영제국의 종말'이라고 할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취재기로 50년 여행기를 마무리한다.
에필로그 | 2차대전 종전 이후 20세기의 전성기에 지구 곳곳을 누비며 쟌 모리스는 너그러운 사람들의 선한 가치가 '제4세계'라는 새 시대를 주름잡게 되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가 난망함을 절감하며 (75번째 생일을 앞둔 2001년의 어느 여름날) 생의 마지막 세계일주를 떠난 모리스는 오락가락 상호모순적인 힘들의 요동 속에서 "모두 불안해하고 모두 자신 없어 한다"(2-401쪽)는 사실을 확인하며 고향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며 쟌 모리스는 "친절함이야말로 우리를 끝까지 보살펴주는 하나의 원칙"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며, 서로 좀 더 친절하자는 게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다. 그렇지만 바로 그 다음날 쟌에게 '그리운 친구 같은' 맨하탄에서 9.11사태가 일어나고, 쟌 모리스는 책의 끝에다 이를 "다음 시대정신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적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세상 풍경 묘사에 이어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을 품었건만, 희망의 시대정신은 오간데 없고 그런 처참한 새 시대정신의 등장을 지켜봐야 했던, '고풍스런 기질'의 웨일스 태생 무정부주의자이자 '친절당 당수'를 꿈꾸는 할머니 작가 쟌 모리스.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50년 여행기는 그렇게 막을 내리며 책장을 덮는 이들의 맘을 안타깝게 한다.
추천사
손미나(『스페인, 너는 자유다』의 저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옛 초상화를 들여다보노라면 그림 속 인물의 흔들리는 눈빛 한 모금에 그만 뭉클해지곤 합니다. 화가가 한 인물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부단히 소통하여 화폭 위에 길어 올린 눈빛이기에 감동은 더욱 깊고 짜릿합니다. 웨일스에서 태어나 잉글랜드에서 교육 받은, 뉴욕을 사랑하는 유럽인 쟌 모리스는 세상의 온갖 도시들을 그렇게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해 원숙한 필치로 우리 앞에 옮겨놓아 주는 고마운 작가입니다. 쟌이 그려낸, 그윽하기 짝이 없는 '한 장소 혹은 도시의 초상화'는 음미하고 또 음미해도 늘 새로운 감상을 허락해줍니다. 그녀의 바람처럼 "지구가 좀 더 친절한 별로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사람의 동료 여행자인 저에게 그녀의 글은 늘 사랑스러운 축복이자 상쾌한 청량제입니다.
김효선(『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의 저자) 화사하기 짝이 없는 로코코 스타일을 구사하는 쟌 모리스의 글은 참 맛있다. 최고급 빈티지 와인처럼 자꾸 음미하게 되는 맛이다. 『50년간의 유럽여행』을 읽고 쟌 모리스에게 푹 빠진 이래 난 그 책을 누구에게나 서슴없이 권하며 두루 선물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영국의 <타임스>가 뽑은 전후 영국을 빛낸 대작가 50인 중 15위에 오를 정도로 대단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여행작가라고 한다. 드문 트랜스젠더 작가로서 쟌 모리스의 인생 자체도 참으로 흥미롭다. 영어로는 한 권의 책이었는데, 한글판에서는 1972 성전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1, 2권으로 나뉜다는 출판사의 얘기를 듣고 보다 흥미로운 독서를 기대하게 되었다. 대작가의 평생 기록이나 진배없는 50년 여행기를 이보다 더 극적으로 대별하여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 쟌 모리스와 9.11 사태 (2001.10.6일자 <가디언>신문 '프로필'에 소개된 내용 중 일부)
무역센타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벌어진 바로 그 주의 주말 신문에서 <뉴욕타임스>지는 뉴욕시에 대한 특집을 실었다. 대부분의 글들은 뉴욕시민들의 글들로 채워졌으나, 표제 에세이는 대영제국 출신이었다가 이제 웨일스 민족주의자로 거듭 난 쟌 모리스의 글이었다. 쟌 모리스의 1987년 작품인 『맨하탄 1945년』에서 발췌한 몇 줄이 대참사의 폐허를 보여주는 사진 바로 밑에 게재된 것이다.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은 전 세계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반짝거렸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비록 터무니없는 꿈이긴 하더라도 언젠가 그 전설의 해안에 발을 디디리라는 당찬 야심을 가슴에 품었던 것이다."
자신의 글이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도시에 불벼락처럼 들이닥친 재앙을 알리는 데 쓰인 걸 보고서 쟌 모리스는 "깊이 감명 받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렇지만 주요한 세계적 사건을 알리는 데 모리스 씨의 글이 쓰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하 생략...)
▶ 쟌 모리스의 성전환에 관한 코멘트
"내 속엔 늘 두 개의 클럽이 있었어요. 하나는 남자 클럽, 다른 하나는 여자 클럽이죠. 이 클럽에 있다 저 클럽으로 옮기는 택시 속에서 나는 늘 내 정체성을 바꿔야 하곤 했죠."
"맨처음부터 나는 잘못된 성을 타고 태어났다는 걸 알았어요. 서너 살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께서 시벨리우스를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가 여자라야 하는 건데..." 그런 생각을 했더랬죠. 다섯 살쯤부터는 그런 생각이 뿌리깊게 자리잡았답니다."
"제가 잘못된 몸을 타고 났고, 기숙학교 생활을 하면서 고학년 남자 선배들이 나를 따라다니고 내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게 싫진 않았지만, 한번도 호모섹스를 꿈꿨던 적은 없었답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제 성적 취향은 아주 흐릿했어요. 섹스보다는 포옹에 더 끌렸다고나 할까요?"
1949년, 아랍어를 배우다 런던에서 만난 엘리자베스 터크니스(스리랑카 차 농장 집 딸)와 결혼. 다섯 아이를 낳다.
아이들은 아빠의 성전환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20세기 작곡가 백과사전'을 편집한 아들 마크는 쟌의 성전환을 다룬 자서전 『수수께끼』의 표지 그림을 제작해주었다.
웨일스어로 시를 쓰는 유명한 시인인 아들 툼의 평가: "아버지의 성전환이 내게 미친 영향은 불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행복하게 했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멋진 일 아닌가. 쟌에게 그 일은 일종의 여행 같은 것이었다. 신화 속의 인물들 말고는 거의 아무도 떠난 적이 없었던 그런 여행 말이다."
『수수께끼』(Conundrum, 1974)라는 이름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성전환 경험을 놀랍도록 지성적이고도 재미나게 묘사하였다. 유명한 작가의 성전환 스토리를 담은 『수수께끼』의 출간은 1970년대의 주요한 문화이벤트의 하나로 꼽힐 만큼 큰 대중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성전환 이후 30년이 넘도록 귀가 따갑게, 지겹도록 성전환 관련 질문을 듣다.
그녀의 1978년 인터뷰에 따르면 성전환 이후 감수성의 변화가 일어났고, 보다 부드러워진 문체의 글쓰기를 구사하게 되었다고 고백.
제임스일 때의 모리스는 희한한 세계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거의 탐험기와 같은 여행기들을 썼지만, 쟌이 되고 난 뒤의 모리스는 훨씬 느긋하게 어슬렁거리는 형식의 여행기를 주로 썼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쟌 모리스의 오랜 친구인 작가 사이몬 윈체스터의 말에 따르면 "멋진 해외특파원, 기자, 이야기꾼이었던 그는 자신의 기자로서의 본능을 뒤로 하고, 글 쓰는 방법, 생각하는 법에서 훨씬 더 풍부한 상상력에 기대는 방법을 채택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쟌 모리스에 대한 평가
"쟌 모리스의 글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베네치아』, 『스페인』, 『옥스포드』 같은 책들은 시간을 초월해 읽을 수 있다. 그곳의 건물들은 바뀔지언정 쟌 모리스가 묘사하는 방식(가령 그곳의 소리) 덕분에 이 책들은 늘 신선한 느낌의 글 읽기를 선사한다."
- 쟌 모리스 평전 작가 폴 클레멘츠의 지적
"쟌 모리스는 사소하고도 빗나간 듯한 에피소드들을 매혹적으로 묘사하는 데 있어 탁월하다. 멋진 스토리를 짜는 데도 남다른 재주를 지녔지만, 본 줄거리에 덧보탠 자잘하고 부차적인 장식들이 어찌나 빼어난지 그녀의 글쓰기로부터 끊임없이 보물을 캐내는 느낌이 든다."
- 쟌 모리스의 '주변적 수사'에 대한 작가 사이몬 윈체스터의 찬사
▶ 쟌 모리스의 자평
"내가 어느 도시에 대한 글을 쓸 때 그 글은 그 도시에 대한 나의 느낌을 적는 것이니까, 어떻게 보자면 내 방식대로 그 도시를 창조하는 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팍스 브리타니카』 3부작의 경우는 좀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내 자신에 대한 얘기들인 셈이죠. 이런 말 하기 미안하긴 하지만, 사실 저의 지난날들이 꽤나 흥미로운 삶이었거든요."
목차
목차
3부-1970년대
ch 18 카사블랑카에서 성전환을 하다 … 10
ch 19 런던, 1975 … 16
ch 20 미국, 영광의 시대는 저물고 … 43
ch 21 남아공의 흑인과 백인 … 90
4부-1980년대
ch 22 난데없는 그리움에 떠밀려, 가상의 장소들로 가다 … 112
ch 23 시드니, 1983 … 141
ch 24 오 캐나다! … 170
ch 25 저기 중국이 서 있었다 … 212
ch 26 빈, 1983 … 240
ch 27 아울라드바, 아르헨티나의 웨일스 … 257
ch 28 베를린, 1989 … 263
5부-1990년대
ch 29 급류 속의 유럽 … 280
ch 30 미국의 빛과 그늘 … 361
ch 31 시드니, 1995 … 387
ch 32 홍콩의 끝 … 393
에필로그: 너무나 오래도록 원하던 바를 이루다 … 398
찾아보기 … 404
ch 18 카사블랑카에서 성전환을 하다 … 10
ch 19 런던, 1975 … 16
ch 20 미국, 영광의 시대는 저물고 … 43
ch 21 남아공의 흑인과 백인 … 90
4부-1980년대
ch 22 난데없는 그리움에 떠밀려, 가상의 장소들로 가다 … 112
ch 23 시드니, 1983 … 141
ch 24 오 캐나다! … 170
ch 25 저기 중국이 서 있었다 … 212
ch 26 빈, 1983 … 240
ch 27 아울라드바, 아르헨티나의 웨일스 … 257
ch 28 베를린, 1989 … 263
5부-1990년대
ch 29 급류 속의 유럽 … 280
ch 30 미국의 빛과 그늘 … 361
ch 31 시드니, 1995 … 387
ch 32 홍콩의 끝 … 393
에필로그: 너무나 오래도록 원하던 바를 이루다 … 398
찾아보기 … 404
저자
저자
쟌 모리스
저자 Jan Morris는 1926년에 웨일스인 아버지와 잉글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제임스James란 이름의 사내아이로 태어났다. 영국 해군 장교로 2차대전에 참전한 이후 <타임스>지에 입사하여 엘리자베스2세 즉위식에 맞춰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등정 성공 소식을 전하면서 일약 스타 저널리스트로 발돋움했다. 1962년에 <가디언> 기자 일을 그만 두고 전업 기행작가로 나선다. 1960년대에 펴낸 『베네치아』, 『스페인』, 『옥스포드』 등의 여행에세이는 20세기 기행문학의 새로운 전형을 일구어낸 역작으로 평가된다. 그 후 10여 년간 대영제국의 흥망사를 다룬 『팍스 브리타니카』 3부작을 발표해 높은 문학적 성취도를 인정받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줄곧 "난 몸을 잘못 타고 난 듯"하다고 느껴온 제임스 모리스는 1964년부터 1972년 사이에 성전환 과정을 거쳐 쟌 모리스라는 46세의 여인으로 거듭난다. <가디언>, <타임스>, <뉴욕타임스> 등의 신문과 <롤링스톤스> 등의 잡지에 왕성한 기고활동을 펼치며 여러 권의 에세이집을 엮어내었고 수려하고 독특한 쟌 모리스 특유의 로코코 스타일을 확립했다. 고도로 다듬어져 원숙미 넘치는 직관으로 가득하여, 마치 인상파 거장의 작품 세계를 보듯 도시를 감상하게 하는 대표적인 저작으로서 『맨하탄』, 『시드니』, 『홍콩』 등이 있다. 2001년의 9.11 사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에서는 허물어진 무역센터 사진 아래에 영국인인 그녀가 쓴 맨하탄 에세이를 카피로 쓰기도 했다. 2008년에는 쟌 모리스에게 두 가지의 경사가 있었다. 하나는 <타임스>지가 선정한 '2차대전 후 영국을 빛낸 위대한 문인' 50인 중 열다섯 번째에 오른 것. 다른 하나는 결혼 이후 성전환을 거친 뒤에도 줄곧 웨일스의 시골에서 사이좋은 자매처럼 함께 늙어온 옛 아내 엘리자베스와 거의 60년 만에 여성-여성 커플로 법적으로 재결합civil union했다는 것. 2011년 <인디펜던트> '먼데이 인터뷰'(3월 4일자)에 따르면 쟌 모리스가 높이 평가하는 덕목은 품위, 선행, 친절 등이다. 특히 『50년간의 세계여행』 에필로그에서도 밝히고 있듯, 쟌은 현실 세계와 정치의 추악한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친절당'Kindness Party을 만들자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 "친절당은 모든 정책 결정에 있어서 친절의 함량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겁니다. 행정부의 전체 시스템이 바로 이 친절이란 평가 기준에 맞춰 운영되는 거죠." ― 다가올 새 시대의 시대정신으로 스스럼없이 친절을 꼽고 있다. 테러리즘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 쟌 모리스의 친절 제안을 그녀의 글 곳곳에서 발견하는 일은 참으로 색다른 독서의 묘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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