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서 일주일을: Paris 1980-1990
파리로 미술공부 하러 떠난 사람들이 대개 그렇지만, 그들은 외로움을 먼저 배우고 난 뒤 생존법을 터득한 후에 미술에 다가서게 된다. 『추억에서 일주일을』은 한 인간이 화가가 되는 과정을 담아놓은 독특한 [사진 이야기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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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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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미술공부 하러 떠난 사람들이 대개 그렇지만, 그들은 외로움을 먼저 배우고 난 뒤 생존법을 터득한 후에 미술에 다가서게 된다. 이 책은 한 인간이 화가가 되는 과정을 담아놓은 독특한 [사진 이야기집]이다.
화가 전병현(田炳鉉·60·서양화가). 그는 약관의 나이에 대한민국 국전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이다. 그림을 독학한 청년이 1982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받았으니까. 대상 수상자가 이듬해에 다른 작품을 출품해 우수상을 연거푸 받는다. 실력으로 인정받은 그를 화랑가에서 그냥 놔뒀을 리 만무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지금도 여전히 국내 최고인 가나화랑에서 일찌감치 그를 파리로 보내버린다. 국비유학도 아니고 화랑에서 돈 대주고 파리 유학시킬 정도면 대가들에게 이미 싹이 보였다는 거다. 가나화랑 이호재 사장이 그에게 파리에 가서 못다 한 공부를 하라고 권유했고 그에게 매달 500달러의 유학비용을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권유를 받은 지 일주일 만에 그는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군대 제대하고 스물다섯, 남들 미대 졸업할 나이에 그는 몽마르트르 호텔 데 자르 5층 방에 혼자 남겨진다. 그리고 실력으로 그 어렵다는 에콜 드 보자르(파리 국립미술학교) 회화과에 입학한다. 그때, 힘들고 고달플 때마다 꺼내 들었던 물건이 중고 라이카 카메라였다.
이응노 화백, 보자르에서 그를 가르친 조각가 세자르 교수 등 그에게 미술의 깊이와 외연, 궁극적인 예술정신을 느끼게 해준 스승들이 있었다. 카메라는 스승들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외로움을 채워준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는 그가 머물던 1980년대의 파리의 풍경을 라이카 카메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단순한 풍경이 아닌, 몽마르트르 언덕에 살던 고단한 한국 청년이 이전에 그곳에 살았던 대 화가들의 면모를 닮아가는 과정이 담긴 기록이었다.
이 책은 화가 전병현의 개인적 체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한 인간이 어떻게 예술이라는 거대한 앵글 속에서 초점이 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는 지금 대한민국 현대미술을 말할 때 초점이 맞춰지는 몇 안 되는 화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전병현은 카메라 옵스큐라에 담긴 기다림의 의미를 알면서 동시에 순간 포착된 영감(靈感)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판단 역시 예리한 사람이다. 브레송과 앗제의 특징을 모두 지니고 사진과 그림에 적용하는 사람이다. 파리 '애콜 데 보자르'에서 배웠으나 간재 전우(田愚) 선생의 마지막 성리학 정신을 품고 있는 화가이기 때문일까? 사진으로 치자면 인화지와도 같은 캔버스를 헝겊과 도화지 대신 독특하게 한지(韓紙)를 고집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의 예술가적 기질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화가 전병현'이 살아낸 삶의 밑그림들이다. 스물다섯에 시작한 파리 생활을 통해 미술의 원류(源流)를 파고들며 작품 세계의 영역을 넓히고자 고군분투하던 청춘의 실루엣들이 고스란히 사진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분명 그의 사진들이 색다른 면모로 다가올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라파엘 소토(Jesus Rafael Soto) 선생을 만난 건 최대 행운이었다. 파리 퐁피두 미술관에 설치된 옵티컬 아트에 마음을 빼앗긴 후 사는 곳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선생이 자주 드나드는 필름가게 아가씨가 전화번호를 일러줘 아틀리에를 무작정 찾아가 만났다.
나는 카페 주인에게 혹시나 싶어 세자르 교수 작업실에 가야 하는데 혹시 여기 안 오시냐고 물었다. 대뜸 '너 보자르 다니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가끔 다섯 시쯤 들린다고 한다. 조수가 와 있다고 가리키는데 거기 허옇고 긴 수염이 인상적인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 조수라니!
얼마 전 아이들과 강릉에 다녀왔다. 문화유산을 보여주겠다는 아빠의 말에 모두 기대가 컸다. 십여 년 전 들렀던 강릉 선교장에 다시 가봤다. 솔직히 그날 나는 실망했다. 선교장과 율곡 생가, 경포 바다가 아름다워 강릉 시민을 너무나 부러워했었는데, 선교장 뜯어고친 걸 보고 화가 났다. 그곳 사람들이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답답했다. 십여 년 전 아내와 함께 들렀던 선교장과 그 주변은 너무 아름다웠다. 나중에 꼭 아이들과 다시 한 번 와 보겠노라고 약속하고 아이들과 함께 간 건데 실망만 안고 돌아왔다.
간신히 이응노 선생님 주소를 알아내 바로 무작정 파리 북쪽에 있는 선생님 작업실로 달려갔다. 초인종을 누르는데 손이 바르르 떨렸다.
직접 대문을 열고 나온 이응노 선생님과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울어버렸다. 대뜸 하시는 첫 말씀이 '무서워서 어찌 왔노' 였다. 정부에서 접촉 금지령을 내린 터라 12년 동안 유배 아닌 유배를 당하시고 계셨던 거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아무도 찾아가지 않았다.
사람 사귈 때 돌처럼 반듯하지 않으면 사귀지 말아야 한다. 입으로 시를 읊으며 머릿속으로는 남의 무덤을 파는 걸 위선자로 여겼던 스승들은 은자인 체하며 출세를 노리는 자들을 추하게 여겼다. 글을 몰라도 농부가 밭을 갈며 아내를 손님같이 공경하면 설익은 선비보다 낫다고 했다.
외롭다고 징징거리는 나 자신을 보니 한심했다. 그래서 84년에 나는 노스텔지아와 이별을 하려고 여행을 떠났다. 무전취식하며 식당 마당도 쓸어주고 포도도 따고 짐도 들어주며 노르망디, 보르도, 니스, 모나코 지중해까지 거의 한 달을 배낭과 침낭만 가지고 다녔다. 자연과 친해지니 향수병이 극복되는 것 같았다. 다리에 근력도 생겨 하루 한 끼만 먹어도 끄떡없을 정도였다.
처음 미술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무식해서 그림을 잘 그렸다. 하지만 서양 신화를 답습하는 오류는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런 내 오류를 바로잡은 건 한국이 아니라 파리에서였다. 그곳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오류를 극복한 내 예술세계가 고구려 고분벽화를 수놓았던 습식 프레스코를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생제르맹 데 프레 보나파르트가 보자르 옆에 있는 블라키아 화랑은 한스 아펠, 알레친스키로 대변되는 코브라 그룹과 피카소, 뒤뷔페, 라우센버그, 타피에스 등 세계적인 대가들이 무명시절일 때 그들의 재능을 발굴, 개인전을 열어준 것으로 유명한 화랑이다.
나도 추천을 받았지만 포트폴리오 들이밀고 당당히 개인전을?했다. 다니던 학교 옆에 있었기에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블라키아 화랑 전시회 때 파리에 계신 대가님들께서 와 주셔서 너무 행복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도 이젠 개를 버리는 나라가 됐다. 개든 사람이든 버려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버려지는 개의 심정은 모르지만 혼자 남겨지는 예술가의 심정은 조금 알기에.
목차
목차
추억 #1 호텔 데 자르, 프랑스식 한국 남자 19
추억 #2 몽마르트르의 전설, 55호 방 43
추억 #3 보자르, 비트리의 보헤미안들 67
추억 #4 미라보 다리와 센 강, 그리고 이응노 107
추억 #5 살고 싶거든, 카타콤베 143
추억 #6 몸은 파리, 정신은 조상 무덤 속 벽화 165
추억 #7 꿰드라로와르, 자유의 밑그림을 그리다 191
저자
저자
파리국립미술학교졸업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受償 / 1982 /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제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受償 / 1983 /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개인전 흔적 '痕跡'시리즈 / 1984 / 미술회관
개인전 "현대인을 위한 기념비" / 1990 / 가나화랑 인사동
개인전 '에네르지' / 1992 / 파리블라키아화랑
개인전 '소나무시리즈' / 1994 / 가나화랑
개인전 "현대인을 위한 기념비 시리즈" Paris / 1996 / 파리 나탈리오바디아
개인전 '백색 밀레니엄 적(積)시리즈' / 2000 / 가나화랑
한국의 평면회화 '어제와 오늘' / 2005 / 시립미술관
개인전 "Blossom" / 2007 / 가나아트갤러리
개인전 "숲" / 2010 / 가나아트센터
개인전 "숲과 함께 자라는 나무" / 2012 / 광화문태광그룹일주 & 선화갤러리
'휴먼트리' 인물전 / 2014 / 서울옥션 호림아트센터
인물전 2015 / 흥국생명 일주선화갤러리
개인전 2015 / 노화랑
개인전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 2017 / 아트사이드갤러리 2017
개인전 2017 / 가나아트센터
저서 : 「싹공일기」
「SSAKGONG」 사진집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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