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바라보는 거리
박수림 시집 『당신을 바라보는 거리』. 이 시집은 시 속에서 고르고 섬세한 호흡과 미소, 흐트러지지 않는 아름다움, 그리고 세상과의 이별까지 담담히 자신의 길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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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문철수(시인, 시공문학 대표)
시인의 시는 현란한 언어의 잔치도 아니요, 소위 말하는 말 비틀기의 경연장도 아니다. 또한 입에 달콤한 시도 아니며 눈에 확 뜨이는 시도 아니다. 그저 순수한 여인상에서 느낄 수 있는, 치장 없는 순수함에서의 유순한 감동이 파문처럼 가슴 아래를 지긋이 자극한다. 첫눈에 사로잡고는 봄볕에 녹아 쉽게 사라져 버리는 그런 시가 아닌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에 한 덩이 빚을 얹어주는 것 같은, 서러움의 무게로 누르며 그리움의 스크린으로 비춰주는 시라고 할 수 있다.
1. 이별 역에서 희망의 기차 타기
어떤 시인의 작품이라도 그 작품을 이해하려면 한 번쯤 자신을 내려놓고 시인과 같은 상상의 바다로 흠씬 빠져드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다. 더구나 박수림 시인의 작품처럼 시가 삶의 아픔과 그리움에서 출발하였을 때는 더욱 그렇다. 세상 모든 만사가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되뇌어 볼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것이 나도 모르게 될 때가 더 많은 법이다.
시인의 시는 어느 한 편이라도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없다. 시가 생활이고 생활이 곧 시이며 자기성찰이고 고백인 것이다. 고백의 아픈 과정을 통하여 시인은 이별의 공간에 희망을 그려내고 있다. 삶과 유리된 시, 체험의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 시에서 진실과 감동을 만나기는 어렵다. 시는 연필 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바닥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2. 거울 안에서 바라보는 나
누구에게나 올바로 살아가는 것이란 끝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방향을 수정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과정의 반복이랄 수 있다. 그렇다면 시인은 지난한 고통의 과정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종착역이 어떤 모습이길 원할까.
같은 뿌리로부터 매년 새로운 줄기를 세우고 새로운 꽃을 피우듯 자신은 하나지만 매일 매년 세상을 대하는 마음은 늘 새롭고 신선하며 아름답게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여유 있는 마음가짐이 박수림 시인이 세상을 대하는 방법이다. 대상 속으로 이입되는, 대상과 하나 가 되어 말 못하는 것들이 말을 하고 생각 없는 것들이 철학을 하는 경지에 다다르게 되는, 현상과 본질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느낌을 따뜻하고 희망을 품은 알로 낳는, 숨을 불어넣는 비상한 재주, 그것은 가식적이지 않고 꾸미지 않으며 진솔하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시 속에서 고르고 섬세한 호흡과 미소, 흐트러지지 않는 아름다움, 그리고 세상과의 이별까지 담담히 자신의 길을 그려내고 있다.
시인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은 꿈꾸는 맛을 아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인은 모름지기 꿈을 현실 같이 꾸며 현실을 꿈 같이 사는 사람이겠다 싶다. 현실을 채우고 비우는 일, 꿈을 세우고 지우는 일, 사랑을 꿈꾸고 깨는 일이 다 같은 의미선상에 있다. 그것 이 꿈이던 현실이던 원고지 더미를 쌓아가는 일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시인이 원하는 삶이고 거울에 비치길 원하는 모습일 것이다.
3. 마주 볼 수 없는 먼 길 위에서
박수림 시인에게 있어서 많은 것이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에서 기인한다. 삶이 빚으로 남고 고통과 슬픔으로 점철되는 것은 사실상 한 존재가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세계에 직면하는 아득함 때문이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단절감이고 세상에 함께할 다른 사람이 곁에 없다는 소외감이기도 하다.(황정산 평론가) 그러한 소외감 때문에 '지난 삶 함께 묶어 무덤을 만든다.'는 말로 모든 과거를 정리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물론 죽음을 위한 정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관계를 위한 과거와의 단절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마주 볼 수 없는 먼 길 위에서 [평행선 부분] 지쳐가는 자신에게 먹여야 할 영양제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움에는 긍정적 그리움과 부정적 그리움이 있다. 긍정적 그리움이란 에너지를 충만하게 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부정적 그리움이란 에너지를 소비하여 탈진하게 하며 포기하게 하고 메마르게 한다. 그리움은 초기에는 긍정적이었다가 중기에는 부정적으로 변하며 말기에는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한다.
박수림 시인의 시 곳곳에서 보이는 죽음이라는 단어와 외로움, 그리움, 고통과 슬픔이라는 단어까지도 부정적 견해로 해석될 만큼 어두운 면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마지막에는 항시 희망의 샘을 길어 올렸기 때문인데' 머물고 싶다 - 낙엽인 것들의 생각'이나'음주예찬'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다소 어둡고 침침한 체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시 박수림 시인의 시는 자신의 삶 전부를 영혼이라는 필터로 걸러낸 찌꺼기라 말하고 싶다. 시를 쓰는 자의 영혼이 맑지 못하면 그 영혼을 통해 나오는 시들이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고, 잘 썼지만 약국에서 주는 약 같이 조제된 시라면 또한 감동을 전달하지 못할 것이
다. 박수림의 시가 눈물과 감동을 선물하는 것을 보면 맑은 영혼을 통과하지 못한 피안의 낯선 것들과 시인이 아직 그토록 갈망하지만 이루지 못하였거나, 항시 그리움의 대상에서 더는 승화시키지 못한 갈증 - 그것들을 소금기 없이 볶아내는 솔직함이 박수림 시인의 시 다. 잘 썼지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시와의 분명한 거리가 있다.
이 두 번째 작품집은 박수림 시인의 과거와 이별하는 이혼서류 같은 작품집이 되기를 바란다. 고통과 그리움의 검은 구름은 한여름 소나기 같이 보내고 이제는 보령의 태양과 보령의 바다가 이끄는 밝고 희망찬 또 다른 그리움의 작품들을 쏟아내길 부탁한다. 항시 새로움에 당당히 맞서려면 지난 것에 묶여 있지 말아야 한다.
목차
목차
.작품해설 - 부끄러움을 벗어야 감동을 주는 시가 된다/문철수* 119
1. 고향으로
바다는 밤새 소야곡을 노래하고 .012
바다에게로 .013
모래 .014
회귀 (回歸) .015
바다는 잠들고 싶다 .016
바다를 표구하다 .017
길의 추억 .018
예당저수지에서 .020
귀가 .022
마당 .024
머무는 곳이 마지막 자리이다 .025
동거 .026
쑥부쟁이꽃 .027
사랑 이야기 .028
대화 .029
2. 사랑
봄길에 그리운 사람 있다 .032
티눈 .033
관계 .034
뒷모습 .035
그녀 나를 보고 웃더라 .036
꽃길 .037
개망초·3 .038
김밥 연가 .040
허브 .041
평행선 .042
친구에게·3 -첫사랑 .044
친구에게·4 -첫사랑 .045
묻지 마라 .046
보고 싶다네 .048
해원(海原) .049
재회-이별 .050
재회-기다림 .052
재회-그리움·1 .053
재회-그리움·2 .054
그리운 날에 .056
재회-만남 .058
풍란 .059
난시, 겹치고 마는 것 .060
3. 홀로서기
묵밥집에서 추억을 들먹이다 .064
빗줄기에 젖어보는 일 .065
파열(破裂) .066
반란의 끝에 서다 .067
화분 .068
밥의 이론-잡곡밥을 지으며 .070
공간 채우기 .072
꽃비 .074
머물고 싶다-낙엽인 것들의 생각 .076
나를 바꾼다 .077
장마 .078
키 작은 코스모스 .079
강물처럼 흐르다-양평에서 .080
검버섯 .081
구겨졌던 것들이 펴지고 .082
시인(詩人) .084
재떨이 .085
기도 .086
음주예찬 .088
꽃잎에게서 알콜 향기가 난다 .090
화살 .091
담배 .092
종이컵 .093
4. 사계(四季)
안부 .096
석류 .097
들꽃 .098
화왕산 억새 .100
어느 가을에 알게 된 것들 .102
가을 기도 .104
주왕산에서 .106
완두콩밥 .108
한 뼘의 그늘 .110
구속 .112
나를 키우다 .114
꽃이 꽃에게 .116
탱자나무 .118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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