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노자익 강해 7(무지 무위 무욕)(김흥호 사상 전집 노장사상 1)
교재 노자권재구의
현재 김흥호 선생의 『노자 · 노자익 강해: 무지 무위 무욕』후편 5권~8권(전 4권)이 출간되었다. 이로써 『노자 · 노자익 강해』 전 8권이 완간된 것이다. 『노자 · 노자익 강해』는 이화여대 대학교회 연경반에서 2004년 1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매주 일요일 일반인들 상대로 47회 강의한 내용이다. 교재는 『노자권재구의』이고, 부교재로는 초횡의 『노자익』과 저자의 보충자료들이다. 책의 구성은 노자 도덕경의 해석과 권재 임희일(중국 남송시대인)의 노자구의에 대한 해석, 그리고 저자가 발췌한 『노자익』(초횡)에 나오는 주해들 및 기타 자료들에 대한 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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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교재 『노자권재구의』 제5~8권
현재鉉齋 김흥호金興浩 선생의 『노자 · 노자익 강해: 무지 무위 무욕』후편 5권~8권(전 4권)이 출간되었다(김흥호 사상전집 17~20권). 이로써 『노자 · 노자익 강해』 전 8권이 완간된 것이다.
현재 김흥호 선생의 『노자 · 노자익 강해』는 이화여대 대학교회 연경반에서 2004년 1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매주 일요일 일반인들 상대로 47회 강의한 내용이다. 교재는 『노자권재구의』이고, 부교재로는 초횡의 『노자익』과 저자의 보충자료들이다.
책의 구성은 노자 도덕경의 해석과 권재 임희일(중국 남송시대인)의 노자구의에 대한 해석, 그리고 저자가 발췌한 『노자익』(초횡)에 나오는 주해들 및 기타 자료들에 대한 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노자의 주해가 집대성되어 해석되기는 국내에서 유일하며, 최초의 책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자권재구의』와 초횡의 『노자익』의 주해가 자세하게, 이해하기 쉽게 풀이된 것도 처음이며, 조선시대 박세당의 주해도 전부는 아니지만 함께 다루었다는 것도 큰 의의가 될 것이다.
『노자권재구의』는 조선왕조 세종대왕 때 경자자庚子字로 출판(세종 2년 1420년 금속활자 인쇄본, 보물 제1655호)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읽혀졌던 책이다. 특히 권재 임희일의 노자, 장자, 열자의 〈삼자권재구의〉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에게 널리 읽혀졌고, 그들의 노장사상 이해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책은, 현재 김흥호 선생이 한문교재들을 한 줄 한 줄씩 읽고 풀이하며 강의해나간 내용을 녹취하여 강의의 현장감이 드러나도록 편집되었다. 한문을 전혀 몰라도 이야기 듣듯이 편하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본 전집의 대단원에 해당하는 제8권의 부록들은 노자사상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본 전집은 총 8권으로서 분량으로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고 나름대로 골라서 읽어나가도 좋을 것 같다. 제1권에서 〈권재구의〉의 '노자사상의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이 다소 길게 느껴지면, 2권, 3권 등 다른 권을 먼저 읽고 1권을 읽어도 되고, 중간 중간 1권을 참고서 삼아서 읽어도 된다. 또 제8권은 대단원에 해당하므로 전체 이해를 도와줄 수 있다.
간단히 각권의 특징을 소개한다.
5권: 제37장부터 제48장까지 수록되어있다.
제38장에서는 〈노자의 종교와 공자의 도덕〉이라는 설명이 들어있다.
6권: 제49장에서 제60장이다. '절대자, 철인, 이상세계'에 대한 해석과 진리의 체득, 노자의 정치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비유들이 풍부하다.
7권: 제61장에서 제72장까지이다. 이 책에서는 '질적 변증법'이라는 제목이 보인다.
'범신론', '무위 · 무사 · 무미', '신즉자연'을, 빙상경기 선수, 축구 선수들을 예로 들 어 해석했다.
또 제70장을 원리, 제71장을 진리, 제72장을 실존으로 정의하여 과학, 철학, 종교의 세계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였다.
8권: 제73장에서 제81장까지이며, 마지막 책으로서 선생의 노자사상 강의의 대단원을 보여 준다. 마지막 장인 〈노자 강의를 끝내며: 노자, 오천 언의 열매〉가 있고, 편집후기가 있다. 부록으로 〈전 8권의 차례〉와 〈주해자 및 관련 인물〉, 〈참고문헌〉, 〈노자 1~81 장 전체 찾아보기〉, 제8권의 〈찾아보기〉로 끝을 맺었다.
현재 김흥호 선생은 2012년 12월 5일 향년 93세로 타계했다. 선생은 노자익을 유영모 선생님으로부터 배웠고, 이 노자를 무척 사랑했다. 선생은 생전에 이 책의 서문들을 쓰고 원고를 읽어가면서 내용을 일일이 확인했다. 이제 이 책이 완간이 되어 현재 김흥호 선생의 노자사상을 누구든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선생의 손에 올리지 못한 아쉬움이 세월이 갈수록 커진다. 2015년 12월에는 추모 3주기를 맞았다. 이 책을 선생의 영전에 바친다.
출판사 서평
노자老子, 권재?齋, 현재鉉齋의 무無
『노자 · 노자익 강해: 무지 · 무위 · 무욕』, 전 8권
교재 『노자권재구의』 사색출판사 2016년 2월 5일 출간
이윤식(작가)
동서양 철학을 섭렵한 김흥호 선생의 사상 전집 중에『노자 · 노자익 강해』가 지난 2013년, 노자老子 5천 자, 총 81장 중에서 36장까지 4권이 발간되었고, 2016년 2월, 37장부터 마지막 81장까지 4권이 발간되었다.
현재鉉齋 김흥호 선생은 이화여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하고서도 강의를 놓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 2012년 93세로 돌아가시면서 선생의 강의 모습은 더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제자들이 힘을 모아 그동안 연경반에서 강의한 주역周易, 원각경圓覺經, 법화경法華經, 화엄경華嚴經 등이 이미 출간되었고, 다음 강의들도 제자들이 모두 녹음해 두었으며, 그것을 그대로 글로 살려, 한 권씩, 한 권씩 계속해서 발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소개할 『노자ㆍ노자익 강해: 무지ㆍ무위ㆍ무욕』도 그 일환이다.
노자가 주나라에서 서역으로 떠나던 중 함곡관에서 당시 관령 윤희尹喜의 요청으로 남긴 81장으로 구성된 5천 자가 노자가 썼다는 글의 전부라고 한다. '노자'는 중국에서는 '스승 중의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호칭이기도 하다. 서기전 6세기경의 인물이라 베일에 싸인 부분도 많다. 공자와 만났다는 이야기나 서역으로 넘어가 백 년, 2백 년 장수했다는 것도 사실 확인되지 않은 신화적 이야기다.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면 5천 자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노자의 성은 이李, 이름은 이耳, 춘추전국시절 초나라 태생이다.
김흥호 선생의 노자 강해는 노자의 5천 자와 이 5천 자를 주해한 권재?齋의 해석, 그리고 김흥호 선생의 해석 등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재 임희일(?齋 林希逸, 1193∼1271)은 중국 남송시대 사람이며, 유불도의 사상을 섭렵하여, 노자의 5천 자를 강의한 『노자권재구의老子?齋口義』를 남겼다. '구의'는 '강의'라는 뜻이다.
노자사상과 그 주석들에 대한 해석서는 이미 국내에도 많이 나와 있고, 대학 철학과에서도 많은 강의가 있어왔다. 그러면 김흥호 선생의 노자 강해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그 특징들이란 김흥호 선생의 철학세계와 직결되기에 간략하게나마 이와 함께 언급해야겠다.
이 책은 노자의 사상을 '무극 · 태극 · 음양'으로 보고, 이를 노자 5천 자, 81장 내용을 꿰뚫는 핵심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자의 원문을 김흥호 선생 특유의 누구나 알기 쉬운 비유적 표현으로 설명하고, 그다음 권재의 해석, 그 외 여길보, 정구, 이식재, 소자유, 박세당 등 역대 주석들을 해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도 김흥호 선생의 철학사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선생은 정인보 선생으로부터 양명학을, 유영모 선생으로부터 일좌일식의 철학을, 지식이 아닌 지행합일, 체득으로 배움을 이어온 철학자이면서 유교, 불교, 기독교와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섭렵하였다. 이러한 학문적 배경이 노자 강해의 결정적 특징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노자의 자구해석에서 지엽적인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기독교사상, 동서양 철학을 꿰뚫는(일이관지一以貫之) 해석에 있다. 따라서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풍요로움을 느끼는 독서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은 불교와 노자사상, 기독교사상 등이 본질적으로 핵심이 같거나 비슷하다는 점을 책 전편에서 많은 비유를 들어 강조하고 있다. 노자의 무無는 서양에서 말하는 '절대자'로, 불교에서 말하는 '진공眞空'으로, 그 무를 직관으로 체득한 자를, 성인 혹은 철인으로 보고 있다. 유영모 선생은 이것을 '없이 존재하는 분'으로 표현한 바 있다.
노자의 무사상은 참으로 어렵다. 말로 표현하기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해서 노자의 5천 자에서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의 주석에서도 상징과 비유적 표현이 많다. 김흥호 선생도 비유적 표현을 많이 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에베레스트 산'이다. 무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정상에 있는 '얼음'으로, 에베레스트 산은 절대자를 만난 석가, 예수, 소크라테스 등 성인, 철인으로, 꼭대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은 만인, 만물을 먹여 살리는 '말씀'(성경, 팔만대장경 등)으로 비유하고 있다. 결국 노자사상은 '형이하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에 대한 사상이라고 볼 수 있고, 노자는 이것을 '도道'라고 했지만 결코 설명할 수 있거나 이름 붙일 수 있는 것(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으로 보지 않았다.
김흥호 선생은 '무'라는 절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노자의 자구적 해석 등 지식의 습득에 머물기보다는 일좌일식 등 실천적인 체득을 강조했다. 노자는 육체(욕망)의 삶에서 정신의 삶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절대(무無)를 만나야 하고, '나'를 알자는 것이 5천 자를 남긴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도 노자의 '진신眞身' 개념을, 불교에서의 '법신法身', 기독교에서의 '도신道神', 유교에서의 '성신誠身'으로 대비하고 있다.
선생은 노자의 글, 81장의 전체내용이 도, 철인, 이상세계(우주관, 세계관, 인생관) 등 세 개의 핵심 내용이 반복해서 설명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원문을 분석, 풀이하면서 분별지에서 통일지로 나아가는 노자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노자의 원본 자구字句의 직역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난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쩌면 원본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가령, 제5장에 나오는 구절을 보자. "천지불인天地不仁 이만물위추구以萬物爲芻拘"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을 직역하면 "천지는 어질지 못해서 만물(백성)을 꼴과 개처럼 여긴다." 하지만 이것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직역을 하면 노자의 사상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뜻이 된다. 왜 노자는 이렇게 말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인仁이란 세상이 어질지 못하니 억지로라도 실천해야 되는 유위有爲에 해당한다. 김흥호 선생은 이 구절에서 '천지'는 '자연'으로, '불인'을 인위적인 사랑이 아닌 무위적 행위, 즉 저절로 하는 사랑으로 풀이한다. 그러므로 추구芻拘는 "꼴과 개" 혹은 "꼴로 만든 개"가 아니라 맹자가 언급한 "추환芻?"이 된다. 즉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이 된다. 맹자는 "마음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진리와 정의라. 눈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아름다운 경치고, 귀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음악이고, 입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추환이라" 하였다. 김흥호 선생은 위 구절의 '추구'를 맹자가 이렇게 언급한 '추환'으로 보고, "가장 행복한 존재"로 해석한다. 따라서 위 구절의 의미는 "천지는 인위적인 사랑을 하지 않고, 저절로 하는 사랑이라 만물을 행복한 존재로 만든다"라는 것이 된다고 선생은 풀이하고 있다. 이 5장에 대한 권재의 주석을 보면 선생의 해석이 더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자구의 좁은 해석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이 책은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수많은 비유들이 노자의 핵심사상을 이해시키고도 남게 해주기 때문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노자의 '무'니, '자연'이니 '무위'니 하는 것은 머리로 이해는 돼도 이를 체득을 하기 위해서는 '일좌일식'이라는 실천적 덕목이 필요하다. 선생은 이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이금지유고以今之猶古 즉지고지유금則知古之猶今, 금今이 오히려 고古가 되면, 고古가 또 금今이 되는 거고, 그래서 원리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우리가 지금 노자를 읽는 것도 옛날의 이치를 배우자는 거죠. 이치를 배워가지고 무엇을 하자는 건가? 현실적인 나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거지요. 이것을 소위 도기道記라고 그런다. 도의 핵심이라고 그런다. (…) 도기자道記者, 도기라는 원리는 무거래야無去來也 고금지위야古今之謂也. 원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과거나 현재나 언제나 진리지, 과거에는 진리인데, 지금은 진리가 아니다, 그럴 수는 없다. (…) 노자, 이런 고전은 무슨 특별히 해석하는 방법이 있는 게 아니에요. 글자 그대로 뜻이 있는 게 아니죠. 이걸 전체로 직관해서 핵심을 붙잡아 거기에 맞춰서 해석하는 거죠."
2천 5백여 년 전에 남긴 노자의 글은 종교적, 철학적, 도덕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쟁의 참화가 비일비재했던 춘추전국시대였다. 무례함이 판을 치니, 예를 강조하게 되고, 무법이 판을 치니 법을 강조하게 된다. 그래서 인仁이니 예禮라는 것이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유위有爲보다 무위無爲가 사람을 더 사람답게 하고, 세상을 더 세상답게 만들고 있음을 노자는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무위사상을 요임금, 순임금의 경우로 비유하고 있다. 세상이 풍요롭지만 백성들이 왕이 잘해서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백성들 자신들이 열심히 일해서 잘 살게 되었다고 여겼다고 한다. 백성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게 할 정도로 무위의 정치를 펼치는 왕이 진정한 왕이고, 김흥호 선생의 해석대로 절대자(무無)를 만난 철인의 정치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철인에 대한 언급도 결국 절대자의 무위無爲를 설명하기 위한 예인 것이다.
노자의 원문에 나오는 수레바퀴 30개의 살이 도는 것도 축이 들어가는 바퀴의 빈 공간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예도 그렇고, 바다에 사는 물고기에 비유한 것도 모두 무와 무위에 대한 설명이다. 종교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심오한 사상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빈 공간'은 무엇인가. 그것이 무無다.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어서 무無라는 게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선생은 이 무無를 '절대자'로 보았다. 선생은 노자의 글은 이 절대자, 절대자를 만난 철인, 철인에 의한 이상세계를 전편에서 다루는 핵심이라고 하였다. 제37장에 나오는 글을 보자.
"도상무위道常無爲 이무불위而無不爲"
"절대자를 만나면 무위, 언제나 철인이 되는 거다. 철인이 되면 거기가 이상세계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 절박하게 와닿는 구절이 다음에 나온다.
"후왕약능수候王若能守 만물장자화萬物將自化."
"이 세상 왕들도 이 말을 이해하면 모든 왕들이 철인이 될 수 있다. 모든 만물이 저절로 철인의 덕을 감화를 받아서 스스로 다스리고, 그래서 자유가 생기고, 이상국가가 될 수 있다. 온 세상이 이상세계가 된다."
이 37장의 권재구의나 육희성陸希聲의 주, 여길보呂吉甫의 주를 보면 왕에 국한되지 않는다. 왕이 아버지와 같은 마음,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 되어야 "모든 만물이 잘 자란다"라고 하였다.
오늘날 식으로 말한다면 대통령에서부터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들, 각 가정의 부모들이 제 자리를 지켜야 이 세상이 바르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나'가 무엇이 되었든, 어느 지위에 있든지 '나'가 먼저 철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절대자와 만났다고 표현하든, 철인이 되었다고 표현하든 같은 뜻이라고 선생은 해석한다. 여길보의 주 마지막에는 "동지천하同之天下 이선지후왕而先之候王 의야義也"라는 말로 장을 맺는다.
"천하 사람들하고 같이 살겠다 하기 전에 먼저 왕이 철이 들어야 한다. 그것을 의義라 한다."
정치처럼 시끄러운 것도 없는데 도대체 정치는 왜 하나? 우리는 매일 같이 일하러 나간다고 하는데, 일은 왜 하나? 선생의 표현방식으로 풀이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되기 위해서"이고, "하루하루의 삶이 깨끗하게(깨달아 끝을 맺는)" 되기 위해서인 것이다. 수천 년 전 노자가 오천 자를 남긴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일일이 다 소개하기 어려운 보석 같은 이 고전의 마지막 장, 제81장에서는 "신언불미信言不美 선자불변善者不辯 지자불박知者不博"으로 압축될 수 있다. 선생은 "참된 말은 듣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깨달은 자는 변명하지 않으며,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선생은 말한다.
"노자가 하고 싶은 소리는 생명을 얻어야 되고, 도에 통해야 되고, 진리를 깨달아야 되고, 이것이 노자의 전 내용이 아니겠어요? 어떻게 하면 진리를 깨닫나? 어떻게 하면 도에 통하나? 어떻게 하면 생명을 얻나? 내가 늘 말하던 빛과 힘과 숨이라는 거죠."
'생명, 도, 진리' 혹은 '빛과 힘과 숨'을 선생은 '통일, 독립, 자유'라고 쉽게 풀이하기도 하고 "눈을 뜨고 일어서서 날아가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이러한 말들은 노자사상에 대한 선생의 핵심이기도 하다. 노자의 '무無'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노자 오천 자의 해석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선생은 노자의 철학에서 과학, 철학, 예술, 종교를 하나의 관점으로 꿰뚫어 해석해 나아갔고, 그 하나의 관점이란 '참 존재' 즉 '절대자와의 만남'이고, 이것이 노자 해석의 원점이면서 귀결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 선생의 글을 보면 이 점이 명확해진다.
"노자 6장에서는 하나님을 곡신谷神이라고 한다. 없이 계신 하나님이란 말이다. 노자는 이것을 무극이라고 한다. 없고 없는 하나님, 절대무다. 마치 어머니가 주고주고 주다가 자기는 숨어버리는 것과 같다. 무위자연이다. 그것을 하이데거는 에르아이그니스(Ereignis)라 한다. 절대무다. 인간은 절대무에서 걸려오는 말을 듣게 된다. 이것이 본질직관이다. 이때 인간의 영성이 깨어난다. 하이데거는 노자를 영성이 깨어난 사람으로 보았다. 하이데거는 노자를 가장 사랑했다고 한다. 노자는 우주를 허이불굴虛而不屈 동이유출動而愈出이라 한다. 텅 비어 있지만 계속 솟아나오는 것이 무위자연이다. 노자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권재의 주석을 설명한 김흥호 선생의 글을 소개하면서 서평을 마치기로 한다.
"독자불오기의讀者不悟基義, 독자는 그런 말에 끌려 다니지 말고 노자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 노자의 근본 뜻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노자의 근본이 무엇인지, 그걸 깨달아야 한다. 이불견타문자기처而不見他文字奇處, 만일 글자에 끌려 다니게 되면 우다견강지설又多牽强之說, 억지로 갖다 붙이는 억지투성이가 되고 만다. 억지로 해석하고, 억지로 끌어다대고 그렇게 되고 만다. 요는 득이망어지得而亡語之이죠. 근본 뜻을 얻었으면 말은 잊어먹어도 좋다. (…) 말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근본 뜻을 깨달았으면 그만 아닌가."
* 책속으로 추가 *
성인은 자시지종自始至終, 처음부터 끝까지 위무위爲無爲 사무사事無事 미무미味無味야.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의 지혜, 어머니의 솜씨. 이런 거를 가지고 사는 거야. 누가? 성인이. 성인은 효자라 이거지. 어머니하고 같이 살아. 이불이세속소위대자而不以世俗所謂大者, 그래 이 세상 사람들이, 소위 세상의 크다는 사람들이 그 마음을 갈라가지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 그런 세계가 아니야. 불不, 그런 세계는 아니고 뭐냐?
고난자대자故難者大者, 아무리 어려운 문제, 아무리 큰 문제라도 당처當處, 어머니 앞에만 오면 적연寂然, 불 속의 눈처럼 사라지고 말아.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있어도 하나님 앞에만 가면 불 속의 눈처럼 사라져. 마침내 요무애了無碍 대도大道, 아무 데도 걸리는 게 없는 큰 길, 우리가 일도 출생사 일체무애인 하는 거죠. 이상세계가 되고 만다. 어디가 이상세계냐? 어머님의 품이 이상세계라. 어머니 계신 데, 거기가 이상세계라.
비이명非理明, 진리를 깨닫고 심강心剛, 정신이 강한 사람 아니면 불능신不能信, 어떻게 이것을 능히 믿을 수 있겠는가? 정말 진리를 깨닫고, 정신이 깬 사람만이 이런 세계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정말 명문 가운데 명문이네요.(63장)
믿음의 세계는 큰 선생만 붙잡고 있으면 그냥 가게 돼. 대승기신이야. 큰 선생만 붙잡고 있으면 거저 가게 돼. 마치 배만 타면 거저 가게 돼. 신앙의 세계라는 것은 결국 대승의 세계라는 거지. 그것을 기독교에서는 믿음이라고 하죠. 믿음이 뭔가? 대승이다. 배를 타는 것이 믿음이지. 내가 헤엄쳐서 가는 것은 믿음이 아니지. 배를 타고 가는 것이 믿음이지. 그렇잖아요? 오늘 내가 말하는 것도, 내가 지금 여러분 앞에서 말하니까 여러분도 들어주고, 그럴듯하다 이러겠지만 내가 이런 말을 안 하면 여러분이 이런 말을 어디에서 듣겠어요. 들어볼 데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죠.
없으면 그저 없다 그렇게 하지. 없는데 이것이 뭔가? 이것이 하나님이다. 유영모 선생님은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 없이 계신 하나님, 이렇게 말하죠. 없이 계신 하나님. 무가 하나님이 된다, 동사가 되면 없다가 되고, 명사가 되면 하나님이 되고, 이런 세계를 소위 신즉자연이라고 해요.(64장)
고지소위지자古之所謂智者, 옛날에 소위 안다는 사람, 옛날에 소위 정치를 한 사람,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통일지를 가진 사람들이지, 분별지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야. 언제나 지도지대전知道之大全, 우주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지. 이람어물지종시而覽於物之終始, 역사의 시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지. 앞으로 이 나라가 천년 후에 어떻게 될까? 그런 걸 생각하는 거지. 이 나라 전체가 어떻게 될까? 언제나 이 도라고 하는 건 그런 거지요. 내가 오늘 여기서 말한다 그러면 이 말이 천년 갈 거라 이렇게 생각하지. 이 말이 이제 내일이면 다 잊어먹어진다, 이렇게 생각은 안 하지.
이 말은 천년 갈 거다. 노자라고 하는 책이 벌써 천년 이상 내려왔거든. 이 노자라는 책은 앞으로 천년 이상 갈 책이지, 이거 뭐 도중에서 없어진다, 이게 아니거든. 왜? 이게 진리니까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도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우주적이요, 언제나 역사적이지, 일시적인 것, 그건 아니다. 고족귀야故足貴也, 고로 족히 귀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라고 하는 것이 한없이 귀하다.
(65장)
백곡지수百谷之水, 백곡의 물은 개귀지강해皆歸之江海, 다 바다로 돌아간다. 강해위백곡지존江海爲百谷之尊, 바다가 백곡의 왕이 되어 그렇게 존경을 받는 것은 이내거백곡지하而乃居百谷之下, 백곡보다도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 백곡을 높이 받들기 때문이다. 차차물이유此借物以喩, 이것은 물건을 빌려서 비유로 쓰는 거다.
자비자自卑者,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돼야, 인고지人高之, 사람들이 그 사람을 높이 존경한다. 자후자自後者, 자기가 뒤에 서는 사람이래야, 인선지지의人先之之意, 사람들이 그 사람을 앞으로 내세운다.
이언하지여왈以言下之如曰, 자기를 낮추는 말, 자기를 낮추는 말에 어떤 것이 있나 하면, 우부우부愚夫愚婦, 이것은 서경에 나오는 말이에요. 아무리 어리석은 남편, 아무리 어리석은 아내라도 일능승여시야一能勝予是也, 나보다는 훨씬 앞선다. 나보다는 훨씬 낫다 이거죠. 이거 아마 순임금이 말했을 거 같은데 이거 확실치는 않아요. 모든 백성들이 왕보다도 훨씬 앞선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신후지以身後之, 자기를 백성보다는 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말로써는, 이것도 서경에 나오는 말이에요. 이건 우禹임금이 했을 거예요. 계호중稽乎衆, 백성들을 생각해보니, 백성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그러면 민심이 천심이라 이거예요. 백성들의 마음이 그대로 하늘의 마음이다. 그러니까 백성들의 마음을 좇아가면 그건 하늘의 마음을 따라가는 거다. 사기종인시야舍己從人是也, 자기를 버리고 백성들을 좇아가야 되겠다. 이게 우임금이 한 말이지. 백성들이 자기보다 훨씬 앞섰다. 백성들이 자기보다 훨씬 똑똑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성인비욕상민聖人非欲上民, 성인이 왕이 되고파서 혹은 욕선민欲先民, 대통령이 되고파서 이후위차야而後爲此也, 그런 얘기 하는 게 아냐. 그런 무슨 욕심 때문에 그런 말하는 게 아냐. 기의개위其意蓋謂,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앞으로 선거할 때 대통령 되기 위해서 그런 말 하는 게 아니야. 아부하느라 그런 게 아니야.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수성인욕처민상민선雖聖人欲處民上民先, 성인이 비록 대통령이나 왕이 되려고 해도 혹은 된다고 해도 유차여차猶且如此,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대통령 하기 전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고, 대통령 한 다음에도 그렇게 생각한다. 성인은 언제나 그렇게 생각한다. 성인은 언제나 백성들이 자기보다 낫다 이렇게 생각하고, 백성들이 자기보다는 앞섰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이걸 민주주의 혹은 민본주의라 그러는 거죠.(66장)
아유삼보我有三寶, 어머니에게는 세 가지 보물이 있다. 세 가지 큰 것이 있다. 보이지지寶而持之, 그 보배는 어머니만은 확실히 가지고 있어. 그게 뭔가 하면, 일왈자一曰慈, 어머니는 사랑이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은 사랑이다. 여기서 어머니는 사랑이다. 66장에서 강해江海는 아래에 있다 하는 거나 같은 말이죠. 강해는 아래에 있기 때문에 모든 가족들을 떠받든다. 그게 사랑이죠. 같은 말이에요. '하下' 대신에 자慈로, 그렇게 바꾼 거죠. 어머니는 사랑이다. 사랑이란 무슨 말이에요? 가족들을 위해서 생명을 바친다는 거죠. 그게 어머니의 사랑이죠.
이왈검二曰儉, 한없이 아낀다. 한없이 일해서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아이들 학비로 내준다. 그것도 하나의 사랑이죠. 사랑인데 경제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죠. 삼왈三曰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 셋째는 무언가? 앞장서지 않는다. 이게 같은 말이죠. 뒤에 섰다고 하는 거, 언제나 뒤에서 자식들을 잘나도록 내밀어준다. 그래서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 앞서질 않는다. (67장)
삼보三寶, 세 가지 보배라고 하는 것은 기도가보이용지야其道可寶以用之也, 그건 도道가 삼보라는 거다. 아유자我有者, 내가 있다, 나는 보배를 가졌다라는 말은 인인유귀어기야人人有貴於己也, 모든 사람들이 자기보다도 더 소중한 보배를 가졌다, 그런 말이다.(67장)
시위용인지력是謂用人之力, 이 사랑을 가져야, 모든 사람의 힘을 모아서 쓸 수 있는 거야. 이것이 진공이라는 거지. 자기가 텅 비어야 모든 힘이 다 몰려온다.
대통령이 마음을 비우면 모든 사람이 다 그를 도와준다. 그래서 용인지력用人之力이야. 모든 사람의 힘을 다 모아서 쓸 수가 있다. 이게 정치의 비결이죠.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나? 자기가 없는 사람이 돼야 한다. 자기가 없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어머니 같은 사람이다. 어머니는 자기가 없는 거지. 아이들뿐이지. 아이들만 먹이면 자기는 굶어도 좋다. 이게 어머니지. 그러니까 용인지력用人之力, 자기가 없는 사람이라야 모든 사람의 힘을 다 모아서 쓸 수가 있다. 그래야 나라를 통일할 수 있다 이거죠.
시위배천是謂配天, 이런 사람만이 하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만이 최고의 임금이야. 가장 좋은 임금이야. 고지극古之極, 옛날부터 최고의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인가? 자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저 그거 한마디죠.(68장)
약경적이자긍자현若輕敵而自矜自眩, 만일 적을 무시하고, 자기가 뽐내고, 자기가 잘난 것처럼 생각하면 즉필지어상패則必至於喪敗, 반드시 적에게 지고 만다. 부쟁이승보야不爭而勝寶也, 제일 좋은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거다. 그것이 제일 소중한 거다. 백번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제일 소중하다. 그게 사랑이다. 사랑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사랑이 제일 소중한 거다. 경적이구승輕敵以求勝, 적을 무시하고서 이기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즉상기보의則喪其寶矣, 그것은 보화를 다 잃고 만다, 지고 만다.
고故로 양적지국兩敵之國, 두 나라가 항병이상가抗兵以相加, 서로 대하고 있을 때에는 능자애자상승能自哀者常勝, 싸우지 않으려고 하는 쪽이 언제나 이긴다.(69장)
오늘은 70장인데 70장, 71장, 72장 그렇게 석 장이 다 '지知'라고 하는 걸로 되어 있어요. 알 지知 자, 이 70장은 '이지易知'라는 것이고. 71장은 '지부지知不知', 그렇게 되어 있어요. 72장은 '자지自知', 이렇게 되어 있어요.
요 세 개가 다 '지知'라고 하는 글자를 쓰긴 쓰지만 내용은 다 달라요. 맨 처음 70장에서 말하는 지知는 '원리原理'라는 것이고, 71장에서 말하는 지知는 '진리眞理'라는 것이고, 그리고 72장에서 말하는 지知는 요샛말로 하면 '실존實存'이라는 건데, 다르게 말하면 주체적인 진리죠. 이 세 가지가 같은 '지知'이지만 내용은 다 달라요.
처음에 원리原理라는 지知는 과학, 철학, 종교, 예술로 나눠볼 수 있어요. 여기에는 다 원리가 있죠. 과학의 원리, 철학의 원리, 이렇게.(70장)
행복이라는 것은 어떻게 하면 오나? 덕이 높아야 된다. 덕이 요샛말로 하면 실력이지. 실력이 있어야 된다. 실력이 없으면 행복이 없다. 덕이 높아야 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덕이 생기나? 깊이 알아야 한다. 지知라는 거지. 깊이 알아야 실력이 생기지. 깊이 모르면 안 된다. 깊이 어디까지 알아야 되나? 원리까지 알아야 된다, 이렇게 되지. 그래서 원리라는 게 나오죠.(70장)
그래서 체득한다는 말을 할 때는 언제나 일도一道라 해요. 일도, 화엄경에 나오는 말이죠. 일도一道란 한 길로 계속 가야 한다 이거죠. 한 길로 계속 가야돼. 난 그 한 길로 계속 가야 한다는 말을 다르게 말할 땐, 몰두沒頭한다 그래요. 몰두한다.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몰두해 들어간다. 몰두해 들어가면 어떻게 되나? 언젠가 한 번 이렇게 체득이 된다. 그 체득이라는 말을 요새 말로 말하면 마스터했다 이거지. 체득이 된다. 체득이 된단데, 옛날 사람들은 그걸 뭐라고 했냐 하면 출생사出生死라고 그랬다. 출생사出生死란 생사生死를 초월한다는 거지요.(70장)
몰두하는 사람은 종당은 해내는 거고, 몰두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하는 거죠. 인생이라는 것이 거기서 갈린다. 몰두하느냐, 못하느냐. 더구나 요새 정신분열 있으면 전혀 몰두가 안 되죠. 몰두가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되고, 그냥 그저 흐지부지 하다가 마는 거지.
자, 요새 공부라는 게, 어떻게 가르치는지, 아이들 밤낮 뭐만 들여다보고 앉아 있으니까, 공부를 하는 건지, 안 하는지도 모르게 돼있어.
그렇지만 하나의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몰두하면 과학은 3년, 철학은 6년, 종교는 12년, 예술은 24년, 그렇게 하면 될 거다 이거지요. 오늘 여기 70장은 그 소리에요.(70장)
지부지知不知 상上, 이때 지知라 하는 건 계란이죠. 말하자면 알이죠. 부지不知, 알 아닌 것, 이건 병아리지. 계란이 병아리가 돼야 이게 상上이다. 지知가 부지不知된 게 상上이다. 이게 소위 깨달았다는 거지. 계란이 병아리가 된 게 이게 각覺이야, 그게 상上이야. 부지不知 지知 병病, 그런데 부지不知, 깨닫지 못하고, 지知, 그냥 계란으로 남아 있으면 병病이야. 그건 알찌개 밖에 될 게 없어. 그게 병病이야.
부유병병夫唯病病, 계란이 계란으로만 있으면 안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해야 돼. 그렇게 생각을 해야 시이是以 불병不病, 병아리가 될 수 있지. 계란으로 만족하면 안 돼.
성인불병聖人不病, 성인이 언제나 깨닫게 되는 이유는, 불병不病이지. 성인이 언제나 깨닫는 이유는 이기병병以其病病, 자기는 계란으로서는 죽지 않겠다, 그런 각오가 있으니까 그렇다. 시이是以로 불병不病, 그러니까 깨닫는 거다.(71장)
성인지소이불병자聖人之所以不病者, 성인이 꼭 깨닫고 마는 거는, 선지차지지위병이병지善知此知之爲病而病之, 계란으로 내가 죽으면 절대 안 된다, 난 아무케 해서라도 병아리가 되어야 한다, 난 아무케 해서라도 영원한 생명을 얻어야 한다, 그렇게 아주 단단한 각오를 해야, 각오를 하고, 몰두해야, 소이불병所以不病, 결국 깨닫게 되는 거지.
차일장문최기此一章文最奇, 이 문장이 참 기특하다. 이건 알 지知 자가 아니라 계란 지 자로 해석해야 하니까 참 기특하다.(71장)
성인지聖人之, 성인이 불능폐지不能廢知, 계란을 없이 하자는 게 아냐. 이지불위병자而知不爲病者, 계란은 계란대로 썩히면 안 된다는 것, 그걸 아는 것뿐이야. 계란은 언제나 깨어서 병아리로 만들어야지. 지지지위병고이知知之爲病故耳, 계란을 가만 둬두면 그냥 썩고 만다는 걸 아는 까닭에 지기위병知其爲病, 그 계란이 썩게 된다는 것을 알면, 즉물약이병추의則勿藥而病?矣, 약을 쓰지 않아도 그 병은 낫게 된다. 그 말은 뭔가 그러면 약을 쓰지 않아도 계란은 병아리로 깨어날 수가 있다, 이 소리죠.
지부지知不知 상上, 그러니까 계란이 병아리가 되는 거, 그것이 최고야. 계란이 병아리가 되는 게 최고야. 진성담연야眞性湛然也, 이것이 진짜 인간이야, 진짜 인간의 본성이 한없이 깊고 넓어.
부지지不知知 병病, 계란이 깨질 못하고 계속 계란으로만 있으면, 그건 썩는 거야. 병이야. 그러니까 업과완연야業果宛然也, 사람구실 못하고 그냥 그만 죽고 마는 거야. 그걸 불교에는 업과라고 그러지. 업과業果가, 그 전생의 업이 잘못 쌓아서 그렇게 부처가 못되고 만다. 업과완연業果宛然이다.
병병病病 불병不病, 그러니까 언제나 내가 계란으로 있으면 안 된다는, 그런 마음을 꽉 가져야 돼. 꽉 가져야 돼. 난 아무케 해서라도 병아리가 되겠다. 난 아무케 해서라도 영생을 얻겠다, 그런 믿음을 꽉 가져야 돼. 그렇게 하면 소위지환즉리所謂知幻卽離, 소위 지환知幻, 그 계란이라고 하는 환상을 떠나서, 즉리卽離, 환상을 떠나서 부작방편야不作方便也, 쓸데없는 짓은 안 하게 돼야 해.
자, 한문은 한문인데, 한문인지 그림인지 모르겠어요. 하여튼 이런 것이 멋있는 글이라는 거지요. 이 부지不知, 이런 걸 '모른다' 이렇게 보통 해석하지, 이걸 병아리라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이걸 병아리라 이렇게 해석할 수 있어야 이게 된다는 거지. 그렇게 해야 이게 도道지, 그렇지 않으면 도道라고 할 수 없는 거지요.(71장)
오늘은 종교적인 세계를 붙잡아야 한다, 그런 말이에요. 종교적인 세계의 핵심은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십자가와 부활, 성육신이죠. 십자가라는 것이 뭔지 그저 속죄, 속죄, 하지 말고, 내 죄가 사함을 받는 것이 십자가라는, 그런 경험을 우리가 해야 하는 거죠.
내 죄가 사함을 받는 경험을 근본경험이라고 해요. 내가 붕 뜨는 경험, 이것을 부활이라고 하죠. 부활이란 내가 붕 뜨는 것, 그래서 결국 뭐가 되나 하면 어디나 갈 수 있다. 이건 무엇인가? 성육신이 되는 거죠. 뭐 하러 가나? 다른 사람을 구원하러 간다 그거죠.
내가 구원을 받았으면 내 구원받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을 구원해야 내 목적을 이루는 거지요. 어떻게 하든 다른 사람을 구원해준다. 어떻게 구원할지는 모르지만 내 영향으로 다른 사람이 구원을 받았다 그러면 구원을 하는 거지요. 내 영향이 어떤 건지는 도저히 모르지. 나 같으면 유영모 선생님 영향으로 나는 구원을 받았다, 이렇게 생각되니까, 유영모 선생님이 아니면 나는 구원을 못 받는 거지요. 유영모 선생님을 통해서 예수님을 알게 되고, 또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을 알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 유영모 선생님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하늘을 무서워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선생님을 무서워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해요. 선생님을 정말 무서워해야 돼. 유영모 하면 그 선생님을 무서워해야 돼.
한국에서 이런 선생이 나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에요. 이거 우리가 무서워해야 돼. 또 고맙다고 생각하고. 유영모 선생님한테 몇 사람이 구원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유영모 때문에 구원을 받았으니까, 그러니까 선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지.
종교의 세계라는 건 선생을 가지는 세계거든요. 선생을 가지면 종교가 되는 거고, 선생을 못 가지면 종교가 못 되는 거지. 왜? 고행하는 세계니까. 이건 그냥 예배 보는 세계가 아니거든. 이 종교의 세계는 고행하는 세계니까. 선생이 고행해야 학생도 고행하게 되지, 선생이 고행 안 하면 학생도 고행 안 하거든. 자연 선생이 고행하는 것을 보고 나도 차차 고행을 하게 되는 거지. 선생이니까 가만 놀고 있다 그러면 학생이 되질 않아요.
지금 기독교가 고행이라는 것을 거의 잊어 먹고 사는데, 역시 고행이란 것이 없으면 종교의 세계로 들어가기는 참 어려워요. 여러분께서도 종교의 세계란 고행의 세계라는 것을 알고, 우리가 어떤 식으로 고행하든지, 그건 각각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고행이란 것이 있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부활이란 것이 없으면 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나는 부활했다, 나는 속죄됐다, 나는 성육신이다, 라고 그걸 자기가 느끼면서 살아야지, 그냥 말로만 그렇게 되면 안 된다 말이지.(72장)
목차
목차
권재의 노자
일러두기
노자 · 권재 · 현재
제61장 큰 나라와 조그만 나라
제62장 질적 변증법 1: 범신론
제63장 질적 변증법 2: 무위 · 무사 · 무미
제64장 질적 변증법 3: 신즉자연
제65장 분별지와 통일지
제66장 이상정치
제67장 세 가지 보물
제68장 자기가 없는 사람
제69장 이순신 장군처럼
제70장 원리
제71장 진리
제72장 실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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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1919 2월 26일 목사인 아버지 김성항, 어머니 황성룡의 다섯째 아들로
황해도 서흥에서 출생. 평양과 용강에서 성장.
1937 평양고보 졸업.
1944 와세다 대학 법학부 졸업.
1947 국학대학 철학교수.
1948 스승 다석多夕 유영모柳永模 선생을 만나 6년 만에 깨달음을 얻고,
스승으로부터 현재鉉齋라는 호를 받음.
1956 이화여대 철학교수 취임.
1965 미국 버틀러 대학 종교사학 석사.
미국 인디아나 주 감리교회의 정목사로 안수 받음.
1975~1984 이화여대의 교목 역임.
1984 이화여대 정년퇴임.
1986 감리교 신학대 종교철학과 교수 취임(15년 재직).
1996 이화여대 명예철학박사.
1965~2009 이화여대에서 학생, 교수, 일반인을 상대로 45년간 고전강독을 함.
2012 12월 5일 별세. 향년 9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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