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어떻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나
자본주의 문명의 프리즘
『자본주의 어떻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나』는 동서양을 막론하는 글로벌 자본주의 힘의 실체와 그 양태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고대 문명의 사례를 살피면서 자본주의 문명이 이를 어떻게 변용시켰는지에 대해 주목하는 책이다. 발전 논리의 신화부터 화폐가 지닌 마법, 근대적 개인의 탄생, 자유방임 이데올로기, 그리고 시장의 종교화까지 자본주의 문명의 역사를 두루 훑으며 자본주의가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게 되는 과정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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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매달 말 즈음이면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은 일상의 자그마한 기쁨과 허망함을 동시에 누리곤 한다. 성에 차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음달 연명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월급명세서. 바로 뒤따르는 각양각색의 고지서와 카드명세서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욕망 실현의 도구이자 욕구 좌절의 상징이다. 물론 모든 삶이 돈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사회는 돈이 삶의 방식을 지배한다. 자본주의는 바로 그러한 사회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자본주의적 삶을 당연시하며 살아가게 되었을까?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 일상에 착근되었을까? 《자본주의, 어떻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나-자본주의 문명의 프리즘》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 찾기다. 저자 전병권은 글로벌 자본주의 힘의 실체와 그 양태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고대 문명의 사례를 살피면서 자본주의 문명이 이를 어떻게 변용시켰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발전 논리의 신화부터 화폐가 지닌 마법, 근대적 개인의 탄생, 자유방임 이데올로기, 그리고 시장의 종교화까지 자본주의 문명의 역사를 두루 훑으며 자본주의가 우리의 삶 속에 자리잡게 되는 과정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저자의 이 같은 지적 여정은 우리에게 자본주의가 지닌 문제점, 삶을 더욱 자본주의의 굴레로 긴박시키는 자본의 공산주의 문제를 드러낸다. 그 여정을 따라가 보자.
자본주의, 우리의 삶을 자본주의의 굴레로 끌어들이다
자본주의, 보편적으로 자리잡다
저자는 먼저 근대화, 세계화와 더불어 등장한 자본주의의 보편적 편재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알아본다. 서양의 근대 문명 속에 핵심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발전 혹은 개발의 논리다. '발전developpement'을 어원적으로 분석하면, 새의 날개처럼 접힌envelopper 부분을 펼치는developper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근대 문명은 접혀 있는 무엇을 펼친 것일까? 바로 생산기술이다. 근대 문명은 전근대 문명에서 접혀 있던 생산기술을 펼치면서 산업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산업이 산업을 낳고, 또 그것이 다양하게 혼성교배를 이루면서 마침내 사회 내부에 갇혀 있던 경제가 펼쳐졌다. 경제는 이 과정에서 특권화된다. 요컨대 근대 문명은 경제가 비상하여 경제를 특권화시키는 신화 체계다. 말하자면, 근대 문명은 경제 이데올로기의 생산 체계다.
기술은 미래의 가능성을 미래에 대한 가능성으로 변환시켜주는 유토피아를 만든다. 경제적 질서가 기술의 펼침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낸 상황은 바로 이러한 유토피아의 확산이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 발전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유대관계의 해체를 불러온다. 전근대 문명에서 인간이 땅과, 그리고 인간과 맺고 있던 유대관계를 해체시킨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인간의 자연적 리듬을 파괴하는 인간이 발명한 가장 사악한 생산양식이자 그 생산양식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기계와 같은 것이다. 화폐는 그러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핵심이다.
근대 세계에서 화폐는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로 작용했고, 여러 상품 세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세계를 사회적으로 통합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화폐는 자립적 자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모든 낯선 세계를 자신의 운동 속으로 편입시켰다. 이것이 바로 화폐가 만드는 마법의 실체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인간은 배고프면 사냥을 통해 본능을 곧바로 충족시키는 동물과 달리 화폐라는 우회로를 거쳐 본능을 실현시키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물적인 충동을 억압하는 쾌락의 원리와 그에 따른 현실의 원리가 어떻게 교환 혹은 희생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충동의 대상과 목적이 화폐로 표상되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충동이 '승화'되었기 때문이다.
근대 문명이 부르짖는 근대화와 세계화, 그것을 절대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라 주장하는 근대 문명의 태도 속에는 종교적 신념이 존재한다. 발전을 강조하고, 기술을 특권화시키고, 화폐를 사회 구성의 원리로 당연시하는 종교적 신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문명 산책은 근대화와 세계화를 만든 종교적 신비 탐색으로 이어져야 한다.
자본주의,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다
자본주의는 앞서 살펴본 과정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편재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편재된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의 정신에 착근되어 우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는가.
저자는 돈에 대한 욕심, 사치가 전근대 문명에서는 죄악시되었으나 근대 문명, 다시 말해 자본주의 문명에서는 좋은 사치와 나쁜 사치로 나뉘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치를 좋은 형태와 나쁜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면, 다시 말해 개인적 덕목으로서의 사치는 나쁜 형태로, 그리고 시장을 창출하는 사치는 좋은 형태로 인식하고 구별할 수 있다면, 시장 담론에서는 나쁜 형태보다 좋은 형태의 사치를 선호할 것이고, 자본주의가 바로 그렇게 했다는 말이다.
자본주의는 갈등과 화해라는 야누스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만일 노동자의 생계비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임금 계약이 지속된다고 하자. 그럴 경우 곧바로 노동쟁의가 일어나고, 이는 자본의 재생산 과정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러나 자본의 재생산 과정의 위기는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위협한다. 따라서 노동자는 적당히 타협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끊임없는 재생산은 갈등과 화해 속에서 화해가 지속되었음을 전제한다. 하이에크가 "불화를 화해를 바꾸다"라는 뜻의 '카탈라소Catallasso'를 명사화하여 "자생적 질서를 만드는 교환의 규범"이라는 의미의 '카탈락시catallaxy'를 쓴 것은 자본주의의 이 같은 특징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상대적 빈곤자의 희생 속에서 물질적 혹은 정신적 풍요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는 지속되고 있다.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화해를 이루어내면서 유지되고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가 주목한 것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다는 공리주의적 강령이다. 공리주의는 사회적 희생을 부당 전제함으로써 상대적 빈곤 문제를 소멸시키는 효과적인 기제로 작용한다. 사회적 희생자를 끊임없이 줄이다 보면 언젠가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권력"의 구체화된 형태인 '판옵티콘panopticon'을 통해 가능해진다.
여기에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른 인간의 노력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것을 생산한다는 인식도 확산된다. 개인적 이해관계 추구가 죄악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인정을 받으면서 유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레스트interest'의 인정은 '공적 행위'로 개입하고 구속할 수 없는 영역,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인정으로 이어진다. 아울로 진정한 정치가 자신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 혹은 대중의 이익이 서로 통하는 경로를 찾는 것, 다시 말해 반대가 아닌 대안을 찾는 것으로 변화된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개인의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욕망의 인정에서부터 서서히 우리의 삶 속에 자리잡는다.
자본주의, 시장 이데올로기의 신비를 전파하다
근대 문명은 인간의 재산을 물질적 부와 사회적 부로 분할함으로써 만들어졌다. 문제는 누가 공동체의 유용성을 판단할 것인가다. 근대 문명은 사회적 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시장에 전적으로 위임했다. 시장이 경제적 가치를 판단하는 종교 권력으로 표상된 것이다.
글로벌 자본주의 문명의 위기를 야기한 시장 이데올로기의 신비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전통적 의미의 시장은 단순히 재화와 용역을 교환하는 장소다. 이와 달리 근대적 의미의 시장은 노동 분업을 토대로 분권화된 경제적 질서를 조직하는 사회적 제도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평가에는 시장에 대한 특정 환상이 스며들어 있다.
모든 시장 참여자는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그럼에도 시장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자"로 인식된다. 정보와 자원의 독점이 횡행하는데 어떻게 시장이 공정할 수 있을까? 아니, 공정하다고 인식될 수 있을까? 이는 시장의 자생적 질서에 맡겨두면 가격이 언제나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하는 자유방임laissez-faire의 시장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어서다.
자유무역의 옹호자들은 시장이 개인 간의 이해 충돌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경쟁이 사회적 조화와 합치된다고 굳게 믿었다. 개인 간의 경쟁이 사회적 부작용을 낳기보다는 인간 본연의 생존 욕망을 자극하여 사회적 유용성을 생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봤던 것이다. 이 같은 근대인의 시장 신격화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 활동이 더 이상, 사회적 규범과 충돌하지 않는 상황, 사회적 규범이 그것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출현한다. 이는 사적 이익 추구가 야훼교의 신 관념과 결합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근대인은 서방의 보편교회 논리와 시장 관념을 결합시켜 시장을 야훼처럼 전능의 권위를 갖는 존재로 여겼다. 어떠한 관념보다 상위의 관념으로 표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인간의 개별행동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으로서, 나아가 그 메커니즘에 대한 믿음으로써 재현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여 마침내 대중의 궁핍을 생산했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라. 글로벌 금융 불균형 현상은 중심부, 중간부, 주변부 간 위계적 질서 혹은 권력관계를 심화시켰다. 중심부(선진국)에서는 미래의 가상적인 소득을 빌미로 신용을 조달하고 또 그것에 따른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사회적 부의 표상인 화폐를 축적했다. 그 결과 신용은 선진국 중심의 "중심부"(G7)에서만 맴돌게 되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즉 "중간부"(G8-G20) 국가에서는 오직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서만 국제기축통화를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라틴 아메리카와 아세안의 개도국 등 "주변부" 국가들은 중심부와 중간부의 틈새 속에서 금융 및 무역의 불균형이라는 이중적 양극화의 딜레마에 시달리면서 자본주의적 과잉 착취를 맛보았다.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의 해체, 사회적 유대의 파괴, 민주적 목표들의 개인적 이득 추구에의 복종 등은 이러한 시장 이데올로기 신화의 냉혹한 결과다.
자본의 공산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자본주의적 삶을 사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의 삶에 착근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만 하는 것은 자본주의 문명이 자본주의적 침탈을 통해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문명들을 자본주의적으로 포식하면서 성장했다는 점이라고 말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문명은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수용해야만 문명의 위기로 나아가지 않는다. 당대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은 화폐에 긴박된 삶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본주의 문명의 위기가 인간 문명의 위기로 발전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자본주의 문명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것을 직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 관계 혹은 힘의 관계를 단절하지 못해 자본주의 문명의 블랙홀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삶의 윤회를 끊어야만 해탈할 수 있듯이 자본주의 문명에서의 해탈도 자본주의 문명과의 단절이라는 작은 시작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자본주의를 못해서 문제가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본주의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 자본주의의 대안을 자본주의적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자들이 이러한 사고에 심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개혁이 자본주의의 실패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개혁할수록 자본주의는 더욱 더 삶의 영역을 침탈하는 자본의 공산주의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삶을 더욱 자본주의의 굴레로 긴박시킬 것이다. 이미 공산화된 자본주의는 상시 자본주의적 구조를 개혁하고자 외치고 있지만, 그것을 외칠수록 자본의 공산주의는 더욱 더 인간 문명을 파괴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돈을 버리고, 자본주의를 벗어던지고 삶을 조직하라고, 도덕적인 삶이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혁명적인 길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이권이 이미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삶은 이권의 왕국과 삶의 왕국 사이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삶의 이권을 적극적으로 재조직화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목차
목차
1장 근대화와 세계화
발전 논리의 신화
화폐의 마법
노동 이데올로기의 신화
인클로저 운동
2장 자본주의와 유일신 종교
자본주의의 야누스
카탈락시|판옵티콘
인터레스트
하늘의 신과 땅의 신
리바이어던
근대적 개인의 탄생: 이해와 열정|외사랑과 짝사랑의 패러독스|광기와 효용주의의 접합
3장 시장의 유일신교
페어 밸류
레쎄 페흐
시장의 종교화
오즈의 마법
금융의 세계화
달러 지배 체제의 그늘|달러 지배 체제의 위기
말문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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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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