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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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가. 삶이란 기다림의 온축蘊蓄이다
삶은 하릴없는 기다림
무턱대고 달려온 꿈의 그림자
기다림은 기다림이고
얼핏 보이다 사라질 눈부신 그것
거룩함이란 지금 여기 이것
닦고 쌓아온 땀과 눈물의 사리탑
큰 지혜란 어리석은 소걸음
겨울 물 여기 기다려 얼어붙다
(49쪽 기다림 일부)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고
?사??? 풍류(風流)??? 미???가 못 미???가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의 도입부다. 옛사람의 풍류에 비해 나의 삶은 어떤지 돌아보는 그 지점이 무겁게 다가온다.
나의 삶은 어떤지 생각하고 사는지 묻는다.
돌이켜 보니 삶이란 모였다가 흩어지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연속인 것 같다. 만나고 모이는 결말을 생각해도 좋고 결국은 흩어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결국 "얼핏 보이다 사라질" 그 무엇인 이 삶에 큰 지혜는 별무소용인 것일까?
노자의 대교약졸(大巧若拙)과 대지약우(大智若愚)처럼 세상에는 보이는 것과는 다른 심층 구조가 있는 것 같다. 어리석어 보이는 내면에는 큰 지혜와 기교가 있고 그것이 대대로 이어지는 것이 인생이리라.
개인적 소회를 덧붙이자면 삶이란 저절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대개 그렇게 보이지만 내면에 무수한 에너지의 들고 남이 쌓여야 생명이 이어지는 것이다. 삶이란 살려는 의지의 축적이고 또 그것의 발산이기도 하다. 영생불멸까지는 아니고 건강한 삶을 희망한다. 특히 질병과 환난에 고통받는 분들의 분투를 바란다.
나. 술 없이 어떻게 인생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소주는 참아내는 맛이다
소주는 오랫동안 속을 달이고
한참 동안, 그러나
아주 길지는 않게
참는 맛이다
(시집 95쪽 소주 앞 부분)
조조의 대주당가 인생기하(對酒當歌, 人生幾何)의 호기는 아니고,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의 친절도 아니다. 달고도 속쓰린 삶을 술에 빗대어 얘기하는 것이리라.
참아내는 맛, 긴 듯 그러나 너무 길지 않게 (소주를 마셔본 사람은 다 안다. 오래 가지 않아 합자연이 된다. 이백의 독작獨酌의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참고) 마셔봄직 하지 않은가?
시인은 술에서 도를 찾는다
술을 마시는 순간부터 술이 깨어 다시 술을 마시는 시간까지, 생과 사의 비의에 대한 번득이는 영감과 세상과 나의 강한 일체감을 간직할... (시집 194쪽 격포기행 일부)
술이란 삶과 죽음 사이의 다리 같은 것이다. 너무 많이 나가면 저쪽 저승이다. 아직 여기 이쪽은 이승이니 생과 사의 경계에서 목숨 걸고 마시는 자만의 비장함이 있다. 술이 어느 정도 되면 번뜩이는 영감이 무수히 명멸한다. 이 현상은 합자연合自然이 되기 전에 가장 활발한데 아쉬운 점은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이 없다는 것이다. 지구의 문명을 수천년 앞당길 묘의가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데...
어쨌든 술로 시작해서 예술로 아름답게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
마시면 마시고
마실수록 마시는
그 맛은
지날 세월이 삶을
억눌러 조여 터트리는 맛이다
한 잔을 따른다 하더라도
(시집 95쪽)
* 여기서 지날은 지난의 오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
최근 금나라 시인 조병문(趙秉文)의 사(詞)인 청행아(?杏兒)·풍우체화수(風雨替花愁)를 얻어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風雨替花愁。
風雨罷,花也應休。勸君莫惜花前醉,
今年花謝,明年花謝,白了人頭。
비바람이 꽃을 대신해 시름하네.
비바람이 그치면 꽃도 시들겠지.
그대에게 권하노니 꽃 앞에서 취하는 것을 아까워 마오.
올해 꽃이 지고, 내년에도 꽃이 지면, 사람의 머리도 하얗게 세어버리니.
乘興?三?。
揀溪山好處追游。
但?有酒身无事,
有花也好,无花也好,選甚春秋。
기분이 좋을 때 술 몇 잔을 즐기고,
산과 계곡의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거닐어 보세.
술이 있고 근심 걱정이 없다면,
꽃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봄이든 가을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여기서
有花也好,无花也好
꽃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이 구절이 너무 좋다.
꽃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그대로 좋다는 말씀.
복잡다단한 인생에 길흉화복, 흥망성쇠는 너무나 당연한 일.
選甚春秋。
봄이든 가을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다. 시간, 꿈, 죽음
시간 속에 시간 있고
시간 밖에 시간 있어
양파껍질 벗기듯이
시간을 벗겨 보나
남은 건
지나간 시간일 뿐
(시집 175쪽 죽음 일부)
시간은 지구의 자전 주기를 일률적으로 구획한 것이니 태양의 이동에 따라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시간 개념이 없는 아마존 사람들은 태양의 높이로 약속을 정한다.
"해가 저만큼 왔을 때 출발합시다."
생명을 놓고 얘기하자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여정을 순차적으로 나누어 할당한 것이다. 그래서 시간은 생과 사가 뒤섞인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이다. 생명을 시간으로 적분하면 삶의 전 과정이 된다. 그 기록이 Biography가 될 것이다. 시인의 작품을 해석할 때 이 biography가 중요하고, 반대로 시를 보면서 시인의 biography를 유추하기도 하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많은 이야기가 시인의 시간과 시에 녹아있다. 우리는 지나간 시간만을 보기 때문에 인생에서 항상 지각생일 수밖에 없지만 시인의 시를 보면서 그의 시간을, 인생을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
꿈이라
꾸며서 꿈인가
헛되어서 꿈인가
바람이라 꿈인가
빌려서 꿈이러니
꾸어서 꿈이러니
( 시집 174쪽)
우리의 삶은 부모에게서, 더 올라가 조상님에게서, 지구와 태양과 우주에게서 빌어온(꿔온)것이니 꿈은 삶이고 전 우주와의 소통이고 전 우주에 우리가 갚아야할 빚이다. 삶이란 꿈처럼 흐릿하고 확정할 수 없지만 더 크고 아름답게 키워야하는 희망(바람)의 소산이다. 헛되게 꾸민 꿈이 아닌 자신만의 포부로 꽉찬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죽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의 색그림자이니
사는 것이 죽는 것이고
죽는 것도 꿈이리니
죽음 또한
긴 꿈리리라
(시집 177쪽)
무거운 주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주제인 죽음으로 들어섰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은 경지는 어디일까.
우리는 늘 어제와 오늘 사이에( 시집 205쪽)에서 지나간 시간을 보며 산다. 그리고 또 죽어간다.
땅의 끝인 바다에서 혹은 바다의 끝인 땅 위에서(시집 205쪽)
앞과 뒤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다. 어쩌면 우리는 뒷 물결에 밀려 나아가는 앞 물결처럼 속절없이 흘러가는 인생의 타자他者일 수도 있다.
삶이란, 동시에 죽음이란 우리가 죽기 전에는 풀 수 없는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그러나 언제나 나는 오늘 여기에 서 있다.
갈매기가 힘차게 날아가듯이 우리는 씩씩하게 나아가야 하리라.(시집 205쪽)
삶은 하릴없는 기다림
무턱대고 달려온 꿈의 그림자
기다림은 기다림이고
얼핏 보이다 사라질 눈부신 그것
거룩함이란 지금 여기 이것
닦고 쌓아온 땀과 눈물의 사리탑
큰 지혜란 어리석은 소걸음
겨울 물 여기 기다려 얼어붙다
(49쪽 기다림 일부)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고
?사??? 풍류(風流)??? 미???가 못 미???가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의 도입부다. 옛사람의 풍류에 비해 나의 삶은 어떤지 돌아보는 그 지점이 무겁게 다가온다.
나의 삶은 어떤지 생각하고 사는지 묻는다.
돌이켜 보니 삶이란 모였다가 흩어지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연속인 것 같다. 만나고 모이는 결말을 생각해도 좋고 결국은 흩어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결국 "얼핏 보이다 사라질" 그 무엇인 이 삶에 큰 지혜는 별무소용인 것일까?
노자의 대교약졸(大巧若拙)과 대지약우(大智若愚)처럼 세상에는 보이는 것과는 다른 심층 구조가 있는 것 같다. 어리석어 보이는 내면에는 큰 지혜와 기교가 있고 그것이 대대로 이어지는 것이 인생이리라.
개인적 소회를 덧붙이자면 삶이란 저절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대개 그렇게 보이지만 내면에 무수한 에너지의 들고 남이 쌓여야 생명이 이어지는 것이다. 삶이란 살려는 의지의 축적이고 또 그것의 발산이기도 하다. 영생불멸까지는 아니고 건강한 삶을 희망한다. 특히 질병과 환난에 고통받는 분들의 분투를 바란다.
나. 술 없이 어떻게 인생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소주는 참아내는 맛이다
소주는 오랫동안 속을 달이고
한참 동안, 그러나
아주 길지는 않게
참는 맛이다
(시집 95쪽 소주 앞 부분)
조조의 대주당가 인생기하(對酒當歌, 人生幾何)의 호기는 아니고,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의 친절도 아니다. 달고도 속쓰린 삶을 술에 빗대어 얘기하는 것이리라.
참아내는 맛, 긴 듯 그러나 너무 길지 않게 (소주를 마셔본 사람은 다 안다. 오래 가지 않아 합자연이 된다. 이백의 독작獨酌의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참고) 마셔봄직 하지 않은가?
시인은 술에서 도를 찾는다
술을 마시는 순간부터 술이 깨어 다시 술을 마시는 시간까지, 생과 사의 비의에 대한 번득이는 영감과 세상과 나의 강한 일체감을 간직할... (시집 194쪽 격포기행 일부)
술이란 삶과 죽음 사이의 다리 같은 것이다. 너무 많이 나가면 저쪽 저승이다. 아직 여기 이쪽은 이승이니 생과 사의 경계에서 목숨 걸고 마시는 자만의 비장함이 있다. 술이 어느 정도 되면 번뜩이는 영감이 무수히 명멸한다. 이 현상은 합자연合自然이 되기 전에 가장 활발한데 아쉬운 점은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이 없다는 것이다. 지구의 문명을 수천년 앞당길 묘의가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데...
어쨌든 술로 시작해서 예술로 아름답게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
마시면 마시고
마실수록 마시는
그 맛은
지날 세월이 삶을
억눌러 조여 터트리는 맛이다
한 잔을 따른다 하더라도
(시집 95쪽)
* 여기서 지날은 지난의 오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
최근 금나라 시인 조병문(趙秉文)의 사(詞)인 청행아(?杏兒)·풍우체화수(風雨替花愁)를 얻어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風雨替花愁。
風雨罷,花也應休。勸君莫惜花前醉,
今年花謝,明年花謝,白了人頭。
비바람이 꽃을 대신해 시름하네.
비바람이 그치면 꽃도 시들겠지.
그대에게 권하노니 꽃 앞에서 취하는 것을 아까워 마오.
올해 꽃이 지고, 내년에도 꽃이 지면, 사람의 머리도 하얗게 세어버리니.
乘興?三?。
揀溪山好處追游。
但?有酒身无事,
有花也好,无花也好,選甚春秋。
기분이 좋을 때 술 몇 잔을 즐기고,
산과 계곡의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거닐어 보세.
술이 있고 근심 걱정이 없다면,
꽃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봄이든 가을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여기서
有花也好,无花也好
꽃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이 구절이 너무 좋다.
꽃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그대로 좋다는 말씀.
복잡다단한 인생에 길흉화복, 흥망성쇠는 너무나 당연한 일.
選甚春秋。
봄이든 가을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다. 시간, 꿈, 죽음
시간 속에 시간 있고
시간 밖에 시간 있어
양파껍질 벗기듯이
시간을 벗겨 보나
남은 건
지나간 시간일 뿐
(시집 175쪽 죽음 일부)
시간은 지구의 자전 주기를 일률적으로 구획한 것이니 태양의 이동에 따라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시간 개념이 없는 아마존 사람들은 태양의 높이로 약속을 정한다.
"해가 저만큼 왔을 때 출발합시다."
생명을 놓고 얘기하자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여정을 순차적으로 나누어 할당한 것이다. 그래서 시간은 생과 사가 뒤섞인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이다. 생명을 시간으로 적분하면 삶의 전 과정이 된다. 그 기록이 Biography가 될 것이다. 시인의 작품을 해석할 때 이 biography가 중요하고, 반대로 시를 보면서 시인의 biography를 유추하기도 하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많은 이야기가 시인의 시간과 시에 녹아있다. 우리는 지나간 시간만을 보기 때문에 인생에서 항상 지각생일 수밖에 없지만 시인의 시를 보면서 그의 시간을, 인생을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
꿈이라
꾸며서 꿈인가
헛되어서 꿈인가
바람이라 꿈인가
빌려서 꿈이러니
꾸어서 꿈이러니
( 시집 174쪽)
우리의 삶은 부모에게서, 더 올라가 조상님에게서, 지구와 태양과 우주에게서 빌어온(꿔온)것이니 꿈은 삶이고 전 우주와의 소통이고 전 우주에 우리가 갚아야할 빚이다. 삶이란 꿈처럼 흐릿하고 확정할 수 없지만 더 크고 아름답게 키워야하는 희망(바람)의 소산이다. 헛되게 꾸민 꿈이 아닌 자신만의 포부로 꽉찬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죽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의 색그림자이니
사는 것이 죽는 것이고
죽는 것도 꿈이리니
죽음 또한
긴 꿈리리라
(시집 177쪽)
무거운 주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주제인 죽음으로 들어섰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은 경지는 어디일까.
우리는 늘 어제와 오늘 사이에( 시집 205쪽)에서 지나간 시간을 보며 산다. 그리고 또 죽어간다.
땅의 끝인 바다에서 혹은 바다의 끝인 땅 위에서(시집 205쪽)
앞과 뒤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다. 어쩌면 우리는 뒷 물결에 밀려 나아가는 앞 물결처럼 속절없이 흘러가는 인생의 타자他者일 수도 있다.
삶이란, 동시에 죽음이란 우리가 죽기 전에는 풀 수 없는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그러나 언제나 나는 오늘 여기에 서 있다.
갈매기가 힘차게 날아가듯이 우리는 씩씩하게 나아가야 하리라.(시집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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