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법
화학생태학으로 읽는 식물과 신화 그리고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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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빗자루에서 소크라테스의 독배까지
식물이 만든 대사물질은 어떻게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흔들었는가
벨라도나, 사리풀, 맨드레이크, 겨우살이, 양귀비, 대마, 헴록, 마황, 장미와 광대버섯, 맥각...
11가지 식물과 균류를 통해 독과 약, 환각과 치유, 사랑과 죽음의 역사를 짚어내다.
"인간에게는 마법이었지만, 식물에게는 생존이었다."
마녀는 왜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았을까. 『해리 포터』의 맨드레이크는 왜 땅에서 뽑힐 때 비명을 지를까. 『오디세이아』의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슬픔을 잊었으며, 소크라테스는 어떤 식물의 독이 든 잔을 마시고 죽었을까. 그리고 장미는 어떻게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을까. 이 의문 뒤에는 식물과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식물이 만들어낸 물질을 통해 맺어온 관계가 숨어 있다.
인간에게 약과 독, 향기와 쾌락, 때로는 마법으로 받아들여진 수많은 물질은 애초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초식동물과 병원체에 맞서고, 곤충을 불러 번식하며, 주변 생물과 관계를 맺기 위해 다양한 2차대사물질을 진화시켜 왔다.
그 가운데 일부가 우리 몸의 특정 수용체와 결합하여 인간의 신경계와 생리 시스템에도 작용했다. 어떤 물질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촉진했다. 그 결과 인간은 잠들고 깨어났으며 고통을 잊고 황홀감을 경험했다. 때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작용을 화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시대의 인간은 그것을 신의 힘과 마법, 저주와 치유로 이해했다. 신간 『초록마법』은 벨라도나, 사리풀, 맨드레이크, 겨우살이 등을 따라가며 식물과 균류가 만든 화학적 방어 물질이 어떻게 인간에게 마법과 의술, 쾌락과 중독, 신성함과 공포, 사랑과 죽음의 언어가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식물대사체학을 연구하는 화학생태학자인 저자 박상규 교수는 학술적 내용뿐 아니라 직접 마라톤을 하며 도취를 경험하고자 했던 이야기와 미국 유학시절에 경험한 핼러윈 같은 경험담, 그리고 고전과 영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간다. 각 장에 실린 재미있는 마인드맵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서로 넘나드는 내용의 맥락을 한결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식물이 만든 대사물질은 어떻게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흔들었는가
벨라도나, 사리풀, 맨드레이크, 겨우살이, 양귀비, 대마, 헴록, 마황, 장미와 광대버섯, 맥각...
11가지 식물과 균류를 통해 독과 약, 환각과 치유, 사랑과 죽음의 역사를 짚어내다.
"인간에게는 마법이었지만, 식물에게는 생존이었다."
마녀는 왜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았을까. 『해리 포터』의 맨드레이크는 왜 땅에서 뽑힐 때 비명을 지를까. 『오디세이아』의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슬픔을 잊었으며, 소크라테스는 어떤 식물의 독이 든 잔을 마시고 죽었을까. 그리고 장미는 어떻게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을까. 이 의문 뒤에는 식물과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식물이 만들어낸 물질을 통해 맺어온 관계가 숨어 있다.
인간에게 약과 독, 향기와 쾌락, 때로는 마법으로 받아들여진 수많은 물질은 애초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초식동물과 병원체에 맞서고, 곤충을 불러 번식하며, 주변 생물과 관계를 맺기 위해 다양한 2차대사물질을 진화시켜 왔다.
그 가운데 일부가 우리 몸의 특정 수용체와 결합하여 인간의 신경계와 생리 시스템에도 작용했다. 어떤 물질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촉진했다. 그 결과 인간은 잠들고 깨어났으며 고통을 잊고 황홀감을 경험했다. 때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작용을 화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시대의 인간은 그것을 신의 힘과 마법, 저주와 치유로 이해했다. 신간 『초록마법』은 벨라도나, 사리풀, 맨드레이크, 겨우살이 등을 따라가며 식물과 균류가 만든 화학적 방어 물질이 어떻게 인간에게 마법과 의술, 쾌락과 중독, 신성함과 공포, 사랑과 죽음의 언어가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식물대사체학을 연구하는 화학생태학자인 저자 박상규 교수는 학술적 내용뿐 아니라 직접 마라톤을 하며 도취를 경험하고자 했던 이야기와 미국 유학시절에 경험한 핼러윈 같은 경험담, 그리고 고전과 영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간다. 각 장에 실린 재미있는 마인드맵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서로 넘나드는 내용의 맥락을 한결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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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마녀의 빗자루와 셰익스피어의 독약
벨라도나와 사리풀 : 판타지와 문학이 된 식물의 독
유럽 마녀들이 빗자루를 타고 밤하늘을 날았다는 전설은 괴테 『파우스트』에도 '날게 하는 연고'로 등장한다. 이 연고는 벨라도나와 사리풀 같은 독성식물이 재료에 포함되었다. 이 식물들의 트로판 알칼로이드(아트로핀 등) 성분은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방해해 섬망과 환각을 유발하는데, 현실과 꿈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 경험이 '하늘을 날았다'는 이야기로 전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선왕을 죽인 정체불명의 독약 '헤보나'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깊은 잠에 빠뜨리는 약물 역시 이러한 벨라도나와 사리풀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이 존재한다.
이 책 『초록마법』은 식물이 생존과 소통을 위해 만든 물질이 인간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벌어진 일들을 신화와 고전에서 파헤친다. 나아가 독성식물의 생리적 효과와 공포가 어떻게 마녀의 비행, 셰익스피어의 비극, 그리고 현대 판타지의 마법으로 변주되어 왔는지 추적한다.
『구약성경』에서 『황금 가지』, 『해리 포터』까지
맨드레이크와 겨우살이 : 신화와 전통지식이 된 식물
『해리 포터』에는 땅에서 뽑히는 순간 끔찍한 비명을 질러 사람을 죽이거나 미치게 만드는 식물, '맨드레이크'가 등장한다. 『구약성경』 창세기에서도 라헬이 아들을 낳기 위해 맨드레이크를 구했다는 기록이 있듯, 고대부터 이 식물은 사랑, 임신, 생식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맨드레이크에는 히오시아민과 스코폴라민 같은 트로판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다. 기묘한 외형과 실제 생리적 효과로 인해 맨드레이크는 수천 년에 걸쳐 사랑의 묘약이자 마법 식물로 이미지를 굳히게 되었다.
한편, 다른 나무에 기생하며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겨우살이'는 고대와 중세 유럽인들에게 영원한 생명력을 떠올리게 했다. 제임스 프레이저는 저서 『황금 가지』에서 겨우살이를 둘러싼 신화와 주술, 의례를 중요한 사례로 다루고 있다.
『초록마법』은 맨드레이크에 얽힌 이야기를 단순한 미신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선조들이 경험을 통해 약효를 발견하고, 식물의 생김새에서 약효를 유추하는 '형상의 원리'를 적용한 결과이자 미지의 약초를 탐색하고 지식을 전수한 전통지식의 산물로 바라본다.
『오디세이아』의 망각에서 치료와 중독으로
양귀비와 대마 : 식물의 생화학적 물질과 인간의 만남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슬픔과 분노를 잊게 하는 신비한 약 '네펜테스'가 등장한다. 네펜테스는 기원전 그리스 시대에 의학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던 아편으로 추정된다.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로 향한 보이저 1, 2호에는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의 「상승」 두 소절이 실려있다. 보들레르는 매독치료를 위해 아편을 했으며 그로 인한 '인공낙원'의 허구를 비판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채취해 온 양귀비의 유액에서 얻은 아편의 핵심 성분 모르핀은 오늘날에도 강력한 진통제로 사용된다. 모르핀이 인간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몸에 이미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르핀은 이 시스템에 작용해 통증을 줄여주는 동시에 뇌의 보상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의존과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대마의 THC 역시 인체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에 관여한다. 특히 뇌의 CB1 수용체에 작용해 기억과 인지, 감각과 기분을 변화시킨다.
식물이 인간의 고통을 없애고 쾌락을 주려고 이러한 물질을 만든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온 식물과 동물의 생화학적 체계가 뜻밖의 지점에서 만났고, 인간은 그 작용을 우연히 발견해 약과 기호품으로 활용해온 것이다. 고통을 잠재우는 약과 쾌락을 주는 물질, 그리고 치료와 중독의 역사는 그렇게 깊이 얽혀 있다.
불멸의 소마와 세일럼의 마녀재판
광대버섯과 맥각 : 무스시몰의 작용과 맥각 중독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완벽한 휴식을 주는 알약 '소마', 사람에게 불멸을 가져다준다는 『리그베다』 경전 속 '소마'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마는 중추신경 자극제인 에페드린을 함유한 마황이란 가설도 있지만, GABA와 비슷한 중추신경 억제 효과를 내는 무스시몰을 가진 광대버섯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분포하는 광대버섯의 무스시몰은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으며 뇌의 신경전달물질 GABA 수용체에 작용해 불안을 줄이고 행복감과 환각을 느끼게 한다.
1692년 세일럼 마녀재판은 맥각 중독현상으로 경련성 발작과 이상 증세를 보인 소녀들을 마법에 걸린 것으로 보고 집단광기에 사로잡혀 처형한 사건이다. 곡물에 감염된 맥각균의 맥각 알칼로이드에 중독되면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괴저성 증상과 경련성 신경 증상이 나타난다.
20세기에는 맥각 알칼로이드 연구 과정에서 LSD가 합성되면서 현대 정신약리학의 역사와도 연결되었다. 식물이 초식곤충에게 치사량 정도로 만들어낸 물질이, 몸집에 큰 사람에게는 치사량은 아니지만 사람에게는 본래의 기능을 벗어나 환각이나 영적체험을 이끌기도 한다.
소크라테스의 독배와 투구꽃속 식물의 독과 사약
헴록 : 독과 약의 경계를 허무는 복용법
기원전 399년, 사형을 선고받은 소크라테스는 독이 든 잔을 마셨다. 플라톤의 『파이돈』에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순간이 기록되어 있다. 그 독배에 사용된 식물로 헴록(나도독미나리)으로 지목된다. 헴록에는 코니인(coniine)을 비롯한 피페리딘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신경근 접합부에 영향을 주어 심한 중독에서는 근육 마비와 호흡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의사이자 연금술사였던 파라켈수스는 "모든 것은 독이며, 독이 아닌 것은 없다. 다만 복용량이 독과 독이 아닌 것을 가른다" 라고 말했다. 파라켈수스의 이런 관찰은 현대 독성학의 투여량-반응 곡선의 토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사약의 재료로 투구꽃속 식물의 덩이뿌리인 초오와 부자가 천남성과 함께 이용되었다. 영화 「서편제」에서 송화는 부자를 먹고 눈이 멀게 되었다. 우리나라 한의학에서는 초오와 부자와 같은 독성이 강한 약재는 법제과정을 거쳐 독성을 완화하여 약으로 썼다. 또한 한약은 단일 약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식물 추출물을 사용하여 서양의 투여량-반응 곡선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한약 한 봉지에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식물이용의 경험과 노력, 혜안이 깃들어 있다.
아프로디테의 꽃에서 『미녀와 야수』까지
장미 : 인간의 감정을 상징하는 기호가 된 식물
장미는 로사리오 묵주, 장미십자회원, 아프로디테의 꽃, 성모 마리아의 꽃, 사랑, 순결, 덧없음, 영원 등을 상징한다고 마이클 폴란은 『세컨 네이처』에서 말했다. 이렇게 수많은 장미의 상징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까지 이어진다. 「미녀와 야수」에서 마법의 장미는 덧없는 시간의 상징이다. 「미녀와 야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설 『황금 당나귀』 속 「큐피드와 프시케」 이야기의 변형으로 알려져 있다. 『황금 당나귀』에서 장미는 부활의 상징이다.
장미의 아름다움은 향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만큼 향이 감성 표현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특히 바티칸의 장미 꽃잎으로 만든 로사리오 묵주는 장미 꽃다발을 의미하며 향이 매우 짙다. 장미의 가시는 장미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 『길가메쉬 서사시』에 등장한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타락하기 전 에덴 낙원의 장미는 원래 가시가 없었다고 한다. 중세 이후 성모 마리아는 고귀한 '가시 없는 장미', '신비로운 장미'로 불리게 되었다. 장미는 초식 동물에게 먹히게 되면서 방어를 위해 더 강한 향과 가시가 점차 생기게 되었다고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향기롭고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면 가시에 찔리는 꽃. 장미의 이러한 모순된 양면성은 사랑과 욕망, 아름다움과 고통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더없이 적합한 상징이 되었다.
인간은 식물이 만들어낸 2차대사물질을 먹고 마시고 피부에 바르고 태웠다. 그 과정에서 잠들고 깨어났으며, 고통을 잊고 황홀감을 경험했다. 설명할 수 없는 환각은 신의 계시와 마법이 되었고 치명적인 독은 죽음의 도구가 되었다. 향기와 형태, 독특한 생태는 사랑과 생명, 죽음과 신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인간은 마침내 식물의 성분을 분리하고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작용을 밝혀내면서 수천 년 동안 '마법'이라 불렀던 현상의 일부를 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초록마법』은 식물의 방어 물질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미친 영향과 문학과 예술, 신화와 상징을 통해 문화가 된 발자취를 짚어내고 있다. 또한 판타지 문학과 고전 신화, 영화와 게임, 클래식 음악, 식물대사체학과 천문학 등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벨라도나와 사리풀 : 판타지와 문학이 된 식물의 독
유럽 마녀들이 빗자루를 타고 밤하늘을 날았다는 전설은 괴테 『파우스트』에도 '날게 하는 연고'로 등장한다. 이 연고는 벨라도나와 사리풀 같은 독성식물이 재료에 포함되었다. 이 식물들의 트로판 알칼로이드(아트로핀 등) 성분은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방해해 섬망과 환각을 유발하는데, 현실과 꿈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 경험이 '하늘을 날았다'는 이야기로 전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선왕을 죽인 정체불명의 독약 '헤보나'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깊은 잠에 빠뜨리는 약물 역시 이러한 벨라도나와 사리풀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이 존재한다.
이 책 『초록마법』은 식물이 생존과 소통을 위해 만든 물질이 인간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벌어진 일들을 신화와 고전에서 파헤친다. 나아가 독성식물의 생리적 효과와 공포가 어떻게 마녀의 비행, 셰익스피어의 비극, 그리고 현대 판타지의 마법으로 변주되어 왔는지 추적한다.
『구약성경』에서 『황금 가지』, 『해리 포터』까지
맨드레이크와 겨우살이 : 신화와 전통지식이 된 식물
『해리 포터』에는 땅에서 뽑히는 순간 끔찍한 비명을 질러 사람을 죽이거나 미치게 만드는 식물, '맨드레이크'가 등장한다. 『구약성경』 창세기에서도 라헬이 아들을 낳기 위해 맨드레이크를 구했다는 기록이 있듯, 고대부터 이 식물은 사랑, 임신, 생식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맨드레이크에는 히오시아민과 스코폴라민 같은 트로판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다. 기묘한 외형과 실제 생리적 효과로 인해 맨드레이크는 수천 년에 걸쳐 사랑의 묘약이자 마법 식물로 이미지를 굳히게 되었다.
한편, 다른 나무에 기생하며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겨우살이'는 고대와 중세 유럽인들에게 영원한 생명력을 떠올리게 했다. 제임스 프레이저는 저서 『황금 가지』에서 겨우살이를 둘러싼 신화와 주술, 의례를 중요한 사례로 다루고 있다.
『초록마법』은 맨드레이크에 얽힌 이야기를 단순한 미신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선조들이 경험을 통해 약효를 발견하고, 식물의 생김새에서 약효를 유추하는 '형상의 원리'를 적용한 결과이자 미지의 약초를 탐색하고 지식을 전수한 전통지식의 산물로 바라본다.
『오디세이아』의 망각에서 치료와 중독으로
양귀비와 대마 : 식물의 생화학적 물질과 인간의 만남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슬픔과 분노를 잊게 하는 신비한 약 '네펜테스'가 등장한다. 네펜테스는 기원전 그리스 시대에 의학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던 아편으로 추정된다.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로 향한 보이저 1, 2호에는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의 「상승」 두 소절이 실려있다. 보들레르는 매독치료를 위해 아편을 했으며 그로 인한 '인공낙원'의 허구를 비판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채취해 온 양귀비의 유액에서 얻은 아편의 핵심 성분 모르핀은 오늘날에도 강력한 진통제로 사용된다. 모르핀이 인간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몸에 이미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르핀은 이 시스템에 작용해 통증을 줄여주는 동시에 뇌의 보상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의존과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대마의 THC 역시 인체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에 관여한다. 특히 뇌의 CB1 수용체에 작용해 기억과 인지, 감각과 기분을 변화시킨다.
식물이 인간의 고통을 없애고 쾌락을 주려고 이러한 물질을 만든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온 식물과 동물의 생화학적 체계가 뜻밖의 지점에서 만났고, 인간은 그 작용을 우연히 발견해 약과 기호품으로 활용해온 것이다. 고통을 잠재우는 약과 쾌락을 주는 물질, 그리고 치료와 중독의 역사는 그렇게 깊이 얽혀 있다.
불멸의 소마와 세일럼의 마녀재판
광대버섯과 맥각 : 무스시몰의 작용과 맥각 중독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완벽한 휴식을 주는 알약 '소마', 사람에게 불멸을 가져다준다는 『리그베다』 경전 속 '소마'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마는 중추신경 자극제인 에페드린을 함유한 마황이란 가설도 있지만, GABA와 비슷한 중추신경 억제 효과를 내는 무스시몰을 가진 광대버섯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분포하는 광대버섯의 무스시몰은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으며 뇌의 신경전달물질 GABA 수용체에 작용해 불안을 줄이고 행복감과 환각을 느끼게 한다.
1692년 세일럼 마녀재판은 맥각 중독현상으로 경련성 발작과 이상 증세를 보인 소녀들을 마법에 걸린 것으로 보고 집단광기에 사로잡혀 처형한 사건이다. 곡물에 감염된 맥각균의 맥각 알칼로이드에 중독되면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괴저성 증상과 경련성 신경 증상이 나타난다.
20세기에는 맥각 알칼로이드 연구 과정에서 LSD가 합성되면서 현대 정신약리학의 역사와도 연결되었다. 식물이 초식곤충에게 치사량 정도로 만들어낸 물질이, 몸집에 큰 사람에게는 치사량은 아니지만 사람에게는 본래의 기능을 벗어나 환각이나 영적체험을 이끌기도 한다.
소크라테스의 독배와 투구꽃속 식물의 독과 사약
헴록 : 독과 약의 경계를 허무는 복용법
기원전 399년, 사형을 선고받은 소크라테스는 독이 든 잔을 마셨다. 플라톤의 『파이돈』에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순간이 기록되어 있다. 그 독배에 사용된 식물로 헴록(나도독미나리)으로 지목된다. 헴록에는 코니인(coniine)을 비롯한 피페리딘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신경근 접합부에 영향을 주어 심한 중독에서는 근육 마비와 호흡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의사이자 연금술사였던 파라켈수스는 "모든 것은 독이며, 독이 아닌 것은 없다. 다만 복용량이 독과 독이 아닌 것을 가른다" 라고 말했다. 파라켈수스의 이런 관찰은 현대 독성학의 투여량-반응 곡선의 토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사약의 재료로 투구꽃속 식물의 덩이뿌리인 초오와 부자가 천남성과 함께 이용되었다. 영화 「서편제」에서 송화는 부자를 먹고 눈이 멀게 되었다. 우리나라 한의학에서는 초오와 부자와 같은 독성이 강한 약재는 법제과정을 거쳐 독성을 완화하여 약으로 썼다. 또한 한약은 단일 약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식물 추출물을 사용하여 서양의 투여량-반응 곡선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한약 한 봉지에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식물이용의 경험과 노력, 혜안이 깃들어 있다.
아프로디테의 꽃에서 『미녀와 야수』까지
장미 : 인간의 감정을 상징하는 기호가 된 식물
장미는 로사리오 묵주, 장미십자회원, 아프로디테의 꽃, 성모 마리아의 꽃, 사랑, 순결, 덧없음, 영원 등을 상징한다고 마이클 폴란은 『세컨 네이처』에서 말했다. 이렇게 수많은 장미의 상징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까지 이어진다. 「미녀와 야수」에서 마법의 장미는 덧없는 시간의 상징이다. 「미녀와 야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설 『황금 당나귀』 속 「큐피드와 프시케」 이야기의 변형으로 알려져 있다. 『황금 당나귀』에서 장미는 부활의 상징이다.
장미의 아름다움은 향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만큼 향이 감성 표현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특히 바티칸의 장미 꽃잎으로 만든 로사리오 묵주는 장미 꽃다발을 의미하며 향이 매우 짙다. 장미의 가시는 장미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 『길가메쉬 서사시』에 등장한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타락하기 전 에덴 낙원의 장미는 원래 가시가 없었다고 한다. 중세 이후 성모 마리아는 고귀한 '가시 없는 장미', '신비로운 장미'로 불리게 되었다. 장미는 초식 동물에게 먹히게 되면서 방어를 위해 더 강한 향과 가시가 점차 생기게 되었다고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향기롭고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면 가시에 찔리는 꽃. 장미의 이러한 모순된 양면성은 사랑과 욕망, 아름다움과 고통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더없이 적합한 상징이 되었다.
인간은 식물이 만들어낸 2차대사물질을 먹고 마시고 피부에 바르고 태웠다. 그 과정에서 잠들고 깨어났으며, 고통을 잊고 황홀감을 경험했다. 설명할 수 없는 환각은 신의 계시와 마법이 되었고 치명적인 독은 죽음의 도구가 되었다. 향기와 형태, 독특한 생태는 사랑과 생명, 죽음과 신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인간은 마침내 식물의 성분을 분리하고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작용을 밝혀내면서 수천 년 동안 '마법'이라 불렀던 현상의 일부를 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초록마법』은 식물의 방어 물질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미친 영향과 문학과 예술, 신화와 상징을 통해 문화가 된 발자취를 짚어내고 있다. 또한 판타지 문학과 고전 신화, 영화와 게임, 클래식 음악, 식물대사체학과 천문학 등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목차
목차
책머리에
1장 마녀는 어떻게 하늘을 날았나? 벨라도나
6장 암살자를 움직인 식물, 대마
2장 비명을 지르는 식물, 맨드레이크
7장 『악의 꽃』, 양귀비
3장 소크라테스를 죽인 독초, 헴록
8장 『멋진 신세계』의 소마, 광대버섯과 마황
4장 셰익스피어의 독초, 사리풀
9장 마녀 광풍을 일으킨 곰팡이, 맥각
5장 『황금 가지』의 수수께끼, 겨우살이
10장 사랑과 비밀의 상징, 장미
본문 주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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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마녀는 어떻게 하늘을 날았나? 벨라도나
6장 암살자를 움직인 식물, 대마
2장 비명을 지르는 식물, 맨드레이크
7장 『악의 꽃』, 양귀비
3장 소크라테스를 죽인 독초, 헴록
8장 『멋진 신세계』의 소마, 광대버섯과 마황
4장 셰익스피어의 독초, 사리풀
9장 마녀 광풍을 일으킨 곰팡이, 맥각
5장 『황금 가지』의 수수께끼, 겨우살이
10장 사랑과 비밀의 상징,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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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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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였다. 같은 대학교 생물학과에서 남세균 녹조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생태계 내 에너지 흐름에 관심을 가져, 수생태계의 에너지 흐름에서 먹이의 화학 성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로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하고 아주대학교에 부임한 뒤로는 수생태계와 육상생태계의 먹이그물 생태학뿐만 아니라 문명과 자연의 조화에도 관심을 갖고 여러 활동을 하였다.
이런 관심의 연장선에서 「생태」 잡지 편집장, '환경과학' 과목 강의와 교재 집필, 자연환경해설사를 위한 '생물다양성의 이해' 강연 등 생태학의 대중화 활동을 하였다. 극지연구소와 함께 극지 생태계 연구에도 참여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로 연구범위를 확대하였다. 학문적으로는 먹이그물 연구 및 분자생태학에 더하여, 환경 조건에 따라 식물의 성분이 어떻게 바뀌는지 밝히는 식물의 화학생태학 연구를 활발히 하였으며, 이와 관련하여 개설한 '의약식물학' 과목이 이 책으로 이어졌다.
현재 한국생태학회 국제학술지 「Journal of Ecology and Environment」의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딥러닝과 드론을 이용한 육상생태계 기능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교양과목으로 '식물과 인간'을, 전공과목으로 '생태학'과 '환경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공저서로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생명』(2010)과 『환경과학』(2022)이 있다.
이런 관심의 연장선에서 「생태」 잡지 편집장, '환경과학' 과목 강의와 교재 집필, 자연환경해설사를 위한 '생물다양성의 이해' 강연 등 생태학의 대중화 활동을 하였다. 극지연구소와 함께 극지 생태계 연구에도 참여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로 연구범위를 확대하였다. 학문적으로는 먹이그물 연구 및 분자생태학에 더하여, 환경 조건에 따라 식물의 성분이 어떻게 바뀌는지 밝히는 식물의 화학생태학 연구를 활발히 하였으며, 이와 관련하여 개설한 '의약식물학' 과목이 이 책으로 이어졌다.
현재 한국생태학회 국제학술지 「Journal of Ecology and Environment」의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딥러닝과 드론을 이용한 육상생태계 기능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교양과목으로 '식물과 인간'을, 전공과목으로 '생태학'과 '환경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공저서로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생명』(2010)과 『환경과학』(202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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