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들의 위험한 수다(반양장)
정혜경 비평집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정혜경 교수의 비평집 『백수들의 위험한 수다』. ‘백수’라는 키워드를 통해 2000년대 한국 사회와 문학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백수가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기호가 된 원인으로 주류 질서의 경계에 존재하는 그들의 불온함을 지적한다. 한국소설은 물론 문학비평 속 백수들이 늘어놓는 쓸모없는 수다가 우리 가슴에 파동을 일으키는 지점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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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정혜경 교수가 비평집 『백수들의 위험한 수다』(케포이북스, 2012)를 출간했다. '예'와 '아니오'라는 이분법을 비껴가며 경계의 양쪽을 동요시키고, 그 행위의 질문을 멈추지 않는 작업이 독특한 문학 장(場)을 이루며 그 지점에서부터 문학의 윤리가 생성된다고 파악한 『매혹과 곤혹』(열림원, 2005)에 이은 두 번째 비평집이다. 이번에 출간한 『백수들의 위험한 수다』는 첫 번째 비평집 『매혹과 곤혹』의 기본적인 시각을 유지하되 2000년대 한국 사회와 문학이 관계 맺는 양상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다. 그 관심의 키워드는 바로 '백수'이다.
매혹과 곤혹 사이, 그 경계의 불온한 백수들
저자인 정혜경 교수가 주목하는 '백수'는 일차적으로 실제 2000년대 한국사회에서 양산되고 있는 실업자와 미취업자 등을 가리킨다. 그러나 '백수'가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기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바로 주류 질서에 대한 매혹과 곤혹 사이 그 어느 경계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백수들의 불온함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본과 거리가 먼 '백수'들이 풀어놓는, 일견 무용해 보이는 '수다'의 소통방식이 우리 가슴에 균열을 일으키는 '위험한' 지점을 포착"하고자 하였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 '백수들의 위험한 수다'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소설은 물론 문학비평까지 포함하여 지금 이 시대 문학의 주요한 특징을 명명해 보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1980년대의 투사, 1990년대의 댄디, 그리고 2000년대의 백수
1980년대 소설에 투사, 1990년대 소설에 댄디가 있었다면 요즘의 소설에는 단연 백수가 있다. 백수는 수적으로 다수일 수 있지만 그 사회의 척도에서 배제된 존재라는 점에서 결코 다수자가 아니다. 그들은 매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노련하게 적응하길 은밀하게 강요하는 자본주의의 주류사회에서 탈락한 자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을 단순히 척도에서 탈락한 낙오자라 보지 않고 다수자의 척도를 벗어나는 존재라고 볼 때,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문학적 성찰이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민규, 이기호, 정이현 등 2000년대 젊은 작가들이 백수들의 존재를 어떻게 재구성하여 이를 통해 어떤 다른 틈을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이 독자에게 어떤 태도를 촉발시키는가 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가 아닌 '다른 미래'를 생성하려는 문학적 가능성
백수들은 합리적이고 정교한 언어를 비틀어 가볍고 유희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주류적 가치들을 잡담으로 만들고 고정적인 것들을 불확정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저자는 이를 "요즘 소설의 화법은 '수다'와 같다"고 말한다. 백수들이 쉴 새 없이 지껄이는 수다는 가볍고 유희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얼핏 쓸모없어 보이는 수다는 정형화된 선악의 평가나 호오의 판단을 흩트려 놓으며 성찰적 거리를 만드는 아이러니를 생성한다. 이는 다시 끊임없이 자본주의에 균열을 만든다. 다시 말해 2000년대 소설의 수다는 기존의 삶과 부재하는 삶 사이에서 종횡무진 질주하는 불온한 존재방식인 것이다. 특히 저자가 최근 소설의 화법을 주목하는 것은, 이 소설들이 새로운 무엇에 대해 직접 말하려 하기보다는 다르게 말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어떤 것을 열어 보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근대적 가치와 자본주의적 체계가 약속하는 '더 나은 미래'가 아닌 '다른 미래'를 생성할 수 있는 문학적 가능성의 발견이다.
『백수들의 위험한 수다』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현재의 한국소설에 대해 날카롭고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소설의 사회적 기능을 다시 환기한 공지영의 『도가니』를 비롯한 2000년대 문제적 소설에 대한 상세한 작품론과 이 시대에 다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탐색해봐야 할 2000년대 소설의 다양한 시도에 대해 논하는 한편, '디스토피아, 다문화주의, 청소년문학, 팩션, 여성수난사, 탈(脫)국경적 상상력, 연애서사, 백수' 등의 다양한 이슈를 통해 2000년대 한국문학의 주요 쟁점을 집중 조명하여 최근 한국문학의 다양한 '탈근대적' 시도가 자칫 혹은 여전히 근대적 모순에 붙들려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완강한 근대(혹은 교묘한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와의 치열한 고투(苦鬪)가 지속적으로 요청됨을 피력한다.
정혜경(鄭惠瓊, Chung Hye-Kyung)은 고려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현대문학』에서 평론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저서로 『매혹과 곤혹』(2004), 『한국 현대소설의 서사와 서술』(2005) 등이 있다. 현재 순천향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특히 『백수들의 위험한 수다』는 단편소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했던 기존의 비평집과 달리, 해당 작품의 상세한 해석을 접하기 어려웠던 단편소설에 대해서도 텍스트의 구조와 서사적 장치를 자세히 읽어낸 것이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그간의 한정된 문학 비평에서 벗어나 신선한 언어로 소설의 접근을 시도한 이번 비평집은 현대 한국 소설문학이 이후의 새로운 문학, 현재를 가장 잘 반영한 한국 소설문학의 길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쉽고 섬세하게 풀어놓는 정혜경의 문장은 문학 전공자는 물론 일반 독자들의 작품 이해를 돕기에 부족함이 없다.
목차
목차
메멘토 디스토피아Memento dystopia
2000년대 가족서사와 다문화주의의 딜레마
이 시대의 아이콘 '청소년'(을 위한) 문학의 딜레마
닫힌 결말 속의 인공낙원
'그녀'가 팩션faction에 등장하는 두 가지 방식
여성수난사 이야기와 탈脫국경의 상상력
2000년대 연애서사의 문제적 지평
백수들의 위험한 수다
/2부/
소설 형식의 시국선언과 기억의 윤리
: 공지영의 『도가니』
기록하는 세헤라자드와의 비극적 연애
: 심윤경의 『이현의 연애』
그들의 애도mourning, 웃음의 윤리
: 윤성희의 『웃는 동안』
달콤한 게릴라의 '다시 쓰기re-writing'
: 정이현론
미궁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질주
: 박성원의 『우리는 달려간다』
서울, 2007년, 당신들의 천국
: 천운영의 『후에』
비루먹은 신화, 되살아나려는 신화
: 손홍규의 『이무기 사냥꾼』
'비틀'거리면서 '꿈틀'거리는, 여기
: 한창훈의 『나는 여기가 좋다』
쓰면서 지워지거나 혹은 죽거나
: 김태용의 『포주 이야기』
'목요일'로 가는 우회로迂廻路
: 조해진의 『목요일에 만나요』
Quick, Quack, Quixotism, Question?
: 윤고은의 『Q』
/3부/
딜레마의 미학
병든 시대를 겨냥하는 역설
소설의 체위, 시대의 체위
사막과 바다의 접경을 보았던가
냉혹과 곤혹
가족 바깥의 다른 가능성들
'무표정'의 문학사회학적 상상력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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