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이 없다는 것
천정근 산문집
천정근 산문집 『연민이 없다는 것』. 러시아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후에 신학을 전공한 천정근이 이런 ‘연민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유롭게 그때그때 써 내려간 것을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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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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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이 없는 시대
올해 개봉한 영화 《엘리시움》에는 초호화 우주 정거장에서 사는 소수의 부유층과, 거의 폐허가 된 지구에서 사는 수많은 빈민층이 나온다. 이런 설정을 통해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단 한 가지, 바로 '1대 99'사회였다. 이태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월가 시위 또한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월가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들고 있던 문구 중 이 시위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냈던 것은 바로 "We are the 99percent"였다. 날이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중산층이 사라지며 사회계층 간의 괴리감?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미국의 사회분위기가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는 우리 현실과도 다르지 않다. 근대화 이후 명시적으로는 사람들의 '신분'도 '계급'도 사라졌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그리고 공공연히 '계급 이동', '신분 상승' 같은 말이 쓰이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등으로 인한 소외 계층 문제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발표된 후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재형'이다.
이런 양극화는 경제적 문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양분'과 '극단', 그리고 '대립'이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분법적 세계관 아래에서 사람들은 '나'와 '타인'으로 세계를 가른다. '나'와 '내 편'이 아닌 존재들은 곧바로 '타인'이자 '적'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타인'이 된 사람들은 '나'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다. '내'가 선하다면 '너'는 악하고 '내'가 옳다면 '너'는 그르다. 더 나아가 '내'가 가진 감정, 사연, 사정 등은 '너'에게는 전혀 없는 것이 된다. '타인'을 아예 감정이 없는 존재, 자의식이 없는 존재로 치부해 버리면서, '내 적'으로 간주된 사람들은 어떤 일을 당해도 '괜찮다'. '타인'에게도 가족이 있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아주 당연한 사실은 외면당하고, 내가 당하면 고통스럽고 터무니없는 일도 '내 적'인 '타인'이 당하면 '아무렇지도 않다'. 타인에 대한 연민이 없어진 것이다.
진지함이 모욕 받는 시대에 대한 하나의 치열한 반성
『연민이 없다는 것』(케포이북스, 2013)은 러시아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후에 신학을 전공한 천정근이 이런 '연민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유롭게 그때그때 써 내려간 모은 책이다.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던 이 글은 단순한 수필처럼 편안하게 읽힌다. 그러나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은 그의 산문을 '일상을 담은 글'로만 두지 않는다. 수필가의 일상을 산책하듯 부담 없이 읽다보면 독자는 차츰 한 독특한 인물의 개인사가 윤곽을 드러내는 것을 보게 되고, 그의 시선과 경험이 제공하는 흔치 않은 사유의 진정성에 포획되어 결국 스스로의 삶에 대한 성찰로 유도되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바라보는 '연민이 없는 시대'는 '힐링'과 '긍정 과잉'으로 점철되어 있다. 모든 개인이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이 된 시대에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아줌으로써 인생의 겨울날을 이겨내는 대신, 각자가 스스로 위안을 '획득'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힐링'은 현재의 괴로움은 잊게 해줄망정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고통의 원인을 묻지도 않고,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변화시키지도 않았으므로 지금 몸에 난 상처를 얼기설기 꿰매어 아픔을 잊었다 해도, 내일이면 다시 또 다른 고통을 마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힐링'을 선택한다. 고통에 마주할 용기가 없으며, 그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므로.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힐링'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노력을 하는 대신 자신을 '긍정'으로 포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 다시 '연민'과 '고통의 연대'를 불러낸다. 저자가 말하는 연민은 마치 함박눈과 같다. 함박눈은 세상의 높은 곳과 낮은 곳, 깨끗한 곳과 더러운 곳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 고르게 내려 시린 마음들을 어루만져준다. 이처럼 그가 말하는 연민도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한 마리의 강아지부터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까지 그는 동일한 눈빛으로 어루만진다. 나, 내 친구, 내 가족, 내 편에게만 측은함을 느끼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과 달리 그의 연민은 대상을 가려가며 느끼는 측은함이 아니다. 그저 모든 존재를 보듬는 저자의 따스함은 마음 한 구석에 함박눈처럼 포근하게 쌓인다. 만져보면 차갑고 또 쉽게 녹아내리는 함박눈에서 우리는 겨울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겨울을 견뎌낼 힘을 얻는다.
또한 저자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위로받았던 젊은 날의 이야기를 통해 '고통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통받는 사람이 고통받는 사람에게 주는 위안과 위로는 곧 자기 자신에게도 돌아온다. 이처럼 우리의 고통은 서로를 구원해주지는 못해도 상대를 '위로'하고 또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의 연대야말로 고통을 이겨내고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으로 승화될 수 있다. 진지한 고통 대신 가벼운 힐링이 난무하는 시대에 '고통에 직면하는 것'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추운 겨울날의 따스한 함박눈이 될 것이다.
목차
목차
도스또옙스끼의 성공
개 이야기
용사의 죽음-노무현 대통령을 조상함
고통의 연대
병사의 절망-Soldier of fortune 이 땅의 모든 군인들을 위하여
나는 돈을 사랑한다
우중의 독백-나의 난관
자국어를 흔들다
책상의 재앙
미친노래狂歌
중심을 흩뜨리는 한순간의 어떤 차원
이 어찌 통쾌하지 않겠는가!
아내들에게 바친다-남자 바로 세워주기
긍정의 힘을 부정한다-작금의 힐링 전도사들에게
뱁새들
경례, 프랑스
아버지가 된다는 것
원효대사 해골 물
그때 그 사람들-나의 6.10 민주항쟁 26주년을 맞으며
부여 기행
백담사 기행 1-네 집을 떠나라
백담사 기행 2-너희 인생들은 돌아가라
단순하고도 영원한 어떤 상태
아사 만디치의 추억 1-나의 난 날이 멸망하였었더라면
아사 만디치의 추억 2-코미디처럼 슬픈 아까끼 아까끼예비치
아사 만디치의 추억 3-그 어둡고 비좁은 방들
아사 만디치의 추억 4-한 벌의 외투
아사 만디치의 추억 5-도 스비다니야
글쓰기 연습
광인 일기
연민이 없다는 것
부론 기행
알겠다
야반삼경夜半三更에 문익환 목사님의 얼굴을 쓰다듬다
고달픈 몸으로 오실 손님-7월 1일생에게
유월에서 팔월 사이
지성적 그리스도인 DJ를 애도함
백담사에서 보내온 소식에 답함
구례 기행-황매천이냐, 고광순이냐?
아픈 허리-순명殉命이냐 순명順命이냐
미필적 고의 혹은 왜곡의 전형
올디스
그리운 허클베리 핀들
물살을 거슬러 간신히 오르려 하는 배
조명희, 『쏘련의 한인들』, 김콘스탄틴 씨
세 죽음
시인의 죽음 1-나 홀로 길을 가네
시인의 죽음 2-쥐즌 꼰첸나; 인생은 끝났다
시인의 죽음 3-죽이지 마라! 니 우비!
대학 시절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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