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에 능숙해지기
구자인혜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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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필>과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여 문단활동을 시작한 구자인혜의 에세이집 『낯선 것에 능숙해지기』. 작가만의 자전적 삶의 궤적에서 빚어낸 비움과 채움의 불심적 설리가 고스란히 반영된 에세이들을 수록한 책이다. ‘나의 Pride’, ‘하프타임’, ‘라일락 향기’, ‘노망 할머니’ 등 세월을 두고 자아를 찾아나선 작가의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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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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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채움의 바리에이션
구자인혜 산문집
사람들은 집을 짓는다. 모양과 형식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든 그 집이 편안하고 아늑한 집이길 원한다. 벽돌 한 장, 디딤돌 하나, 기둥 한 개라도 아무 곳에나 쓰지 않는다. 터를 가다듬고 좋은 자재를 써서 편리하면서 세련된 외양을 갖추려 애쓴다. 지어놓은 후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애착을 갖고 늘 관심을 기울이면서 주인의 숨결이 스며들게 만든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지금은 잠실로 이사를 갔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모교인 정신여고가 종로5가 연건동에 있었다. 가랑머리 꼭꼭 다잡아 땋고 빳빳한 흰 칼라의 교복을 입은 우리는 옛 건축물인 교사에서 공부했다. 2학년 때 90주년 기념식을 했으니 교사는 거의 1세기를 버텨온 셈이었다.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청소 시간에는 교실 바닥을 왁스로 걸레질하며 윤을 냈다.
소운동장에는 오래된 회양목 그늘 밑으로 벤치가 있었다. 청소를 끝낸 우리는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칙이 엄해 조신한 몸가짐을 종용받았지만 그 시간만큼은 마음껏 큰소리로 말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그땐 정말 낙엽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우스웠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 보면 서쪽 하늘이 홍조를 띤 금빛으로 물들어갔고, 노을은 천천히 도심의 건물로 스며들었다. 친구들과 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색창연한 목조건물로 금빛 노을이 조금씩 내려앉는 모습을 숨을 죽이고 쳐다보았다. 그 모습은 너무나
장엄했다. 순간 가슴이 비어오고 아련해졌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의 무게가 쌓일수록 아름다움이 깊어지는 목조건물의 품격이 느껴졌다.
나는 오늘도 문학이라는 집을 짓는다. 벽돌을 한장 한장 쌓는다. 내가 지은 집이 다른 작가들의 집처럼 화려하고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반듯함이 있는 집이라 믿는다. 모나지 않게 사람들과 너울너울 살아낸 흔적이 구석구석 배어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있다면 '작가 구자인혜' 라는 집이 살아갈수록 연륜과 품격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특별한 서사 구조는 아니어도 문장에 진솔함이 담겨있는, 파격과 변칙은 없어도 평범함 속에 개성이 느껴지는, 행간에 시간의 깊이가 스며 있는, 여고시절 보았던 목조건물을 닮은
그런 집을 짓고 가꾸고 싶다.
- '작가의 말'에서
늦은 가을 풍상(風箱)을 겪어야 비로소 감은 단맛이 들고 붉게 농익어간다. 그런 감은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또 껍질을 벗겨 시득시득 말리면서 손질을 하면 곶감이 되어간다. 그러면 당분이 겉으로 나타나 하얀 시설(올雪)이 앉는다. 수필이 바로 곶감이라는 비유에서 구자인혜의 농밀한 작품은 시작된다. 그녀만의 자전적 삶의 궤적에서 빚어낸 비움과 채움의 불심적 설리(說理), 여기에 교감적 묘사의 수필 미학과 자기 반성적 통찰 의식이 뿜어내는 성정은 기품이 있고 온화하다. 악기로 보면 고음을 받쳐주는 첼로에 해당하고, 성악으로 치면 알토의 바리에이션 음성이다.
-문광영(문학평론가·경인교육대학교교수)
세고 야무진 글들에 묻혀 들뜬 마음이 이 산문집에 이르러 잔잔해졌다. 교회당 종소리 먼 저녁 길을 홀로 걸어온 느낌이다. 인정과 풍경을 더듬듯 써내려간 산문들이 맑고 넉넉하며 일상이 종요롭고 감사하는 마음이 차오른다.
또한 긴 세월을 두고 한 인간이 자아를 찾아 나선 여정이 뚜렷하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주인공이 될 법한 한 편의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이 산문집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 삶을 앞세운 글이니 허술한 구석이 있을 수 없다. 그저 젖어서 실려 갈 뿐이다.
-전성태(소설가)
구자인혜 산문집
사람들은 집을 짓는다. 모양과 형식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든 그 집이 편안하고 아늑한 집이길 원한다. 벽돌 한 장, 디딤돌 하나, 기둥 한 개라도 아무 곳에나 쓰지 않는다. 터를 가다듬고 좋은 자재를 써서 편리하면서 세련된 외양을 갖추려 애쓴다. 지어놓은 후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애착을 갖고 늘 관심을 기울이면서 주인의 숨결이 스며들게 만든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지금은 잠실로 이사를 갔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모교인 정신여고가 종로5가 연건동에 있었다. 가랑머리 꼭꼭 다잡아 땋고 빳빳한 흰 칼라의 교복을 입은 우리는 옛 건축물인 교사에서 공부했다. 2학년 때 90주년 기념식을 했으니 교사는 거의 1세기를 버텨온 셈이었다.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청소 시간에는 교실 바닥을 왁스로 걸레질하며 윤을 냈다.
소운동장에는 오래된 회양목 그늘 밑으로 벤치가 있었다. 청소를 끝낸 우리는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칙이 엄해 조신한 몸가짐을 종용받았지만 그 시간만큼은 마음껏 큰소리로 말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그땐 정말 낙엽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우스웠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 보면 서쪽 하늘이 홍조를 띤 금빛으로 물들어갔고, 노을은 천천히 도심의 건물로 스며들었다. 친구들과 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색창연한 목조건물로 금빛 노을이 조금씩 내려앉는 모습을 숨을 죽이고 쳐다보았다. 그 모습은 너무나
장엄했다. 순간 가슴이 비어오고 아련해졌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의 무게가 쌓일수록 아름다움이 깊어지는 목조건물의 품격이 느껴졌다.
나는 오늘도 문학이라는 집을 짓는다. 벽돌을 한장 한장 쌓는다. 내가 지은 집이 다른 작가들의 집처럼 화려하고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반듯함이 있는 집이라 믿는다. 모나지 않게 사람들과 너울너울 살아낸 흔적이 구석구석 배어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있다면 '작가 구자인혜' 라는 집이 살아갈수록 연륜과 품격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특별한 서사 구조는 아니어도 문장에 진솔함이 담겨있는, 파격과 변칙은 없어도 평범함 속에 개성이 느껴지는, 행간에 시간의 깊이가 스며 있는, 여고시절 보았던 목조건물을 닮은
그런 집을 짓고 가꾸고 싶다.
- '작가의 말'에서
늦은 가을 풍상(風箱)을 겪어야 비로소 감은 단맛이 들고 붉게 농익어간다. 그런 감은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또 껍질을 벗겨 시득시득 말리면서 손질을 하면 곶감이 되어간다. 그러면 당분이 겉으로 나타나 하얀 시설(올雪)이 앉는다. 수필이 바로 곶감이라는 비유에서 구자인혜의 농밀한 작품은 시작된다. 그녀만의 자전적 삶의 궤적에서 빚어낸 비움과 채움의 불심적 설리(說理), 여기에 교감적 묘사의 수필 미학과 자기 반성적 통찰 의식이 뿜어내는 성정은 기품이 있고 온화하다. 악기로 보면 고음을 받쳐주는 첼로에 해당하고, 성악으로 치면 알토의 바리에이션 음성이다.
-문광영(문학평론가·경인교육대학교교수)
세고 야무진 글들에 묻혀 들뜬 마음이 이 산문집에 이르러 잔잔해졌다. 교회당 종소리 먼 저녁 길을 홀로 걸어온 느낌이다. 인정과 풍경을 더듬듯 써내려간 산문들이 맑고 넉넉하며 일상이 종요롭고 감사하는 마음이 차오른다.
또한 긴 세월을 두고 한 인간이 자아를 찾아 나선 여정이 뚜렷하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주인공이 될 법한 한 편의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이 산문집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 삶을 앞세운 글이니 허술한 구석이 있을 수 없다. 그저 젖어서 실려 갈 뿐이다.
-전성태(소설가)
목차
목차
제1부 삼월
주말부부 | 비우는 기쁨 | 나의 Pride | 바람 소리 | 길몽 | 이름이 지닌 의미
제2부 백일홍
맑고 깊은 울림 | 광릉내에서 길을 잃다 | 세 여자 | 하프타임 | 사통팔달 | 술
| 他人에게 말걸기 | 엄마들의 수다
제3부 수국
신답리 가는 길 | 라일락향기 | 성희 | 짝짝이 양말 | 우연한 초대 | 끈
제4부 경계에 서다
만배기도 | 외도(外島) 가는 길 | 소주 한 병 | 블록 쌓기 | 그레이트 디바 | 노망 할머니
제5부 왕가
바다 위의 연적(硯滴) | 달빛 속의 병산서원(屛山書院) | 카페 '버드골'| 매혹의 미소
| 왕의 길을 걷다 | 창경궁조참의(朝參儀) | 패러디 | 부산나들이 | 시월愛
제6부 섬
자발적 유배의 시간 | 서양자두꽃 | 詩人의 맞절 | 겹담 | 리더 | 맞짱 뜨기 | 묵언 | 할망당
제7부 낯선 것에 능숙해지기
물에 만밥 | 그해 여름 | 나를 본다
서평
비움과 채움의 바리에이션(variation ) - 문광영
주말부부 | 비우는 기쁨 | 나의 Pride | 바람 소리 | 길몽 | 이름이 지닌 의미
제2부 백일홍
맑고 깊은 울림 | 광릉내에서 길을 잃다 | 세 여자 | 하프타임 | 사통팔달 | 술
| 他人에게 말걸기 | 엄마들의 수다
제3부 수국
신답리 가는 길 | 라일락향기 | 성희 | 짝짝이 양말 | 우연한 초대 | 끈
제4부 경계에 서다
만배기도 | 외도(外島) 가는 길 | 소주 한 병 | 블록 쌓기 | 그레이트 디바 | 노망 할머니
제5부 왕가
바다 위의 연적(硯滴) | 달빛 속의 병산서원(屛山書院) | 카페 '버드골'| 매혹의 미소
| 왕의 길을 걷다 | 창경궁조참의(朝參儀) | 패러디 | 부산나들이 | 시월愛
제6부 섬
자발적 유배의 시간 | 서양자두꽃 | 詩人의 맞절 | 겹담 | 리더 | 맞짱 뜨기 | 묵언 | 할망당
제7부 낯선 것에 능숙해지기
물에 만밥 | 그해 여름 | 나를 본다
서평
비움과 채움의 바리에이션(variation ) - 문광영
저자
저자
구자인혜
저자 구자인혜는 서울에서 출생하였다.전자공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였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창작전문가 과정을 수료하였다. 2000년 〈한국수필〉로 등단, 2008년「어머니의 정원」으로 '동서커피문학상' 소설 부문 금상을 수상,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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