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길
정영숙 시집
시집 『아찔한 길』은 시인 자신이 체험한 삶의 흔적과 영혼의 궤적에 대한 진솔한 자기고백을 담아내고 있다. 결코 자기폐쇄적 공간에 갇힌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현장, 그 자신이 직접 맞딱뜨린 생활의 공간 속에서 발견한 존재의 상처를 직시하면서 생의 진실을 그만의 독특한 시각과 눈썰미로 발견, 재해석하는 등 섬세한 감각과 통찰의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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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상처에 대한 깊은 통찰, 일상 속에 감춰진 삶의 진실을 발견하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동양적 시간관, 순환론으로 해석한 긍정의 시학!
상처에 대한 깊은 통찰, 일상 속에 감춰진 삶의 진실을 발견하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동양적 시간관, 순환론으로 해석한 긍정의 시학!
2011년 광주에서 발행되는 계간《시와사람》여름호에「오십견」,「개망초」,「아찔한 길」, 「암병동」등 5편으로 제29회 신인상 당선으로 데뷔한 정영숙 시인이 등단 이후 6년 만에 첫시집『아찔한 길』을 최근 작가출판사에서 펴냈다.
정영숙 시인은 1959년 전남 나주 출신으로 현재 목포작가회의 회원, 여성문인회 [창]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영숙 시인은 지천명의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할 당시 "자신의 체험을 시라는 형식에 잘 용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선작 중의 하나인「암병동에서」를 보면 가족 중 누군가가 수술을 받아 치료할 때 시인 자신이 병간호하며 지켜보면서 그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에 대해 깊이 궁리하는 모습을 통해 삶과 존재의 의미를 짚어보는 태도가 매우 진지했다. 특히 떼어낸 암세포를 "저 흐물흐물한 핏덩이 같은 검붉은 것은/ 암이 아니다, 사리이다/ 사리분별하도록 비춰주는 신호등이다"라는 인식에 다다른 시인의 태도에서 생에 대한 겸손과 더불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오히려 암을 통해 건강한 미래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신인상 당선 당시 심사위원들은 시인의 이러한 긍정적인 태도는「아찔한 길」에서도 엿보이는데 "길이 결코 얌전하지 않다는 걸 이젠 다 안다", "다시 절벽 끝에서 바다를 향해 시동을 건다"가 정영숙 특유의 '긍정의 시학'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정영숙 시인이 이번에 작가출판사에서 펴낸 처녀시집 『아찔한 길』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72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이 시집의 촌평에서 이승철 시인(현,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이 밝힌 것처럼 정영숙의 첫시집은 시인 자신이 체험한 삶의 흔적과 영혼의 궤적에 대한 진솔한 자기고백을 담아내고 있다. 결코 자기폐쇄적 공간에 갇힌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현장, 그 자신이 직접 맞딱뜨린 생활의 공간 속에서 발견한 존재의 상처를 직시하면서 생의 진실을 그만의 독특한 시각과 눈썰미로 발견, 재해석하는 등 섬세한 감각과 통찰의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정영숙 시인과 오랜 교분을 쌓아온 이수행 시인이 촌평에서 말한 바처럼 "생이란 어쩌면 지독한 절망의 강을 건너는 일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그 절망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 삼켜버렸을 때 시인 자신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인가? 참으로 어렵고도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시인이라면 그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용기와 켜켜이 쌓여가는 울혈을 풀어내 끝끝내 삶의 새순을 틔워내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발언한 것처럼 '참척의 고통'을 간직한 정영숙 시인이 자신의 슬픔을 승화시켜 펴낸 시집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들의 주목을 요하고 있다. 이 지상의 모든 생이 눈부신만큼이나 절망하면서 살아가듯이 정영숙 시인 또한 오늘이 있기까지 유난히 처연한 슬픔을 딛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책속으로 추가]
벌들이 뒷다리로 꽃 속에 빠져서 꽃 밥 후벼 파느라 홍도화는 사타구니가 뻐근한데 그 장면을 지켜보던 늙은 여인은 뭔 사연이 있는지 먼 산만 바라본다. 사타구니 뻐근한 시간이 지난 뒤에 찾아오는 일몰처럼 늙은 여인은 저 너머 산마루에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타자를 향한 시선과 성찰의 시간
시간의 흐름과 늙어감에 대한 사유는 다시금 생의 깊이를 짚어보는 타자를 향한 시선과 성찰의 시간을 불러낸다.
어리석은 중생을 굳이
바위 절벽까지 끌고 온 이유가 궁금타
아스라이 가부좌를 한 부처
내리깐 눈빛이 편안하다
얼마나 많은 절벽을 기어올라 봐야
저처럼 아스라하게 편안해질까
― 「골굴사」부분
뙤악볕이 내려쬐는 날 시적화자는 가파른 절벽 끝에 있는 '골굴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 앉아있는 가부좌 튼 부처를 본다. "어리석은 중생을 굳이 / 바위 절벽까지 끌고 온 이유가 궁금타 / 아스라이 가부좌를 한 부처 / 내리깐 눈빛이 편안하다"
그런데 그 부처의 눈빛은 편안하기까지 하다. 시적화자가 그 가파른 절벽에 있는 골굴사를 찾았을 때는 분명 가슴에 근심이 있어서 찾아갔을 법한테 부처의 편안한 눈빛은 시적화자에게 화두를 던져준다. "얼마나 많은 절벽을 기어올라 봐야 / 저처럼 아스라하게 편안해질까"
융통성 없는 삶이 얼마나 피곤했을까
머리와 어깨 다 내려놓고도
눕지 못하는 팽팽한 자존심
촛농 녹아내리듯
서서히 무너지는 의식 앞에
노란 산국이 향을 피워 올린다
― 「뼈」부분
숲속에 들어가 보니 나무들의 직립한 자세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숲속을 향해 들어오는 빛마저 우뚝 선 수직이다. 그런데 그 빛의 직립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2연에 가서는 "융통성 없는 삶이 얼마나 피곤했을까 / 머리와 어깨 다 내려놓고도 / 눕지 못하는 팽팽한 자존심"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어쩜 시적 화자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생에 대한 성찰은 「아찔한 길」에서도 드러난다. "자동차를 몰고 생의 언덕 넘다 보면 / 이정표가 보이지 않기도 하는 길/한동안 시동을 끄고 바라보면 / 폭풍의 바다를 헤쳐 가는 길들도 조난을 당하기도 했겠지, / 거친 안개 속에 희뿌옇게 길도 보이는 법 / 다시 절벽 끝에서 바다를 향해 시동을 건다"
의성어, 의태어의 반복적 사용과 '긍정의 시학'
정영숙 시인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 중에 하나는 의성어와 의태어의 쓰임이다. 의성어와 의태어가 반복되는 형태로 시에서 리듬감을 부여해주면서 경쾌함을 유도해낸다. 이는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시간의 흐름을 툭툭 끊어주면서 잠깐이나마 잃어버린 봄을 되찾아주는 활력소로 작용한다.
그새에 방울방울 흰 꽃망울
꽃대 밀어 올리느라
포복절도한 줄기 타고
터져버린 우윳빛 진액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속 냉이
파르라니 데친 식욕이
은둔한 봄을 불러 온다
― 「순한 냉이」 부분
이 시에서는 냉이꽃을 형상화하는데 있어서 "그새에 방울방울 흰 꽃망울" 이라고 쓰면서 '방울방울'이라는 의태어를 만들어낸다. 또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속 냉이"에서도 '보글보글'이라는 의성어를 만들어 내면서 냉이찌개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의성어와 의태어의 사용은 정영숙 시에 전반적으로 들어나는 특징으로 "봉올봉올 두 발자국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 투닥투닥 삼십 년 체증을 토해낸다" (「동행」 부분), "고슬고슬 익어가는 밥 냄새 / 울컥울컥 쏟아지려는 마음이 / 풋식풋식 수증기로 올라온다" (「지나가버린 바람처럼」 부분)
의성어와 의태어가 쓰이지 않은 시를 찾는 것이 더 빠를 만큼 정영숙 시인의 시에서 의성어와 의태어의 사용은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러한 예를 조금만 더 찾아보자면 "건들건들 봄바람이 수작 거는데", "신방에도 어기적어기적 / 문살 엿보는 눈길이 있었음을" (「배꽃 필 때」 부분), "불볕에 다글다글 달궈진", "또글또글 박혀 있는 / 씨눈이 깜박이는 소리", "딩동딩동 피아노 건반 두드리는 / 귓등에 또글또글 서늘한 풀벌레 소리" (「처서무렵」 부분), "지독한 외로움을 질겅질겅 씹어 삼킨다" (「까끌한 입맛」 부분), "쫑알대는 새끼들 주렁주렁 달고 눈칫밥도 이골 난 듯 /불끈불끈 핏대 세우는 가을 너머 / 매운 바람이 부들부들 떨고 있다" (「더부살이」 부분).
그러면 왜 정영숙 시인은 시편들 속에 이처럼 많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했을까 하는 점이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습관적 혹은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시인이 리듬이나 운율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 시에서 운율을 살리는 것은 음악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겠다는 시인의 다짐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무겁게 처질 수 있는 시라는 장르에 경쾌한 리듬을 부여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 긍정의 시학을 지향하려는 시인의 노력을 읽을 수도 있다.
목차
목차
느림의 미학 15
오십견 16
개망초 18
백양은 봄빛이다 20
보리마당 22
비에 젖은 관절 23
진주알 같은 그녀 24
빈산 26
낮잠 28
속 터지겠다 29
막걸리잔 속에 영산홍이 피고 지곤 30
장마 32
순한 냉이 33
지나가버린 바람처럼 34
돌아오라 쏘렌토 36
하지정맥류 38
귀가 간지럽다 40
제2부 달콤 쌉싸래한 표현 방식
게발 선인장 45
겨울 꽃 46
겨울을 먹다 48
골굴사 49
구름 속에 그려진 달 50
매향 51
배꽃 필 때 52
봄비 1 54
봄비 2 55
뼈 56
쓱싹 57
연꽃 58
외딴집 59
쥐똥나무 60
처서 무렵 62
하늘 도시 63
그는 그늘이다 64
첼리스트 66
달콤 쌉싸래한 표현 방식 68
제3부 아찔한 길
까끌한 입맛 73
꽃무릇 74
평화광장, 비둘기 75
가을 민들레가 웃는다 76
담장 77
더부살이 78
배롱나무 79
수박 80
빈집털이 81
동피랑 마을 82
섬 83
들깨 한 되 84
커피 끓이는 여자 85
느물느물한 액체 2리터 86
아찔한 길 88
여름밤 90
똥꼬가 아프다 91
영산포역, 영강동 92
폭설 93
암병동에서 94
참깨 방앗간 96
편지 98
제4부 우비 입은 쏘쌀리또
찰리우드 101
결 102
마이크와 린의 퍼즐게임 104
미미새 106
베르디와 벌디 사이 108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110
우비 입은 쏘쌀리또 112
긴기아난 114
코튼 트리 116
타코 벨 118
파밍턴의 아침 120
ALOHA 121
SUNSET 122
SWEET함은 달콤하다 123
해설
순환론적 시간관과 내적 성찰의 시간들 _ 조용숙 124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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