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류학 특강
[경제인류학 특강]은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 위기가 일어나기 전인 2006년 전 세계의 학자들이 참여하여 칼 폴라니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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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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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위기가 오는 걸 예상하지 못했나요?"(How come nobody could foresee it?).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에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경제학자들을 불러 놓고 던진 질문이다. 얼마 뒤 영국 중앙은행과 재무부, 런던대학, 골드먼삭스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들은 여왕에게 사과 편지를 쓰는 굴욕을 겪었다.
2008년의 금융 위기는 글로벌 경제가 실제로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이었는지 명확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미국은 은행 시스템 전체를 보존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로 이런 자산을 매입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고, 중국, 독일, 일본을 비롯한 주요 공산품 수출국은 생산품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축소되어 고통을 받아야 했다.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경제학의 굳건한 지위가 흔들리고, 전 세계 학계에서 인류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문제를 경제학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나온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 책은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 위기가 일어나기 전인 2006년 전 세계의 학자들이 참여하여 칼 폴라니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이 책의 머리말에 "이번 금융 위기가 불러온 결과가 온 세계와 특히 경제학자들을 경악시켰을지 모르지만, 경제인류학자들에게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어쨌든 1970년 이래 쇠퇴한 경제인류학을 새로 부각시키는 공간이 열린 것은 틀림없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마르셀 모스, 칼 폴라니까지
'경제학자'로 분류되지 않는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경제의 역사를 서술할 수 있을까? 선물, 호혜성, 불평등 같은 비경제적 개념으로 경제행위를 설명해 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생산, 교환, 소비, 효용 따위로만 포괄할 수 없는 '인간의 경제'(human economy)를 탐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온라인 전자 상거래가 벌어지는 오늘날까지, 그동안 미개한 '원시 경제,' '비공식 경제'로 인식되던 아프리카, 멜라네시아, 아메리카 원주민의 생생한 경제활동을 재평가한다. 산업화 이후 시장과 자본의 프레임에 갇혀 있던 신고전파 경제학의 빈약한 상상력에 끊임없이 도전해 온 쪽은 인류학이었다.
《증여론》에서 '선물' 교환을 재정의한 마르셀 모스를 비롯하여 포틀래치와 쿨라 교역 연구한 프란츠 보애스와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 같은 인류학자들은 합리적 선택 이론과 시장 교환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했다. 일찍이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무차별적인 시장 원리의 확장이 안고 있는 위험성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공리주의와 근대경제학 이론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보여 주었다. 또 마셜 살린스는 《석기시대 경제학》에서 수렵채집 경제의 풍요로움과 자급자족에 주목한 바 있다. 1950~60년대에 벌어진 '형식론-실체론 논쟁'은 경제인류학의 황금기를 수놓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 현지조사와 민족지 연구를 반영하여 경제에 관한 시야를 열어 놓았다.
발전과 불평등, 비공식 경제
이 책은 마르크스 경제학과 페미니즘 그리고 1970년대 이후 펼쳐진 학문 전반에 걸친 '문화로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경제 문제를 둘러싼 현대사상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포드주의, 포스트사회주의, 포스트식민주의, 포스트발전주의를 비롯한 이른바 '이후학'은 근대화와 국민국가의 이데올로기를 벗겨 냈다.
특히 냉전 이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개된 '발전' 개념과 세계적 불평등' 문제, 소련의 몰락 이후 옛 동유럽 경제, 최근 부상하는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의미를 세계사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러시아의 '블라트'(blat), 헝가리의 '사례금'(halapenz), 중국의 '관시'(?系) 같은 관습이나 이슬람의 '바자'(bazaar), 모로코의 '수크'(suq) 같은 '비공식 경제활동' 영역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인류학은 이제 이주노동, 구조조정, 생태환경에 이르기까지 21세기 글로벌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갖가지 이슈로 연구 범위를 확대되고 있다.
시장 너머 '인간의 경제'와 경제민주화
경제학 교과서에는 온갖 인위적인 개념들과 수식, 그래프가 가득하지만, 실제의 현실에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경제 활동은 그렇지 않다. 개인의 극대화 행동과 돈 계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 윤리와 도덕, 선물과 증여, 의무와 책임 등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실제 세상의 경제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더 많은 부를 창출하기 위한 경제행위, 그중에도 시장을 좇아 벌어지는 투기적 영리활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실제로 경험하는 삶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기대되는 '경제 민주화'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책을 집필한 대표적인 두 경제인류학자는 평범하지만 낯선 '인간의 경제'라는 키워드로 삼고 있다. 곧 시장 거래를 통해 충족되는 재화와 서비스뿐 아니라 교육과 안전, 건강한 환경 같은 공공재들에 대한 필요 욕구, 나아가 일인당 소득 따위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존엄 같은 무형의 욕구까지 논의에 포함된다.
이 책은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들의 '합리적 선택'이 시장을 형성하고 희소성과 효용 극대화를 통해 경제가 발전함으로써 인간이 행복해진다는 근대경제학의 '신화'를 뿌리에서부터 재검토한다. 경제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는 본디 가정경제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이고 그 목표는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 서유럽에서 산업 시대가 시작되면서 경제 이론은 국민국가로 확대되고 노동 분업과 시장의 문제로 이행했다.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온갖 시장 메커니즘이 경계선을 차례로 무너뜨림으로써 등장한 '글로벌 경제'는 이제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는 경제학자들에게 맡겨 놓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며,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금방 회복이 찾아올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장밋빛 약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가라앉고 있는 세계경제의 상황에서 더욱 절실한 문제이다. 이 간절한 바람이 경제인류학의 문외한인 내가 감히 이 책을 번역하고자 나선 까닭이다. ―옮긴이 후기
목차
목차
1장 경제인류학이란 무엇인가
2장 경제, 고대 세계에서 인터넷 시대까지
3장 근대경제학과 인류학의 발흥
4장 경제인류학의 황금기
5장 형식론, 실체론 논쟁 그 이후
6장 발전과 불평등
7장 사회주의적 대안
8장 글로벌 자본주의
9장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옮긴이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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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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