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브존의 고양이
소설로 읽는 민주주의 | 현순혜 소설
본문에서 등장하는 작가는 이 책을 쓴 현순혜 저자가 아니라 저자의 남편인 오다 마코토다. 작가는 저자를 ‘아내’라고 부르지 않고 ‘인생의 동행자’라고 불렀다.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여행을 저자와 함께 했으니 인생의 동행자라는 말이 딱 적격인 것이다. ‘트라브존의 고양이’는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있었고 외면하고 있었던 민주주의의 이면을 들춰버린다. 여느 교과서에서 나올법한 딱딱한 말투와 설명조의 글귀가 아니다. 작가는 인생의 동행자와 여행을 하며 그곳에서 만난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대화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고양이와 인간이 대화를 한다고 해서 이 책을 단순히 판타지 소설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 그들은 대화를 통해서 민주주의의 시작부터 나아가서는 전쟁의 이야기까지 하며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또 어렵지 않은 단어와 재밌게 읽히는 내용으로 우리에게 좀 더 쉽게 민주주의와 원대한 철학을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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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냐옹, 그 뭐가 뭔지 모르게 난해하기 그지없는 고대 그리스문학을 공부했다고요?"
블루모스크 근처 레스토랑에서 만난 독일계 고양이, 슈톨렌에게 작가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고 간 트로이 유적을 보며 문학작품이란 얼마나 위대한지, 또 트로이 전쟁 이야기가 얼마나 황당무계한지 설명한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충분히 통할만한 인간 심리의 모순과 문제점을 잘 다루고 있다고 말문을 연다.
"내가 호메로스의『일리아스』를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여기는 것은 전쟁의 본질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야. 전쟁터에서는 전쟁을 일으킨 지도자보다 전쟁에 내몰린 보통 사람, 작은 인간들이 맨 먼저 수없이 죽어나가는 것을 잘 보여주거든. 뒤집어 말하면, 작은 인간이 없으면 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야."
작가는 전쟁의 본질과 전쟁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이야기한다. 호메로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개인보다 집단과 씨족 중심사회였다. 민주주의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던 시대, 데모스는 자신의 힘을 자각하지 못했다.
"냐옹, 인간의 전쟁이란 음험하고 잔혹한 거로군요!"
"그래. 자신을 정당화하고 남보다 많이 차지하고, 강해지고 싶은 욕망이 크면 클수록 전쟁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이 책에는 전쟁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것은 작가 오다 마코토가 반전 운동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에서 태어난 반전 운동가라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운명일 수밖에 없는 작가는 진즉에 언제나 죽임을 당하는 것은 데모스라는 걸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올리브 나무 아래 벤치에서 만난 베헤렌 고양이와 함께 이야기하게 된다.
"냐옹, 인간은 환자네요, 중병에 걸린 환자!"
작가는 베헤렌 고양이와 함께 1945년 8월 14일, 제2차세계대전이 종전되기 직전의 날을 회상한다. 작가는 자신의 원초적 체험, 30센티미터의 높이를 기억한다.
"내가 어렸을 때 일본과 미국이 전쟁을 해서 1945년 8월15일에 일본은 미국에 패했어. 그런데 그 전날 밤인 8월 14일에 미국은 내 고향 오사카에 맹폭격을 퍼부어서 거리가 초토화되었지. 그 후, 무너진 건물이며 집의 부서진 벽돌과 깨진 기왓장, 그리고 인간의 시체가 길바닥에 쌓여서 거리 어디를 둘러봐도 원래 있던 땅보다 30센티미터쯤 높아진 거야. 나는 이 '30센티미터의 높이'에 내내 마음이 쓰여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 그래서 깨달은 것이 이 '30센티미터의 높이'에 전쟁이 꽉 차 있다는 것이야."
작가에겐 지독한 전쟁의 기억이 남아있다. 공습으로 불 타 죽은 인간의 그을린 시신 냄새가 연어 통조림의 냄새와 비슷해서 작가는 지금도 연어 통조림을 먹지 못한다. 또, 전날까지 인사하던 이웃들이 양복점 토르소와 같은 모습을 하고 쌓여있는 시신을 중학생인 작가가 치워야 했다. 그날, 작가는 전쟁의 참혹함을 알고 평생을 그렇게 반전평화운동에 힘썼을 것이다.
전쟁의 아이러니는 전쟁이 끝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던 간에, 전쟁 말에는 모든 물자와 식량이 군인에게 조달되고 보통 사람의 생활보단 군인의 생활이 우선시 다. 전쟁이 시작되면 쉽게 끝내지 못하고 계속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는 동안 보통 사람들과 군인들은 죽어가는 것이다.
베헤렌 고양이는 사람들이 적을 만들어 증오심을 키우지 않고는 전쟁을 할 수 없으니 인간은 환자라고 말한다. 작가는 베헤렌 고양이의 말에 적극 동감한다.
"냐옹, 우리 고양이들은 싫은 건 싫다고 아우성치는 것밖에 할 수 없는데 그런 작은 일도 용기라고 할 수 있나요?"
아테네 신전을 보러가는 길에 저자 부부는 알키비아데스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알키비아데스 고양이를 보고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 지휘관이었던 인간 '알키비아데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 알키비아데스는 아테네 군의 지휘관으로 뽑혀 승리에 들뜬 나머지 스파르타의 숨을 끊으려면 시실리국을 쳐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다. 사람들은 알키비아데스에게 솔선해서 출정하라고 했고 난처해진 알키비아데스는 술에 취해 헤르메스 상을 부수고 말았다. 결국 알키비아데스는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탈주해 전쟁이 끝난 후에 아테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 알키비아데스는 "국가와 시민은 대등한 관계에 있다. 국가는 시민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국가는 시민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데모크라시의 나라라고 해서 나라의 명에 반드시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국가는 국가의 사정과 원리로 존속하는 것이므로 나는 나의 원리로 생존하면 되는 것이다. 나를 사형하려는 국가는 나의 국가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국외로 탈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알키비아데스의 행동이 민주주의의 근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가가 초래한 사정이나 원리에 대해 결코 말려들지 않겠다는 자유로운 독립심을 가진 개인의 원리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알키비아데스가 대단한 것은, 데모크라시가 국가와 개인이 대등하다는 것을 실천한 점이야. 이게 중요한 거야. 이 자유로운 정신이 아테네 민주주의의 근원이기도 하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시대, 데모스는 반항할 수 없이 복종해야 하는 존재였지만 민주주의 체제가 되기까지 삼사백 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알키비아데스 고양이는 오랜 시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고 말하지만 작가는 좋은 것은 서서히 작용하고, 그래서 더 귀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대한민국을 예시로 들어보자.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로 거듭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뒤따랐는지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랜 시간을 걸쳐 지켜온 민주주의를 귀하게 여기고 있을까? 오늘날의 당연한 행동이 먼 옛날, 인간 알키비아데스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중요한 것은 데모스가 자신의 '힘'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냐옹, 우리 고양이한테는 절망이란 말이 없어요. 때때로 질투를 하거나 사랑을 독차지하려 하기는 해도요."
민주주의에는 정답이 없고 민주주의에 다다르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답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하고 그것이 과정이다. 작가는 "인간은 절망하지 않겠다는 뜨거운 마음이 없으면 정신을 지탱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주권자인 시민은 세금을 낸다는 이유로 나라에서 뭔가 해주기만 바라고 있어. 마치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듯이. 나도 저기 있는 '인생의 동행자'의 어머니로부터 산타클로스라고 불렸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달랐지. 게다가 대다수의 시민은 민주주의라 하면 몇 년에 한 번씩 실시되는 선거에서 투표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투표의 다수결만으로 선출된 정치가는 그걸로 자유와 민주주의가 달성되었다고 자만하지. 그러나 정치가는 일단 당선되면 다음에 재선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그 밖의 일은 다 그 다음인 것 같아."
민주주의는 몇 년씩 돌아가는 선거철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세금을 낸다는 이유로 바라기만 하는 유권자, 재선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가. 우리의 민주주의는 길을 잃은 것일까?
"냐옹, 저기요, 저 먼 미래에는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촛불을 들고 모일지도 몰라요. 제가 감히 시공을 초월하여 꿰뚫어 보는 고양이의 직관으로 말하는데요, 특히나 저 먼 아시아의 나라 코리아에서는 언젠가 촛불을 든 데모스가 사회를 바꾸는 큰 힘을 발휘할 거예요!"
얼마 전, 광화문에 퍼졌던 수 만개의 촛불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데모스의 힘을 증명했다. 고대에선 노예를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유롭고 대등하게 타자를 향한 언론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이 나라의 속한 개인으로서 각자의 힘을 의심하지 않고 펼치는 것, 힘을 펼칠 용기를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민주주의다.
"그래, 인류의 대다수는 '잘난 사람'이 아니거든. 인류 대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잘난 사람'보다 '보통 사람'이 중요하겠지? 동서고금, 인간은 모두 거기서 거기니까."
작가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위대하다고 생각한 점은 '데모크라시란 갖지 못한 자를 위한 정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다수는 '작은 인간'이다. 먼 옛날, 헤르메스 상을 깨트린 인간 알키비아데스가 사형을 피해 도망쳤던, 어쩌면 불명예스러운 그 용기가 오늘날 민주주의의 근원이 된 것처럼 개인을 위한 용기가 민주주의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어려운 용어로 설명하는 민주주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된다. 예전의 그리스 땅이었던 터키의 생생한 묘사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근원지에 서있는 기분이 든다. 여행길에 등장하는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나누는 이야기 덕분에 민주주의와 철학, 전쟁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목차
서장 영원한 여로
제1장 이스탄불의 고양이
제2장 여행의 길동무, '인생의 동행자'
제3장 트로이와 『일리아스』와 '30센티미터의 높이'
제4장 하오의 에게해
제5장 고양이 알키비아데스의 우울
제6장 옥쇄
제7장 아소스의 신전과 이솝 고양이
제8장 데모스 크라토스여!
제9장 트라브존의 고양이
종장을 대신하여 지복과 상실
참고문헌
고양이의 책꽂이(서명 일람)
저자
저자
1953년 일본 고베 출생 재일교포 2세. 수묵화가, 작가.?
책 장정, 삽화 등도 다룬다.
작가 오다 마코토와 1970년대 한국 민주화투쟁을 지지하는 활동중에 만나?
1982년에 결혼, 딸 나라를 두다.?
저서에 『내 조국은 세계입니다』,?
『나=나의 여행』(오다 마코토와의 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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