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처방소 2
오일구 장편소설
빛깔의 실체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색채방랑자 오일구의 소설 『색채처방소』 제2권. 특별한 색채감각을 가진 영웅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쇄 살인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던 어느 날, 사건 당일, 현장에서 녹색달을 보았다는 아이가 하나 나타난다. 색채물리학자 비엘은 아이가 보았다는 녹색달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한다. 놀랍게도 아이의 영혼은 알 수 없는 색(色)에 휘둘리고 감금되어 있었다. 아이의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그 무엇인가가 녹색달의 환영을 만들고, 환영은 아이의 망막에 허상을 만들고, 그 허상이 공허한 하늘에 녹색달을 만든 것이었다. 색채물리학자 비엘은 아이의 영혼을 휘감고 있는 색(色)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색채처방전을 준비하고, 무색(無色) 살인마들의 그림자가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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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다채로운 물감을 찍어바른 듯한 놀라운 문장, 빛깔에게 겁탈당한 것 같은 묘한 여운!
색조를 바꾸는 인간의 실체를 오묘한 빛깔로 그려낸 색채미스터리의 걸작!
소설 색채처방소는 잘 그려진 스케치(줄거리)위에 다양한 색깔의 물감(인물설정)과 오묘한 빛깔의 충돌(사랑) 그리고 간색의 대비(음모)를 굵은 채필(철학)을 사용해서 독특한 붓터치(표현)로 그린 색채 역사소설이다.
연쇄 살인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던 어느 날, 사건 당일, 현장에서 녹색달을 보았다는 아이가 하나 나타난다. 색채물리학자 비엘은 아이가 보았다는 녹색달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하고…… (중략)
놀랍게도 아이의 영혼은 알 수 없는 색(色)에 휘둘리고 감금되어 있었다. 아이의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그 무엇인가가 녹색달의 환영을 만들고, 환영은 아이의 망막에 허상을 만들고, 그 허상이 공허한 하늘에 녹색달을 만든 것이었다. 색채물리학자 비엘은 아이의 영혼을 휘감고 있는 색(色)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색채처방전을 준비하고, 무색(無色) 살인마들의 그림자가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는데……
색채처방소는 놀라운 우리의 색채철학이 담긴 색채철학서다!
서요고 가문 고택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은 867년 전에 축조한 것으로 한국에 남아있는 유일한 방어용 성벽이자, 색을 추종한 인간의 고뇌가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다. 조상들은 저 성벽 안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색과 저 위대한 황공사상을 탄생시켰다. 성벽의 가장 큰 특징은 성 안에 있는 건물을 볼 수 없을 만큼 성벽의 높이가 높다는 것인데, 성벽이 이런 독특한 구조로 축조된 가장 큰 이유는 세상과 단절한 채 물감을 만들며 사상에 갇히길 자처한 장인들(가문)의 고집과 사상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모든 학문이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 듯 황공 후손들도 색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했다. 마음을 다스려 진리를 얻고자 했으며, 색의 진리를 깨우쳐 그 정신으로 만물(정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다스리면 세상을 참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색을 다스리는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였으며, 그 가치를 얻기 위해 높은 성벽을 은신처 삼아 마음을 다스리고 진리를 추구했다.
성벽은 인간의 욕망에서부터 원초적인 욕구까지, 더 나아가서는 기쁨, 슬픔, 행복, 불행 뿐 아니라 성(性), 생(生)과 사(死)의 문제에서 오는 인간의 고통과 번뇌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성벽이 높을 수록 장인들의 고뇌가 그만큼 컸다는 걸 반증하고 있다.
장인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성벽 높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더불어 황공 비색은 날이 갈수록 찬란해졌다. 황공이 가장 번창했던 시절, 황공에 있는 아홉 가문 성벽은 구름이 쉬어갈 만큼 높았다고 전해지며, 성벽을 보노라면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환상의 세계에 있는 듯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 기록으로 보아 황공의 성벽은 기능뿐 아니라 상당히 화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황공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성벽은 기원전 1,975년. 황공에 닥친 환란이 끝나고 다시 2,500년이 흐른 뒤부터 이어진 황공의 몰락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살아남은 후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다시 성곽을 축조하고 물감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높은 성곽은 왕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누명과 비밀을 양성한다는 의심을 함께 받아야 했으며 그 시선을 이겨 내지 못한 후손들은 성벽의 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인지 모르지만 성벽 높이가 낮아지면서 장인들 사상과 고집 또한 시들해졌다. 황공 9색도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잡색(황공 아홉 가문이 만든 아홉 가지 순색을 제외한 모든 색)이 만연한 세상이 되고 오늘에 이르렀다. 잡색이 판치는 시대가 도래하자 색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감각도 둔해졌다. 잡색을 순색이라 믿게 되었고, 인간의 시선 또한 깊이와 의미보다 화려한 빛깔만 찾기 시작했다. 화려한 색이 색 중에 으뜸이 되자 장인들 또한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색깔에 치중하게 되었고 마음도 사상도 퇴색했다. 만물을 아우르고 황공사상과 함께 했던 우리의 찬란한 순색은, 치장과 도색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부터 가치를 잃었다.
색채처방소는 컬러미라클 시대를 예견하고 있다!
색(色)에 심취한 미국 학자들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 후반부터 사막지대에 유리돔을 지어 놓고, 빛이 다양한 종류의 색을 투과하였을 때 식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었다. 색에서 나오는 색깔의 차이에 따른 식물 성장 추이, 영양 흡수율, 다수확 종자 개발, 박테리아 번식 추이 등의 연구가 그것이다.
색 연구에 토양이 포함된 것은 19세기 초반에 들어서면서부터 다. 흙 속에 있는 미생물도 빛의 색깔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이런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가장 먼저 색을 현장에 응용한 건 핀란드다. 핀란드는 다양한 종류의 빛깔을 화훼산업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 중 하나다.
19세기 중반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색 연구는 동물, 어류, 가축으로 확대되었다. 일본은 물고기 섭취량이 많은 나라답게 수면을 통과한 빛깔이 어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고,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심해와 극지대에 색채연구소를 건설하고 어류와 동물, 인간과 가장 흡사한 보노보를 대상으로 색의 복합성을 연구하고 있다. 소련도 일찌감치 광학 기계를 싣고 우주로, 북극으로 갔다. 색파장을 이용한 우주과학, 색채공학, 수중색채학, 도료물리학, 건설도료학 등 특수도료 전반에서 색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선진국 대다수가 이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19세 말부터 세계 굴지의 화학기업들은 앞다퉈 특수도료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특수도료는 북극, 사막, 지하, 수중구조물 같은 극한지대에 있는 건물의 외벽에 도색되어 바람, 눈, 비, 태풍, 한파 등에 의한 외부로부터의 침식을 막아주는 새로운 산업재로 부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철판과 티타늄, 콘크리트에 도색되어 강철에 버금가는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도료가 있는가 하면 초음속 전투기는 물론 온갖 미사일, 항공모함, 잠수함, 우주선에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파흡수는 물론 광속에도 견딜 수 있는 도료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색(色)을 기반으로 발전을 거듭한 물감, 도료도 인간의 미래 자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오늘날 색 연구는 동물, 식물, 환경과 관련한 분야에서 벗어나 인간으로 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인간의 감정을 색으로 움직이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심리학에 색을 도입하기 시작한 연구 초기에는 일부 학자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된 탓에 대중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지금은 확산 추세에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했던 피험자도 집단으로 확대되고, 노동자, 직장인, 학생, 환자는 물론 경찰과 군인 등을 대상으로 집단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라면 미래의 어느날 우리는 색으로 인간을 제어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학자들은 다가올 색채시대와 특수도료 시대를 컬러미라클 시대라고 말한다.
등장인물과 단체
색채처방소
색채로 심신의 안정을 찾게 해주고, 색채요법으로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독특한 공간.
색채처방소의 미모의 여주인 비엘(문차련)
색채살인마에게 아버지를 잃고, 살인자를 쫓기 위해 색채처방소라는 기이한 사무실을 열었다. 색채물리학자이자 고대의 색채지식과 방대한 색의 지식을 습득했으며, 미모를 겸비한 인물로 색채심리 상담으로 인간의 마음을 간파하는 분석력과 놀라운 추리력의 소유자다.
색채처방소의 두 번째 주인 함도원
한국 색채의 방대한 지식과 이 땅의 색채역사를 꿰차고 있는 인물.
조문희
이 땅의 색을 만드는 비법과 수많은 비색을 호위하는 무사가문의 우두머리이자 컬러매거진의 운영자.
3,900년 전부터 색을 만들던, 아홉 가문의 후손들
서요고 가문, 이부루 가문, 희천가문, 다길 가문, 익토 가문, 취진 가문, 연하화 가문, 석이 가문, 노편호가문.
허대호
CCI 1팀, 범죄수사 전담반 팀장. 형사출신.
강신호
CCI 2팀, 강력범죄수사 전담반 팀장. 기습특공대 출신.
장한민
CCI 3팀, 분석 및 지원 전담반 팀장. 색채이론 및 암호분야의 천재.
교교
태곳적부터 물감을 만들던 가문의 유일한 훈손. 교교의 눈꺼풀은 태어날 때부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서 앞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만물을 채색하고 있는 색채가 내뿜는 파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색채감각을 갖고 있다.
한승철
C2P의 우두머리. 색광유전자 분야의 석학. 인간 유전자에 색광(色光)이 미치는 효과를 연구했던 인물로 색광에 따라 유전자 변이에 현저한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 낸 인물. 그는 서로 다르게 착색(着色)한 유리상자에 동물유전자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해 결과를 얻었다.
대로
색채리싸이클 주식회사의 회장. 대로는 광원에 있는 색을 응집시켜 식물 성장을 촉진시키는 비료를 만든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태곳적부터 색을 만든 가문의 후손으로 더 추앙받고 인물. 대로는 산모의 유전자와 행동 식습관을 분석하고, 일정한 색이 채색된 공간에 산모를 노출시켰다. 그리고 색이 태아의 정신 발달과 성격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연구했다. 대로의 연구를 두고 학자들 사에에서 주장이 엇갈렸고,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대로는 이 논문을 토대로 사회 의학에 진출한다.
군사색채위장연구단
군사색채위장연구단은 이름 그대로 무기도색, 위장복 등 군의 시설보호용 위장(僞裝)을 전담하는 특수부대다. 전쟁 직후 한철웅 장군에 의해 위장의 중요성이 제기되었으며, 그 주장은 한국전쟁 중 미흡한 위장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수많은 전투를 상기하게 했다. 이후 국방부장관의 기안을 받은 후 대통령의 제가를 받았다. 창설 초기에는 군인과 미술대학교 교수들이 주축이되어 위장연구에 주력했다.
CCI
COLOR CRIME INVESTIGATION의 이니셜을 딴 색채범죄수사대. 창설 과정에서 정치, 검찰, 경찰, 군이 깊게 개입했고 학식있는 지식인들까지 합세하면서 권력의 파워게임이 소용돌이쳤다. 매스컴은 시기를 이용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대서특필했고, 일부 정치인들은 경찰과의 마찰을 들어 CCI창설을 반대한 단체. 색채위장연구소, 색분자생화학연구소, 색채심리학연구소, 색채물리학연구소, 색채생리학연구소, 색채공학연구소, 특수도료연구단 등 13개 하부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CCI 지휘부는 창설 이후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으며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
C5벙커
CCI 특수도료연구단 본부. C5벙커로 불리며 대통령 비밀벙커에 버금가는 3미터 강철로 되어있어서 핵폭탄이 터져도 안전하다. 산악지대에 있는 다섯 개의 거대한 사각형 콘크리트 건물로 되어있다. 모든 시설이 지하로 연결되어 있고 비갠 후 안개에 둘러싸인 벙커의 풍경은 가히 초현실적인 세계를 연상케 한다.
C2P
경찰 산하 색채수사대. CITIZEN COLOR POLICE AGENCY의 이니셜을 따왔지만 시민들은 약식으로 C2P라고 부른다. C2는 C가 두 번 반복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C2P 수장은 '색광유전자'분야의 석학으로 알려진 한철승 박사다. 한승철 박사는 인간 유전자에 색광(色光)이 미치는 효과를 연구했던 인물로 색광에 따라 유전자 변이에 현저한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 낸 인물이다. 그는 서로 다르게 착색(着色)한 유리상자에 동물유전자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해 결과를 얻었다.
DE케미칼
전세계의 특수도료시장을 독시하고 있으며 신물질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성고고학의 선두기업으로 고대의 색재를 발굴하고 있으며 무기에 도색하는 특수도료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우주 및 심해와 극한지대에 사용하는 도료 개발에서도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화학기업이다.
염료단지
조선 중기 때부터 직물에 물을 들이는 것을 업으로 삼는 후손들이 살았던 마을. 천연염료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천연염료 산업에 종사하던 후손들은 땅을 버리고 고향을 떠난 후 거대한 공장 지대가 들어섰다. 콘크리트로 다진 지반 위에는 웅장한 분쇄공장들, 공장과 공장 사이를 연결하는 거대한 파이프들, 폐기물에서 추출한 재생도료를 쌓아 놓은 야적장과 창고들, 덤프트럭 주차장들이 널려 있고, 공장지대에서 흘러나온 색 먼지가 골짜기를 타고 흐를 때면 오색 운무에 휩싸인 황홀한 장관도 볼 수 있다. 온갖 폐기물과 폐기물에서 분리된 도료 찌꺼기들이 쌓여 봉우리가 된 곳은 마치 삭막한 산악 지대를 연상케 했으며, 봉우리가 굳어 바위가 되고 협곡이 된 곳도 있다.
색(色)의 땅, 황공.
기원전 2,300년. 황공에 인간의 흔적이 처음 나타나고 그로부터 500년 가까이 지난 기원전 1,800년이 되서야 황공은 국가의 모습을 갖췄다. 색으로 시작된 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그로부터 백제가 멸망한 기원후 657년까지 2,500여년 동안 황공은 번영을 누렸다. 당시 지명은 황리지공, 고조선, 신라, 고구려, 백제, 가야를 비롯한 주변 소국들은 황리지공을 '황공' 혹은 '채하국'이라 불렀다.
황공에는 만칠천 호가 넘는 가옥과 삼천이 넘는 색장인, 그리고 팔백이 넘는 온갖 종류의 장인(匠人)과 수많은 백성들이 뒤엉켜 살았다. 물감창고가 즐비했고 색재를 삶는 화덕, 항아리에 담긴 액체들, 온갖 색재가 쌓여있는 거대한 더미들이 무덤처럼 흩어져 있었다. 산마루에는 탑을 닮은 성곽들이 솟아있고 굴뚝에서는 묘한 향을 머금은 오색연기가 흘러나왔다.
중앙 광장에는 높이 9미터에 이르는 바위 아홉 개가 우뚝 솟아 있었고, 그 위에 세운 26미터 높이 장대 끝에는 아홉 색깔 깃발이 휘날렸다. 그 아래로 비색으로 염색한 옷을 걸친 장인들이 뒷짐 지고 걸었고, 그 뒤를 색재상들과 마차들 그리고 짐꿈들이 뒤따랐다.
물감을 구매하기 위한 상인들의 행렬도 끊없이 이어졌다. 대국, 소국의 왕족, 귀족, 무사, 혼례를 앞둔 가족, 조상의 묘를 관리하는 후손, 미래를 예언하는 술사, 깔깔거리는 여인네…… 그리고 밝은, 허연, 거무죽죽한 빛깔의 피부를 지닌 종족들도 있었다. 그들은 대륙에서 온 물감상들이다. 그들은 중앙 광장에 서서 아홉 개 깃발에 착색한 색을 올려다보며 경외감을 표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책속으로 추가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지금 이 모양새는 뭔가? 나를 걱정하는 건가? 아니면 경찰을 걱정하는 건가?"
"둘 다 아닙니다. 저는 CCI가 더 이상 비대해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권력은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욕심이 과하면 자멸하기 때문입니다."
"허, 별이이군. 자네 입에서 그런 말이 다 나오다니. 자네는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아닌가?"
"명령을 거역하는 게 아닙니다. CCI 파멸이 몰고 올 파장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 이번 사건을 C2P에게 넘겨 주기라도 할 작정인가, 그런 거야?"
"임하댐 근처에 있는 후손에게 사진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 여인이 황공의 비밀을 전부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사진을 C2P에 넘길 생각이십니까?"
강 팀장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천둥소리가 되어 허대호의 뇌리를 흔들었다.
"……스스로 자백하고 사진을 내놓으라는 말인가?"
몇초 후 강신호가 입을 열었다.
"지휘부에서 팀장님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임무를 제가 맡고 있지만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곧 말뚝들을 투입할 기세입니다. 그때는 저도 어쩔 수 없다는 걸 팀장님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여인 사진은 모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허대호 눈동자가 흔들렸다. 천둥소리가 휩쓸고 가더니 이번에는 소리내지 않고 다가오는 폭풍우에 휘말린 기분이 들었다.
"자네, 지금 이 상황이 뭔가? 나를 추출하려는 함정인가?"
"너무 멀리 갔습니다. 이번 사건을 C2P가 해결한다 해도 CCI에게 타격을 줄 수 없습니다. 충격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CCI는 다시 재기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CCI에게 빼앗기는 날에는 C2P는 물론이고 경찰도 위협받게 됩니다. 팀장님도 알다시피 CCI는 군대에 가깝습니다."
"지금, 나보고 자네 말을 믿으라는 건가? 충실한 개가 주인을 물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담색(淡色)에서 농색(濃色)으로 중에서-
사단장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그런데 색위단 창설이 왜 궁굼하지? 59년 전에 있었던 일이야. 색위단이 우리 사단에서 창설되긴 했지만 사단에 남아있는 기록은 없네. 이 서류 한 장이 전부야. 그 당시 색위단은 극비에 속하는 비밀부대였기 때문인 것 같은데, 자세한 건 국방부에 알아봐야 할 것 같네. 그런데 자네는 나보다 더 좋은 줄이 있을 텐데 왜 나한테 부탁하는 거지? 장관님이……"
"아닙니다, 사단장님. 문서로 남아있는 기록보다 비화를 듣고 싶어서요."
비엘도 그럴거라 짐작했다. 그 당시 위장을 연구하는 조직은 요즘으로 치면 최첨단 무기를 다루는 조직과 맞먹는 비밀조직이었을 것이다.
"전쟁이 끝난 직후여서 국가 재정도 쉽지 않았을 시기였습니다. 서둘러 군사색채위장연구단을 창설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요?"(중략)
"군사색채위장연구단 창설을 주도 했던 한철웅 장군님 소식은아십니까?"
"그분은 30년 전에 미국으로 건너가셨어. 15년 전에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네."
"그때 자금이 얼마나 유입됐나요?"
"내가 알기론 색위단을 창설하고도 어마어마한 자금이 남았다고 들었데. 그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짐작은 되지만 증거는 없다네…… 비엘, 무슨 말인지 알아듯겠지?"
그 말을 끝으로 사단장 말도 끊어졌다. 사단장도 그 이상은 아는 게 없는 모양이다.
"사단장님, 군사색채위장연구단 정보를 더 알만한 사람이 없을까요?"
-색위단과 CCI 중에서-
"공격개시!"
지휘소 뒤에 있는 커다란 알루미늄 박스 네 구텡이에서 로봇 집게발처럼 생긴 다리가 튀어나와 흙 속에 박혔다. 이어 저절로 뚜껑이 열리고, 박스 안에 있는 축구공만한 크기의 원형포탄 여섯 개 중 한 개가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로 솟구쳤다. 이윽고 허공에서 정지한 원형폭탄은 불꼬리를 달고 타격 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타격 지점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강신호가 화염에 휩싸인 지점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열댓의 괴한들이 숲으로 사라지는 게 보였다. 잠시 후 숲 끝자락, 절벽 근처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침입자들은 그대로 절벽 쪽으로 치달아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낙하산이 펴지는 순간 절벽 아래쪽 금강변에서 모타보트 소리가 들렸다.
지휘소로 돌아온 강신호는 전자철조망을 살상용으로 바꾸라고 명령했다. 산개해 있던 대원들에게 속속 보고가 들어왔다. 상황이 종료된 후 괴한들이 사용한 총알을 수거했다. 대부분 미국산이다. 개중에는 소련제도 있었다. 포탄 탄피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개조한 게 분명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인명 피해가 없다는 것이다.
'공허한 총알? 이건 습격도 교란도 아니다!'
강신호는 군인으로 직감했다. 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온 것이다. DE케미칼 혹은 다국적 기업들의 정보원 짓일 것이다. 그들이 아니라면 경찰특공대, C2P, 용병……
강신호는 근심가득한 얼굴로 깨어나기 시작하는 산하를 굽어보며, CCI 창설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수많은 사건과 권력과 그리고 비리에 연루되어 뒷전으로 사라져간 얼굴들을 떠올렸다.
'그동안 CCI는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
강신호는 입술을 깨문 채 금강을 내려다보았다. 아침 햇살은 그 은은한 빛깔로 대지를 채색하고, 빛을 받은 대지의 장엄한 기운은 하늘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곧 산봉우리 사이로 해가 솟아올랐다.
-色을 쫓는 후손들 중에서
목차
목차
第 八 章 여인에서 色으로
第 九 章 후아도(後我刀)
第 十 章 잡색을 거두다
第 十一 章 사폐(死廢 )
第 十二 章 다시 色
작가의 말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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