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세상을 더듬다(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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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느릿느릿 길을 걸었다. 마음 가는 대로,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나는 한 마리 개미>의 저자인 세계적인 북디자이너 주잉춘과 교육자 저우쭝웨이가 3년을 공들여 내놓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달팽이, 세상을 더듬다』. 인생과 세계에 대한 번득이는 사유가 시적인 문체에 오롯이 담긴 달팽이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느릿느릿 걸어가던 달팽이는 빨리 날다가 목숨을 잃은 말벌의 모습에 빠름 역시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못나고 느린 자벌레, 애벌레와 함께 어울리며 삶의 기쁨을 맛보고 힘든 일들을 겪으며 성장해나간 달팽이는 대홍수로 초토화된 세상에서 지혜롭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세상 속으로 꿋꿋이 걸어 들어간다. 중국 전통 채색화에 세밀화 기법이 가미된 방식의 아름다운 그림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철학적 성찰이 어우러진 이야기는 저마다 주어진 삶의 속도가 있음에도 빠름에 치여 사느라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우리에게 느림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전해준다.
<나는 한 마리 개미>의 저자인 세계적인 북디자이너 주잉춘과 교육자 저우쭝웨이가 3년을 공들여 내놓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달팽이, 세상을 더듬다』. 인생과 세계에 대한 번득이는 사유가 시적인 문체에 오롯이 담긴 달팽이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느릿느릿 걸어가던 달팽이는 빨리 날다가 목숨을 잃은 말벌의 모습에 빠름 역시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못나고 느린 자벌레, 애벌레와 함께 어울리며 삶의 기쁨을 맛보고 힘든 일들을 겪으며 성장해나간 달팽이는 대홍수로 초토화된 세상에서 지혜롭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세상 속으로 꿋꿋이 걸어 들어간다. 중국 전통 채색화에 세밀화 기법이 가미된 방식의 아름다운 그림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철학적 성찰이 어우러진 이야기는 저마다 주어진 삶의 속도가 있음에도 빠름에 치여 사느라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우리에게 느림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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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속도전과 불안으로 하루하루 마모되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자기치유의 시간을 선사하는 특별한 그림책
1. 세계적인 북디자이너 주잉춘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지금까지 그림책은 어린이의 소유물로 여겨졌고, 성인용 그림에세이에서 그림은 글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는 데 머물렀다.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는 이런 공식을 깬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창작그림책처럼 주인공 달팽이의 모험담이라는 일관성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동물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글일 것이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140쪽밖에 안 되는 적은 분량 속에 인생과 세계에 대한 번득이는 사유가 시적인 문체에 담겨 있다. 그림 또한 눈을 현혹하는 화려함 대신 조용한 사색의 공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한마디로, 한 장 한 장 골똘히 들여다보게 하고, 자꾸자꾸 되돌아가서 읽고 보고 어루만지고 사유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다.
2. 이 시대의 99퍼센트, 달팽이들을 위한 위로 한 사발
달팽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이라고 한다.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 법한 집 한 채를 날 때부터 지니고 있지만, 그 집마저 깨지기 쉽고 달팽이를 짓누르는 짐이 되기 일쑤다. 이 책의 주인공 달팽이도 처음엔 느리고 연약한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고 막막해하지만, 쉬지 않고 자기 길을 꿋꿋이 걸어간다. '외유내강'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이 달팽이 이야기는, 특별한 재주도 타고나지 못하고 내세울 만한 '스펙'도 없어서 살아가기가 팍팍한 이 시대 수많은 '달팽이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용기를 전해줄 것이다.
3. 마술 같은 채색세밀화 속에서 울려퍼지는 동양의 지혜
삶과 생명, 죽음, 자아 등에 대한 이 책의 사유는 어찌 보면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계획'은 '변화'를 따라갈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생각, 자신의 타고난 본성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생각, '죽음'이 있어야 버릴 줄도 알게 된다는 생각, 무상(無常)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생각 등은 다 전통적인 동양의 세계관이다. 여백을 중시하는 동양 전통화에 세밀화 기법이 가미된 이 책의 그림은 이런 세계관에 딱 맞는 형식이라고 하겠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온갖 걱정거리와 불안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될 것이다.
◆ 이 책의 주요 내용과 특징 ◆
느려서 슬픈 짐승, 조그만 줄무늬 달팽이의 기나긴 오디세이
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로 꼽히는 달팽이. 어딘가에 붙박인 사물로 오해받기 쉽지만, 사실은 천천히 하얀 흔적을 남기며 쉼 없이 길을 가는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모래언덕을 하나둘 넘어 세상으로 나온다.
길가에 피어난 화초들은 눈부시게 화사하건만, 느리게 살라는 조상들의 금과옥조를 마음속 깊이 새기고 길을 가는 달팽이는 수심이 가득하기만 하다. 바스라진 채 말라비틀어진 동족 달팽이, 껍데기가 깨져 움직이지 못하자 개미 떼에게 물어뜯기고 마는 할머니 달팽이와 마주할 때면, 굼뜨고 나약한 달팽이 신세가 한없이 서글프기만 하다.
그래도 느릿느릿 계속 걸어가던 달팽이는 개미, 나비, 벌 등등 자기보다 빠른 동물들을 보고선 그들에게서 '빠름'을 배우고자 한다. 그러나 빨리 날다가 목숨을 잃은 말벌의 모습에 '빠름' 역시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온 천지에 농약이 퍼져 뭇 생명들이 스러질 때 달팽이는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 피신한 덕에 목숨을 건지고, 정신을 잃은 쥐며느리를 구출해주기까지 한다. 그 일을 계기로 쥐며느리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뒤이어 생김새는 다르지만 죄다 못나고 느려터진 자벌레, 애벌레와도 함께 어울리며 삶의 기쁨을 맛본다.
행복도 잠시, 사고로 친구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달팽이는 우연히 만난 현명한 잠자리를 멘토 삼아 다시 강호를 누비며 즐겁거나 힘든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성장해간다. 잠자리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용감하게 '홀로서기'에 나선다. 새로운 달팽이 친구들과 마음을 활짝 열고 만나고, 심각한 부상을 입지만 잘 견뎌내며, 대홍수로 세상이 초토화되어도 지혜롭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세상 속으로 꿋꿋이 걸어 들어간다.
모든 것이 숨 가쁘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버둥댈수록 올가미에 걸려든 듯 답답하고 종내 허무해지고 마는 우리들에게 달팽이는 말한다.
불쌍하게도 사람들은 늘 자기가 너무 '느리다'고 마뜩잖아 한다.
무슨 수를 써서든 조금이라도 '빨리' 하려고 한다.
자동차를 발명했으나
그들이 미처 몰랐던 건,
차가 암만 빨라도 저 우주의 '무상'을 앞지르진 못한다는 거다.
나는 이렇게 살아남았지만
저 빨리 뛰는 생명들은 오히려 피해를 모면하지 못했다.
재난 앞에서,
뜻밖에 그들은 느림보 달팽이만도 못했던 거다. (본문 112~114쪽에서)
달팽이가 남긴 발자국 따라 현란하게 바쁜 세상 느릿느릿 산보하기
지난해에 《나는 한 마리 개미》(펜타그램 刊)로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난 중국의 유명 북디자이너 주잉춘과 교육자 저우쭝웨이가 이번엔 달팽이의 모험과 깨달음을 담은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를 선보인다. 한국에서는 1년이 되기 전에 후속작이 나온 셈이지만, 원서는 집필과 그림 작업, 편집에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나는 한 마리 개미》 원서는 2007년에,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는 2011년에 출간) 《나는 한 마리 개미》를 만났던 독자라면 아마도 독특하고 파격적인 일러스트와 디자인, 가만가만 마음을 울렸던 시적인 글을 금세 기억해낼 것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도 아름다운 그림과 철학적 성찰이 어우러진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 한땀 바느질한 옷' 같은 채색세밀화
전작 《나는 한 마리 개미》가 매우 정제된 느낌의 사실적 이미지를 모던한 방식으로 이용하여 '여백의 미'를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달팽이》는 중국 전통 채색화에 세밀화 기법이 가미된 방식을 선보인다. 각각의 장면들이 전체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제각각 완결성을 가지고 있어, 마치 단일한 주제로 엮인 화첩을 펼쳐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여백의 미'는 여전하다. 그에 더하여, 섬세한 붓질로 다양한 동식물을 정밀하게 묘사한 부분에서는 전통 화충도(花蟲圖)를 보는 듯하고, 과감한 여백 속에 살그머니 자리잡은 작은 글자들이 그림과 함께 빚어내는 화성에선 문인화(文人畵)의 기운이 슬쩍 감지되기도 한다. 농담(濃淡)의 강약과 부드러운 번짐, 극사실적인 채색세밀화 기법이 조화를 이룬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림의 공간 속에 들어가 노니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달팽이를 기르며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 3년!
주잉춘이 일하는 북디자인 스튜디오 '수이팡(書衣坊)'은 난징 사범대학교 캠퍼스 안에 있다고 한다. 캠퍼스 안을 즐겨 산책하는 주잉춘은 동물들과 화초들을 일상적으로 사생했다고 한다. 책에 여러 번 등장하는, '천천히[慢]'가 적힌 교통표지판 역시 그의 스튜디오 바로 앞길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 책을 준비하기 시작한 첫 1년 동안에는 달팽이를 직접 작업실에서 기르며 관찰했다고 한다. 그래서 《달팽이》에는 실제로 주잉춘이 목격한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고 한다. 밟혀서 껍데기가 깨진 모습, 껍데기가 깨진 달팽이 위에 거미가 줄을 치는 모습, 달팽이 여러 마리가 '탑 쌓기'를 하는 장면 등이 그런 예다. 표지 디자인 작업에도 달팽이가 큰 몫을 했다고 한다. 암만 해도 마음에 드는 표지 디자인이 나오지 않자 주잉춘은 기르던 달팽이를 백지 위에서 기어가게 하고, 그 족적을 그대로 표지에 이용했다고 한다.
그림 작업을 할 때도 주잉춘은 간단한 마지막 수정작업 외에는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그렸다고 한다. 잠자리 한 마리를 그리는 데 꼬박 이틀이 걸린 적도 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알 만하다. 책을 구상하고 완성까지 3년이 넘도록 묵묵히 작업에 정진해온 주잉춘도 달팽이만큼 느리지만 부지런히 붓질을 쌓고 또 쌓아온 셈이다.
주잉춘은 달팽이를 그리는 동안만큼은 달팽이가 되기로 했다. 달팽이가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듯 작업실 문을 걸어 잠갔다. 전화도 받지 않고 손님도 맞지 않았다. 매 끼니가 라면이다시피 했고, 다른 디자인 작업은 죄다 미뤘다. 서둘러서 될 작업이 아니니, 수행하듯 느릿느릿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꼬박 한 철이 지나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비쩍 마른 주잉춘과 살이 통통하게 오른 달팽이 곁에, 동작과 표정이 조금씩 다른 달팽이 그림 수십 장이 완성되어 있었다. ― 〈책을 옮기고 나서〉에서
추신: 화면 곳곳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는 작은 동식물들의 움직임과 사물의 변화를 찾아보는 재미는 《달팽이》 읽기의 '부록'이다. '숨은그림찾기'를 할 때처럼, 탐정이 돋보기를 들고 증거물을 노려볼 때처럼, 그렇게 들여다보다 보면 의외의 수확(?)을 올리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깨알 같은 재미도 놓치지 마시길.
추천평
주잉춘과 저우쭝웨이의 합작품인 이 책은, 달팽이를 의인화하여 우리가 겪었거나 겪게 될 일들을 펼쳐 보인다. 어쩌면 달팽이에게는 주잉춘과 꼭 닮았거나, 주잉춘이 필요로 하는 특질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달팽이를 빌려 펼쳐내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 인간은 보잘것없고 극히 허약한 존재, 위협을 주지도 못하고 자신을 지키지도 못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책을 읽으며 당신은 달팽이 이야기에 자신을 대입해보곤 할 것이며, 내가 실은 인간 사회에 섞여 사는 한 마리 달팽이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것이다. - 《신경보(新京報)》
2008년 《나는 한 마리 개미》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칭호를 얻으면서, 주잉춘은 북디자인계의 저명인사일 뿐만 아니라, '동물사육계'에도 이름을 올리는 인사가 됐다. '벌레를 기르고, 벌레를 관찰하고, 벌레에 대해 글을 쓰고, 벌레 그림을 그리고, 벌레와 교류하는 것'은 주잉춘 최고의 취미가 되었다. 한동안 개미 사진 찍는 데 열중하나 했는데, 언제부턴가 또 다른 애완동물을 세밀화로 그리고 또 그렸다. 그렇게, 이 따뜻하고 섬세하며 인간미 넘치는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가 탄생하게 되었다. - 《북경청년주간(北京靑年週刊)》
주잉춘의 최신작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는 수묵화풍의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저자 주잉춘이 오랫동안 기른 한 마리 달팽이. 달팽이를 비롯한 여러 작은 동물들과 함께 지내면서 주잉춘은 자연에 바싹 다가섰을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생명의 가르침을 얻었다. 달팽이는 연약한 생명체이고, 그 삶의 속도는 느리다. 그렇지만 그들 삶의 매 순간은 진실하고, 그들이 나아가는 한걸음 한걸음은 착실하다. 이 책은 달팽이의 삶의 역정을 기록한 관찰 노트이며, 하나의 우화다. 차분하고 아름다운 한폭 한폭의 화면 속에서, 달팽이의 느릿느릿한 한걸음 한걸음 속에서, 우리는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
위로와 자기치유의 시간을 선사하는 특별한 그림책
1. 세계적인 북디자이너 주잉춘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지금까지 그림책은 어린이의 소유물로 여겨졌고, 성인용 그림에세이에서 그림은 글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는 데 머물렀다.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는 이런 공식을 깬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창작그림책처럼 주인공 달팽이의 모험담이라는 일관성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동물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글일 것이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140쪽밖에 안 되는 적은 분량 속에 인생과 세계에 대한 번득이는 사유가 시적인 문체에 담겨 있다. 그림 또한 눈을 현혹하는 화려함 대신 조용한 사색의 공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한마디로, 한 장 한 장 골똘히 들여다보게 하고, 자꾸자꾸 되돌아가서 읽고 보고 어루만지고 사유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다.
2. 이 시대의 99퍼센트, 달팽이들을 위한 위로 한 사발
달팽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이라고 한다.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 법한 집 한 채를 날 때부터 지니고 있지만, 그 집마저 깨지기 쉽고 달팽이를 짓누르는 짐이 되기 일쑤다. 이 책의 주인공 달팽이도 처음엔 느리고 연약한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고 막막해하지만, 쉬지 않고 자기 길을 꿋꿋이 걸어간다. '외유내강'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이 달팽이 이야기는, 특별한 재주도 타고나지 못하고 내세울 만한 '스펙'도 없어서 살아가기가 팍팍한 이 시대 수많은 '달팽이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용기를 전해줄 것이다.
3. 마술 같은 채색세밀화 속에서 울려퍼지는 동양의 지혜
삶과 생명, 죽음, 자아 등에 대한 이 책의 사유는 어찌 보면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계획'은 '변화'를 따라갈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생각, 자신의 타고난 본성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생각, '죽음'이 있어야 버릴 줄도 알게 된다는 생각, 무상(無常)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생각 등은 다 전통적인 동양의 세계관이다. 여백을 중시하는 동양 전통화에 세밀화 기법이 가미된 이 책의 그림은 이런 세계관에 딱 맞는 형식이라고 하겠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온갖 걱정거리와 불안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될 것이다.
◆ 이 책의 주요 내용과 특징 ◆
느려서 슬픈 짐승, 조그만 줄무늬 달팽이의 기나긴 오디세이
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로 꼽히는 달팽이. 어딘가에 붙박인 사물로 오해받기 쉽지만, 사실은 천천히 하얀 흔적을 남기며 쉼 없이 길을 가는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모래언덕을 하나둘 넘어 세상으로 나온다.
길가에 피어난 화초들은 눈부시게 화사하건만, 느리게 살라는 조상들의 금과옥조를 마음속 깊이 새기고 길을 가는 달팽이는 수심이 가득하기만 하다. 바스라진 채 말라비틀어진 동족 달팽이, 껍데기가 깨져 움직이지 못하자 개미 떼에게 물어뜯기고 마는 할머니 달팽이와 마주할 때면, 굼뜨고 나약한 달팽이 신세가 한없이 서글프기만 하다.
그래도 느릿느릿 계속 걸어가던 달팽이는 개미, 나비, 벌 등등 자기보다 빠른 동물들을 보고선 그들에게서 '빠름'을 배우고자 한다. 그러나 빨리 날다가 목숨을 잃은 말벌의 모습에 '빠름' 역시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온 천지에 농약이 퍼져 뭇 생명들이 스러질 때 달팽이는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 피신한 덕에 목숨을 건지고, 정신을 잃은 쥐며느리를 구출해주기까지 한다. 그 일을 계기로 쥐며느리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뒤이어 생김새는 다르지만 죄다 못나고 느려터진 자벌레, 애벌레와도 함께 어울리며 삶의 기쁨을 맛본다.
행복도 잠시, 사고로 친구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달팽이는 우연히 만난 현명한 잠자리를 멘토 삼아 다시 강호를 누비며 즐겁거나 힘든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성장해간다. 잠자리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용감하게 '홀로서기'에 나선다. 새로운 달팽이 친구들과 마음을 활짝 열고 만나고, 심각한 부상을 입지만 잘 견뎌내며, 대홍수로 세상이 초토화되어도 지혜롭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세상 속으로 꿋꿋이 걸어 들어간다.
모든 것이 숨 가쁘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버둥댈수록 올가미에 걸려든 듯 답답하고 종내 허무해지고 마는 우리들에게 달팽이는 말한다.
불쌍하게도 사람들은 늘 자기가 너무 '느리다'고 마뜩잖아 한다.
무슨 수를 써서든 조금이라도 '빨리' 하려고 한다.
자동차를 발명했으나
그들이 미처 몰랐던 건,
차가 암만 빨라도 저 우주의 '무상'을 앞지르진 못한다는 거다.
나는 이렇게 살아남았지만
저 빨리 뛰는 생명들은 오히려 피해를 모면하지 못했다.
재난 앞에서,
뜻밖에 그들은 느림보 달팽이만도 못했던 거다. (본문 112~114쪽에서)
달팽이가 남긴 발자국 따라 현란하게 바쁜 세상 느릿느릿 산보하기
지난해에 《나는 한 마리 개미》(펜타그램 刊)로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난 중국의 유명 북디자이너 주잉춘과 교육자 저우쭝웨이가 이번엔 달팽이의 모험과 깨달음을 담은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를 선보인다. 한국에서는 1년이 되기 전에 후속작이 나온 셈이지만, 원서는 집필과 그림 작업, 편집에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나는 한 마리 개미》 원서는 2007년에,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는 2011년에 출간) 《나는 한 마리 개미》를 만났던 독자라면 아마도 독특하고 파격적인 일러스트와 디자인, 가만가만 마음을 울렸던 시적인 글을 금세 기억해낼 것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도 아름다운 그림과 철학적 성찰이 어우러진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 한땀 바느질한 옷' 같은 채색세밀화
전작 《나는 한 마리 개미》가 매우 정제된 느낌의 사실적 이미지를 모던한 방식으로 이용하여 '여백의 미'를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달팽이》는 중국 전통 채색화에 세밀화 기법이 가미된 방식을 선보인다. 각각의 장면들이 전체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제각각 완결성을 가지고 있어, 마치 단일한 주제로 엮인 화첩을 펼쳐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여백의 미'는 여전하다. 그에 더하여, 섬세한 붓질로 다양한 동식물을 정밀하게 묘사한 부분에서는 전통 화충도(花蟲圖)를 보는 듯하고, 과감한 여백 속에 살그머니 자리잡은 작은 글자들이 그림과 함께 빚어내는 화성에선 문인화(文人畵)의 기운이 슬쩍 감지되기도 한다. 농담(濃淡)의 강약과 부드러운 번짐, 극사실적인 채색세밀화 기법이 조화를 이룬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림의 공간 속에 들어가 노니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달팽이를 기르며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 3년!
주잉춘이 일하는 북디자인 스튜디오 '수이팡(書衣坊)'은 난징 사범대학교 캠퍼스 안에 있다고 한다. 캠퍼스 안을 즐겨 산책하는 주잉춘은 동물들과 화초들을 일상적으로 사생했다고 한다. 책에 여러 번 등장하는, '천천히[慢]'가 적힌 교통표지판 역시 그의 스튜디오 바로 앞길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 책을 준비하기 시작한 첫 1년 동안에는 달팽이를 직접 작업실에서 기르며 관찰했다고 한다. 그래서 《달팽이》에는 실제로 주잉춘이 목격한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고 한다. 밟혀서 껍데기가 깨진 모습, 껍데기가 깨진 달팽이 위에 거미가 줄을 치는 모습, 달팽이 여러 마리가 '탑 쌓기'를 하는 장면 등이 그런 예다. 표지 디자인 작업에도 달팽이가 큰 몫을 했다고 한다. 암만 해도 마음에 드는 표지 디자인이 나오지 않자 주잉춘은 기르던 달팽이를 백지 위에서 기어가게 하고, 그 족적을 그대로 표지에 이용했다고 한다.
그림 작업을 할 때도 주잉춘은 간단한 마지막 수정작업 외에는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그렸다고 한다. 잠자리 한 마리를 그리는 데 꼬박 이틀이 걸린 적도 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알 만하다. 책을 구상하고 완성까지 3년이 넘도록 묵묵히 작업에 정진해온 주잉춘도 달팽이만큼 느리지만 부지런히 붓질을 쌓고 또 쌓아온 셈이다.
주잉춘은 달팽이를 그리는 동안만큼은 달팽이가 되기로 했다. 달팽이가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듯 작업실 문을 걸어 잠갔다. 전화도 받지 않고 손님도 맞지 않았다. 매 끼니가 라면이다시피 했고, 다른 디자인 작업은 죄다 미뤘다. 서둘러서 될 작업이 아니니, 수행하듯 느릿느릿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꼬박 한 철이 지나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비쩍 마른 주잉춘과 살이 통통하게 오른 달팽이 곁에, 동작과 표정이 조금씩 다른 달팽이 그림 수십 장이 완성되어 있었다. ― 〈책을 옮기고 나서〉에서
추신: 화면 곳곳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는 작은 동식물들의 움직임과 사물의 변화를 찾아보는 재미는 《달팽이》 읽기의 '부록'이다. '숨은그림찾기'를 할 때처럼, 탐정이 돋보기를 들고 증거물을 노려볼 때처럼, 그렇게 들여다보다 보면 의외의 수확(?)을 올리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깨알 같은 재미도 놓치지 마시길.
추천평
주잉춘과 저우쭝웨이의 합작품인 이 책은, 달팽이를 의인화하여 우리가 겪었거나 겪게 될 일들을 펼쳐 보인다. 어쩌면 달팽이에게는 주잉춘과 꼭 닮았거나, 주잉춘이 필요로 하는 특질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달팽이를 빌려 펼쳐내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 인간은 보잘것없고 극히 허약한 존재, 위협을 주지도 못하고 자신을 지키지도 못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책을 읽으며 당신은 달팽이 이야기에 자신을 대입해보곤 할 것이며, 내가 실은 인간 사회에 섞여 사는 한 마리 달팽이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것이다. - 《신경보(新京報)》
2008년 《나는 한 마리 개미》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칭호를 얻으면서, 주잉춘은 북디자인계의 저명인사일 뿐만 아니라, '동물사육계'에도 이름을 올리는 인사가 됐다. '벌레를 기르고, 벌레를 관찰하고, 벌레에 대해 글을 쓰고, 벌레 그림을 그리고, 벌레와 교류하는 것'은 주잉춘 최고의 취미가 되었다. 한동안 개미 사진 찍는 데 열중하나 했는데, 언제부턴가 또 다른 애완동물을 세밀화로 그리고 또 그렸다. 그렇게, 이 따뜻하고 섬세하며 인간미 넘치는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가 탄생하게 되었다. - 《북경청년주간(北京靑年週刊)》
주잉춘의 최신작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는 수묵화풍의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저자 주잉춘이 오랫동안 기른 한 마리 달팽이. 달팽이를 비롯한 여러 작은 동물들과 함께 지내면서 주잉춘은 자연에 바싹 다가섰을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생명의 가르침을 얻었다. 달팽이는 연약한 생명체이고, 그 삶의 속도는 느리다. 그렇지만 그들 삶의 매 순간은 진실하고, 그들이 나아가는 한걸음 한걸음은 착실하다. 이 책은 달팽이의 삶의 역정을 기록한 관찰 노트이며, 하나의 우화다. 차분하고 아름다운 한폭 한폭의 화면 속에서, 달팽이의 느릿느릿한 한걸음 한걸음 속에서, 우리는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
목차
목차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
-책을 옮기고 나서
-주잉춘의 작업 후기
-지은이와 옮긴이 소개
-책을 옮기고 나서
-주잉춘의 작업 후기
-지은이와 옮긴이 소개
저자
저자
저우쭝웨이
저자 저우쭝웨이는 난징 사범대학 교육과학학원 부교수. 교육학, 사회학, 문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종합적 연구를 추구하고 있다. 연구서로 《고귀함과 비천함―학교 문화의 사회학적 연구》 등이 있고, 주잉춘과 함께 작업한 책으로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 《나는 한 마리 개미》 《쥐―눈이 많던 겨울》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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