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시작이야(우리같이 청소년문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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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불타는 악어>를 집필한 마이클 윌리엄스의 소설 『이제 다시 시작이야』. 나는 친구들과 집으로 가는 큰길의 먼지 날리는 짐바브웨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형은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였다. 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쳐, 똥간 할아버지가 소가죽으로 만들어 준 내 공을 망가뜨리고, 마을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총알에 반 토막이 나고, 엄마와 똥간 할아버지가 이상한 모습으로 땅에 쓰러져 있다. 나는 늘 돌봐야 하는 형을 데리고 폐허로 변해 버린 마을에서 도망친다. 이 작품은 열네 살 소년 데오가 형을 데리고 고향에서 탈출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떠돌며 펼치는 이야기를 통해 충격과 현실감 넘치는 희망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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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우리와 세계의 숨은 철조망 너머로 슛!
우리같이 청소년문고 열 번째 작품으로 『이제 다시 시작이야』를 펴낸다.
좋은 소설은 감동과 교화를 유발한다. 나아가 인간과 세계의 숨은 진실을 예리하게 제시함으로써 그 존재 가치를 입증한다. 우리같이 청소년문고의 존재 이유는 좋은 소설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그 인식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매 작품을 선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야』는, 200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생한 외국인 혐오증이 초래한 유혈 사태에서 한 남자가 불타 죽는 사진을 보고 다음의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그 인식적 가치를 분명히 한다.
"불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어떻게 왔는지 알았다고 해도 그를 죽였을까?"
보다 정확한 대답을 찾기 위해 피난민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그들이 어떻게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살펴보면서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는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이렇게 다시 묻는다.
"외국인 혐오증에 대해 말하는 거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 티제이, 네 말이 맞아. 이 팀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거리 축구팀이야. 우리는 남아공을 대표해서 경기에 참가하는 거고. 그리고 데오, 네 말도 맞아.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하는 건 중요해. 아주 중요하지. 문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이 된다는 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산다는 게 무슨 뜻인지 우리 모두 잘 모른다는 거야. (……) 오랫동안, 이 나라 사람들은 인종 차별 정책과 인종 분리 정책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해 왔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고도 못 본 척했지.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지 16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바보같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어! (……) 공포와 증오 때문에 우리 팀이 엉망이 되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이제 너희들 이야기를 듣고 싶어. 너희들은 네 옆에 앉은 사람이 어떻게 해서 이곳 케이프타운까지 오게 됐는지 아니?"(본문 251∼252쪽)
처음엔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마침내 거리 축구 월드컵 선수 팀의 마지막 훈련을 위해 회의실에 모인 아이들이 하나씩 입을 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 걸까?
다들 케이프타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왔으며, 이 도시에서는 이방인이지만 슬픔과 죽음에서는 이방인이 아닌 아이들은 모두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란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우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차례차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 하나하나가 축구공의 하얗고 검은 조각이 된다. 각각의 조각이 있어야 완전한 공이 되는 법.
우리 모두의 새로운 시작을 향해 슛 골인!
그 조각에 자기 조각을 덧붙이고 싶지만, 아직 자기 얘기를 할 수가 없다는 아이가 있다. 사건이 벌어진 그 순간으로 차마 돌아갈 수 없어, 아직 그때의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는 바로 우리의 매력적인 주인공 데오다. 회의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치열하게 싸우다가 마침내 데오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 순간 세계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형이 있었어요. 이름은 이노센트. 형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고, 내 친한 친구였어요."(258쪽)
데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짐바브웨 운동장에서 여느 날처럼 데오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형은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데오가 형 없이 수용소 생활을 하고, 형 없이 기차를 타고 사막을 지나 케이프타운으로 오고, 형 없이 이 세상 끝에서 수용소 생활을 하고, 형 없이 거리에서 지내다가 본드의 환각 세상으로 도피해야만 했던 걸까?
본드 세상으로 도피해 모든 게 흐릿해지고 가벼워지고 느려지던 순간이 지나고, 가장 끔찍했던 일이 찾아온다. "형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았어요. 형이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절대 형을 다시 볼 수 없을 것만……"(259쪽) 같았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데오를 떠나 있던 형이 회의실에 있는 데오 옆자리로 돌아오기까지, 나아가 "너희들 모두 인생에서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어서 서로 나눠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니?"(260쪽)라는 살리 코치의 제안이 자연스럽게 나오기까지 작가가 처음부터 분명히 한 도덕적 인식이 제 역할을 다 하기에 이른다. 이와 더불어 작가가 문장 하나하나와 씨름을 벌이고,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빈틈없이 짜인 서사 구성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그리하여 이 소설이 유발하는 감동과 교화가 이러한 미학적 가치와 별개가 아님을 절로 깨닫게 된다는 데 이 작품의 특장점이 있다
"나는 기억과 느낌의 땅으로 슬그머니 빠져나와 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던 걸 모두 갖고 있다. 걱정도 없고, 오직 이 순간만 생각하면 된다. 공이 내 발 앞으로 굴러 온다. 공이 러시아 골문으로 자기를 몰고 가라고 부탁한다. 순간적으로 모든 게 떠오른다. 구투, 베잇브리지, 코멜레 마을에서 했던 경기들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다. 이제 이 데오의 마술을 선보일 순간이다."(286쪽)
데오가 그대로 경기장에서 솟구쳐 오르며 오른발을 크게 휘둘러 강슛을 날리는 순간, 누가 봐도 잘 쓴 소설이 갖는 위대한 힘을 온몸으로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독자 자신도 모르게 데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건넬지도 모른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야!
줄거리
나는 친구들과 집으로 가는 큰길의 먼지 날리는 짐바브웨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형은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였다. 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쳐, 똥간 할아버지가 소가죽으로 만들어 준 내 공을 망가뜨리고, 마을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총알에 반 토막이 나고, 엄마와 똥간 할아버지가 이상한 모습으로 땅에 쓰러져 있어…… 내가 늘 돌봐야 하는 형을 데리고 폐허로 변해 버린 마을에서 도망치기 전까지는.
피난처가 되어 줄 거라는 기대로 경찰 서장 아저씨를 찾았지만, 드럼통에 더 많은 피를 채우려는 군인들로도 모자라, 어린 청년 당원들까지 멋모르고 날뛰는 공황 상태로부터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다. 우리 마을에서 자행된 학살보다, 지금까지 일어난 그 어떤 것보다 훨씬 엄청난 생각이지만 결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국경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는 공을 찬다. 다 낡은 가죽 주머니에 수십 억 달러를 채워 넣은 공이지만, 공을 차는 순간만큼은 내가 바라던 대로 된다. 걱정도 없어지고 불안에서도 해방된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뿐, 살기 위해선 국경을 넘어야 한다. 돈이 없는 나와 형은 목숨을 걸고 악어들이 버티고 있는 람포포 강을 건너고, 사람 잡는 구마구마와 하이에나와 사자들이 으르렁거리고 있는 국경 지대를 죽기 살기로 달려야 한다.
죽을 고생 끝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온 형과 나를 기다리는 있는 건 '크웨레크웨레'다. 외국인. 이방인. 그 나라에 속하지 않는 타인이 바로 나다. 그런 말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던 나는 인간다운 삶을 찾아 다시 도망치지만, 엉터리 거래 끝에 닿은 요하네스버그는 형하고 나에겐 죽음의 땅이나 다를 바 없다. 낯선 땅에서 열다섯을 맞은 나에게 가해진 외국인 혐오증은, 내가 돌봐야 하는 우리 형한테 일어난 '그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 일'이 없었다면, 나는 회의실에 앉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거리 축구 월드컵 선수 팀의 마지막 훈련을 위해 회의실에 모인 아이들은 모두 다른 곳에서 왔다. 케이프타운이라는 도시에서는 이방인이지만, 슬픔과 죽음에서는 이방인이 아닌 아이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거리에서 살고 싶어 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라고, 물건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우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에 변화가 생기고, 흐릿했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고, 더 이상 불안해하지도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축구공의 하얗고 검은 조각 같다.
각각의 조각들이 있어야 완전한 축구공이 되는 법. 나도 내 조각을 덧붙이고 싶지만, 아직은 할 수가 없다. 그 사건이 벌어진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나를 아이들이 쳐다본다. 내 마음 한편에서는 당장 일어나 회의실에서 도망치라고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엔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형이 있었어요. 이름은 이노센트. 형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고, 내 친한 친구였어요."
나는 그렇게 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의 말
200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생한 외국인 혐오증으로 인한 유혈 사태에서 한 남자가 불타 죽는 사진을 보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불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어떻게 왔는지 알았다고 해도 그를 죽였을까?
그 질문에 대한 보다 정확한 대답을 찾기 위해 피난민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그들이 어떻게 우리나라로 들어왔는지 살펴보기로 마음먹었지요.
케이프타운에 있는 스칼라브리니 센터의 무료 급식소(www.scalabrini.org.za)에서 일하면서 주목할 만한 세 명의 짐바브웨 젊은이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어셔 분들라, 판탐, 그리고 라스타가 그들입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몇 시간이나 그들을 인터뷰했고, 그런 과정에서 그들이 난민 신분이라는 사실 말고도 세 사람 다 아버지가 없다는 공통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은 구마구마의 손에 죽었고, 다른 한 사람은 무가베의 군인들이 총으로 쏴 죽였고, 마지막 한 사람은 에이즈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모두 스무 살이 채 안 된 나이였는데, 필사적으로 가족을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그 젊은이들이 돈이 없다는 점과 현재의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그들이 가족을 데려올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젊은이들은 현재 케이프타운의 거리나 고속도로 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라도 지내야 할 형편인데도, 그들은 웨스턴 케이프의 지방 정부가 만든 난민 수용소에서 사는 걸 거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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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시작이야』는 매혹적이면서도 의의 있고, 비통하면서도 희망적이며, 진지하고 심각하면서도 아주 신나는 작품이다. 마이클 윌리엄스는 남아프리카가 직면한 도덕적 딜레마로 우리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한편, 현실감 넘치는 희망과 승리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기운을 북돋운다.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_매튜 퀵,『Sorta Like a Rock Star』『The Silver Linings Playbook』의 작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비백산하여, 주인공 데오와 함께 정신없이 달리게 만든다. 이런 대단한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_도나 조 나폴리,『The Wager』『The Magic Circle』의 작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으며,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스포츠의 힘이 느껴지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피난민으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 내 심금을 울린다. _미톨 퍼킨즈,『Bamboo People』『Secret Keeper』의 작가
애절하고 감동적이다…… 어서 읽으라고 부르짖는,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작품이다. _칼 듀커,『Heart of a Champion』『On The Devil's Court』의 작가
생존, 형제애, 스포츠가 갖는 구원의 힘을 감동적이고도 스릴 넘치게 그린 수작이다. 우리의 데오는 현실 세계에서도 단연 영웅이다. _쥬얼 파커 로즈,『Ninth Ward』의 작가
마이클 윌리엄스는 축구의 매력과, 형제간의 깊은 우애와, 믿기 힘든 불행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는 인간의 정신력을 감명 깊게 묘파해 냈다. _안드레아 데이비스 핑크니,『Bird in a Box』의 작가
굉장하다…… 이 책은 인류애를 위해 꼭 읽어야만 한다. _크리스 크러처,『Deadline』『Whale Talk』의 작가
끔찍한 정치 상황, 외국인 혐오증, 약물 중독 문제 등이 데오가 펼치는 축구 경기와 형제 간 우애에 더없이 적절하게 녹아들어 매 순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윌리엄스는 뛰어난 극작가답게 매우 민감하고도 비참한 이야기를, 간결한 문체로, 실제로 일어난 사건 속에서, 잊히지 않는 인물로 형상화해 낸다. _커커스
서스펜스, 스포츠, 정의가 소설 속에서 이렇게 감동적으로 구현되다니……! _혼 북
<책속으로 추가>
(131쪽)
"이제 달려야 해요. 이곳은 동물들이 사는 곳이에요. 하이에나, 들개, 버펄로, 코끼리가 사는데, 최악은 사자도 여기 산다는 거예요. 줄지어 달려야 돼요. 가능한 데서는 서로 손을 잡고 있어야 해요. 끔찍한 장면을 볼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멈추면 안 돼요. 멈추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은 그냥 놔두고 갈 거예요."
나는 초조하게 주위를 살핀다. 동물은 보이지 않는다. 덤불은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레녹스의 찌푸린 이맛살과 근심 가득한 눈빛을 보면 우리가 무척 위험한 곳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두 남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덤불을 살핀다. 나는 구투에서 있었던 거와 같은 공포의 냄새를 다시금 맡는다. (……) 우리가 떠나온 짐바브웨의 저 먼 숲 위로 해가 떠오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침 공기는 매미와 새 들의 날갯짓으로 분주하다. 하늘은 평소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오늘은 무더울 것 같다. 공원 덤불에 녹색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데, 자세히 보니 저 멀리 수사슴이 우리가 있는 것도 모른 채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을 즐기고 있을 시간이 없다.
"출발!"
레녹스가 말한다. 지금은 달려야 할 때다.
(162∼163쪽)
"그 사람들이 우리 보고 크웨레크웨레라고 했어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외국인. 이방인. 이 나라에 속하지 않는 타인."
그게 바로 나다. 이 나라에서 나는 외국인이다. 나는 다른 나라에서 왔고 이 나라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런 말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 혼자만 그런 게 아니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일자리를 얻으러 온 사람이 수천 명이나 돼. 그래서 코멜레 지역민들한테 곤란한 문제가 된 거야. (……) 코멜레 지역민들을 비난할 수는 없어."
"나라도 화가 났을 거예요. 그렇다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불행하다고 하는 건 왜 그런 거예요?"
"아, 그야 간단하지.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여기 온 사람들은 플라잉 토마토 농장의 노예가 되었거든. (……) 강을 건너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래서 다들 잠자코 있는 거야. 그들이 죽도록 일하고 쥐꼬리만큼 월급을 받는 반면에, 코멜레 지역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돈도 못 받는 거지."
"그래서 거버 감독이 월급을 자기 마음대로 주는 거군요. 50센트만 줘도, 우리는 감지덕지할 테니까요."
그제야 나는 왜 사람들이 한밤중에 화가 나서 속삭였는지 알게 된다.
(219쪽)
저 상자를 가져가야 돼요. 우리 형 거란 말이에요."
나는 함석 상자를 가리키고 말하면서, 그 쓰레기 아닌 쓰레기 상자를 뻔히 본다.
"여기서 당장 꺼져!"
경찰이 나를 붙잡는 순간, 옆으로 누워 있는 사람 머리 모양을 본다. 팔하고 손 모양이 빅스 상자를 향해 뻗어 있다.
나는 주저앉는 것도 모르고, 주저앉는다.
나는 우는 것도 모르고, 운다.
나는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비명을 지른다.
나는 형한테 가는 걸 막는 손들을 느끼지 못하고, 형이 있는 곳까지 간다. 얼굴을 바닥에 대고 돌무더기에 깔려 있는 형한테로.
이제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울음을 그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286쪽)
더 이상 관중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다. 나는 기억과 느낌의 땅으로 슬그머니 빠져나와 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던 걸 모두 갖고 있다. 걱정도 없고, 오직 이 순간만 생각하면 된다. 공이 내 발 앞으로 굴러 온다. 공이 러시아 골문으로 자기를 몰고 가라고 부탁한다. 순간적으로 모든 게 떠오른다. 구투, 베잇브리지, 코멜레 마을에서 했던 경기들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다.
이제 이 데오의 마술을 선보일 순간이다.
나는 러시아 선수를 한 명 제치고 공을 보드에 튀긴 뒤 공중으로 날아오른 공을 머리로 컨트롤한다. 그대로 경기장에서 솟구쳐 오르며 오른발을 크게 휘둘러 강슛을 날린다. 슛은 완벽하다. 열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쏜 공이 똑바로 날아가 러시아 골키퍼를 지나 망을 뒤흔든다. 사람들이 다들 깜짝 놀란다.
우리같이 청소년문고 열 번째 작품으로 『이제 다시 시작이야』를 펴낸다.
좋은 소설은 감동과 교화를 유발한다. 나아가 인간과 세계의 숨은 진실을 예리하게 제시함으로써 그 존재 가치를 입증한다. 우리같이 청소년문고의 존재 이유는 좋은 소설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그 인식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매 작품을 선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야』는, 200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생한 외국인 혐오증이 초래한 유혈 사태에서 한 남자가 불타 죽는 사진을 보고 다음의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그 인식적 가치를 분명히 한다.
"불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어떻게 왔는지 알았다고 해도 그를 죽였을까?"
보다 정확한 대답을 찾기 위해 피난민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그들이 어떻게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살펴보면서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는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이렇게 다시 묻는다.
"외국인 혐오증에 대해 말하는 거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 티제이, 네 말이 맞아. 이 팀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거리 축구팀이야. 우리는 남아공을 대표해서 경기에 참가하는 거고. 그리고 데오, 네 말도 맞아.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하는 건 중요해. 아주 중요하지. 문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이 된다는 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산다는 게 무슨 뜻인지 우리 모두 잘 모른다는 거야. (……) 오랫동안, 이 나라 사람들은 인종 차별 정책과 인종 분리 정책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해 왔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고도 못 본 척했지.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지 16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바보같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어! (……) 공포와 증오 때문에 우리 팀이 엉망이 되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이제 너희들 이야기를 듣고 싶어. 너희들은 네 옆에 앉은 사람이 어떻게 해서 이곳 케이프타운까지 오게 됐는지 아니?"(본문 251∼252쪽)
처음엔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마침내 거리 축구 월드컵 선수 팀의 마지막 훈련을 위해 회의실에 모인 아이들이 하나씩 입을 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 걸까?
다들 케이프타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왔으며, 이 도시에서는 이방인이지만 슬픔과 죽음에서는 이방인이 아닌 아이들은 모두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란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우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차례차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 하나하나가 축구공의 하얗고 검은 조각이 된다. 각각의 조각이 있어야 완전한 공이 되는 법.
우리 모두의 새로운 시작을 향해 슛 골인!
그 조각에 자기 조각을 덧붙이고 싶지만, 아직 자기 얘기를 할 수가 없다는 아이가 있다. 사건이 벌어진 그 순간으로 차마 돌아갈 수 없어, 아직 그때의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는 바로 우리의 매력적인 주인공 데오다. 회의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치열하게 싸우다가 마침내 데오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 순간 세계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형이 있었어요. 이름은 이노센트. 형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고, 내 친한 친구였어요."(258쪽)
데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짐바브웨 운동장에서 여느 날처럼 데오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형은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데오가 형 없이 수용소 생활을 하고, 형 없이 기차를 타고 사막을 지나 케이프타운으로 오고, 형 없이 이 세상 끝에서 수용소 생활을 하고, 형 없이 거리에서 지내다가 본드의 환각 세상으로 도피해야만 했던 걸까?
본드 세상으로 도피해 모든 게 흐릿해지고 가벼워지고 느려지던 순간이 지나고, 가장 끔찍했던 일이 찾아온다. "형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았어요. 형이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절대 형을 다시 볼 수 없을 것만……"(259쪽) 같았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데오를 떠나 있던 형이 회의실에 있는 데오 옆자리로 돌아오기까지, 나아가 "너희들 모두 인생에서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어서 서로 나눠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니?"(260쪽)라는 살리 코치의 제안이 자연스럽게 나오기까지 작가가 처음부터 분명히 한 도덕적 인식이 제 역할을 다 하기에 이른다. 이와 더불어 작가가 문장 하나하나와 씨름을 벌이고,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빈틈없이 짜인 서사 구성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그리하여 이 소설이 유발하는 감동과 교화가 이러한 미학적 가치와 별개가 아님을 절로 깨닫게 된다는 데 이 작품의 특장점이 있다
"나는 기억과 느낌의 땅으로 슬그머니 빠져나와 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던 걸 모두 갖고 있다. 걱정도 없고, 오직 이 순간만 생각하면 된다. 공이 내 발 앞으로 굴러 온다. 공이 러시아 골문으로 자기를 몰고 가라고 부탁한다. 순간적으로 모든 게 떠오른다. 구투, 베잇브리지, 코멜레 마을에서 했던 경기들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다. 이제 이 데오의 마술을 선보일 순간이다."(286쪽)
데오가 그대로 경기장에서 솟구쳐 오르며 오른발을 크게 휘둘러 강슛을 날리는 순간, 누가 봐도 잘 쓴 소설이 갖는 위대한 힘을 온몸으로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독자 자신도 모르게 데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건넬지도 모른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야!
줄거리
나는 친구들과 집으로 가는 큰길의 먼지 날리는 짐바브웨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형은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였다. 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쳐, 똥간 할아버지가 소가죽으로 만들어 준 내 공을 망가뜨리고, 마을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총알에 반 토막이 나고, 엄마와 똥간 할아버지가 이상한 모습으로 땅에 쓰러져 있어…… 내가 늘 돌봐야 하는 형을 데리고 폐허로 변해 버린 마을에서 도망치기 전까지는.
피난처가 되어 줄 거라는 기대로 경찰 서장 아저씨를 찾았지만, 드럼통에 더 많은 피를 채우려는 군인들로도 모자라, 어린 청년 당원들까지 멋모르고 날뛰는 공황 상태로부터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다. 우리 마을에서 자행된 학살보다, 지금까지 일어난 그 어떤 것보다 훨씬 엄청난 생각이지만 결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국경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는 공을 찬다. 다 낡은 가죽 주머니에 수십 억 달러를 채워 넣은 공이지만, 공을 차는 순간만큼은 내가 바라던 대로 된다. 걱정도 없어지고 불안에서도 해방된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뿐, 살기 위해선 국경을 넘어야 한다. 돈이 없는 나와 형은 목숨을 걸고 악어들이 버티고 있는 람포포 강을 건너고, 사람 잡는 구마구마와 하이에나와 사자들이 으르렁거리고 있는 국경 지대를 죽기 살기로 달려야 한다.
죽을 고생 끝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온 형과 나를 기다리는 있는 건 '크웨레크웨레'다. 외국인. 이방인. 그 나라에 속하지 않는 타인이 바로 나다. 그런 말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던 나는 인간다운 삶을 찾아 다시 도망치지만, 엉터리 거래 끝에 닿은 요하네스버그는 형하고 나에겐 죽음의 땅이나 다를 바 없다. 낯선 땅에서 열다섯을 맞은 나에게 가해진 외국인 혐오증은, 내가 돌봐야 하는 우리 형한테 일어난 '그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 일'이 없었다면, 나는 회의실에 앉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거리 축구 월드컵 선수 팀의 마지막 훈련을 위해 회의실에 모인 아이들은 모두 다른 곳에서 왔다. 케이프타운이라는 도시에서는 이방인이지만, 슬픔과 죽음에서는 이방인이 아닌 아이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거리에서 살고 싶어 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라고, 물건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우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에 변화가 생기고, 흐릿했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고, 더 이상 불안해하지도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축구공의 하얗고 검은 조각 같다.
각각의 조각들이 있어야 완전한 축구공이 되는 법. 나도 내 조각을 덧붙이고 싶지만, 아직은 할 수가 없다. 그 사건이 벌어진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나를 아이들이 쳐다본다. 내 마음 한편에서는 당장 일어나 회의실에서 도망치라고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엔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형이 있었어요. 이름은 이노센트. 형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고, 내 친한 친구였어요."
나는 그렇게 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의 말
200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생한 외국인 혐오증으로 인한 유혈 사태에서 한 남자가 불타 죽는 사진을 보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불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어떻게 왔는지 알았다고 해도 그를 죽였을까?
그 질문에 대한 보다 정확한 대답을 찾기 위해 피난민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그들이 어떻게 우리나라로 들어왔는지 살펴보기로 마음먹었지요.
케이프타운에 있는 스칼라브리니 센터의 무료 급식소(www.scalabrini.org.za)에서 일하면서 주목할 만한 세 명의 짐바브웨 젊은이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어셔 분들라, 판탐, 그리고 라스타가 그들입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몇 시간이나 그들을 인터뷰했고, 그런 과정에서 그들이 난민 신분이라는 사실 말고도 세 사람 다 아버지가 없다는 공통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은 구마구마의 손에 죽었고, 다른 한 사람은 무가베의 군인들이 총으로 쏴 죽였고, 마지막 한 사람은 에이즈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모두 스무 살이 채 안 된 나이였는데, 필사적으로 가족을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그 젊은이들이 돈이 없다는 점과 현재의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그들이 가족을 데려올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젊은이들은 현재 케이프타운의 거리나 고속도로 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라도 지내야 할 형편인데도, 그들은 웨스턴 케이프의 지방 정부가 만든 난민 수용소에서 사는 걸 거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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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시작이야』는 매혹적이면서도 의의 있고, 비통하면서도 희망적이며, 진지하고 심각하면서도 아주 신나는 작품이다. 마이클 윌리엄스는 남아프리카가 직면한 도덕적 딜레마로 우리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한편, 현실감 넘치는 희망과 승리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기운을 북돋운다.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_매튜 퀵,『Sorta Like a Rock Star』『The Silver Linings Playbook』의 작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비백산하여, 주인공 데오와 함께 정신없이 달리게 만든다. 이런 대단한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_도나 조 나폴리,『The Wager』『The Magic Circle』의 작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으며,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스포츠의 힘이 느껴지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피난민으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 내 심금을 울린다. _미톨 퍼킨즈,『Bamboo People』『Secret Keeper』의 작가
애절하고 감동적이다…… 어서 읽으라고 부르짖는,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작품이다. _칼 듀커,『Heart of a Champion』『On The Devil's Court』의 작가
생존, 형제애, 스포츠가 갖는 구원의 힘을 감동적이고도 스릴 넘치게 그린 수작이다. 우리의 데오는 현실 세계에서도 단연 영웅이다. _쥬얼 파커 로즈,『Ninth Ward』의 작가
마이클 윌리엄스는 축구의 매력과, 형제간의 깊은 우애와, 믿기 힘든 불행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는 인간의 정신력을 감명 깊게 묘파해 냈다. _안드레아 데이비스 핑크니,『Bird in a Box』의 작가
굉장하다…… 이 책은 인류애를 위해 꼭 읽어야만 한다. _크리스 크러처,『Deadline』『Whale Talk』의 작가
끔찍한 정치 상황, 외국인 혐오증, 약물 중독 문제 등이 데오가 펼치는 축구 경기와 형제 간 우애에 더없이 적절하게 녹아들어 매 순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윌리엄스는 뛰어난 극작가답게 매우 민감하고도 비참한 이야기를, 간결한 문체로, 실제로 일어난 사건 속에서, 잊히지 않는 인물로 형상화해 낸다. _커커스
서스펜스, 스포츠, 정의가 소설 속에서 이렇게 감동적으로 구현되다니……! _혼 북
<책속으로 추가>
(131쪽)
"이제 달려야 해요. 이곳은 동물들이 사는 곳이에요. 하이에나, 들개, 버펄로, 코끼리가 사는데, 최악은 사자도 여기 산다는 거예요. 줄지어 달려야 돼요. 가능한 데서는 서로 손을 잡고 있어야 해요. 끔찍한 장면을 볼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멈추면 안 돼요. 멈추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은 그냥 놔두고 갈 거예요."
나는 초조하게 주위를 살핀다. 동물은 보이지 않는다. 덤불은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레녹스의 찌푸린 이맛살과 근심 가득한 눈빛을 보면 우리가 무척 위험한 곳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두 남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덤불을 살핀다. 나는 구투에서 있었던 거와 같은 공포의 냄새를 다시금 맡는다. (……) 우리가 떠나온 짐바브웨의 저 먼 숲 위로 해가 떠오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침 공기는 매미와 새 들의 날갯짓으로 분주하다. 하늘은 평소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오늘은 무더울 것 같다. 공원 덤불에 녹색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데, 자세히 보니 저 멀리 수사슴이 우리가 있는 것도 모른 채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을 즐기고 있을 시간이 없다.
"출발!"
레녹스가 말한다. 지금은 달려야 할 때다.
(162∼163쪽)
"그 사람들이 우리 보고 크웨레크웨레라고 했어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외국인. 이방인. 이 나라에 속하지 않는 타인."
그게 바로 나다. 이 나라에서 나는 외국인이다. 나는 다른 나라에서 왔고 이 나라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런 말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 혼자만 그런 게 아니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일자리를 얻으러 온 사람이 수천 명이나 돼. 그래서 코멜레 지역민들한테 곤란한 문제가 된 거야. (……) 코멜레 지역민들을 비난할 수는 없어."
"나라도 화가 났을 거예요. 그렇다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불행하다고 하는 건 왜 그런 거예요?"
"아, 그야 간단하지.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여기 온 사람들은 플라잉 토마토 농장의 노예가 되었거든. (……) 강을 건너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래서 다들 잠자코 있는 거야. 그들이 죽도록 일하고 쥐꼬리만큼 월급을 받는 반면에, 코멜레 지역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돈도 못 받는 거지."
"그래서 거버 감독이 월급을 자기 마음대로 주는 거군요. 50센트만 줘도, 우리는 감지덕지할 테니까요."
그제야 나는 왜 사람들이 한밤중에 화가 나서 속삭였는지 알게 된다.
(219쪽)
저 상자를 가져가야 돼요. 우리 형 거란 말이에요."
나는 함석 상자를 가리키고 말하면서, 그 쓰레기 아닌 쓰레기 상자를 뻔히 본다.
"여기서 당장 꺼져!"
경찰이 나를 붙잡는 순간, 옆으로 누워 있는 사람 머리 모양을 본다. 팔하고 손 모양이 빅스 상자를 향해 뻗어 있다.
나는 주저앉는 것도 모르고, 주저앉는다.
나는 우는 것도 모르고, 운다.
나는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비명을 지른다.
나는 형한테 가는 걸 막는 손들을 느끼지 못하고, 형이 있는 곳까지 간다. 얼굴을 바닥에 대고 돌무더기에 깔려 있는 형한테로.
이제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울음을 그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286쪽)
더 이상 관중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다. 나는 기억과 느낌의 땅으로 슬그머니 빠져나와 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던 걸 모두 갖고 있다. 걱정도 없고, 오직 이 순간만 생각하면 된다. 공이 내 발 앞으로 굴러 온다. 공이 러시아 골문으로 자기를 몰고 가라고 부탁한다. 순간적으로 모든 게 떠오른다. 구투, 베잇브리지, 코멜레 마을에서 했던 경기들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다.
이제 이 데오의 마술을 선보일 순간이다.
나는 러시아 선수를 한 명 제치고 공을 보드에 튀긴 뒤 공중으로 날아오른 공을 머리로 컨트롤한다. 그대로 경기장에서 솟구쳐 오르며 오른발을 크게 휘둘러 강슛을 날린다. 슛은 완벽하다. 열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쏜 공이 똑바로 날아가 러시아 골키퍼를 지나 망을 뒤흔든다. 사람들이 다들 깜짝 놀란다.
목차
목차
제 1부 마스빙고를 떠나며
1. 골인!
2. 똥간 할아버지
3. 얻어맞는 형
4. 투표자 색출 작전
5. 드럼통의 피
6. 경찰서장 아저씨
7. 그린 봄바스
8. 트럭 여행
9. 팻슨의 경기
10. 마이 마리아 찾기
11. 림포포 강의 악어들
12. 구마구마
13. 공원
제 2부 요하네스버그로 오게 된 사연 (8개월 후)
14. 플라잉 토마토 농장
15. 거래
16. 요하네스버그
17. 알렉산드라 흑인 구역
18. 다리에서의 생활
19. 교회에서 지낸 밤
20. 불타 버린 쓰레기
제 3부 테이블 산 (18개월 후)
21. 깨어나기
22. 거리 축구
23. 지옥 훈련
24. 마지막 훈련
25. 한밤중의 달리기
26. 시합 주간
27. 결승전
작가의 말
외국인 혐오와 노숙자 월드컵에 대하여
1. 골인!
2. 똥간 할아버지
3. 얻어맞는 형
4. 투표자 색출 작전
5. 드럼통의 피
6. 경찰서장 아저씨
7. 그린 봄바스
8. 트럭 여행
9. 팻슨의 경기
10. 마이 마리아 찾기
11. 림포포 강의 악어들
12. 구마구마
13. 공원
제 2부 요하네스버그로 오게 된 사연 (8개월 후)
14. 플라잉 토마토 농장
15. 거래
16. 요하네스버그
17. 알렉산드라 흑인 구역
18. 다리에서의 생활
19. 교회에서 지낸 밤
20. 불타 버린 쓰레기
제 3부 테이블 산 (18개월 후)
21. 깨어나기
22. 거리 축구
23. 지옥 훈련
24. 마지막 훈련
25. 한밤중의 달리기
26. 시합 주간
27. 결승전
작가의 말
외국인 혐오와 노숙자 월드컵에 대하여
저자
저자
마이클 윌리엄스
저자 마이클 윌리엄스는 희곡, 뮤지컬, 오페라의 대본을 쓰는 극작가이자 소설가이다. 현재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케이프타운 오페라단의 관리 감독을 맡고 있다. 케이프타운 대학교를 다니면서 라디오 방송극을 쓰기 시작했고, 25세 때 첫 소설인 『아버지와 나 My father and I』를 출간했다. 그동안 아프리카 신화에 바탕을 둔 청소년을 위한 오페라 대본과, 전 세계에서 공연된 심포니 오페라 대본을 썼다. 대표 작품으로는 극찬을 받은 청소년 소설 『불타는 악어 Crocodile Burning』와 세 편의 제이크 멀리건 추리 소설이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야』는 열네 살 소년 데오가 형을 데리고 고향에서 탈출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떠돌며 펼치는 충격적인 생존 이야기로, 감동적이고도 시의적절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데오 형제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알게 모르게 '시작'의 의미를 묻고 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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