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술에 가둘 수 없어(오늘의 시선집 25)
이후남 시집
이후남 시인은 2010년 12월 18일 첫 시 ‘그 사람’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200여 편의 시를 써냈으며, 이번에는 제2시집 『한 잔 술에 가둘 수 없다면』를 펴내었다. 여러 이미지들의 절묘한 배치, 추상과 구상의 조화로운 어울림 등은 그녀의 시들이 갖는 공통 요소이자 특징을 갖고 있으며, 주위에 널려 있는 소외된 이들, 시야에서 벗어난 외로운 존재를, 외면하기 쉬운 이웃들의 아픔들까지도 그녀의 시심은 놓치지 않고 시의 탁자 위에 올려놓고 시적 형상화를 이루고 그 노력과 정성이 아름답다고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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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후남 시인이 2010년 12월 18일 첫 시 '그 사람'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200여 편의 시를 쏟아내고 있다. 참으로 놀랍고 신비스럽기만 하다. 늘 겸허하게 노력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그리고, 자신보다 타인을 더 염려해 주고 챙겨 주는 모습 또한 정겹다.
이후남 시인은 첫 시집 〈쓸쓸함에 대하여〉에서 서두르지 않은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시심의 아름다운 동산을 사뿐사뿐 걸어 다녔다. 그러면서 작위적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시상의 흐름으로 이미지와 손잡고 선명하고도 감칠맛 있는 시의 세계를 구현해 냈다. '아하, 시란 이런 것이로구나, 이래서 시는 감성의 꽃이구나. 시가 인류의 손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은 비결이 이거로구나,' 이러한 느낌과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녀의 시들을 대하면서 독자들은 한없이 행복해 했다. 여러 이미지들의 절묘한 배치, 추상과 구상의 조화로운 어울림 등은 그녀의 시들이 갖는 공통 요소이자 특징이었다. 주위에 널려 있는 소외된 이들, 시야에서 벗어난 외로운 존재를, 외면하기 쉬운 이웃들의 아픔들까지도 그녀의 시심은 놓치지 않고 시의 탁자 위에 올려놓고 시적 형상화를 이뤄 놓았다. 그 노력과 정성이 아름다웠다.
이후남 제2시집 〈한 잔 술에 가둘 수 없다면〉에서는 과연 어떤 시 세계를 펼쳐 놓고 있을까.
제2시집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후남 시인의 시 세계는, 무엇보다도 지각적 이미지의 입체적 배치와 구상과 추상의 조화로움을 통해, 낯설게 하기, 즉 새로운 해석학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이후남 시인의 시들이 정갈하게 시의 특질을 갖추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로써 품격 있는 시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진정성과 성실성을 동시에 만나게 되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해석학을 통해 사물을 관찰하고 인지하여, 이를 이미지의 그릇 위에 올려놓은 시적 형상화를 잘하는 시인으로 오래도록 남게 되길 기원한다. 이후남 제3시집과 그 이후의 시집들에서도, 우리는 더욱 멋진 시들을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명시들을 많이 남겨 주리라 믿는다.서
〈이후남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中에서
- 한실 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 평론
이후남 시인의 제2시집 '한 잔 술에 가둘 수 없어'에 대하여
이후남 시인이 첫 시집 〈쓸쓸함에 대하여〉에 이어 두 번째 시집 〈한 잔 술에 가둘 수 없다면〉을 펴내는 2016년 봄,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계절은 이번에도 여전히 향그런 봄으로 회귀하듯, 이후남 시인은 처음 만났을 때인 2010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순수하고 우아하고 열정적이다. 어쩌면 그리 마음씨가 고울까 할 정도로 그 호수 같은 모습은 한결같다.
이후남 시인이 2010년 12월 18일 첫 시 '그 사람'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200여 편의 시를 쏟아내고 있다. 참으로 놀랍고 신비스럽기만 하다. 늘 겸허하게 노력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그리고, 자신보다 타인을 더 염려해 주고 챙겨 주는 모습 또한 정겹다.
이후남 시인은 첫 시집 〈쓸쓸함에 대하여〉에서 서두르지 않은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시심의 아름다운 동산을 사뿐사뿐 걸어 다녔다. 그러면서 작위적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시상의 흐름으로 이미지와 손잡고 선명하고도 감칠맛 있는 시의 세계를 구현해 냈다. '아하, 시란 이런 것이로구나, 이래서 시는 감성의 꽃이구나. 시가 인류의 손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은 비결이 이거로구나,' 이러한 느낌과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녀의 시들을 대하면서 독자들은 한없이 행복해 했다. 여러 이미지들의 절묘한 배치, 추상과 구상의 조화로운 어울림 등은 그녀의 시들이 갖는 공통 요소이자 특징이었다. 주위에 널려 있는 소외된 이들, 시야에서 벗어난 외로운 존재를, 외면하기 쉬운 이웃들의 아픔들까지도 그녀의 시심은 놓치지 않고 시의 탁자 위에 올려놓고 시적 형상화를 이뤄 놓았다. 그 노력과 정성이 아름다웠다.
이후남 제2시집 〈한 잔 술에 가둘 수 없다면〉에서는 과연 어떤 시 세계를 펼쳐 놓고 있을까. 궁금하다. 이 화창한 봄날, 가벼운 설렘 안고 그녀의 시 세계로 들어가 산들바람처럼 산책해 보도록 하자.
토방 위에 웅크리고 앉아
흥건히 젖어
끈적이는 외로움을 달래리
??????
바람 되어 떠돌던 지난날
낙엽처럼 태워
끼룩끼룩 날려보내리
??????
찬바람 무성한 그 길에
그대 미소 바라볼 수 있다면
잠들지 않는 꽃으로 피어나리
??????
천년이고 만년이고
사립문 위에 달빛 걸쳐놓고
하얀 밤을 지새우리
??????
그리움의 눈물이
앙상한 뼈가 되어
등불 밝힐지라도??
?
햇살처럼 다가올 그대
만날 수만 있다면
흰 구름 되어 달려가리.
- [계절이 가기 전에]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외로움에 젖어 있다. 그 외로움은 토방 위에 앉아 흥건히 젖어 끈적이는 존재로 묘사되어 있다. 아니면, 시적 화자가 토방에 웅크리고 앉아 흥건히 젖어 끈적이는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바람 되어 떠돌던 지난날을 낙엽처럼 태워 날려보내고 싶어 한다.
찬바람 무성한 그 길일지라도 그대 미소 바라볼 수만 있다면 잠들지 않는 꽃으로 피어나고 싶다.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 천년만년 사립문 위에 달빛 걸쳐놓고 하얀 밤을 지새울 수도 있다. 그리움의 눈물이 앙상한 뼈가 되어 등불 밝힐지라도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 흰 구름 되어 달려가고 싶어한다.
사랑하는 그대를 만나고 싶고, 만나 사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선명하고도 강렬하게 표현되고 있다. 지독한 사랑이다. 시적 화자의 인생을 절절절 지배하고 있는 사랑, 그 사랑이 결국 시적 화자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그대를 만나는 것, 그대를 사랑하는 것, 그대와 함께하는 것,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대와의 사랑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추상(외로움, 그리움)과 구상(토방, 흥건히 젖어, 끈적이는, 찬바람, 미소, 잠들지 않는 꽃, 사립문, 달빛, 하얀 밤, 눈물, 앙상한 뼈, 등불, 햇살, 흰 구름)은 입체감으로 시의 의미 줄기를 떠받쳐 주고 있다. 예를 들면, '끈적이는 외로움'이라든가 '그리움의 눈물'이 '앙상한 뼈가 되어'라는 표현 기법은 상당히 세련된 메타포이다. 시적 화자가 곧 외로움(A=B)이고, 그리움의 눈물은 앙상한 뼈가 되어(A는 B가 되어)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시적 화자의 절절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게다가 지각적 이미지의 구현도 멋스럽다. 외로움은 촉각 이미지(흥건히 젖어 끈적이는)와 시각 이미지(토방 위에 웅크리고 앉아)의 도움을 받아, 쓸쓸한 현재의 모습을 부각시켜 놓는 데 성공하고 있다. 또한 청각 이미지(바람 되어, 끼룩끼룩, 찬바람)와 시각 이미지(토방 위, 낙엽처럼, 무성한 그 길, 미소, 꽃, 사립문 위, 달빛 걸쳐놓고, 하얀 밤, 뼈, 등불, 햇살, 흰 구름 되어)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하얀색(사립문 위에 달빛, 하얀 밤, 흰 구름)과 붉은색(햇살, 등불)의 대조를 통해서도 이미지 구현을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표현 기법들은 시적 화자의 염원, 즉 그대를 만나 하얀 밤 지새우며 외로움을 달래고픈 내면을 시적 형상화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호수에 뛰어든
만월을 바라보니
??????
젖은 보고픔이
천리를 달리네.
- [그리움.7] 전문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호숫가에 앉아 호수에 뛰어든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다. '뛰어든'이라는 시어를 통해 시적 화자의 내면을 짐작할 수 있다. 보고픔을 참고 최대한 견디어 왔지만,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심경이 달을 호수에 뛰어들게 하고 있다. 푹 젖은 보고픔은 호수를 건너 저 멀리 천리를 달려 님에게로 달려가고 있다. 그만큼 절절절 님을 보고 싶다. 보고 싶다고 토로하지만, 현실에서는 끄덕도 하지 않는 이별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러한 시적 화자의 마음을 아주 짧은 시로 시적 형상화를 해내는 이후남 시인의 솜씨가 감탄을 자아낸다.
제1시집 이후로 훨씬 이미지 구현과 상징 기법이 세련되어 있다. 인간의 미묘한 정서를 포착해내어, 보다 선명한 그림을 그려내는 시의 특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시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
봄은 왔건만
봄꽃이 피기도 전에
?
상흔의 별자리 하나둘
내 가까이 떠오르고
?
반짝이는 만큼
커져만 가는 아픔 어루만지며
?
어디선가
소리 없이 자라나는 눈물이여
?
달을 품고 돌다
홀로 제 그림자에 얼굴 묻고
?
회한의 강가에 앉아
몇 날 며칠을 울어대는 추억이여
?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린 어깨 다독이며
?
죽는 날까지
부르고 다시 부를 노래여
?
푸른 잎 속으로 깊어가는
여름날에
?
진실로 사랑하고 사랑한
옛 슬픔의 그림자여.
- [이별]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 역시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봄이 왔지만 여전히 이별의 아픔과 상흔의 흔적이 가까이 있다. 그래서 그것을 어루만지며 눈물 흘리고 있다. 소리 없이 자라나는 눈물, 상흔의 별자리, 커져만 가는 아픔 등이 그 슬픔의 강도가 얼마나 큰지를 말해 주고 있다. 추억마저 울어대고 있다. 달을 품고 돌다 홀로 제 그림자에 얼굴을 파묻고서 회한의 강가에 앉아 여러 날을 울어대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시적 화자는 아예 이 슬픔의 아픔이 죽는 날까지 이어지리라고 여긴다.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린 어깨 다독여 준다 할지라도, 죽는 날까지 이별의 아픔과 그로 인해 흘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하고 있다. 부르고 또 부르고 다시 부를 노래일 거라고 단정하고 있다. 짙푸르게 깊어 가는 여름날에 진실로 사랑했던 그 님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시적 화자는 그 님을 옛 슬픔의 그림자라며 애써 그 속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이미 지난 슬픔, 즉 옛 슬픔이다. 게다가 그것은 그 그림자일 뿐이다. 그러니, 이제는 벗어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내면의 위로가 깔려 있다.
이 시를 읊조리고 난 뒤에는, 옛 슬픔의 그림자를 훌훌 털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리라는 의지를 의식의 밑바탕을 깔게 된다. 부디 시적 화자가 그 그림자에서 탈출하여, 보다 밝은 인생으로 도약하기를 기원해 본다.
하늘만 바라보이는 허름한 오두막집에
커다란 굴뚝 하나 심어 놓고
상흔의 알갱이 탈탈 쓸어내려
장작더미 속에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밤새도록 불을 지피리
가벼움으로 문고리 흔드는 한 근의 바람과
포근한 구름 한 채와???
눈물인 듯 글썽이는 하얀 이슬 한 가마
총총히 뿌려
발아래 씩씩한 무명초 한 뼘 굳세게 살고 있는??
그곳에서
백발이 성성한 책상 위에
별 닮은 책 한 지게 부려 놓고
벙어리 라디오랑 방바닥 뒹굴며
물방울무늬 스카프로 얼굴 가린 채
두 손 내려두고 고요히 앉아
문밖만 바라보는 귀머거리 선풍기와 한가로이 누워
햇살 희롱하는 나비.
- [나]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하늘만 바라보이는 허름한 오두막집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 의식은 현대 문명이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곳으로 가서, 거기서 커다란 굴뚝 하나 심어 놓고 상흔의 알갱이는 모조리 털어내어 아궁이의 장작더미 속으로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밤새도록 불을 지피겠다고 한다. 이제까지 자신을 짓눌러 왔던 상흔들로부터 결별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시적 화자가 진정 원하는 그곳은 가벼움으로 문고리 흔드는 한 근의 바람과 포근한 구름 한 채와 눈물인 듯 글썽이는 하얀 이슬 한 가마 총총히 뿌려 발아래 씩씩한 무명초 한 뼘 굳세게 자라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
이 시를 읽고 있는 독자는 이 현란한 이미지 구현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하, 이런 게 이미지로구나!' 독자의 가슴에는 뭔지 모를 이미지 구현으로 인한 시적 감흥이 파도처럼 일렁이게 되는 순간, 또 다시 이미지 구현의 참맛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그 시심이 너울대는 그곳에서 시적 화자는 백발이 성성한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그 책상 위에 별 닮은 책 한 지게 분량을 부려 놓고, 벙어리 라디오랑 방바닥을 뒹굴겠다 한다. 물방울무늬 스카프로 얼굴 가린 채 두 손은 얌전히 내려놓고 고요히 앉아 문밖만 바라보고 있는 귀머거리 선풍기와 한가로이 누워 햇살 희롱하는 나비가 되겠다 한다.
여기에 이르러 독자는 시적 화자의 내면 속으로 퐁당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시가 왜 이 땅에 존재하는지, 왜 시는 감성의 장르인지, 왜 시는 이미지가 살아 있어야 하는지를 동시에 깨닫게 해주는 순간, 이 순간을 이후남의 시에서 만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시가 아름답다면, 우리 독자는 평생 시 속에 잠겨 살아도 무한히 행복하리라 믿는다. 안 그런가.
특히, 상흔을 알갱이와, 바람을 한 근과, 구름을 한 채와, 이슬을 한 가마와, 무명초를 한 뼘과, 책상을 성성한 백발과, 책을 한 지게와, 라디오를 벙어리와, 선풍기를 귀머거리와 연결시킨 이미지 구현이 백미이다. 이처럼 아름답고도 선명하게 이미지 구현을 해내는 이후남 시인이 자랑스럽다. 참 멋지다.
이른 아침부터
시름시름 앓으면서
그렇게 보내
파리하게 보내
?
맹물같이?싱겁게
그리 떠나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강아지처럼 촐랑대며
티끌만 한 마음자락이라도
앙 붙들고?매달렸어야 했는데?
퉁퉁 부어오른 허무만
뒹굴뒹굴 굴리며
그렇게 보내
맥없이 보내?
입술 끝에 얼얼한 말
온종일 퍼 올리며 ?
그렇게 보내
아프게 보내.
- [당신에게.2] 전문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이른 아침부터 시름시름 앓으면서 파리하게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크게 후회하고 있다. 맹물 같이 싱겁게 사랑하는 이를 보낸 점, 강아지처럼 촐랑대며 티끌만 한 마음자락이라도 붙들고 매달리지 못한 점 등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이별을 막지 못한 자신의 소극적 태도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어느덧 퉁퉁 부어오른 허무만 시적 화자를 괴롭히고 있다. 그 허무는 뒹굴뒹굴 굴러다니고 있다. 그래서 더 맥없고 힘없다. 아무리 입술 끝에 얼얼한 말 온종일 퍼 올려 보지만, 아픈 가슴은 여전하다. 이러한 내면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보내어 알리고 싶은 듯, 시적 형상화를 통해 절실히 표현하고 있다.
파리하게, 맥없이, 아프게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적 화자가 시 속에서 가련히 여겨지도록 이미지 그릇을 만들어 놓고 있다. '맹물, 강아지'라는 보조관념까지 동원한 직유법을 통하여, 시적 화자의 마음을 당신이 알아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과연 님은 이 소망을 알아보고 받아줄 것인가. 궁금하다. 이처럼 아픈 이별을 왜 하나? 이별하기 전에 서로 한 발 물러서 양보하고, 상대의 약점과 빈 구석을 자신의 장점으로 보완해 주는 것이 지혜롭지는 않을까. 이러한 이후남 시인의 메시지가 여기에 잔류하여 호소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아프게 피어나는
파란 눈물
길어 올리지 말자
?
가시에 찔릴 때도
울렁거리는 물결
하얀 지느러미 달고
펄떡이는 고독일랑
건져내지 말자
?
손끝 발끝에서
새파랗게 질린 비늘
하나 하나 떨어질 때마다
울어대는 밤을 좇는
나비의 선홍빛에
다시는 젖꼭지를 물리지 말자.
- [슬픔에게] 전문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이렇게 다짐을 한다. 이후로는 아프게 피어나는 파란 눈물은 길어 올리지 말자, 가시에 찔린다 해도 울렁거리는 물결이나 하얀 지느러미 달고 펄떡이는 고독을 건져내지 말자, 손끝 발끝에서 새파랗게 질린 비늘 하나둘 떨어질 때마다 울어대는 밤을 좇는 나비의 선홍빛에 다시는 젖꼭지를 물리지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이러한 다짐이 신선한 낯설게 하기를 통해 다져지고 있다. 낯설게 하기와 선명한 이미지 구현과의 만남, 이게 어쩜 시의 특질을 가장 잘 구비하는 기법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로 시의 맛이 좋다. 길어 올리지 말아야 할, 아프게 피어나는 파란 눈물에서 구상과 추상의 입체화가 보기 좋다. 가시에 찔릴 때 울렁거리는 물결과 하얀 지느러미 달고 펄떡이는 고독이라는 지각적 이미지의 입체화도 고급스럽다. 그리고 파란 눈물과 하얀 지느러미와 새파랗게 질린 비늘과 나비의 선홍빛에서, 파랑과 하양과 선홍빛의 색깔 입체화도 선명한 이미지 구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마지막에서 나비의 선홍빛에다 다시는 젖꼭지를 물리지 말자로 낯설게 하기의 묘미는 시 전체의 신선도와 이미지를 최대로 살려 놓고 있다. 시인의 표현 기법이 이제는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
밥내음 슬쩍 쥐고
달랑달랑 따라다니는 아픔 한 톨
퉁퉁 부은 소맷자락 물고
흘러내리는 슬픔 한두 마디
둘둘 말아 등에 업고
흰 꼬리 부르튼 외로움 한 덩이
뚝 떼어내
차라리
서늘하게 패인 옆구리에
진줏빛 커다란 고리 하나 내어
걸어두고 싶다.
- [사랑하니까] 전문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사랑에 깊이 빠져 있다. 그러면서 깨달은 감성 하나, 그것은 바로 밥내음 슬쩍 쥐고 달랑달랑 따라다니는 아픔 한 톨, 퉁퉁 부은 소맷자락 물고 흘러내리는 슬픈 한두 마디 등을 둘둘 말아 등에 업고, 또 흰 꼬리 부르튼 외로움 한 덩이 뚝 떼어내 서늘하게 패인 옆구리에 진줏빛 커다란 고리 하나 내어 걸어두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왜?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아픔, 슬픔, 외로움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사랑하니까 그까짓 성가신 요소를 제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니까 그런 수고를 감수하고, 사랑하니까 길게 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마음 정리를 해놓겠다는 것이다. 사랑하니까, 그 힘든 마음의 깊은 곳을 나름대로 치유하겠다는 것이다. 사랑하니까, 밀려오는 방해요소들을 기꺼이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보이는 이후남 시인의 표현 기법 중 하나는, 추상(아픔, 슬픔, 외로움)과 구상(밥내음, 달랑달랑 따라다니는, 퉁퉁 부은 소맷자락, 흰 꼬리, 서늘하게 패인 옆구리, 진줏빛 커다란 고리)의 절묘한 입체화이다. 또한 지각적 이미지의 입체화 또한 절묘하다. 후각 이미지(밤내음)와 시각 이미지(달랑달랑, 퉁퉁 부은, 소맷자락 물고, 흘러내리는, 둘둘 말아, 흰 꼬리, 뚝 떼어내, 패인 옆구리, 진줏빛 커다란 고리)와 근육감각 이미지(슬쩍 쥐고, 물고)가 어우러져 감칠맛 나는 이미지가 그려지고 있다.
이제 이후남 시인은 이미지의 효용성을 터득한 듯하다. 그리하여 한층 격조 높은 시 창작의 궤도로 진입한 듯하다.
할머니는
그제도 오늘이고
어제도 오늘이고
오늘도 오늘이다
?
오빠 학교 가고 없는데
오빠를 부르고
조금 지나
또 오빠를 찾는다
?
한참을 말없이
왔다 갔다 하던 할머니
오빠 어디 갔느냐며
또 걱정이다
?
우리 오빠 학교에서
돌아올 때쯤
할머니는
아기처럼 깊이 잠든다.
- [울 할머니] 전문
이 시의 시적 화자는 할머니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보고 있다. 할머니에게는 늘 오늘이 있을 뿐이다. 그제도 어제도 모두 그냥 오늘일 뿐이다. 시적 화자의 오빠가 학교에 갔으나, 할머니는 모른다. 오빠를 부르고, 조금 지나 또 오빠를 부른다. 치매임에 틀림없다. 한참을 말없이 왔다 갔다 하던 할머니가 또 오빠 어디 갔냐며 걱정의 목소리로 찾는다. 이런 할머니를 관찰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시선은 반전의 그림 앞에 멈춘다. 하루종일 오빠를 찾던 할머니는 정작 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쯤 아기처럼 깊이 잠들어 버린다. 시의 끝에서 독자의 미소를 자아낸다.
반전을 통한 이 미소가 이 시의 맛과 멋을 살려내고 있다. 이 시는 관조의 프리즘과 동심의 프리즘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치매 할머니를 둔 집안의 공동 관심사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길게 서술하지 않아도, 짧은 시 속에서 치매 할머니를 바라보는 복잡 미묘한 정서가 시적 형상화로 잘 포착되고 있다. 이 땅의 시가 길지 않아도, 짤막한 시 속에도 얼마든지 깊은 성찰을 담을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 주고 있는 듯하다. 또한 평이한 시어들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품격 높은 시들을 써낼 수 있다는 사례를 만나게 해주고 있다.
?
놀란 수은주마저
쑥 내려가 올라올 줄 모르는
한겨울
?
우물쭈물하는 사이
흐름이 막혀 떨다
싸늘한 눈물 주루룩 쏟아낸다
?
거센 바람 머리채 흔들어도 실눈썹 하나
끌려가지 않던 그녀
천둥 번개 달려와 사납게 할퀴어도
묵묵히 받아주던 그녀
?
맵고 질긴 손아귀 벗어나지 못해
하루하루 말라가는 줄기마냥
늘어져 앙상하다
?
연민하게 끌어온 생
이제는 돌아앉아
목련 꽃?처럼 희고 고운 웃음 짓는데
?
눅눅한 몸 터는 비릿한 어둠 뒤켠
머지않아 하늘 모롱이에 그리움 한 칸 어리겠다.
- [그냥 없는 거야] 전문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아주 추운 겨울에 눈물을 주루룩 흘리다 축 늘어져 앙상하다. 예전에는 거센 바람이 머리채 흔들어도 실눈썹 하나 끌려가지 않던 그녀였다. 심지어 사납게 할퀴는 천둥 번개일지라도 묵묵히 받아주었었다. 그런데도 맵고 질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 하루 하루 말라가는 줄기가 되어가고 있다. 연민하게 이끌어 온 삶이 이제는 돌아앉아 목련 꽃잎처럼 희고 고운 웃음을 짓고 있는데, 그녀는 눅눅한 몸 터는 비릿한 어둠 뒤켠에 앉아 있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하늘 모퉁이에 그리움 한 칸 어릴 가능성이 커졌다. 어찌해야 하나. 그리움 한 칸 어리도록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미리 제거할 것인가. 시적 화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 시에서는 촉각 이미지(떨다, 싸늘한, 할퀴어도, 눅눅한)와 후각 이미지(비릿한), 미각 이미지(맵고 질긴), 시각 이미지(우물쭈물, 흐름이 막혀, 눈물 주루룩, 실눈썹, 끌려가지, 할퀴어도, 말라가는 줄기, 앙상하다, 목련 꽃잎, 희고 고운, 하늘 모퉁이), 청각 이미지(거센 바람, 천둥 번개, 웃음) 등의 어우러짐, 또 지각적 이미지와 추상(연민, 그리움)의 어우러짐 등이 이 시의 디코럼을 더욱 높여 주고 있다.
둥둥둥
마중물 길어 올리듯
가슴 깊이 드리운 두레박
힘차게 끌어당기자
오선지에 펼쳐 놓은
울고 웃는 세상 속으로
와락 뛰어들어가
뒤뚱뒤뚱 놀아 보자
깜박깜박 황색등 켜며
겁주는 세월 앞에서
누추히 무릎 꿇지 말자
마음 자락 붙들고
발 빼는 두려움도
손 내미는 설레임도
다 같이
시들어 누운 감성 줄기에
솟구치는 열정 콸콸 뿌려
썰렁하던 가슴 벌판을
향내 진동하는 꽃밭으로 가꿔 보자
둥둥둥
화끈하게
둥둥둥.
- [드럼 사랑]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인생의 답답함을 드럼에서 풀고자 하고 있다. 마중물 길어 올리듯, 가슴 깊이 드리운 두레박을 힘차게 끌어당기자 한다. 오선지 위에 펼쳐 놓은 울고 웃는 세상 속으로 와락 뛰어들어가 둥둥둥 소리에 맞춰 뒤뚱뒤뚱 놀아 보자 한다. 깜박깜박 황색등 켜며 겁이나 주고 윽박지르는 세월 앞에서 누추히 무릎 꿇지 말자 한다. 자꾸만 마음 자락 붙들고 발 빼고 웅크리기만 하는 두려움이랑, 손 내미는 설레임이랑 함께 시들어 누운 감성 줄기에 솟구치는 열정 콸콸 뿌리자 한다. 그래서 썰렁한 가슴 벌판을 향내 진동하는 꽃밭으로 가꿔 보자 한다. 둥둥둥 소리에 맞춰 화끈하게 둥둥둥 드럼을 치며, 생애 못다 한 내면의 세계를 펼쳐 보자 한다. 평소에는 억눌러 두웠던 내면과 의식과 마음과 감성까지도 일깨워 둥둥둥 드럼을 치자 한다. 그리하여 세월 앞에 당당해지고, 가슴속 열정도 꺼내어 쓰고, 설레임까지 동원하여 다시는 감성이 시들어 눕지 못하도록 하자 한다. 그렇게 되면 썰렁했던 가슴 벌판은 열정의 꽃으로, 향내 진동하는 활기의 꽃으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자, 저 드럼 소리가 들리는가. 둥둥둥, 둥둥둥. 청각 이미지(둥둥둥, 울고 웃는 세상, 콸콸, 둥둥둥, 화끈하게, 둥둥둥)와 시각 이미지(마중물, 두레박, 오선지, 깜박깜박, 황색등, 시들어 누운, 솟구치는)와 근육감각 이미지(힘차게 끌어당기자, 와락 뛰어들어가, 무릎 꿇지, 붙들고, 발 빼는)와 후각 이미지(향내 진동하는)의 조화로움을 동원한 구상과 '가슴 깊이, 겁주는, 마음 자락, 두려움도, 설레임도, 감성 줄기, 솟구치는 열정, 가슴 벌판' 등의 추상이 어우러져 생동감 있는 드럼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시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이미지로 그려낸 시가 왜 우리 감성에 깊이 파고드는지, 잘 보여주는 시이다. 이런 시를 자유자재로 쓰고 여러 표현 기법들을 잘 소화해내는 이후남 시인에게 아낌없는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지금까지 우리는 제1시집 〈쓸쓸함에 대하여〉의 발간 이후, 제2시집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후남 시인의 시 세계를 몇 편의 시를 통해 살펴보았다. 무엇보다도 지각적 이미지의 입체적 배치와 구상과 추상의 조화로움을 통해, 낯설게 하기, 즉 새로운 해석학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이후남 시인의 시들이 정갈하게 시의 특질을 갖추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로써 품격 있는 시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진정성과 성실성을 동시에 만나게 되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해석학을 통해 사물을 관찰하고 인지하여, 이를 이미지의 그릇 위에 올려놓은 시적 형상화를 잘하는 시인으로 오래도록 남게 되길 기원한다.
이후남 제3시집과 그 이후의 시집들에서도, 우리는 더욱 멋진 시들을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명시들을 많이 남겨 주리라 믿는다.
- 혹독한 추위를 잘 견디고 찬란히 피어나는 봄꽃들을 달콤히 바라보며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동화작가, 희곡작가, 화가, 사진작가)
목차
목차
작가의 말
祝詩_박덕은
1장 - 봄
2장 - 여름
3장 - 가을
4장 - 겨울
저자
저자
1963년 전북 임실 출생
〈문학공간〉 신인문학상 시 당선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실문예창작 회원
한꿈 문학회 회원
포시런 문학회 회장
제1시집 〈쓸쓸함에 대하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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