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머문 자리(오늘의 시선집 26)
이인환 시집
이인환 시집 『그리움 머문 자리』. 맑은 호숫가에서 시심에 젖어 사는 물망초, 우리 문우들은 이인환 시인을 그렇게 부른다. 닉네임 ‘물망초’는 요즘 이인환 시인의 대변자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그 어떤 문명의 황사가 침범하지 못하는 시인의 내면, 그곳에서 열정의 시심이 자라고 있고, 거기서 시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신비스럽기까지 하다(이인환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中에서, - 한실 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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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맑은 호숫가에서 시심에 젖어 사는 물망초, 우리 문우들은 이인환 시인을 그렇게 부른다. 닉네임 '물망초'는 요즘 이인환 시인의 대변자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그 어떤 문명의 황사가 침범하지 못하는 시인의 내면, 그곳에서 열정의 시심이 자라고 있고, 거기서 시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이인환 시인이 한실문예창작 포시런 문학회를 찾아온 첫날, 세상은 이미 아름다운 시꽃들을 마음의 동산에 꽃피워 놓고 있었다. 지난 2년여 동안 그 시꽃들은 온갖 비바람, 눈보라에도 끄떡하지 않고 피어나, 지금 이처럼 영근 시의 열매들을 싱그럽게 맺어 놓았다. 특히 이인환 시인의 시적 성장은 아프리카tv "낭만대통령의 문학 토크"를 통해 더욱 빛을 발했다. 매주 쉬지 않고 발표하는 열정, 시와 시조, 두 장르로 오가며 펼치는 도전 정신은 날이 갈수록 튼실한 시 창작의 탑을 쌓아놓았다. 특히 7.5조 시의 개척은 주목할 만했다. 매끄러운 리듬은 마치 김소월의 시를 만난 듯한 반가움까지 선물해 주었다.
이인환 시인의 시를 맛보고 감상하고 감싸 안은 독자들은 행복하다. 좋은 시를 만나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얼싸안고 감동 받는 모습처럼 좋은 인간의 모습도 드물 테니까. 시와 인간은 아주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이다. 시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떠받쳐 주는 발판 중 하나이다. 시를 모르고, 시를 외면하고, 시 창작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을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시가 주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생은 서글플 테니까.
이제 우리는 이인환 제1시집의 아름다운 시 세계를 산책하여 얻은 상큼함 못지않게 이인환 제2시집의 출간을 벌써부터 기대해 본다. 그 역시 아름답고 가치 있고 의미 깊을 테니까.
〈이인환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中에서
- 한실 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 평론
이인환 시인의 시집 '그리움 머문 자리'에 대하여
맑은 호숫가에서 시심에 젖어 사는 물망초, 우리 문우들은 이인환 시인을 그렇게 부른다. 닉네임 '물망초'는 요즘 이인환 시인의 대변자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그 어떤 문명의 황사가 침범하지 못하는 시인의 내면, 그곳에서 열정의 시심이 자라고 있고, 거기서 시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이인환 시인이 한실문예창작 포시런 문학회를 찾아온 첫날, 세상은 이미 아름다운 시꽃들을 마음의 동산에 꽃피워 놓고 있었다. 지난 2년여 동안 그 시꽃들은 온갖 비바람, 눈보라에도 끄떡하지 않고 피어나, 지금 이처럼 영근 시의 열매들을 싱그럽게 맺어 놓았다. 특히 이인환 시인의 시적 성장은 아프리카tv "낭만대통령의 문학 토크"를 통해 더욱 빛을 발했다. 매주 쉬지 않고 발표하는 열정, 시와 시조, 두 장르로 오가며 펼치는 도전 정신은 날이 갈수록 튼실한 시 창작의 탑을 쌓아놓았다. 특히 7.5조 시의 개척은 주목할 만했다. 매끄러운 리듬은 마치 김소월의 시를 만난 듯한 반가움까지 선물해 주었다.
이인환 시인의 시적 성장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우선 그녀의 초기 시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그리하여 그녀가 추구하는 향그런 시 세계를 맛보며 행복한 시간을 잠시 갖도록 하자.
산자락향 품은 오솔길
휘몰아친 비바람 눈물 되어
우산 속 눈망울에 물안개 피네
허기진 숨결 목이 메어
토해내는 그리움
사랑한 적 없었다
주문처럼 되뇌이면 잊혀지려나.
- [어느 겨울날]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안고 산자락향 품은 오솔길을 걷고 있다.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을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눈물이 흐르고, 눈망울에는 물안개가 피어 시야가 흐려지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허기진 숨결은 목이 메어 그리움을 토해내고 있다. 시적 화자는 지금 그리움에 몹시 힘겨워하고 있다. 입술로는 '사랑한 적 없었다'고 중얼거리지만, 그렇게 되뇌인다 해서 잊혀질 것 같지 않은 그리움, 이 때문에 더욱 힘들어한다. 잊혀지길 바라지만, 잊고 싶지 않은 님,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처지,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지만,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님, 그 님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 고백이 절절절 흐르고 있다.
겉과는 달리, 시적 화자의 내면은 '사랑하고 싶다. 미치도록 사랑하고 싶다'가 줄줄줄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이 애틋함을 어찌할 것인가. 독자의 마음까지 함께 아려온다. 과연 이 시적 화자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님을 만나 사랑을 확인할 그날이 과연 올 것인가. 이러한 의미를 담기 위해 후각 이미지(산자락향)과 청각 이미지(휘몰아친 비바람, 허기진 숨결, 목이 메어, 주문처럼, 되뇌이면), 시각 이미지(오솔길, 우산 속, 눈망울, 물안개)의 조화로움, 추상(그리움, 사랑, 주문, 잊혀지려나)와 구상(산자락, 오솔길, 비바람, 눈물, 숨결, 토해내는, 되뇌이면)의 입체화 등이 이 시의 시적 화자의 안쓰러움을 더욱 선명히 드러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붉은 정 물들이고파
낭떠러지에 부딪혀
하얗게 울부짖는
서러운 음률
바위와 물풀에 휘감겨 돌며
새소리 바람소리 불러 모아
손길 잡고 흘러내리네
가슴속 새긴 님 오는 그날까지
장미꽃 열정의 계절에도
쏟아지는
애틋한 숨결소리
창공에서 내려준 물기둥 잡고
활짝 핀 무지개 자락에 안겨
눈부시게 빛나네
사무친 꽃향기 스미는
찬란한 봄날
안타까운 기다림의 물결 타고서.
- [폭포] 전문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폭포에 눈길을 고정시켜 놓고 있다. 어쩜 시적 화자 자신이 폭포가 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폭포를 통해 자신의 하소연을 표출하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서러운 음률인 폭포는 붉은 정 물들이고 싶어서 낭떠러지에 부딪혀 하얗게 울부짖는다. 때로는 바위와 물풀에 휘감겨 돌며, 때로는 새소리 바람소리 불러 모아 손길 잡고서, 장미꽃 열정의 계절에도 애틋한 숨결소리 쏟아내며 흐르고 있다. 때로는 창공에서 내려준 물기둥 잡고 활짝 핀 무지개 자락에 안겨 눈부시게 빛나며 떨어지고 있다. 사무친 꽃향기가 스미는 찬란한 봄날에는 안타까운 기다림의 물결을 타고서 달려가고 있다. 언제까지? 가슴속 새긴 님 오는 그날까지.
우와! 단순해 보이는 폭포가 이 시 속에서 다채로운 이미지로 다가와 독자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이미지 구현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아름답다 못하여 눈물겹도록 애틋하다. 힘차게 쏟아 내리는 폭포를 다루면서도, 시적 화자의 안타깝고 애틋한 가슴이 잘 표현되어 있다.
사랑하지만, 열정 다해 사랑의 품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실현되지 못하는 사랑, 그래서 그리움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적 화자의 내면을 싱그러운 폭포의 이미지(하얗게 울부짖는 서러운 음률, 새소리 바람소리 불러 모아, 손길 잡고 흘러내리네, 쏟아지는 애틋한 숨결소리, 활짝 핀 무지개 자락에 안겨, 눈부시게 빛나네, 안타까운 기다림의 물결 타고서)를 동원하여 선명히 그려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매우 아름다운 이미지 구현을 여기서 만나게 되어 독자는 기쁘다. 뿐만 아니라, 시의 참맛이 느껴져 독자의 감성은 더욱 행복에 젖게 된다.
계절 따라 형형색색
가슴에 담아
연분홍 봄바람으로
꽃피우는 곳
출렁이는 물결 위에
드러낸 속살
깔깔대는 수줍음이
강물처럼 흐르는 곳
스산한 가을바람 위에
덧칠하는 숨결소리 가빠지면
낭만이 별빛으로 찬란히 쏟아지는 곳
소복이 눈 덮인 달밤
하얀 그리움이
부엉이로 울부짖는 곳
숙박 예정일도 없이
여장 풀고 외로이 머무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곳.
- [호숫가 예쁜 집]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호숫가 예쁜 집으로 여행 떠나고 싶어한다. 숙박 예정일도 없이 여장 풀고 머물 수 있는 곳, 그러나 동행하는 이가 없어 외로이, 그래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곳에서 한동안 지내고 싶어한다. 연분홍 봄바람으로 꽃피어나고, 깔깔대는 수줍음이 강물처럼 흐르고, 낭만이 별빛처럼 찬란히 쏟아지고, 겨울 달밤에 하얀 그리움이 부엉이로 울부짖는 그런 곳에서, 혼자서 조용히 며칠 동안 머물러 있고 싶어한다.
왜 그럴까. 왜 집을 떠나 그런 외딴곳에 여장을 풀고 싶어할까. 도대체 이 시적 화자에게는 어떤 마음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걸까. 왜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걸까. 무슨 변화가 가슴에 일고 있는 걸까.
아마도 내면에 파도처럼 일고 있는 열정, 거기서 비롯된 사랑, 이룰 수 없는 운명이 낳은 그리움, 이 감성들을 정리하고 싶은 건 아닐까. 어찌하여 그런 감성들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이 미묘한 감성들을 담아내는 표현 기법이 감탄을 자아낸다. '연분홍 봄바람으로 꽃피우는', '깔깔대는 수줍음이 강물처럼 흐르는', '가을바람 위에 덧칠하는 숨결소리 가빠지면', '낭만이 별빛으로 찬란히 쏟아지는', '하얀 그리움이 부엉이로 울부짖는' 등의 표현에서 보이는 이미지 구현이 예사롭지 않다.
세월의 나이가 지긋한 이인환 시인의 손끝에서 이런 세련된 이미지들이 이처럼 싱그럽게 쏟아져 나오다니, 어찌 놀라워하지 않겠는가.
한겨울밤못다 한 사랑의 눈물창가에수줍은 듯 내려앉는다견딜 수 없는 그리움에너무 보고 싶어함께 느끼고 싶어그 창에 얼굴 묻고하염없이 운다아픈 눈물까지 얼어붙어 고백이 더욱 애절하다이대로 영원히멈추어다오봄은 다시 오지 말아라.
- [성에]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못다 한 사랑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것도 한겨울밤에. 그 눈물이 창가에 수줍은 듯 내려앉는다. 견딜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너무 보고 싶고 함께 느끼고 싶다. 그 창에 얼굴 묻고 하염없이 울고 있다. 흐르는 아픈 눈물은 얼어붙어 버린다.
동시에 시적 화자의 고백은 더욱 애절하게 부각된다. 그 순간 시적 화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이대로 멈춰달라고, 봄은 다시 오지 말라고.
이보다 더 슬픈 장면이 어디 있겠는가. 수많은 문장으로도, 긴 소설로도 다 담을 수 없는 긴 얘기를 이렇듯 짤막한 시구절로 압축해내는 이 솜씨, 정말 칭찬할 만하다.
역시 시는 이미지 시라야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나 보다. 영화 한 장면처럼 선명하고도 은은히 그려내는 이미지 시, 이게 오래도록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고 또 앞으로도 영원히 그 사랑을 유지해 가리라 여겨진다. 이인환 시인의 시 창작에서 이미지 구현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인환 시인의 시는 자유시에만 머물지 않고 7.5조 시로 발을 뻗고 있다. 이 시 영역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 문학사에서 7.5조 시는 민족혼과 연결되어 있어, 소중히 다루어야 할 장르이다.
왜 우리 민족은 7.5조 시를 좋아할까. 혹시 핏속에 7.5조 리듬이 유전인자로 박혀 있지는 않을까. 이인환의 7.5조 시를 통해, 그 세계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여전히 머무는 정 계절의 길목함박눈 소복소복 쌓여져 가네보고파 가고 싶다 그대 가슴밭숨결처럼 뛰는 맘 그리움 함께홍매화 드레스도 춤추는 달밤눈보라 모진 떨림 대나무 숲속아린 추억 묻고 온 수년 기도 탑온갖 욕심 비운 채 푸른 정절로마디마디 힘찬 힘 뻗어 나가네그 길 따라 가고파 함께 손잡고파도소리 선율 탄 예쁜 바닷가고독의 아름다움 품은 바다섬붉은 열정 한아름 품에 안고서새하얀 눈꽃 모자 동백 보금터오늘은 고백하리 불 같은 사랑.
- [설원 단상]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함박눈 내리는 밤에도, 홍매화 피는 달밤에도 그리움에 가슴이 뛰고 있다. 그대에게로 가고 싶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눈보라 치는 대숲을 바라보며 욕심 비운 채 푸른 정절로 살아가는 대나무를 통해 자신을 진정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마디마디 힘차게 뻗어 나가는 대나무가 오히려 열정의 길잡이로 여겨진다. 아린 추억을 묻고, 해온 기도에도 불구하고, 대나무의 힘찬 힘이 뻗어 나가는 그 길 따라 함께 손잡고 가고 싶다. 그대가 있는 곳으로 치달려가고 싶다. 그 어떠한 정절도, 기도의 힘도, 추억 묻고자 하는 절제력도 아무 소용이 없는 듯하다. 오로지 그대에게로 나아가, 그리움을 충족시키고 싶다. 그 어떤 세상의 가치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대와의 사랑을 이루고 싶다.
시적 화자는 파도소리 선율 탄 바닷가에 이르러서도, 고독을 품고 서 있는 바다섬을 바라보면서도, 그대에게로 향한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붉은 열정 한아름 품고서 눈꽃 모자를 쓰고 있는 동백꽃을 바라보면서 불 같은 사랑 고백을 하고자 다짐한다.
이룰 수 없었던 사랑, 이루고 싶은 사랑, 아직 이룰 가능성이 없는 사랑, 그러기에 더욱 가슴 아픈 사랑. 그리하여 더욱 애틋한 시적 화자의 마음은 7.5조의 리듬에 실어져 더욱 절절히 호소되고 있다. 이게 7.5조의 독특한 매력이 아닌가 싶다.
??바라기 열정의 꿈 붉게 태우며꺼진 등 다시 켜서 꽃피운 환희못다 한 사무친 정 고이 간직해새콤달콤 음률로 수놓은 길에오늘도 손길 그만 놓으라 하네감동 담은 예쁜 집 산밑에 지어눈보라 휘몰아쳐 창 흔드는 밤모든 방에 모조리 불 밝혀 놓고하염없이 누구를 기다리는가서러움 삼키던 날 다독여 준 님그제야 아린 심장 끌어안고서힘겨워 타는 숨결 하얀 순정아가녀린 수초꽃은 목이 메이고사무친 그리움만 너울거리네.
- [잊지 말아요]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바라기 열정의 소유자이다. 그 열정의 꿈을 붉게 태우며 살아가고 있다. 꺼진 등도 다시 켜서 환희를 꽃피우며 살아가고 있다. 못다 한 사무친 정은 고이 간직해 틈만 나면 새콤달콤 음률로 수놓으며 지내고 있다. 그 길에 오늘도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있다. 이제 그만두지, 이제 그만해, 이 정도면 됐지 않아. 할 만큼 했어, 기다릴 만큼 기다렸잖아, 수많은 속삭임이 귀에 어른거리고 있다.
그래 잊자, 잊고서 감동 담은 예쁜 집을 산밑에 짓고, 살아가자. 눈보라 휘몰아쳐 창 흔드는 밤에도 방마다 모조리 불 밝혀 놓고 살자. 아니, 그렇게 되면, 또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님을 잊기 위해 산밑의 집으로 갔는데, 거기서도 여전히 님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간다는 말인가. 이래도 저래도 생각나는 님, 서러움 삼키던 날 다독여 주던 님. '아, 이제야 깊이 느껴지는 따스한 정, 아린 심장 끌어안고서 힘겨워 타는 숨결, 하얀 순정을 선명히 느낄 수 있구나.' 가녀린 수초꽃처럼 목이 메이고 사무친 그리움만 너울거리는 이 순간, 시적 화자의 눈물겨운 기다림은 더욱 독자의 가슴을 울려 주고 있다.
그나마 7.5조라서 물결치듯 다가오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은 배가 되고 있다. 시의 의미와 시적 화자의 심경을 더욱 선명히, 더욱 애틋하게, 더욱 애절하게 돋보이도록 도와주는 7.5조, 김소월 시인처럼 이인환 시인도 이 7.5조 리듬의 효용성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꿈처럼 짧은 여정 선물로 받아정겨운 산모롱이 둥지 틀었네그리워라 그 풍광 눈물나도록허둥지둥한 연륜 노을로 서서보고픔 젖어들어 바라본 정아마음결 한 자락에 안겨온 설렘오호라?숨은 열정 스쳐갔건만이제야?아롱거려 가슴 흔드나애틋한 그 인연과 쌓여진 추억곁에만 있어 줘도 벅찬 사랑아깊은 밤 창 흔들어 찾아온 바람행여나 님의 발길 서성임인가하얀 밤 고요 안에 스며든 숨결숨죽여 온몸 가득 채워논 채로그대가 오는 길목 기다리려네.
- [그리움.2]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꿈처럼 짧은 사랑의 여정을 가슴에 안고 정겨운 산모롱이에 둥지를 틀었다. 유달리 산자락, 산모롱이, 산밑을 좋아하는 이인환 시인의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맡고 있는 시적 화자, 그녀는 노을을 바라보며 보고픔에 젖어들어 옛정을 그리워하고 있다.
아무리 몸은 도시에서 떨어져 시골 산모롱이로 둥지를 틀었다 할지라도, 눈물나도록 그립기는 마찬가지다. 마음결에 안긴 설렘도, 숨은 열정도 잊혀지거나 스쳐간 게 아니라, 아롱거려 가슴 흔드는 존재가 되고 있다.
애틋한 그 인연과 쌓여진 추억도 그대로 살아 있다. 곁에만 있어 줘도 벅찬 사랑이라 여기는 마음도 그대로다. 그러니, 잊기는커녕 더욱 애타는 가슴만 더 커졌다.
깊은 밤 창 흔드는 바람만 대해도 님 생각, 행여나 님의 발길이 아닌가 하며 귀기울이고, 하얀 밤 고요 안에 스며든 숨결 숨죽인 채 온몸 가득 채워놓은 채로 님이 오는 길목에 가서 기다리겠다는 대목에 이르러 독자는 할 말을 잃고 만다.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시적 화자의 사랑, 누가 말릴 수 있단 말인가. 어느 누가 이 열정을 막아설 수 있단 말인가. 어느 때든 님에게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시적 화자, 그 어떤 경우에도 님을 잊지 않고 사계절 내내 기다리겠다는 다짐을 매번 새롭게 하는 시적 화자를 그 누가 설득할 수 있겠는가.
지독한 사랑앓이를 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내면이 7.5조 리듬 위에 신비스레 펼쳐지고 있다. 이 시가 갖고 있는 정서가 독자에게 쉽사리 전달되어 이입되는 것도 바로 이 7.5조 리듬의 덕택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리듬을 잘 활용하는 시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인환 시인의 자유시와 7.5조 시에 못지않게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시는 시조이다. 2016년 가을부터 휘몰아 쓰기 시작한 시조, 그것도 3연 이상 이끌어가는 연시조가 무려 50여 편에 이른다. 한 편 한 편 정성을 다한 시조라서, 품격이 갖춰져 있는 시조라서 놀랍기만 하다. 평소 만나는 자리에선 수줍게 말하고, 자신 없다 말하고, 부끄럽다 말하곤 하는 그녀의 연시조 창작은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절절절 토해내는 그리움의 시적 형상화가 독자를 웃겼다 울렸다 한다. 그 연시조의 시 세계로 들어가 보자. 푸르름 나래 펴서 정든 님 손길 잡고향그런 산등성이 위에서 춤을 추네어얼싸 설렘의 숨결 불태우며 두둥실한 마리 작은 새야 어쩌다 사랑 잃고차디찬 하늘 날며 설원에 홀로 우나그리운 추억 한 자락 가물가물 어리네산 너머 붉은 연민 새벽깃 물들여도보고픔 사무쳐서 날갯짓 퍼덕이네바람아 날게 해다오 님 가슴에 붙어서.
- [날고 싶다]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1연에서 푸르름의 나래를 펴서 정든 님의 손길을 잡고서 향그런 산등성이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설렘의 숨결 불태우며 어얼싸, 두둥실 춤을 추고 있다.
3434 3434 3543 정형시조의 율격을 그대로 지키면서, 시상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지켜가면서, 시적 형상화를 이미지로 꾸려가고 있다. 놀라운 솜씨다.
2연에서는 한 마리 새를 객관적 상관물로 활용하고 있다. 어쩌다 사랑 잃고 차디찬 하늘 날며 설원에 홀로 울고 있나, 이러면서 시적 화자는 자신과 새를 일치시킨다. 그리고는 그리운 추억 한 자락 가물가물 어린다고 새와 시적 화자의 처지를 자연스레 일체화시켜 버린다. 이 솜씨 또한 세련되어 있다.
3연에서는 산 너머 붉은 연민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 연민은 새벽깃 물들여도 보고픔 사무쳐서 날갯짓을 퍼덕이고 있다. 이런 모습에 안타까운 시적 화자는 바람에게 부탁한다. 님의 가슴에 붙어서 날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그 꿈이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적 화자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나 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은 님의 가슴에 붙어서, 님과 함께하면서,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고, 때로는 어얼싸 두둥실 춤추며 살고 있다.
아주 소박하지만, 사랑의 진수에서 가장 중요한 동행, 같이 애환을 나누며 가까이 붙어서, 가슴에 껌처럼 붙어서 살고 싶어하는 시적 화자의 의지에 독자는 합류하고 싶어진다. 이러한 심경으로 독자를 끝까지 이끄는 시적 화자와 시인의 시 창작 솜씨가 새삼스럽게 좋아 보인다. ?????????????????? 하늘가 새 한 마리 바람결 따라가다날갯짓 애처롭게 살포시 앉고 보니물안개 가득 품은 산 두렵기만 하구나푸르게 솟아올라 향내음 머리 이고보고픔 얼싸안고 사랑꽃 곱게 피워겹겹이 돌고 돌아서 단잠 자고 싶어라별빛길 산모롱이 외롭고 쓸쓸해서천천히 가는 길목 서러워 멈추는가날아라 산 정상까지 추억 남길 때까지.
- [그리움 머문 자리]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하늘가 바람결 따라가는 새 한 마리를 좇고 있다. 날갯짓 애처롭게 살포시 앉을 때에야 비로소 어느 곳에 와 있는지를 알게 된다.
물안개 가득 품은 산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 시적 화자의 내면으로 두려움이 몰려든다. 역시 주위 환경이 아무리 아름답고 신선해도 님이 없는 곳은 외롭고 쓸쓸하고 두렵기만 하는가 보다.
이번에는 푸르게 솟아올라 향내음 머리에 이고 보고픔 얼싸안아 본다. 사랑꽃 곱게 피어 겹겹이 돌고 돌면 단잠 자고 싶다. 하지만, 이건 그저 바람일 뿐이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넋두리일 뿐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와 보면, 별빛길 산모롱이에 서 있는 자신의 외롭고 쓸쓸한 모습뿐, 천천히 가는 길목 서러워 멈춰서는 모습뿐,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자, 시적 화자는 갑자기 소리친다. 날아라, 산 정상까지 추억 남길 때까지. 하지만, 그건 공허한 메아리일 뿐, 아무 대답이 없다. 이 시조 역시 님이 곁에 없는 삶은 아무 가치가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이 시조 역시 정형시조의 율격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시적 화자의 세계관을 독자에게 선명히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자욱이 새벽 안개 여명빛 품은 아침어판장 빠져나와 좌판대 작은 바다물고기 파닥거리며 울부짖네 애틋이푸른 물 파도 타고 마음껏 춤추던 곳맛과 멋 찾는 발길 그 앞에 우뚝 설 때어이타 잡혀 들어와 설운 눈물 흘리나항구의 외진 곳에 뱃고동 울음소리고향길 그리워서 인기척 피하느라죽은 듯 엎드린 채로 서글픔을 곱씹네.
- [선창가]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여명의 빛 품은 아침에 부둣가를 거닐고 있다. 어판장을 지나 좌판대의 작은 바다를 만난다. 거기서 물고기들이 파닥거리며 울부짖고 있는 모습에 애틋이 눈길을 보낸다.
좌판대에 얹혀져 있는 물고기 신세나, 정착하지 못하고 뜨내기가 되어 실의에 잠겨 있는 시적 화자나 같은 처지, 물고기의 파닥거림은 곧 시적 화자의 파닥거림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속으로 울부짖는다.
한때는 푸른 파도와 같았다. 마음껏 춤추고 맛과 멋을 찾아 발길 옮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비참한 현실이라는 좌판대로 잡혀와 설운 눈물 흘리며 나자빠져 있는 신세가 마냥 처량하다. 후회해 봐도 소용없다. 항구의 외진 곳, 뱃고동 울음소리만 들리는 곳, 고향길 그리운 곳, 하지만 인기척 피하느라 죽은 듯 엎드린 채로 서글픔을 곱씹고 있는 물고기나 다름없는 신세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한숨을 내쉬어 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인기척까지 피하고 있는 자신, 죽은 듯 엎드려 있는 좌판대의 물고기 같은 존재, 이게 피부로 선명히 전달되는 시적 형상화, 이 얼마나 실감나는 표현인가.
이인환 시인의 창작 열기와 성실은 우리 모두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는 점이다. 소녀처럼 수줍어하면서도, 결코 중단하지 않는 시 창작의 길, 그 길을 걸어가는 열정이 뜨겁다. 또 그 길을 걸어가는 성실성이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창작해낼 거라는 믿음을 준다. 멋있다.
그녀의 시 하나 하나, 이미지 구현과 낯설게 하기, 그리고 리듬의 아름다움을 잘 갖춰 놓고 있어, 시의 특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 또한 멋지다.
필자가 사는 동네의 작은 공원에서는 60~80대 할아버지들이 모여 동전치기나 윷놀이를 한다. 하루는 돈을 잃었다가 하루는 손해를 보완하며 지낸다. 사계절 내내 그렇게 보낸다. 그 중 어떤 분은 감정이 상해 멀리 이사를 떠나기도 한다. 비 오는 날과 눈 오는 날만 빼고는 그러한 일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과는 달리, 이인환 시인의 일상은 보람찬 시 창작으로 가득차 있다. 그 열매들 또한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으로 자리잡는다.
자유시 한 편 한 편, 7.5조 시의 한 행 한 행, 시조의 리듬 한 자락 한 자락, 모두 보석이 되어 독자들의 가슴을 울려준다. 아름답다. 찬란하다. 의미 깊다.
지금까지의 이인환 시인의 창작 생활은 시작에 불과하다. 벌써 제2시집의 집필에 들어간 그녀의 시 창작의 세계가 점점 더 기대가 된다. 어디까지 그녀의 시향은 번져갈 것인가. 어디까지 시의 멋을 펼쳐 나갈 것인가. 기다려진다. 만나고 싶다.
이인환 시인의 시를 맛보고 감상하고 감싸 안은 독자들은 행복하다. 좋은 시를 만나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얼싸안고 감동 받는 모습처럼 좋은 인간의 모습도 드물 테니까. 시와 인간은 아주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이다. 시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떠받쳐 주는 발판 중 하나이다. 시를 모르고, 시를 외면하고, 시 창작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을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시가 주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생은 서글플 테니까.
이제 우리는 이인환 제1시집의 아름다운 시 세계를 산책하여 얻은 상큼함 못지않게 이인환 제2시집의 출간을 벌써부터 기대해 본다. 그 역시 아름답고 가치 있고 의미 깊을 테니까.
- 꽃샘추위가 끝나고 너도나도 활짝 피어나는 봄꽃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동화작가, 희곡작가, 화가, 사진작가)
목차
목차
작가의 말
祝詩_박덕은
1장 - 입술타령
2장 - 기억하니 예쁜 새야
저자
저자
경북 성주 출생
대구여자상업고 졸업
〈문학공간〉 신인문학상 시조 당선
곡성 문학 백일장 수상
한실문예창작 회원
한꿈 문학회 회원
포시런 문학회 회원
꽃스런 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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