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피는 꽃(도반의 시 4)(반양장)
도정 스님 시집
시인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도정스님을 대할 때면 그 순수한 눈빛과 밝은 웃음에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시를 대할 때면 더욱 그렇다. 마치 섬세한 현악기처럼 세상의 미세한 떨림까지 그대로 가슴에서 떨린다. 그러니 독자의 가슴도 떨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강릉항 방파제 주변의 풍경을 연기법으로 풀어내는 수행자의 날카로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어찌도 이리 가슴 저리게 다가오는 것인가. 바로 이것이 시를 읽는 맛이다.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마음으로 읽혀지는 것이다. 어쩌면 부처님도 시인이 아니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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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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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피는 꽃
누워서 피는 꽃이 있었다지요.
전지 쳐 버려진 배나무 가지에
밤새 봄비가 촉촉이 내려
이화(梨花)가 피었다지요.
그 꽃
품고 누워
울다 울다
하 세월 기다리던
그대인 줄 또 몰랐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워서 피는 꽃이 아닐런지요. 누구든 영원히 살 수는 없지요.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밤새 촉촉이 내려 준 봄비의 인연으로 그렇게 꽃을 피우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아닐런지요. 그 꽃에 너무나 공감해서 그 가녀린 생명이 너무나 슬퍼서 아니면 너무나 아름다워서 울고 또 울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 꽃이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던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면, 그 꽃이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하면서 찾던 그것이라고 한다면, 그 꽃이 그렇게 분명하고, 당당하며, 영원한 그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요.
'승려 시인'으로 이미 알려져 있는 도정 스님의 두 번째 시집 <누워서 피는 꽃>이 출간되었다. 도정 스님은 하동 쌍계사에서 원정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고, 양산 통도사에서 고산 큰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아 현재는 합천 용지암의 주지로 있으면서 쌍계사 율원에서 수행 정진을 하고 있다.
"제게 있어서 시를 쓴다는 것은 ...... 자신의 상(相) 속에 대상의 의미를 가둬 두거나 관념으로 대상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포옹하는 일입이다. 그래서 시작(詩作)은 늘 겸손을 배우는 일입니다.
수행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아닌 일체 세계로부터 배움의 길을 가는 것이겠습니다.
이 배움은 대상을 나와 다름없는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세계는 수용과 사랑의 대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시인의 말 중에서 -
선지식들이 늘 말씀하시는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라'는 것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 것일까 항상 의문이다. 있는 그대로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스님의 글에서 한줄기 단서를 찾았다.
철저한 자기 낮춤..,
겸손...,
그대로 수용하는 것...,
그렇다 내 방의 불을 꺼야 별빛이 보이는 것이고, 성 밖으로 나와야 시원한 들판의 바람을 느끼는 것이다. 내 머릿속의 어떤 관념보다 풀 한포기 자라는 그 지혜가 더 귀한 것임을 알고 스스로를 낮출 때 비로소 세상은 그 화엄의 빛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니 스님의 시는 금으로 된 비단에 꽃을 바치듯 화엄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강릉항 방파제에서
잠 못 드는 등대를 찾아 말도 못하고 오래도록 안아 주었습니다. 사납던 동해가 해면(海面)에 달빛을 베풀었습니다 어선 한 척, 제 몸에 집어등 밝히며 방파제를 미끄러져 나갔습니다
물결은 배보다 늘 한 발 뒤늦게 따릅니다 내 안에 만파수(萬波水)도 뒤따라 일렁입니다 젖어 오는 물안개 속에서 밤을 지새울 때 바람의 머릿결이 등대에 감깁니다 등대의 불빛은 지난 사랑의 가물거리던 미소 덕분에 야속함이 이내 애달파졌습니다 밤이 새자 바다는 신열(身熱)로 돌아눕습니다 지난 밤, 방파제 어둠 속으로 한 여인이 울며 울며 홀로 걸었던 탓입니다
시인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도정스님을 대할 때면 그 순수한 눈빛과 밝은 웃음에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시를 대할 때면 더욱 그렇다. 마치 섬세한 현악기처럼 세상의 미세한 떨림까지 그대로 가슴에서 떨린다. 그러니 독자의 가슴도 떨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강릉항 방파제 주변의 풍경을 연기법으로 풀어내는 수행자의 날카로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어찌도 이리 가슴 저리게 다가오는 것인가. 바로 이것이 시를 읽는 맛이다.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마음으로 읽혀지는 것이다. 어쩌면 부처님도 시인이 아니셨을까.
함박눈
세상이 하얗게 된 것은
하늘을 뒤집어 놓은 덕분이라고
한 번쯤
뒤집어 놓고 보면
속 것은 희다고
무명(無明) 장막이
아래
땅에서
함박눈으로
뿌드득
뿌드득
밝아왔습니다.
그렇다. 우리들 마음이 본래는 흰 것이었다. 시인의 하얀 마음도 함박눈과 함께 하얗게 밝아 왔는가 보다. 그래서 눈오는 날을 우리가 좋아하는 것일까?
도정 스님의 시는 매우 감성적이고 애절한 느낌이 들지만 서정시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시원하게 깨달음의 경지를 노래하고 있는 선시도 아니다.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늘 만나고 있는 대상 속에서 하얗고 하얀 천진한 마음이 울고 웃고 노는 그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꽃으로 피는 그런 시이다.
타고난 시인이 어떤 인연으로 수행자가 되어서 이렇게 아름답고 재미있는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름을 붙이면 늘 조금은 어색해지지만 조금은 겸손하게 수행시라고 하면 어떨까.
도정스님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김도정이라는 이름으로 집필 활동을 하며 시를 나누고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독자들은 스님의 시를 감상하고 또 스님과 짧은 문답을 나누며 어쩌면 조금씩 자신들의 하얀 마음을 찾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본래 시인으로 태어나서 수행자가 되었던 스님은 그렇게 또 빛을 밝히며 누워서 피는 한송이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봄의 막바지에 참 기쁜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시집을 만났으니 말이다.
시인의 말
제게 있어서 시를 쓴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며, 일체 세계와의 공감을 자아내는 일입니다.
자신의 상(想) 속에 대상의 의미를 가둬 두거나 관념으로 대상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포옹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시작(詩作)은 늘 겸손을 배우는 일입니다.
수행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아닌 일체 세계로부터 배움의 길을 가는 것이겠습니다.
이 배움은 대상을 나와 다름없는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세계는 수용과 사랑의 대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런면에서 이번 시집 <누워서 피는 꽃>이 제 자신에게 위로가 됩니다.
저와 인연지어진 모든 이들께 평소의 인사말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늘 평안하소서."
목차
목차
누워서 피는 꽃 / 이별 뒤에 / 겨울비는 내리고 / 봄이 왔다 가는 건 / 귀신처럼 /
님이 오시나 / 낙엽을 쓸며 /사랑니 / 산골 / 은성이 자전거 타기 / 비와 그대 /
생인손 앓던 시절 / 동해의 밤을 보내며 / 소나기 한때 / 부추 꽃 / 초겨울 아침 /
개똥의 단맛 / 경월소주 / 송아지 동요와 한계점 / 셈을 치르다 / 말의 고민 / 장마
2. 찔레꽃 낙화
눈 내리던 날 / 열대야 넘는 소릿날 / 아침 풍경 / 강릉항 방파제에서 / 함박눈 /
찔레꽃 낙화 / 가을볕에서 / 생강나무 꽃차 / 딱다구리 사방찬 /
가서는 오지 않겠다니요 / 말은 / 마음과 삼색 사탕 / 고드름 /인생이 뭐냐시니 /
스님, 어디 가세요 / 눈송이 / 불나방의 흔적 / 어떤 식생활 / 매화차 / 뉘가 거기에 계셔 /
백지장 겨울 뜨락 / 백중 차 공양 / 메리고라운드 / 석우네 개 / 혼자 있는 밤 / 풀벌레 우는 밤
3. 할매의 상사화
조 씨네 할머니 / 입수구리 / 바람과 햇볕 아래 / 말이 안 통해요 / 철없는 중 /
임종을 앞둔 선물 /내캉 살아요 /할매와 상사화 / 법당 문을 닫으며 / 콩밭 / 그 해 겨울 /
진주댁 / 우리 할매 조으르십니다 / 광장의 열반경 / 봄까치꽃 / 비의 마을 끝에서
발문 - 만우 스님...하 세월 기다리던 그대
저자
저자
양산 통도사에서 고산 큰스님으로부터 비구계 수지
첫 시집<정년, 꿈이기에 사랑을 다 하였습니다.>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
경남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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