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온도(시읽는 어린이 81)(양장본 Hardcover)
구옥순 동시집
구옥순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 시인은 『말의 온도』에서 우리가 평범하게 인식하고 있는 자연의 순리를 색다른 시선으로 되새기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시인이 보기에 자연은 늘 자신들의 언어로 우리에게 속삭인다. 더 이상은 외면하지 말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시인은 나직하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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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수많은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81번째 도서가 출간되었다. 구옥순 동시인이 세 번째로 펴내는 『말의 온도』다.
구옥순 시인은 1981년 문단에 나온 이래 '땀 흘리는 삶의 아름다움'과 '인간적인 삶에 대한 소망' 등 굵직한 주제를 아동의 눈높이에 맞춰 노래해 왔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동시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었고, 출간한 동시집으로 <부산아동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내놓는 작품마다 문단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출간된 『말의 온도』는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해설을 쓴 공재동 시인은 그간의 작품에서 보인 무거운 주제의식은 사라지고, 맑고 순박한 동심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하였다. 이러한 평가는 아마도 눈과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을 좀 덜어내었더니 진정한 동심으로써 세상을 마주하게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고 시인의 주제의식이 희미해진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거운 주제의식을 떨쳐버리고 맑고 순박한 동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 덕에 새로운 주제의식이 시에 담기게 되었다. 공재동 시인은 그것을 '생태적 사유'라고 정의 내렸다. 이처럼 『말의 온도』에서는 자연과의 상생과 포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동시라는 틀 속에서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쉬운 문장과 따뜻한 이야기로 말이다.
눈 묻은/외투자락 휘날리며/잠자는 아기 방 창을/덜컹덜컹 두드린다//
혹시나/아기 감기 들까/성큼 들어서지는 못하고//
하얀 눈 나라/눈꽃 이야기/주머니 가득 담아 왔는데//
꽁꽁 언 얼음나라/고드름 이야기/소곤소곤 들려주고 싶은데//
잠자는 아기 방 창에/하얀 크레용으로/호호 그림만 그린다.
―「겨울바람」
「겨울바람」은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다. 그러나 시를 풀어내는 시인의 방식은 기존에 봐 오던 것과는 구별된다. "눈 묻은 외투자락 휘날리며 잠자는 아기 방 창을 덜컹덜컹 두드린다"라는 1행까지는 매섭게 몰아치면서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바람의 이미지와 같다. 그러나 이후부터 나오는 내용을 통해 시인은 겨울바람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알고 보니 겨울바람은 아기에게 들려주고 싶은 하얀 눈 나라, 눈꽃 이야기, 꽁꽁 언 얼음나라, 고드름 이야기를 주머니 가득 담아 왔던 것이다. 아직 어린 아기는 겨울이라 밖에도 못 나가고 따뜻한 집 안에서만 겨울을 보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겨울의 세상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특히 하얗게 덮인 풍경과 마치 조각처럼 매달린 고드름을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겨울바람은 자신 때문에 아기가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아쉬움이 남아 차마 떠나질 못하던 겨울바람은 아기가 깨어나 밖을 내다볼 창문에 하얀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린다. 시인은 어떠한 그림일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하지만 겨울바람이 아기를 위해 가져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그가 그려 놓은 그림이 다음날 아기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구옥순 시인은 『말의 온도』에서 우리가 평범하게 인식하고 있는 자연의 순리를 색다른 시선으로 되새기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시인이 보기에 자연은 늘 자신들의 언어로 우리에게 속삭인다. 더 이상은 외면하지 말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시인은 나직하게 말하고 있다.
더욱이 도시의 어린 독자들에게는 자연과 친해질 계기가 없다. 때문에 시인은 그러한 계기를 주고 싶은 마음과, 시를 곱씹으며 생태적 사유를 하여 종국에는 자연을 아끼고 함께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려면 우선 시가 어렵지 않아야 한다. 어른 시인이 지닌 무거운 주제의식을 앞세우는 것보다는 아이들의 시선과 언어로 자연을 바라봐야 두 존재 사이의 간극이 더 좁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두 시도 마찬가지이다.
아침 햇살이/넓은 풀밭에 들러//
눈물 젖은 풀잎들을/달래고 있다//
풀잎 귀에 대고/뭐라고 소곤거리는지/풀잎들이 반짝 웃고 있다.
―「이슬」 전문
가문 날/흙은 거인의 입이다//
비가 오지 않아/쩌억쩌억 터진 입술//
물뿌리개로/뿌려도 뿌려도/큰 거인이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듯/끝도 없이 들어가는 물//
흙은 입도 크다.
―「흙의 입」
「이슬」과 「흙의 입」을 읽은 독자가 바라볼 자연의 모습은 읽기 전과 분명 다를 것이다. 이처럼 『말의 온도』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연을 그린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공재동 시인은 1부에서는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을, 2부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3부에서는 자연이 주는 교훈을, 4부에서는 자연에서 깨달은 이치를 순박한 동심으로 표현하였다고 분석하였다. 그림을 그린 유진희 화가는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일러스트를 통해 이러한 시의 주제를 살리고 여운을 남기는 장기를 발휘하고 있다.
시인은 "고구마 한 개라도/저 혼자 크는 법이 없다."(「지렁이」)라고 말한다. 쉼 없이 흙 골라 주고 숨구멍 틔워 주는 지렁이가 있어야 잘 크기 때문이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더 많은 존재들이 필요할 것이다. "같이/마음을 모았다가//같이/마음을 열었다가" 하면서 함께 "사이좋게//아름다운 여행을 떠"나는 지퍼처럼(「지퍼의 여행」) 친구도 필요할 것이고, 쌍꺼풀이 없어도 "감실감실 눈웃음치는/네 눈이 더 예쁘단다/밤하늘의 초승달처럼."(「쌍꺼풀이 없어도」)이라고 말해주는 어른도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덧붙여 「시도 뜸이 들어야」에서처럼 급하게 지어낸 시가 아니라 책상 한 귀퉁이에 누워 뜸 들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그야말로 잘 익은 시도 필요하지 않을까? 잘 익은 동시들이 모인 『말의 온도』를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추천사]
『말의 온도』는 맑고 순박한 동심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환경 위기에 대한 부드럽지만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간의 유일무이한 환경인 자연은 동시문학의 영원한 소재이며 핵심 주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동시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아동문학의 '생태적 사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연은 인간과 평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환경론적 생태시는 이미 성인시에서는 다양한 양식으로 시도된 바 있다. 『말의 온도』에는 자연과의 상생과 포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동시라는 틀 속에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즐겨 다루었던 착하고 밝은 심성의 어린이가 되라는 교훈적 요소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동시집이다.
─공재동(동시인)
목차
목차
비 1 / 비 2 / 이슬 / 웃을 수 있는 자격 / 바람 / 칡덩굴에게 한마디 / 흙의 입 / 들국화 / 산 나리꽃 / 칡꽃 / 겨울바람 / 흙 / 장구벌레 / 지렁이
제2부 둘은 사이좋게
조가비가 하는 말 / 선생님의 도시락 / 장마 뒤의 햇살 / 지퍼의 여행 / 네가 날 좋아하려면 / 텃밭 가꾸기 / 마음 비우기 / 도미노 게임 / 안전거리 / 풀내음 향수 / 조각보 / 인간 저울 / 감자와 고구마 / 말의 온도
제3부 불꽃처럼 아름답게
늑대들의 촛불 시위 / 말의 씨앗 / 떨어진 모과 / 생강 파뿌리차 / 촛불 / 흙은 기다릴 줄 안다 / 어처구니가 뭐야? / 나비야 제비야 깝치지 마라 / 앗, 나의 실수 / 보자기의 꿈 / 수세미도 고맙대! / 소금과 설탕 / 나폴레옹 모자 / 쌍꺼풀이 없어도 / 시도 뜸 들어야
제4부 이젠 김장독이 되고 싶다
청개구리 기상청 / 나무젓가락의 자기 소개서 / 이젠 김장독이 되고 싶다 / 다 쓰일 때가 / 수영장에 사는 쥐 / 반짇고리함 / 메주 / 스카치테이프 / 휴지가 잘하는 것 / 항아리 / 가시 있는 말 / 선풍기 / 이젠 바다라는 이름으로
[해설] 이젠 바다라는 이름으로_공재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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