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기다리며(지혜사랑 87)
김성조 시집
김성조의 시집 『영웅을 기다리며』. 저자는 1993년 《자유문학》 시 부문으로, 2013년 계간 《미네르바》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자연, 가족, 자아라는 큰 축을 핵심 모티프로 자신의 내면과 삶의 모습을 성찰한다. 《이제 지상의 나무들은》, 《상수리나무 아래서의 사랑》, 《그 여자를 흐르는 빛》, 《잘 익은 단풍나무 하나》, 《하루 중 가장 외로운 한 때》 등 다양한 시를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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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김성조 시인은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고,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다. 1993년『자유문학』시 부문으로, 2013년 계간『미네르바』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그늘이 깊어야 향기도 그윽하다』,『새들은 길을 버리고}가 있고, {부재와 존재의 시학』등의 학술 서적을 출간했으며, 현재 한양대 강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성조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기도 한 {영웅을 기다리며}는 이 세상의 삶의 쓸쓸함과 그 고통의 산물이며, 그 결과, 난세의 삶을 초극할 수 있는 문화적 영웅에 대한 그리움의 산물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내 안의 슬픔으로 늘 그리운 그는/ 어느 날엔가 소리없이 번쩍 날아와/ 내 정신의 공백 채워줄까/ 세상이 시시하고 쓸쓸한 날엔/ 영웅이 그립다." 그렇다. 시는 그리움의 산물이고, 난세에는 진정한 영웅이 탄생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김성조의 시는 세 개의 축이 튼실하게 받들고 있다.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핵심 모티프는 자연·가족·자아에 대한 관심과 성찰인데, 이것이 김성조의 시를 김성조의 시답게 직조한다. 이 세 개의 큰 기둥으로 지어진 김성조의 시편들은 거칠기 짝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왜 굳이 시를 마음에 담아두어야 하는가를 눈물겹게 보여준다. 가령, "어머니, 어머니??부르듯/달, 달, 달님??하자/달이 내게로 왔다//아무도 달이 내 몸속에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찰랑찰랑 달의 푸른 숨소리//그 숨소리에 맞춰 숨을 쉬고/걷고 생각하고 잠이 든다//이제 내 생애는 달빛처럼 서늘하다"(「무인도 2」)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김성조는 '달=어머니=나'를 은밀하게 등가관계로 승화해서 어두운 시대를 건너가는 디딤돌로 삼으려 한다. 이러한 김성조의 시적 건물(시집)에 들 때 우리는 그 어떤 물질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안온함을 느낄 것이며, 그리하여 스스로 좀 더 따스해져서 남에게도 아름다운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김성조의 시편들이 지닌 최상의 미덕이라 확신한다.
- 이상호, 시인, 한양대 교수
이 시집은 '오래된 지도'입니다. 지도 속의 풍경은 고요합니다. 고요한 풍경 속에는 벌거벗은 나무도 있고, 울지 않는 '귀머거리 새들'도 살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추억 속에 들어앉은 '외로움을 몰라도 되는 일곱 살 의젓한 선비'의 분신입니다. '일곱 살'이 감당하기 어려운 '선비'가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돌려버린 '나목'과 '귀머거리 새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외로움'은 세상과 교신하는 모르스 기호입니다. '외로움'은 '내 뜰 안 고요에 자족하는 아버지의 걸음걸이를' 유산으로 물려받게 만드는 알리바이이기도 합니다. '뜰 밖' 문명의 분주한 발걸음을 따라잡지 못하는 시의 '느린 행보'를 '면벽에 든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그 행보가 '해탈을 담보하지 않는 고행'의 면모를 보여주는 까닭입니다. 따라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늘 집을 짓지 못한다'고 타박할 근거도 불충분합니다. '오래된 지도'가 고아(古雅)한 시의 집 한 채를 지어낼 설계도 역할을 온전히 감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협지를 보면
세상이 어지러울 때
숨어있던 고수 번쩍 나타나
세상을 평정하고 또 훌쩍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를 영웅이라 했다
영웅은 당대 한 명만 태어난다고 했고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래 그런지 나는 아직 영웅을 만나지 못했다
이 시대의 영웅은 어디에 있는가
빛나는 이름 자칭 영웅들을 비껴
어디 한가로운 세상을 흐르고 있는가
말갈기 흩날리며 계곡을
누비던 말굽소리 들린다
번쩍이는 눈, 구름처럼 피어나고
바람처럼 사라지던 발자국들
그러나 달빛 아래 시름 깊은 사내
한숨에 녹아드는 한 꽃잎을 물고
먼 남쪽 바다를 건너간다
지금 내 안에 반란이 일어났다
달려와 나를 거두어 평정해 주지 않는가
아직도 내 소리 듣지 못했다면 그는
참 아득히도 멀리 있나보다
내 안의 슬픔으로 늘 그리운 그는
어느 날엔가 소리없이 번쩍 날아와
내 정신의 공백 채워줄까
세상이 시시하고 쓸쓸한 날엔
영웅이 그립다
―「영웅을 기다리며」전문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그리운 달 서러운 달 쓸쓸한 달
달을 보면 기도한다
매번, 기도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바라만 본다
깊이깊이 나를 던진다
내겐 神도 사랑도 친구도 없었다
달빛만이 먼 생애를 쓸어 주었다
어머니, 어머니......부르듯
달, 달, 달님......하자
달이 내게로 왔다
아무도 달이 내 몸속에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찰랑찰랑 달의 푸른 숨소리
그 숨소리에 맞춰 숨을 쉬고
걷고 생각하고 잠이 든다
이제 내 생애는 달빛처럼 서늘하다
―「무인도 2」전문
목차
목차
1부
속도에 대한 단상 12
개나리 환상 13
이명耳鳴 14
이제 지상의 나무들은 16
정오의 기적소리 1 17
정오의 기적소리 2 18
투명인간 20
안개주의보 22
생각하는 버릇 24
무인도 1 26
무인도 2 28
관계 29
혈거를 위한 변명 30
상수리나무 아래서의 사랑 32
나목 33
2부
자유, 아름다운 허구 36
고요한 이별 1 38
고요한 이별 2 39
고요한 이별 3 40
봄날 오후 41
영웅을 기다리며 42
아무도 없다 44
투시透視 45
오래된 지도 46
연기설 48
한 생의 적멸 50
빈집 51
그 여자를 흐르는 빛 52
조팝꽃 봄날 53
꽃이 피었다 54
3부
하산하지 못하는 木佛 58
안부 59
바다에 울다 60
청학서당 뒤뜰 61
보따리산 62
도라지꽃 전설 64
남한강변에서 65
꿈의 대화 66
춘분 68
구절초 69
신호등이 있는 풍경 70
달빛과 엉겅퀴 72
초저녁달 73
잘 익은 단풍나무 하나 74
들꽃에게 75
4부
가을주변 78
난蘭 79
간이역 80
동면의 습관 82
순례자의 잠 83
질그릇 84
절망은 희망이다 86
꽃피는 날은 87
선인장 88
청둥오리 89
하루 중 가장 외로운 한 때 90
달맞이꽃 91
공원 느티나무 92
이 길과 저 길 사이 93
오래된 풀꽃 94
해설편애와 결벽증 사이를 떠도는 섬 박남희 96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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