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다(지혜사랑 시인선 98)
우애자 시집 『새벽을 열다』. 전체 4부로 구성되어 ‘도마 위에 오르다’, ‘한 사발의 한약’, ‘터져버리는 풍선’, ‘목울대 넘어가는 뜨거운 국물’, ‘술잔과 입술’, ‘졸라맨 허리띠’, ‘주름진 거울’, ‘아버지 냄새’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돈은 자본시장에서 혈류血流의 역할을 한다. 현대의 정부는 불황기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한다. 인간의 욕망과 자본시스템의 동력인 돈은"날개도 없이 발도 없이/ 방방곡곡 누빈다". 우애자 시인이 시「돈」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화자가 자본시장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현실인 이라는 강조이다."시뻘겋게 눈을 뜨고 귀를 세운 돈/ 맑은 영혼인양 탈을 쓰고 뽐내는 돈/ 불쌍한 척 고개 떨군 채 독버섯처럼 자라는 돈"의 구절이 있다. 돈이 온갖 형태의 가면을 쓰고 인간생활에 간섭하는 수단이라는 표현이다.
자본시장에서는 돈이 물신物神이기에 자본이 주체가 되고 인간은 객체가 된다. 자본의 가치창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산업사회이전에서는 인간이 주체였고 돈이 수단이었다. 금융자본이 전 지구적인 생산과 소비의 메커니즘을 결정하는 현대는 인간을 자본시스템의 부속으로 고용하고 해고한다. 즉 '돈이 나를 세고 있다'는 상황이 된다.
----김백겸 시인, 계간《시와표현》주간
어스름 새벽녘, 어김없이 옷을 입는 이가 있다. 가락시장에서 멸치 경매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분주한 모습이 있다. 하루를 시작할 때나, 밥을 먹을 때나, 누군가를 만날 때나, 무슨 일을 하든지 자애로운 마음을 갖겠다고 다짐하는 이가 있다. 정직한 마음으로 인생이라는 푸른 바다를 향해 꿈꾸며 나아가는 시인이 있다.
우애자 시인은 가락시장에서 여자 경매사로 유일하다. 그 험한 시장복판에서도 소녀 같은 수줍은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가슴에 늘 품고 있는 시심이 있기 때문이다. 유년에는 죽도의 바다가 아팠고 마흔에는 가락시장이 아팠다. 인생의 가파른 고갯길에서 여리고 귀하고 눈물겨운 것들에게 늘 눈길이 닿아 있다. 살아가면서 몹시 어려운 고비와 맞닥뜨렸거나, 마음이 가라앉지 않을 때 그녀는 상가의 한 쪽 모퉁이 책상서랍에서 시를 꺼낸다. 자신 안에 가둔 바닷물을 끌어당겨 그 물살 속에 달빛의 詩를 산란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장식도 현란한 수사도 없이 단지 절실한 영혼의 무늬가 시의 온기 속에 그대로 살아난다. 詩 안에서 해가 뜨고 꽃이 피고 별이 지고 바람이 분다. 작은 눈물방울 하나씩 매달고 가는 길들이 열린다.
그녀의 몸 속에는 가락시장과 은빛 멸치와 시들지 않는 뿌리 깊은 교훈과 어두운 길을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있다. 시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그녀는 오늘도 시와 함께 호흡한다. 그러므로 은빛으로 튀는 삶이 있고, 詩가 있다는 것이 그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최서진 시인
시인은 구체적 현실로서의 멸치를 보는 동시에 자신을 본다. 지금의 모습을 건너 한 생 전체를 들여다본다. 그것은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러한 이해를 가능케 하는 시인의 삶의 내력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현실로서의 멸치는 그저 멸치일 뿐이지만 자신을 투사하는 순간, 그것은 멸치를 넘어서 또 다른 자아가 되고 세계가 된다. '어두운 상자 안에서/ 오래도록 아픈 꿈을'꾸는 일은 시인의 모습이기도하고 우리 모두의 모습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제 속에 바다를 가둔" 채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 삶이 핍진할수록 그 바다의 크기를 오히려 키워가는 쓸쓸한 현실임에도 우리는 그렇게 바다의 크기를 늘려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우애자 시인의 시에서 찾을 수 있는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아무리 삶이 절망스러워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을 결코 왜곡하지 않으면서 그러한 현실을 어떻게든 희망의 메시지로 돌려놓는다. 집요할 만큼 시편 전체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도마 위에 오르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언젠가 도마 위에 올려진// 물고기가"되어 "상처입고 뻐끔뻐끔 눈물을" 삼키면서도 "찢어진 지느러미로 중심을 잡고" "상처가 깊이 파고들수록 붉은 피는 뜨거워져"서 결국은 "상처는 아름다운 빛"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은빛 언어>에서는 연어의 속성처럼 결국은 아무리 "힘들어도 처음으로 거슬러 오르는 사투"를 통해 "사선을 넘어 온 상처들이 빛"이 되고 "진정으로 다져진 한 문장"이 된다. 이 같은 희망적 종결은 시인의 천성이 그렇기도 하지만 그 자신의 삶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아무리 고달픈 현실이라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일, 그러나 그러기까지 시인은 그 고통의 지점들을 어느 것 하나 지나치지 않고 정직하게 관통해온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희망의 메시지는 더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시인의 시에서 발견되는 큰 미덕 중의 하나는 '측은지심'이라 할만하다. 대상에 대한 이해와 안쓰러움이 그것이다. 그런 정서적 깊이는 그가 살아온 내력 속에 결핍과 고난의 시기를 지나왔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그런 과정들을 통해 세계에 대한 시인의 성찰이 깊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목차
목차
1부
투명한 거울 12
살아 숨 쉬는 詩 14
새벽을 열다 15
내가 가는 길, 17
은빛 멸치 19
돈 21
아득한 길 23
도마 위에 오르다 25
중독된 사람 26
옹이 27
보이지 않는 마음 29
남도 여행기 31
마음에 담은 바다 33
한 사발의 한약 35
아버지의 체온 37
은빛 언어 38
눈에 핀 불꽃 40
붉게 물드는 공원 42
2부
중심에 간직한 연필심, 44
새의 붉은 지문 46
문장의 발상 48
불랑쉬, 장미 50
한결같은 나무 52
터져버리는 풍선 54
탈선 56
소금꽃 58
길을 그려가는 발길 60
달의 도형 62
갈대의 뿌리 64
숯덩이 66
텃밭 68
목울대 넘어가는 뜨거운 국물 70
깊은 강물 72
떠나간 사람 73
독이 되는 말 74
붙잡지 못하는 말 76
3부
울음 연못 78
술잔과 입술 80
개나리꽃 함성 81
가녀린 싹의 힘 83
시린 봄 85
푸른 씨앗 86
한계선을 넘어서 87
느티나무 언니 89
하얀 억새, 91
나는 덜컹거린다 93
해 한 덩이 품으려고 94
뼈가 된 나사못 95
졸라맨 허리띠 97
풀잎 99
손톱 밑에 박힌 가시 100
늪에 빠진 정 102
4부
디지털 경매 104
고집불통 염소 106
은행나무 도인 107
풋밤이 가시를 세우다 108
시리우스 110
주름진 거울 111
새벽을 당기다 113
워낭 수묵화 115
뱀 허물 116
미루나무 오선지 118
서로의 그림자 따라 119
아버지 냄새 120
구두 한 켤레 122
견명성 삼 화음 124
길에서 길을 찾다 126
삼단 우산, 우주선 128
입춘 130
해설삶으로서의 시, 시로서의 삶이승희 134
저자
저자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