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말하기에는(지혜사랑 시인선 101)
정가일 시집
정가일 시집『사랑이라 말하기에는』. 총 3부로 구성하여, 나팔꽃, 부리, 뒷다리의 힘, 현기증, 소묘, 잡초, 약물내기, 열꽃, 중독자, 금지구역 등을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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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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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사이로 새 한 마리 날아간다
언젠가 쥐덫 위에서 하늘로 간 새다
미처 삼키지 못한 날파리를 입에 물고서
하늘로 간 새는
아직도 하늘에 걸려있다
하늘은 쥐덫이다
파랗게 질린 새가
날개를 힘껏 펴고 있는
하늘,
그곳에서 새는 시리도록 맑은 동족의 눈알을, 귀를, 발가락을 조금 파먹고 자신의 영혼을 조금 파먹히면서
저기 저…!
무섭도록 깊은 우물 속에
걸려있다
-「새로 쓰는 새 이야기」 전문
사르트르는 일기 형식인 『구토』에서 '주위의 온갖 것들에게서 구토를 느낀다.'고 작중 인물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이처럼 구토는 사물과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필자의 '시'에서는 주위의 온갖 동물적 이미지에서 '공포'를 느낀다. 시편 ?恐塞?에서 '익명의 새가 바퀴에 치인 것'을 보며 공포를 느끼고, ?부리?에서 '동족의 눈알을 파먹는 비둘기'를 보며 공포를 느낀다. 또한, ?현기증?에서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꽃새', ?무심의 발원지?에서는 '핏덩이와 뒤엉켜 있는 깃털들', ?이빨의 독성?에서는 '노란 독을 품고 서 있는 풀'을 보면서 공포를 느낀다. 이러한 공포는 사르트르의 '구토'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물과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느끼게 된다. ?새로 쓰는 새 이야기?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가던 '새'가 '시리도록 맑은 동족의 눈알을, 귀를, 발가락을 조금 파먹고 자신의 영혼을 조금 파 먹히면서' 사물과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며, 사르트르의 『구토』에서 주인공 로캉탱이 사물과 타인을 인식하는 순간 '구토'를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필자의 '시'에 형상화되어 있는 '새' 역시 타인을 인식하는 순간 '공포'를 느끼고 또한, 공포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새'의 이미지를 통해서 인간의 폭력적인 속성과 나약함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박두진이 '수석 시'에서 "알레고리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석이 계시하는 진리를 시화하"였듯이 필자도 '새'가 계시하는 알레고리적 상상력을 통하여 인간 실존을 밝히려고 한다. '쥐덫'에서 하늘로 간 새가 아직도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다니고, 그곳에서 동족의 눈알을, 귀를, 발가락을 조금 파먹고, 그 대가로 자신의 영혼을 조금 파 먹히면서 무섭도록 깊은 우물 속에 걸려있다. 이처럼 ?새로 쓰는 새 이야기?에는 덫이라는 힘의 상징적 이미지와 힘의 상징인 덫에 걸린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그러나 공포를 느끼는 '새'가 알레고리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부리가 힘인 새는
부리로 집을 짓고 사랑을 위해 부리로 구멍을 판다
부리로 판 구멍 속에서
새끼들은 싸움하는 법을 배우고
배설의 장소와 먹이의 방법을
부리를 통해서 배운다
그들의 부리는 단단하다
높은 절벽을 밤처럼 찍으며 오르다가
어느 순간에
아래로 부리를 겨누는 것도 그들이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부리들이 먹이를 찾아 나선다
소란함을 동반한 벽들이
내게로 몰려오면
부리가 없는 나는 무엇이 되는 걸까
비둘기가 동족의 눈을
부리로 파먹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부리」전문
위에 제시한 ?부리?도 마찬가지다. 부리가 힘인 '새'는 부리로 집을 짓고, 사랑을 위해 부리로 구멍을 파고, 부리로 판 구멍 속에서 새끼들은 싸움하는 법을 부리를 통해서 배운다. 이것이 '부리가 힘인 새'가 사는 방법이다. 그러나 ?새로 쓰는 새 이야기?에서와 마찬가지로 단단한 부리를 가진 '새'도 어느 순간 아래로 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이처럼 '새'가 계시하는 폭력성과 어느 순간 아래로 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는 공포를 알레고리적 상상력을 통하여 느끼게 된다(정가일, [동물적 이미지에 나타난 알레고리 : 폭력적 존재성과 극복 의지]에서).
목차
목차
1부
새로 쓰는 새 이야기 12
눈썹과 이마 사이 13
나팔꽃 14
뭘 먹겠다고 16
사랑의 조건 17
오래된 기억 18
흰빛 제비꽃 20
오랜 꿈틀, 망설이다가 21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22
부리 23
너의 한 구절 같아서 24
정구지 25
이빨의 독성 26
사랑이라 말하기에는 27
누가 문을 두드리기에 29
바늘의 역사 30
뒷다리의 힘 31
박장박장 겨울나기 32
2부
현기증 34
모과의 변 35
차갑게, 빛나게 36
恐塞 37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날 38
능소 담장을 꽉 움켜쥐고서 39
작두산 40
애벌레 날아다니다 42
춤추는 장마 43
애기똥풀이 피어있는 산책로 풍경 44
수리부엉이 닭장에 들어온 날 46
소묘 47
무심의 발원지 48
꽃의 비애 49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은 51
그럼에도 나는 52
연두 53
잡초 54
산 나리꽃 55
3부
약물내기 58
꽃을 적시고 60
무태 61
벽화를 그리는 아이들 62
설국의 꽃 63
오메, 간지러워라 64
열꽃 65
가을 모기에 부쳐 66
넝쿨에 발이 걸렸다 67
멀미 68
봄동 이야기 69
하루 치의 농담 70
0의 나라, 그리고 흰빛 71
물속에 긴 다리를 담그고 있는 흰색머리새 72
뿌리가 날개인 나무들 73
중독자 74
연체동물 75
좀체 떨어지지 않을 76
풍 77
화살나무 가지에 걸린 파랑 78
금지구역 79
게임의 법칙 80
송년의 시 81
시론詩論동물적 이미지에 나타난 알레고리
― 폭력적 존재성과 극복 의지정가일 84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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