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 피는 마을
임의진 참수필집
다사다난한 일상 이야기와 함께 소박한 시골 동네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시골교회 목사의 참수필집 『참꽃 피는 마을』. 홍성담의 그림이 만나 어우러지며 이웃의 소중함, 작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아름다운을 담은 30여 편의 수필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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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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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는 없는 마을, 그러나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
'참꽃 피는 마을'은 임의진이 서울에서 삶의 터전을 옮겨 간 전남 강진의 한 마을이자 이 책에 담긴 작고 따뜻한 세상을 일컫는다. 그곳에서 목사로 재직하는 동안 강진 남녘교회에서 만난 연세 지긋한 노령의 신자들과 광주 남녘교회의 이삼십대 젊은 신자들, 그리고 그와 이웃하여 살아가는 주민들의 다사다난한 이야기가 때로는 잔잔한 감동으로, 또 때로는 따뜻한 웃음으로 우리를 불러 세운다.
임의진의 시선과 관심은 늘 작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향해 있고, 그 사람들은 다시 큰사랑이 되어 가슴 울컥하게 그에게로 쏟아진다. 그는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본 시골 사람들의 삶에 대한, 흙에 대한 우직함에서 진실한 삶을 발견한다. "사람은 참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임의진의 사람에 대한 갈구는 고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을 '사람'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진솔하게 드러난다.
"나는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람다운 사람들이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아가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참사람이 되어야겠기에 장래희망을 '사람'으로 작정했다. 때마침 학기 초라 장래희망이며 지망학과를 써내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곧장 '사람'이라고 썼다." ('장래희망' 중에서)
그는 이 일로 선생님께 고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사람'이 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제식구만 감싸는 비뚤어진 가족애를 뛰어넘어 이웃 주민들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가운데 완성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망
그래도 명절날이 되면 온 동네는 집집마다 밝힌 외등으로 들떠 오른다. 도시에 나가 사는 자식들의 귀향을 반기며 온 동네 외등이, 실로 오랜만에 켜지는 그날, 나는 유심히 외등을 지켜보곤 한다. 명절날에도 평소처럼 새벽 일찍 일어나는 나는, 밤새도록 외등이 꺼지지 않은 집을 목격하곤 한다. 그때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 온다. 외등이 꺼지지 않은 집은 필경 아무도 오지 않은 집일 것이기 때문이다.('외등' 중에서)
나는 오늘 나를 아끼는 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참기름 한 병, 할머니 말대로 하자면 '참지름 한 뱅'을 앞에 놓고 감사한 선물에 어찌 답해야 할지 궁리중이다. (중략)
참기름 한 병에 달걀 한 판, 내 쓰린 속도 금방 낫겠구나. 고마운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씀. 더욱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야겠구나, 이분들 생각하면. ('참지름 한 뱅' 중에서)
《참꽃 피는 마을》은 가난하고 슬픈 삶들을 복되고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것은 사람들의 슬픔을 기꺼이 자신의 등짝에 떠메려는 사랑에서, 그의 곡진한 삶의 몸부림을 통해서 스며 나온 것이다. 일상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 그 시선에서 끌어 올린 이야기를 통해 이웃한 사람들의 다정함과 마을의 풍경을 생생하게 드러내 보인다.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본 시골 사람들의 생활과 흙에 대한 우직함에서 진실된 삶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은 참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말과 토박이말에 대한 사랑
<참꽃 피는 마을>이 지닌 또 하나의 소중한 미덕은 토박이말에 대한 지은이의 각별한 사랑이다. 그의 이름은 공동체의 신명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뜻에서 '어깨춤'이다. 또한 교회의 식구들에게도 전통적인 세례명 대신 바루길, 다릿돌, 봄뜨레, 새벽강, 보듬손, 음그래 등과 같은 예쁜 우리말로 세례명을 지어주었다.
"우리글말로 이름짓기나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일은 이뿐이 아니었다. 읽새(독자) 가운데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부탁해 왔고, 내가 지어준 이름으로 아이들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으니 이보다 더 기쁘고 흐뭇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몇 해 전에는 녹색연합에서 펴내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잡지에서 내가 지어준 이름들을 쓰겠다고 부탁을 해왔다. 알고 있던 달 이름과 날 이름을 소개해주고 독자는 읽새, 기자는 글메김꾼, 등록번호는 나라서 내어준 이름띠, 통권은 다모아, 디자인은 볼꼴짜기, 전화는 소리통, 팩스는 글통, 이메일은 누리통이라며 새로운 낱말을 지어준 일이 있었다. 이후로 많은 분들이 그렇게들 쓰거나, 순우리말을 밝혀 쓰는 걸 보니 내심 반가웠다.
그밖에 나는 틈나는 대로 산과 들에 쪼그려 앉아 북미 인디언처럼 긴 문장의 달 이름을 지어왔고 이를 짧은 낱말로도 옮겨보았다. 해마다 내 손으로 달력을 만드는데,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우리말 달 이름도 몇 개 가져다가 쓰면서 새 달력을 해마다 펴냈다. 처음 달력엔 이런 달 이름을 붙였다.
1월은 해오름달, 2월은 시샘달, 3월은 물오름달, 4월은 잎새달, 5월은 푸른달, 6월은 누리달, 7월은 견우직녀달, 8월은 타오름달, 9월은 열매달, 10월은 하늘연달, 11월은 미틈달, 12월은 매듭달…….(마지막 인디언 중에서)
땅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
아름답고 성스러운 '하늘이야기'보다는 추하고 힘겨운 '땅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임의진은 '진보'라는 거창한 이름을 따로 달지 않고도 내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작은 실천을 통한 햇살 역할을 자임한다. 남녘교회에서 일구는 배움마당 '남녘학교'나 장기수, 북녘어린이, 장애우,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일로 임 목사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 명상하는 새로운 인류'로 거듭나고자 한다.
알고 보면 이 세상에 고맙지 않은 존재란 없다. 심지어는 나에게 아픔과 상처를 안겨주는 악역을 맡은 이까지도 내 영혼의 진화를 위해 고마운 존재이다. ……(중략)…… 마중물, 이것은 오늘 이 시대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위로와 용기가 된 작은 예수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름이다. 뿐만 아니라 슬픔, 아픔, 수고를 대신 짊어지고 살아가는 낮은 자리의 낮은 사람들, 그들 모두를 일컬어 마중물이라 부르고 싶다. (마중물 중에서)
오늘 '걷기 행사'는 거리를 늘려 방향을 바다로 잡았다. …(중략)… 인간이 진정 성화되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 걷고서야 산이며 들이며 꽃이며 새며 바람이며 강물이며 뭇 중생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중략)…… 모든 인류가 오늘 자기도착, 자기집착에서 내려, 온갖 기득권에서 내려, 고집스런 학문에서 내려, 자기 사업장의 이익에서 내려, 성격조차 변해 버리는 차량의 운전석에서 내려, 최첨단의 비행체에서 내려 이 땅에 발자국을 남기고 걷기를 시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벌판을 걸어보라 중에서)
속속들이 관심 가지는 사람들
참꽃 마을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늘 열려 있고 같이 호흡하는 정이 있다. 그의 시선과 관심은 늘 작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향해 있고 그 사람들은 다시 큰사랑이 되어 가슴 울컥하게 임 목사에게로 쏟아진다.
요강은 주인을 여의고 토방 아래 찬 바닥에서 쓸쓸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솔치댁 할머니, 제집에다 할머니 요강을 가져다 놨어요, 여기다 꽃을 꽂으려고요, 할머니, 하늘나라에서 꽃씨 좀 많이 뿌려주세요, 아셨죠? 예쁜 꽃들 품에 안으면 요강이나마 쓸쓸하진 않을 거예요. 할머니…, 살아 계실 때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요강에 꽃을 중에서)
시골 교회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이별이 잦다. 오는 이는 드물고 떠나는 이들은 많으니 말이다. 가령 올해 초 사업상(?) 반드시 교회를 옮겨야 한다는 집안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읍내 큰 교회로 교적을 옮긴 김집사님은 예배 때마다 앉던 그녀의 고정석, 이젠 빈자리가 되어 버린 그 적요한 자리를 남겨 두고 떠나갔다.
얼마 전 공동식사 때 김집사님이 좋아하셨던 고사리나물이 올라오자 나는 갑자기 울컥 목이 메어 오는 것이었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구, 속으로 울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모과차 중에서)
그래도 명절날이 되면 온 동네는 집집마다 밝힌 외등으로 들떠 오른다. 도시에 나가 사는 자식들의 귀향을 반기며 온 동네 외등이, 실로 오랜만에 켜지는 그날, 나는 유심히 외등을 지켜보곤 한다. 명절날에도 평소처럼 새벽 일찍 일어나는 나는, 밤새도록 외등이 꺼지지 않은 집을 목격하곤 한다. 그때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 온다. 외등이 꺼지지 않은 집은 필경 아무도 오지 않은 집일 것이기 때문이다. 명절이라도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내내 외등을 켜두는 할머니가 있기도 한다. 죽은 영감의 혼령이라도 기다리는 걸까? 일년 열두달 안부전화 몇 통 걸 줄 모르는 그 따위 자식이라도 간절히 기다리는 걸까? (외등 중에서)
참기름 한 병에 달걀 한 판, 내 쓰린 속도 금방 낫겠구나, 고마운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씀. 더욱 착하게 아름답게 살아야겠구나, 이분들 생각하면…… (참기름 한 뱅 중에서)
올 한해 누군가의 곁이 되어만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들 저마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처럼 소중한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인디언들의 말에 '친구'란 '나의 슬픔을 등에 진 너'라는 뜻이란다. 이웃의 슬픔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는 것, 그렇게 곁이 되고 친구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아름다운 사랑을 나는 알지 못한다. (곁님 중에서)
지은이는 늘 누군가의 곁이 되고자 한다. 시대가 어둡고 아프고 쓸쓸할수록 삶의 뿌리를 내린 곳에서 더욱 뜨겁게 이웃과 벗들을 보듬으려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은 말과 글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망
'귀농이 하느님께 귀의함이고 마침내 귀천'이라고 말하는 그의 시골살이는 합수를 푸고, 텃밭 푸성귀를 가꾸고 들일을 거드는 일을 하면서 세상 속으로 또 사람들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간다.
합수나 계속 푸자고 아버지는 다시 나를 불러 세웠다. ……(중략)…… 저 합수가 땅에 뿌려져 마침내 꽃으로 열매로 부활하여 돌아오지 않겠는가, 그래 사람도 섞이고 하나 되고 부대끼며 그렇게 뿌려져 살다보면 이 꼬인 인간사 풀릴 날도 있지 않겠는가, (합수나 푸자는데 중에서)
잠자기 전에 맞춰 둔 자명종 시계가 요란하게 울어 대면 어슴푸레 눈을 떴다가 다시 졸고, 방안에 서너 개는 더 숨겨둔 자명종 시계가 차례대로 울려야만 못 이겨 일어난다는 사람들, 그렇게 바쁘게 살아 무엇을 하겠다는 걸까, 참 불쌍한 사람들이란 생각만 들어. 사람이 시계에, 시간에 질질 끌려 다니는 그런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아. 닭울음소리에 새아침을 맞고, 삽을 들고 새벽 들판을 걷고, 농부들과 반가운 아침인사를 나누는 시골에서의 삶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삶,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삶임이 분명해, 비록 돈은 많이 못 벌어도, 놀아줄 친구가 많지 않아도, 닭울음소리에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내 시골살이는 충분히 행복해. (내가 시골에 사는 까닭 중에서)
발에는 흙을/ 손에는 여장을/ 눈에는 꽃을/ 귀에는 새소리를/ 코에는 풀냄새를 입에는 미소를/ 가슴에는 노래를/ 피부에는 땀을/ 마음에는 바람을 사람은 참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리라. (발에는 흙을, 손에는 연장을 중에서)
이렇게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본 시골 사람들의 삶에 대한, 흙에 대한 우직함에서 예수의 현현을 보는 지은이는 자연에 버무려진 삶이야말로 사람다운 삶의 한 형태라고 말하고 있다.
어느 봄날 산길을 걷다가 지천에 피어 있는 참꽃 진달래를 보고는 그처럼 활짝 피어나 곁이 되어준 사람, 그런 이웃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임의진. 그에게 '참꽃 피는 마을'은 들녘에 마구 자라고 있는 들꽃과 같은 무지렁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아파하며 아옹다옹 오순도순 살아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그간 틈틈이 써온 수필을 모아 <참꽃 피는 마을>이라는 산문집을 묶었다. '남 이야기'만 같은 화려한 '에세이'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바로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에 시종 사로잡히게 된다. 또한 작가의 생생한 지방 사투리, 토박이말 구사는 그곳이 어디든 멀리 있는 고향을 생각하며 눈물짓게 만든다.
지은이는 기존의 닫힌 신앙, 닫힌 종교에 대해 가슴 아파하며 몸소 타종교와 따뜻하게 왕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님들과 친하게 지내어 성탄절에는 스님들이 성탄인사를 오고 자신도 석탄일에는 절을 찾는다. 또한 개신교 목사임에도 가톨릭 신자들과는 한식구나 다름없이 지낸다. 가톨릭 성당에 강연을 가기도 하고 신부님, 수녀님들과도 절친한 사이다. 이것은 그가 종교라는 외양을 벗고 사람과 사람으로 진솔하게 만나고자 하는 바람을 실천하고 있는 참 모습이다.
목차
목차
합수나 푸자는데 ? 13
내 도깨비바늘 ? 22
하늘 꼽추 ? 28
사이다맛 ? 34
눈사람 ? 41
마중물 ? 46
저수지 둑길 ? 50
따순 가슴팍 ? 56
돋보기안경 ? 64
장래희망 ? 68
낮달 ? 72
참지름 한 뱅 ? 79
우리들 ? 83
비 오는 날, 해바라기 ? 94
동갑 ? 98
나무의 사랑이었던 나무 ? 102
봄날엔 꽃만 필까 ? 106
풍경소리 ? 114
촌닭 ? 118
발에는 흙을, 손에는 연장을 ? 123
외등 ? 129
삼거리 이발관 ? 135
모과차 ? 141
내가 시골에 사는 까닭 ? 146
곁님 ? 160
별구경 ? 165
겨울 하루 ? 170
옛일 ?178
언제 다시 들녘 나올까 ? 183
직녀에게? 191
마지막 인디언 ? 197
띠리리 리리리 ? 203
벌판을 걸어보라 ? 210
거시기 머시기 ? 218
남녘교회 ? 221
작가의 말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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