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사십편시선 16)
임혜주 시집
처연한 내면과 고즈넉한 삶 노래한 임혜주 시인의 첫 시집 『옆』.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는 이 시집은 '정지', '이 저녁이 슬프다', '밤 소쩍새', '손잡이', '북향', '컴백', '단풍 든다', '오십', '저녁 숲', '느낌은 그늘의 이동 속도보다 빠르다', '옆', '전단지는 문을 먹고 자란다' 등 주옥같은 시편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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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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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한 내면과 고즈넉한 삶 노래한 임혜주 시인의 첫 시집 《옆》
서울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지금은 남녘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임혜주 시인. 그가 첫 시집 ≪옆≫을 작은숲에서 펴냈다. "원고를 읽으며 몇 번의 전율과 함께 이처럼 시를 잘 쓰는 분을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오철수 시인이 발문을 썼고, "처연한 내면과 고즈넉한 삶의 옆"을 지키는 시인이 "처연하도록 아름답다"는 고재종 시인이 추천사를 붙였다.
2007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기 1년 전에 시인을 처음 만났다는 오철수 시인은 당시 유행하던 "감각적인 상상력의 시들을 조금은 낯설게 그리고 새로움으로 실험"하던 임혜주 시인에게 "표현방법이 아니라 삶의 내용으로 돌파하라!"는 훈수를 둔 적이 있다고 한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2015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처음 선보인 시에 대해 오철수 시인은 "생으로 돌파한 생을 위한 형상의 경전"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늦은 나이에 첫 시집을 상재한 시인에게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시인의 서정의 미덕은 모두 삶에서 파생시킨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시적 대상인 만물에 자기의 삶을 관통시켜 의미를 만들고, 그 생의 의미를 중심으로 형상적인 재구성을 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서정의 기본에 가장 충실합니다. 하지만 가장 충실하기에 가장 생생한 형상을 만듭니다."
서정시가 추구해야 할 기본을 잘 구현해 낸 시가 바로 임혜주 시인의 시라는 말이다.
핵심은 가장 가볍게 만든다
가장 가벼워서
가장 멀리 가도록
저리 얇은 솜털 속에
쌀눈 같은 씨를 품고
잔설처럼 희부옇게
바닥에 쌓인다
공중을 둥둥 떠가다
어느 나뭇가지에 숨는다
문득 사라진다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덩치 큰 나무가
여태 한 일은
제 몸 일구어서
가벼운 꽃씨 하나 만드는 거
그리고 남은 일이란
날아간 자리 그대로
무성히 무성히
하루를 살아내는 거
- 「핵심」전문(본문 66쪽)
봄날 버드나무 꽃가루가 날리는 하나의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시에서 임혜주의 시 속에 내포되어 있는 관계론의 핵심을 알 수 있다고 오철수 시인은 말한다. "나무와 꽃가루, 어미와 아이, 시인과 시 등의 관계"가 이 시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다르지만 하나이고, 하나이지만 다른" 관계. 그 관계가 곧 삶이라는 깨달음, 그리고 그것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날아간 자리 그대로/무성히 무성히/하루를 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적 대상과 시인 그리고 시인의 삶의 관계. 그 관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옆'에서 지키며 사랑하고 살아가는 시인의 삶은 어떨까? 문득 첫 시집 같지 않는 첫 시집을 상재한 임혜주 시인이 궁금해진다. 그녀가 살아온 삶 그리고 그녀가 지켜온 삶의 옆으로 다가가고 싶다. 또 이 시집의 발문에서 "자기의 몸을 대상에 관통시키는 체험이지 않으면 쉬이 얻어지지 않는 서정의 강밀도! 그런데 이런 그녀의 철저함이 이번 시집 전체의 미덕이라는 것이 놀랍습니다."라고 한 찬사를 만들어낸 시들이 어떤 시들인지, 그 하나하나의 시편들을 만나보고 싶다.
추천사
처연한 내면과 고즈넉한 삶의 옆,
그 먼 거리를 가다
임혜주의 시는 겉으로는 단아하고 기품이 넘쳐흐른다. 한데 그 내면은 바람의 등뼈를 구워먹고 생명을 풍장하는 "그리움의 오랜 후예"인 사막남자를 사랑한다. 그런 남자에 게 상처를 옮길까 봐 그를 안지도 못하던 가슴 한복판의 '물집'이 화농으로 굳어진다.
풀벌레처럼 푸른 '울음옷'을 입고 온몸이 쓴맛으로 배어들도록 운 다음에야 "푸른 독 스민 쓰디쓴 쓸개에/ 새겨지는 문신 같은 말, 당·신"을 부르게 되는 사랑! 그 치열한 열정은 물론 삶이라는 이름에 다름 아닐 터인데, 그럼에도 "사는 게 뭘까요?"라는 "절박한 고리" 같은, 혹은 "치부를 다 드러낸 자의 절망적인 웃음처럼" "시커먼 입을 온종일 아, 벌리고 있는" 삶의 물음과 허기는 얼마나 깊고 깊던가. 결국 겨울소나무를 통해 "척추까지 닿던 서늘한 한기"를 되레 묵직한 '빽'으로 여기게 되고, 광풍과 맞서 공중에 정지해 있는 새를 보고 "어떤 극점을 넘어서는 1mm 만큼의 안간힘을" 수긍해 버린 다음에야, "오래 묵은 접신처럼 / 얇은 것들이 나누는 조용한 짝짓기 같은" 저녁숲의 온기를 얻거나, "늦은 봄 돌담에 기댄 졸음같이" 삶의 '옆'을 고즈넉이 지키게 되는, 그런 시인이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 고재종(시인)
시인의 말
구원은 없었다
다만 붙어 산 것이 많았다
나의, 시 역시 그러했다
아니 어차피 구원이란 없을 거였다
나는 지금 여기가 맨 처음이란 걸
조금씩 알아갈 뿐,
언제 그 어느 때
이제 막 당도한 정신을
언어에 의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안팎의 가장 여리고 아픈 곳에
가 닿는 일
집과 가족, 풀과 꽃나무, 아침과 낡아가는 공기,
아이들과 나이 드는 사람들, 차가운 흙과 그늘……
그러한 것들의,
2015년 4월
노월촌에서 임혜주
목차
목차
제1부
정지
이 저녁이 슬프다
밤 소쩍새
손잡이
북향
컴백
단풍 든다
오십
저녁 숲
느낌은 그늘의 이동 속도보다 빠르다
옆
전단지는 문을 먹고 자란다
밤과 벌레
사라진 시간
꽃잎
정착
제2부
로드 킬
냉이꽃
그 남자
'달새'에서
폭설
물집
봄
사막을 걷는 사람과 빨간 누비 잠바 입은
남자와
답
어떤 저녁 식사
후문
먼지
핵심
콩의 사리를 생각하다
'망해사'에서
지네
제3부
고구마를 굽다
보시
조운 생가
만장굴
공부
구두수선집
세기조명사
팥죽을 끓이며
직립 냉장고
언 고기
심연
구멍 난 가오리
노월촌
목단 빛 엄마
울음 옷
꽃잎 지던 날
오동꽃
해설 | 무서운 관계론으로의 삶에 대한 사랑·오철수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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