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오래된 기쁨 속으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프랑스 길로 두 번의 순례를 다녀온 화가 자임이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겪고 느낀 점을 기록한 책이다. 38일간의 여정 중에 일어난 일들과 아름답지만 혹독한 자연, 그 속에서 가진 사색의 시간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자 산티아고 순례길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길에 얽힌 역사와 전설, 실용적인 여행 정보 또한 알차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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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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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성 야고보의 길'이라는 뜻의 세계 3대 크리스천 순례지 중 하나이며,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서 마음의 평화와 여행의 묘미를 얻기 위해 전 세계인들이 찾는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 그동안 국내에서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여행자들에 의해 많은 책이 발간됐다. 그런데도 2016년 현재 산티아고 순례여행기가 의미가 있는 것은, 같은 길 같은 여정에서도 순례자 각자의 마음에 남은 메시지는 각기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산티아고 길은 세대를 넘고 시간을 관통하여, 인종과 대륙의 경계를 넘어서 모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저자는 매일 아침 순례자의 기도를 바치고 길을 떠난다. 저자는 길을 걸으며 신앙적으로 성숙하게 되는 과정을 기록한다. 길 위에서 버려야 할 것을 너무 많이 갖고 있음을, 최소한의 것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음을 체험한다. 앞뒤 순례자와 서로 불빛을 비춰주며 걸으며 마음이 서로 이어져 있음을 느끼고, 더불어 천 년 동안 이곳을 거쳐 갔던 순례자와의 교감을 체험한다. 또 하루 20km를 걸으며 발바닥에 발목에 오는 고통을 이윽고 기쁨이라고 생각하게 되기까지 마음속에 모든 잡념이 사라지는 경지를 체험한다. 각자 자기만의 인생의 무게를 지고 걷는 순례자들의 면면을 바라보며 인생의 의미를 되짚으며 비바람을 뚫고 찾아간 마을의 성당에서 순례자를 위한 기도를 받고 위안을 얻는다.
한 발자국씩 길 위를 걸어가며 얻은 사색의 시간. 저자는 길 위에서 걷는 발걸음에만 집중하며, 내면의 여행을 떠나고, 이로 인해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평소의 물음에 가까이 다가간다. 매일매일 각 여정 속에서 만나는 길의 특성, 그 길을 걸으면서 느낀 감정의 소용돌이를 충실하게 기록함으로써 독자에게 산티아고 길이 내면에 주는 울림의 깊이를 충분히 체험하게 한다.
「오래된 기쁨 속으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경험하고 느낀 점을 기록한 감상 글의 성격을 띠지만, 여행정보 책자로서의 기능에도 충실하다. 책의 앞부분에 18페이지를 할애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기본 지식과 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야 할 상식들, 시간 계획, 숙소, 식사, 우체국, 배낭 운송 법, 준비물 등을 상세하게 수록하고 있다. 또한, 책의 뒷부분에는 36일간의 산티아고길 여정을 눈에 보기 쉽게 정리한 표와 각 마을별 알베르게들의 전화번호, 오픈 시기, 비용 등의 정보가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일정에 따라 하루씩 기록한 본문 글에는 묵었던 알베르게와 들렀던 카페들에 대한 평가들도 나와 있어, 실제 산티아고로 떠나려 하는 여행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또한 선배 순례자로서의 저자의 생생한 경험의 기록은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들이 책 곳곳에 버무려져 있어 산티아고 여행길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책속으로 추가
어디에 머무르나
알베르게(Albergue)는 순례자를 위한 숙소로 레푸히오(refugio) 혹은 오스피탈(hospital)이라고도 한다. 그곳은 알베르게의 관리인 오스피탈레로(hospitalero)가 책임을 지고 운영한다.
- 공립 알베르게(Municipal.Muni):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숙소로 가장 저렴하다. 예약되지 않으며 도착순으로 자리를 배정받는다.
- 교구 알베르게(Parochial.Par): 교회에서 운영하며 이곳도 예약이 안된다. 많은 교구 알베르게는
기증(Donativo)에 의해 운영되므로 순례자들은 5유로 정도를 내거나 돈이 없으면 안 내기도 한다.
이곳은 수녀님이나 봉사자가 운영하며 가끔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 협회 알베르게(Association.Assoc): 국제 카미노 협회에서 운영하는 곳이며 순례를 마친 순례자가
봉사자로 활동하는 곳이 많다.
- 사설 알베르게(private.priv): 개인이 사업으로 운영하는 알베르게로 다른 숙소에 비해 편의 시설을
많이 갖춘 곳이다. 예약도 가능하며 1인실, 2인실, 4인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알베르게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운영하나 그 외 시간에는 닫는 곳이 많다. 지자체나 교구 알베르게는 연중 내내 연다. 알베르게는 적은 인원이 한방을 쓰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립이나 교구 알베르게는 아주 큰방에 '벙크 베드'라 해서 2층 침대, 드물게 3층 침대가 놓여 몇 십 명씩 들어간다. 여자 남자 구분해 배정받기도 하지만 대체로 오는 순으로 배정하기 때문에 침대 선택권이 없어, 2층 침대에 배정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오르내림이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문화와 배경이 다른 각국의 순례자들이 좁은 공간을 같이 이용하다 보면 깜짝 놀랄 일도 있고 눈살을 찌푸릴 일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지켜야 할 에티켓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너무 떠들면 안 되고 소등 시간엔 불을 켜도 안되며 아침 일찍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커도 안 된다. 하지만 누군가가 잠잘 때 코를 골거나 이를 갈아도 귀마개나 안대를 이용하지, 비난하지는 않는다. 단지 마음을 열고 친절한 마음으로 대하면 된다. 알베르게에서는 밤 10시에 불을 끄고 아침 6시에서 8시 사이에 퇴실해야 한다. 그래야 봉사자들이 다음에 들어올 순례자를 위한 정리정돈을 할 수 있다. 하루만 머물 수 있지만, 몸이 아픈 사람은 예외다.
마을 입구에 가면 대부분 마을 지도와 알베르게, 상점 등의 위치 표시가 되어 찾기가 쉽다. 아니면 노란 화살표 카미노 표시를 따라 걷다 보면 알베르게 가는 표시가 나와 있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물으면 된다.
자신에게 맞는 예산 짜기
보통 알베르게를 공립을 이용하고 손빨래를 하고 저녁을 지어 먹고 아침, 점심을 슈퍼마켓에서 사서 이용한다면 하루 15유로 정도.
사설 알베르게도 이용하고 기계 세탁하고 아침은 카페에서 해결하고 점심을 사 먹고 저녁은 순례자만을 위한 정식인 페레그리노 정식을 먹는다면 30유로 이상
가끔 알베르게에 비해 비싼 오스탈 hostal이나 호텔에서 묵거나 배낭을 운송회사를 이용해 옮기고 점심 저녁을 모두 사 먹는다면 하루에 적어도 50유로를 계산해야 한다. 여기에 여분의 예비비는 꼭 필요하다.
무엇을 먹을까
스페인의 아침 식사는 간단하다. 커피나 주스에 크루아상이나 토스트가 전부다. 스페인은 점심 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오전을 before lunch 오후를 after lunch라 할 정도다. 순례자는 보통 해가 뜨기 전부터 움직이기 때문에 길을 나서고 한 시간쯤 지난 뒤 만난 마을에서 커피와 빵을 먹거나 출발 전 간단히 사놓은 음식을 먹기도 한다. 점심은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로 할 때가 많다. 때로 느긋한 순례자는 라시오네스(raci?nes)라고 적힌 여러가지 음식을 1인분 접시에 담아내오는 것을 먹기도 한다. 고기, 감자튀김, 샐러드 등이 조금씩 있거나 달걀, 베이컨, 감자튀김이 나오기도 한다. 때로 토르티야라는 감자와 달걀로 만든 스페인식 오믈렛을 먹기도 한다. 저녁이 되면 순례자들은 삼삼오오 한 식구가 되어 파스타를 만들거나 때론 스페인식 쌀 요리파에야해물, 고기 등을 넣고 끓이다가 쌀을 넣어 완성한 요리를 만들어 나누어 먹기도 한다. 한국인들이야 단연 인심이 좋으니 우리 식으로 해물탕을 만들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닭백숙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
요리하기 싫거나 피곤한 사람들은 근처 레스토랑에 예약하고 저녁 7시 정도에 모여 페레그리노 정식(menu del peregrino)이라는 이름의 약식 코스 요리를 먹기도 한다. 빵과 포도주가 나오고, 첫 번째 요리(primero)로 수프(sopa), 샐러드(ensalada), 혹은 파스타(pasta)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두 번째 요리(segundo)에는 생선이나 육류와 함께 감자튀김이 곁들여 나오고, 후식(postre)에는 아이스크림, 과일, 푸딩 등이 나온다. 포도주는 원하는 사람에게 1인 반 병 정도 준다. 물을 원하면 물을 주는데 이곳은 포도주나 물이나 값이 같다. 포도주는 알코올 도수가 11도 정도로 약한 것이 많아 그다지 취하지는 않는 것 같다. 보통 페레그리노 정식은 시간을 정해 놓고 있어 배가 고프거나 동행이 많으면 굳이 페레그리노 정식을 먹지 않고 각기 다른 음식을 시켜 나누어 먹어도 좋은 것 같다. 식당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해 꼭 물어보고 따로 준비해준다. 채식주의자일 경우 미리 이야기해 두는 것도 좋겠다.
슈퍼마켓에서 음식 재료를 자주 사게 되는데 작은 마을일수록 비싸다. 과일 한 개에 보통 1유로, 감자도 한 개 1유로씩 하기도 하며, 주인 맘대로다. 대도시 슈퍼마켓은 정말 싸다. 사과 4개 1.4유로, 커다란 복숭아도 4개 1.4유로, 고기는 대도시나 큰 마을을 가야 생고기를 살 수 있는데 삼겹살이 1kg에 8유로 조금 넘는 수준이다. 순례자 특성상 과일 한 개도 등짐으로 가면 무겁게 느껴져 사서 가져갈 수 없으므로 다음 머무를 곳과 지나가는 곳에 있는 가까운 큰 슈퍼마켓을 가늠해 미리 사가는 것도 좋겠다. 또 하나 스페인의 낮잠 시간 시에스타(siesta)는 꼭 고려해야 한다. 오후 두 시 이후에 쇼핑할 수 없는 곳이 많고 다섯 시 이후에 모든 상점이 다시 문을 여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시에스타를 피해 도착 전이라도 미리 사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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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 피드포르 ▶▷▷▷▷▶ 론세스바예스
1 day 처음 온 길처럼 너무나 새롭다
숙소에 론세스바예스로 부칠 배낭을 맡기고 새벽길을 떠났다. 한번 와본 곳이니 자신 있게 마을을 지나 도로 길로 접어들었다. 3년 전 봄에 나폴레옹 루트를 걸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발카를로스 루트를 택했다. 도로 길이 발카를로스 루트로 이어진 길이라 생각하고 10분 이상을 걸었는데, 어째 느낌이 이상하다. 갈수록 내 기억 속에 있던 카미노 길과 많이 다르다. 마주 오는 차를 억지로 세워 물었다. "카미노?" 카미노는 길이란 뜻이다. 이곳에선 산티아고 가는 길로 통한다. 순례자끼리는 순례자도 카미노라 부르기도 한다 라고 물으니 여자 운전자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한다. 허겁지겁 왔던 길을 돌아가니 잠깐 망설였던 갈림길에서 산길로 접어들어야 했었던 모양이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주는 지도만 참고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일이다. 지도는 잘 표시되어 있다. 한번 와본 곳이라는 나의 자만이 문제였다.
다시 방향을 수정해 산길로 한참 걸었지만, 이번엔 이곳이 발카를로스 루트가 아닌 나폴레옹 루트임을 알았다. 첫 번째 만난 마을이 나폴레옹 루트의 첫 번째 기점인 운토Huntto였기 때문이다. 발카를로스 루트로 돌아가긴 틀렸다. 동행한 남편과 시몬 씨와 크리스티나 씨에게는 처음 걷는 길이니 다행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내게도 초행길같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처음 온 길처럼 너무나 새로워 어리둥절할 정도다. 봄과 가을의 차이인가? 어쨌든 나는 예기치 않게 두 번째로 나폴레옹 루트를 걷게 됐다.
날씨는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고, 바람은 살살 불어와 얼굴을 간질인다. 조금씩 올라 1,429m의 고지를 향해 가니 양도 보이고, 양은 양인데 얼굴이 검은 라챠 Latxa도 무리 지어 풀을 뜯고 있다. 이국적이면서 평화로운 풍경이다. 갑자기 사람들이 먼 곳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쳐다 보니 독수리 떼다. 피레네 높은 바위 산에 무리 지어 있다가 날아올라 하늘을 천천히 선회한다. 그 고고함이라니.
피레네는 나무가 있는 산도 있지만 우리가 지나가는 대부분의 봉우리는 목초지로, 키 낮은 풀들과 작은 야생화들로 아름답다. 그래서 산봉우리들이 훤히 보이는 오름이 넓게 퍼져 장관이다.
오리손 Orison을 지나 계속 오르니 통나무들을 잘라 이곳 저곳에 놓아 만든 순례자 쉼터가 있다. 그곳에서 쉬고 있는 순례자들의 모습도, 쉼터를 만들어 준 누군가의 마음도 곱다. 사진을 찍다가 잠깐 고개를 돌리니, 뒤쪽 돌산 위에서 양치는 목동들의 수호자이신, 루르드에서 가져왔다는 성모님 상이 나를 바라본다. 가슴이 뛰었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비구름을 배경으로 바라본 성모님 상은 너무나 신비롭게 보였다. 비바람에 낡은 모습의 성모님 상 앞에서 순례자들이 저마다의 자세로 기도를 하고 있다. 그곳에 남겨진 묵주와 기념물들은 간절한 기도의 흔적들이다. 동행하던 한국인 수사님이 성모님께 묵주를 걸어드린다. 옆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이 흐려진다. 그 순간에 나도 두 손 모아 기도를 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 이 자리에 설 수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벅찬 가슴을 뒤로하고 조금 더 거세진 바람을 맞으며 산을 올라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을 지났다. 조금씩 피로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제대로 걷는 첫날이니 당연한 일이다. 이제 내리막이 나올 만도 한데… 기대와 달리 다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서너 개의 고개를 지난 다음에야 양쪽으로 화살표가 되어있는, 발카를로스 루트와 만나는 지점이 나왔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알려준 대로 오른쪽으로 접어드니 이제 드디어 내리막길이다. 그런데 그 길을 거꾸로 오르는 사람이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생장 피드포르로 돌아가는 순례자다. '산길을 이 시간에 어찌 가려나…' 걱정이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 앞으로 갈 길은 내리막이 될 것이니 빨리 갈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도 7km를 더 걸으니 갑자기 마을이 시작됐다. 목적지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한 것이다. 해냈다! 첫날 고지를.
발카를로스가 아닌 나폴레옹 루트로 가게 되는 바람에 놓친 것이 있다. 발카를로스 정상에는 《롤랑의 노래》로 유명한 롤랑의 기념비가 있는데 보지 못한 것이다. 《롤랑의 노래》는 프랑스 봉건 제도의 이상인 기사의 영웅성을 예찬하기 위해 쓰인 대서사시로 이에 얽힌 이야기는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8세기 말경, 이슬람 국가 카탈로니아 왕의 요청으로 스페인에 온 샤를마뉴 프랑스 대제의 군사는 스페인에서 6년 동안 무슬림 간의 전쟁에 참여하는 동안 기독교 도시인 팜플로나의 성벽을 파괴하고 이슬람 도시 사라고사를 공격했다. 하지만 사라고사를 완전히 정복하지 못하고 스페인을 떠나게 되면서 후방부대를 조카인 롤랑과 이복 형제 가네롱에게 맡기고 떠난다. 롤랑을 질투한 가네롱의 배반으로 롤랑은 778년 8월 15일에 기독교지역 약탈과 파괴에 대한 보복으로 그 지역 기독교인들 나바로족과 바스크족의 공격을 받아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이 글을 쓰기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2015.11.13-현대판 13일의 금요일) 이슬람 무력 단체 IS의 폭탄 테러가 있었다. 이 테러로 현재까지 166명 이상의 사망자와 300명이 넘는 심각한 부상자가 생겼고 그 중 80명은 위독한 상태다. 목숨을 잃은 아기를 안으려고 하는 사진 속 아기 아빠의 절규가 가슴에 화살처럼 박힌다. 종교가 무엇이길래, 신이 어떤 존재이길래… 이런 악행을 저지르는가? 사랑을 버린 종교는 악마의 장난임을 모르는 걸까? 왜 시대를 이어오며 끊이지 않는 앙갚음으로 고귀한 죄 없는 생명들을 희생시키는 걸까? 그들은 신의 이름으로 테러를 자행했다. 테러범들은 이 행위가 자신을 천국으로 보내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악마의 손을 잡고 바로 지옥을 향했을 터이다. 한 순간에 희생당한 고귀한 희생자들은 신의 이름 때문에 목숨을 잃었으니 당연 천국행이다. 이제 끝내야 한다. 돌고 도는 신을 앞세운 테러들을. 사랑만이 답이다. 사랑 없는 종교는 신이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 시절 롤랑은 서사시에 있는 대로 무슬림을 상대로 한 종교전쟁을 치른 건 아니었다. 그 전투는 프랑스 샤를마뉴 대제가 스페인에 들어와, 무슬림 정복을 핑계삼아 영토파괴를 한 것에 대한 그 지역 주민들의 보복이었다.
롤랑은 뿔 나팔을 불어 삼촌에게 알릴 수 있었음에도 불지 않고 혼자 힘으로 적과 대적하다, 적의 공격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서야 관자놀이가 터지고 나팔이 깨어질 정도로 뿔 나팔*을 불었다. 그는 검이 적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도록 부수려고 바위를 내려쳤으나 바위가 갈라졌다고 한다.
* 17세기 말 이곳을 지나간 이탈리아 성직자 라피는 론세스바예스에 있는 작은 수도원에서 롤랑의 뿔 나팔을 보았다고 기록했다. 또 근처 마당에 그 바위가 있었다 한다.
-리 호이나키의 카미노 순례기에서-
오늘날엔 론세스바예스 뮤지엄에 가면 롤랑의 뿔 나팔을 볼 수 있다. 우린 론세스바예스 마을 입구 레스토랑 라 포사다(La Posada)에서 배달된 배낭을 찾고 2011년에 새로 열었다는 성당 옆 교구 알베르게로 갔다. 시간이 오후 4시 반이 넘어 걸음이 빠른 사람들이 이미 위층에 있는 숙소는 차지해 버렸고, 우린 지하에 있는 임시 숙소로 배정받았다. 임시 숙소는 야외에 있는 간이 화장실과 샤워장을 이용해야 했다. 시간이 늦고 날씨가 우중충해 빨래를 바깥에서 말리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기계 세탁과 건조기 봉사를 하는 분들이 있어 3유로를 내고 맡겼다. 하지만 늦게 샤워를 한 남편은 봉사 시간이 지나는 바람에 손빨래를 해 건물 안에 널어 말려야 했다. 숙소에는 의료봉사를 하는 선배 순례자, 페레그리네로들이 돌아다닌다. 물집 생긴 발이나 부은 다리를 치료해주고 걷는 방법을 설명하며 카미노 길의 야생화 씨앗도 전한다. 카미노 길에서 선배 순례자와의 첫 번째 따뜻한 교감이다.
저녁 8시, 론세스바예스의 산타 마리아 성당의 순례자를 위한 미사에 갔다. 스페인 수녀님 순례자 세 분을 만났다. 그 중 한 분은 대전 수녀원에 계신 분이어서 한국말에 능숙했다. 한국 사람을 만난 걸 무척 반가워하신다. 우리도 덩달아 반갑다. 순례자 미사에서 신부님은 순례자들이 앞으로 어려움 없이 순례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를 한다. 그 성당 제단에 13세기 조각상 론세스바예스의 성모마리아 상이 있다. 이 성모상은 예전에는 커튼 뒤에 있어 큰 행사 때만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항시 볼 수 있다.
알베르게 건물 옆에 있는 뮤지엄에는 역사적 유물들과 성인의 뼛조각, 예수님이 쓰셨던 가시관의 가시 두 개가 들어있는 금으로 만든 성 유물함, 롤랑의 뿔 나팔 등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꼭 가보고 싶었으나 알베르게 도착 후 정리하고 나가보니 오픈 시간(10am~2pm, 3~6pm)이 지나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알베르게에 들어오니 첫날 26km 피레네 산을 넘어 걸어온 피로가 밀려왔다. 배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이곳 알베르게 근처에 상점이 없어 음식 재료를 살 수 없다. 그렇다면 배낭 속에 늘 함께 했던 라면이 실력 발휘를 할 차례. 알베르게 부엌에서 라면 네 개를 끓여 둘러앉았다. 집에서 준비해온 누룽지를 끓인 라면에 넣으니 훌륭한 한 끼 식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이탈리안 순례자는 조금 맛보고 싶다고 한다. 라면 한 그릇을 덜어주니 후루룩 한 입 먹고, 바로 엄지 손가락을 쳐들며 '굳'을 연발한다.
목차
목차
머리글-카미노 데 산티아고 14
0day 파리 - 생장 피드포르 34
다시 길 위에 서다
1day 생장 피드포르 - 론세스바예스 41
처음 온 길처럼 너무나 새롭다
2day 론세스바예스 - 수비리 49
없어도 될 물건이 너무 많다
3day 수비리 - 팜플로나 54
영화 속 한 장면이 되어
4day 팜플로나 - 푸엔테 라 레이나 60
끝을 아는 고통은 견디기 쉽다
5day 푸엔테 라 레이나 - 에스테야 67
일상을 털어버리고
6day 에스테야 - 로스 아르코스 73
길에서 만난 사람들
7day 로스 아르코스 - 비아나 80
분홍빛 노을이 지는 성벽 위에서
8day 비아나 - 나바레테 86
실종된 배낭을 찾아서
9day 나바레테 - 나헤라 93
포도 서리의 유혹
10day 나헤라 - 산토 도밍고 델 라 칼사다 101
기적의 도시에서
11day 산토 도밍고 델 라 칼사다 - 벨로라도 108
영혼의 고향, 산티아고 순례길
12day 벨로라도 - 산 후안 데 오르테가 115
거센 비바람을 견디며
13day 산 후안 데 오르테가 - 부르고스 122
얼마만큼의 사랑이 있어야
14day 부르고스 -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 130
길 위에서 죽음을 생각하다
15day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 - 카스트로헤리츠 137
들판에서 관용의 정신을 생각하다
16day 카스트로헤리츠 - 프로미스타 143
우리 부부는 서로를 너무 모른다
17day 프로미스타 -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150
어린 딸을 업고 새벽길을 걸으시던 아버지
18day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 레디고스 156
난 기적을 믿는다
19day 레디고스 - 베르시아노스 델 카미노 162
오래 머물수록 행복도 길어진다
20day 베르시아노스 델 카미노 - 렐리에고스 169
카미노 길에서 나누는 각양각색의 이야기들
21day 렐리에고스 - 레온 175
소포를 찾으러 우체국에 갔는데
22day 레온 - 비르헨 델 카미노 182
벨기에 보헤미안 가족
23day 비르헨 델 카미노 -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187
주인은 눈만 마주쳐도 활짝 웃고, 순례자도 덩달아 웃는다.
24day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 아스토르가 193
시간이 지나자 반달은 슈퍼문이 되었다
25day 아스토르가 - 라바날 델 카미노 199
하느님은 힘드시겠다. 이 소망 다 보듬으시려면
26day 라바날 델 카미노 - 몰리나세카 204
세상 떠날 때 혼자 가야 하는 길
27day 몰리나세카 - 비야프란카 델 비에르소 212
남편이 변한건가? 내 눈이 바뀐 건가?
28day 비야프란카 델 비에르소 - 베가 데 발카르세 220
한마디로 알린다. "꼬끼오~~~~"
29day 베가 데 발카르세 - 폰프리아 226
오 세브레이로 가는 길, 농부의 신심을 생각하다
30day 폰프리아 - 사모스 232
단단히 여며도 들이치는 비를 막을 수 없다
31day 사모스 - 페레이로스 238
자연을 몸으로 맛본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32day 페레이로스 - 벤타스 데 나론 245
빗길에서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다
33day 벤타스 데 나론 - 멜리데 251
흙길을 걷는 즐거움
34day 멜리데 - 아르수아 257
무엇이 그들을 이 길로 이끄는가
35day 아르수아 - 오 페드루소 263
카미노 길에 어울리지 않는 글
36day 오 페드루소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268
카미노를 완성한 날, 모두 친구가 되어 있다
37day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피니스테레, 묵시아 279
내 마음 속 다 비우고 찾아보면 언제나 계실 분
에필로그 289
일정 296
알아두면 유용할 스페인어 단어 몇 가지 298
별지-알베르게 정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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