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한국 소설사
전쟁과 이념의 시대, 소설로 읽다
한국 고전소설의 황금기인 17세기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소설사를 탐구한 『17세기 한국소설사』. 각각의 작품에 대한 세밀한 독해를 바탕으로 기존의 연구 성과를 종합하되 기계적 중립에 머물지 않고 저자 나름의 시각으로 17세기의 한국 고전소설사를 재구성했다. 저자가 17세기 한국 소설사를 해석하는 큰 틀은 ‘전쟁’과 ‘이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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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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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이념의 열쇠어로 읽는다
『17세기 한국소설사』는 한국 고전소설의 황금기인 17세기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소설사를 탐구한 책이다. 17세기는 두 차례의 전쟁 이후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시기는 한국 고전소설의 '황금시대'였다. 동시대 세계명작소설로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운영전雲英傳」과 『구운몽九雲夢』을 비롯한 다수의 명작과 문제작이 바로 17세기에 탄생했다.
이 책은 각각의 작품에 대한 세밀한 독해를 바탕으로 기존의 연구 성과를 종합하되 기계적 중립에 머물지 않고 저자 나름의 시각으로 17세기의 한국 고전소설사를 재구성했다. 저자가 17세기 한국 소설사를 해석하는 큰 틀은 '전쟁'과 '이념'이다.
전쟁과 이념의 틀로 읽는 한국 소설사
이 책은 '전쟁'과 '이념'이라는 두 가지 틀에 입각해 17세기의 한국 고전소설을 읽는다. 이 두 가지 키워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두 차례의 커다란 전쟁과 그로 인해 황폐화된 땅, 17세기 후반의 대기근 속에서 조선 민중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전쟁' 이후 극도의 혼란과 가난 속에서 지배 체제를 공고히 다지기 위한 '이념'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역사학이 기본적으로 문헌 자료에 대한 분석이라면 소설사는 작품의 세밀한 독해가 기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작품의 서사 진행 순서에 따라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따라서 작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면서 작품의 주요 지점을 짚어 보는 방식을 취했다.
먼저 1부에서는 작품 속에서 드러난 전쟁에 대한 기억, 그리고 전쟁이 당시의 소설 작품에 끼친 영향 등을 살핀다. 이를 통해 당시의 소설에서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고 이해되며 사용되는지 분석한다.
2부에서는 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위기에 빠진 지배 체제를 다시 공고히 하기 위해 소설이 이념의 도구가 되는 상황을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17세기 후반 조선 사회의 핵심어는 '복구'와 '재편'이었고, 이 과정에서 장편소설이 '이념의 도구'로 재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두 차례의 전쟁과 조선
1592년에 시작한 임진왜란은 이후 동아시아의 역사에 실질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중국에서는 명나라가 무너지고 여진족의 청나라가 들어섰으며, 일본에서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권력의 중심이 옮기면서 에도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조선만은 왕조 교체 및 주도권 세력의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1636년 병자호란의 굴욕을 겪고, 명나라가 무너진 이후 조선의 명의 적통을 잇는다는 '조선중화' 사상이라는 복고적인 현상이 일어날 정도였다.
17세기 전반부터 후반까지 조선 민중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왕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백성을 버렸고, 전쟁 이후에도 양반들의 공훈 잔치에 전쟁 복구는 더뎌졌다. 설상가상 17세기 중반에는 대기근이 이어져 조선 전체 인구의 20퍼센트가량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1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한양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구 증가와 복구 사업이 진행되었다.
왜 17세기인가?
17세기 조선 주류 사회의 담론은 '북벌론'과 '화이론' 그리고 그것이 이념화된 '조선중화주의'로 이어졌다. 민중의 삶이 피폐화된 당시의 문화는 주류 사회의 담론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문학작품 속에서 주류 담론은 형상을 통해 이념화되었는데, 17세기 후반 '복구'와 '재편'의 과정에서 장편소설의 형식이 '이념 도구'로 재발견되었다. 따라서 소설사에서 이 시대는 '이념의 시대'로 명명된다.
역설적이게도 '이념의 시대'가 한국 소설사의 황금시대로 꼽힌다. 한국 고전소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운영전雲英傳」과 『구운몽九雲夢』이 탄생한 시기가 바로 이 시기다. 중단편 애정소설로는 「주생전周生傳」과 「최척전崔陟傳」이 있었고, 장편소설에는 「남정기南征記」(사씨남정기), 『창선감의록倡善感義錄』, 『소현성록蘇賢聖錄』 등 한국 고전장편소설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이 포진해 있다. 전란 체험을 직설적으로 토로한 몽유록夢遊錄 형식의 「달천몽유록達川夢遊錄」과 「강도몽유록江都夢遊錄」, 「임진록壬辰錄」 등도 17세기의 주요한 문학 성과다.
17세기를 전후해 나타난 주요한 변화는 이전까지 한문 문언 단편소설이 소설의 거의 유일한 형식을 이루었는데, 이 시기부터 소설의 형식이 다양해진다. 이 시기의 소설사는 세 가지 흐름을 보이는데, 첫째는 「주생전」·「운영전」·「최척전」·「남궁선생전」·「장생전」·「강로전」·「김영철전」 등 한문 문언 단편소설의 지속이다. 둘째는 「임진록」과 「숙향전」으로 대표되는 중단편 한글소설의 등장이다. 마지막은 『구운몽』과 『소현성록』, 『창선감의록』 등 장편소설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전쟁을 보는 세 개의 시선
17세기 전반의 소설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상흔 속에서 창작되었다. 소설에는 자연히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들은 전쟁을 보는 시선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과 세계에 대한 환멸을 다룬 작품이다. 「주생전」·「운영전」·「최척전」 등 애정 주제의 전기소설과 「남궁선생전」·「장생전」 등 신선전神仙傳의 영향을 일정하게 수용하고 있는 전계소설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전쟁 패배의 책임을 묻고, 조선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작품이다. 「달천몽유록」·「강도몽유록」이 이에 해당한다
셋째는 패배의식을 걷어내고자 전쟁을 '승리의 역사'로 포장하는 경향이다. 「임진록」과 그 뒤를 계승한 소설들이 그렇다.
문제적 개인의 등장
'문제적 개인'은 근대 유럽의 리얼리즘 소설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온 개념이다. 문제적 개인은 세계와 불일치되며, 세계의 조화가 무너진 외부 세계와 조화로운 세계를 꿈꾸는 개인 사이의 모순과 괴리에서 나온다. 이 책은 「최척전」과 「운영전」의 주인공을 '문제적 개인'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조위한趙緯韓, 1567~1649의 작품인 「최척전」은 작자인 조위한이 주인공 최척을 만나 그의 인생 역정을 듣는 이야기이다. 최척은 두 차례의 전란을 거치며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조선,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을 떠돈다. 작품 역시 그만큼 커다란 스케일로 펼쳐지면서 격동의 시대와 불화한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자 미상의 「운영전」은 애정전기의 전통을 계승하되 몽유록 형식을 차용한 소설이다. 여성 주인공 운영의 애정소설로 시작해 궁녀가 되는 든 수많은 사연을 거치며, 자유연애 등 당대 여성이 누리지 못한 자유를 갈망하는 운영의 인생이 펼쳐진다.
지배 체제의 지속과 소설
17세기 조선 주류 사회가 가장 중요시한 가치는 바로 체제의 안정성이었다. 중국에서는 명나라가 무너지고 일본에서는 막부가 교체되는 동안 조선에서는 사회 지배 계급에서 아무런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민중의 삶은 어떠한 변화도 이끌 힘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피폐되었다. 조선의 양반 지도층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하기 위해 소설을 '이념의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당시의 소설을 이루는 커다란 흐름은 두 차례의 전란을 '승리'로 포장하며 지배층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사대부 중심의 통합 논리
소설 『구운몽』은 주인공 양소유가 펼치는 몽유록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소설 속 세상의 중심은 사대부다. 『구운몽』의 세계는 군주도, 왕족도 아닌 사대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사대부 중심주의'를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이는 당시 집권 세력인 서인의 발상과도 통하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여인들의 위계는 사대부 사이의 차등에 따라 교묘히 허물어져 있다. 양소유와 정경패로 대표되는 사대부는 왕족과 동일한 지위에 올라서고, 일종의 보편주의를 내건다. 이는 사대부가 왕족이나 귀족과 동등한 자리에서 사회 변혁을 이끄는 대표 계급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배타적인 사족중심주의
창작 시기가 확실치 않은 『창선감의록』은 조성기趙聖期, 1638~1689의 작품으로 추정되나 확언하기는 어렵고, 당시 유행하던 한글소설 『원감록』을 한문으로 개작한 것이 유력하다. 『창선감의록』은 가문소설이면서 재자가인소설, 애정소설이기도 하다. 『창선감의록』의 특징이라면 죄악과 처벌의 고리가 모든 계급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층의 악인에게 사죄의 기회를 주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한 반면 하층의 악인은 끝내 용서와 화해의 대상에서 배제된다. 『창선감의록』은 작가의 빼어난 서사 역량에 힘입은 소설적 성취는 실로 소중하다. 하지만 작품 저변에 놓인 배타적인 사족중심주의 또한 후대 장편소설 전개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선민의식과 가문중심주의
『소현성록』은 18세기 이래로 성행한 대하소설, 혹은 가문소설의 선구적 작품이다. 순한글소설인 『소현성록』은 본전과 별전으로 나뉘어 있는데, 별전은 『소씨삼대록』이라고 불린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소경, 즉 소현성과 그 아들 소경과 소경의 아들 세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현성록』이 세 세대의 이야기를 남고 있어 이를 장편소설 형식을 자리 잡은 작품으로 보기도 한다. 『소현성록』 역시 『창선감의록』과 동일하게 같은 죄를 짓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처벌한다. 물론 여기서는 사대부 가문인 소씨 가문이 주인공이다. 특히 소씨 가문이 하늘의 존재가 하강한 인물들로 묘사되는 등 일종의 선민의식까지 엿볼 수 있다. 소현성은 더러 임금을 얕잡아보기도 하는 등 자신의 가문은 타고났으며, 세상의 중심을 왕이 아니라 자기 가문임을 강하게 강조한다. '가문중심주의'가 중심부로 올라서면서 그 이면의 문제점이 부각된다. 선민의식과 결합된 '가족 이기주의'다.
목차
목차
17세기 소설사 서설
1부 전쟁의 시대
1 전쟁과 사회
2 전쟁을 보는 세 개의 시선
(1) 인간 실존의 형식: 환멸과 초월
(2) 현실 비판의 형식: 희망 없는 비판
(3) 현실 극복의 형식: 정신승리법
3 '문제적 개인'의 등장과 새로운 전망
(1) 역사 속의 인간 운명
(2) 새로운 시대정신
2부 이념의 시대
1 사회 재편의 두 갈래 길과 소설의 재발견
2 사대부 중심의 통합 논리
(1) 장편소설의 탄생: 서사 전통의 혁신
(2) 보편주의와 공존의 논리
3 배타적인 사족중심주의
(1) 선과 악의 대결: 극단적 갈등의 시작
(2) '규범적 인간'과 포용의 기준
4 선민의식과 가문중심주의
(1) 대하소설의 형식: 일상의 발견과 세대록
(2) 가문중심주의와 지배 이념
주석 / 참고 논저/ 찾아보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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