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좀 나의 삶 나의 글
한 청년백수의 천 개의 고원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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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고원》을 통해 이야기하는 ‘삶’!
한 청년백수의 《천 개의 고원》 사용법 『리좀, 나의 삶 나의 글』. ‘리좀’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함께 쓴 철학서인 《천 개의 고원》에서 사용된 용어로, 중심도 시작도 끝도 없이 다방으로 얽히고설킨 뿌리줄기를 의미한다. ‘중졸백수’에서 ‘청년백수’가 된 저자 김해완은 이처럼 낯선 개념으로 가득 찬 《천 개의 고원》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가령, 리좀, 지층, 기호체제, 다양체, 전쟁기계, 리토르넬로 등 《천 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개념들과 더불어 일상, 책, 연애, 몸, 시간, 늙음, 정치, 권력, 살아감 등에 대해 사유하면서 똑같이 반복되는 것만 같은 일상에 차이를 부여하고 생생한 삶의 순간을 살아내자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흔히 현실의 삶과는 동떨어진 관념적 사변으로 치부되는 ‘철학’이 외려 삶의 현장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공부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 청년백수의 《천 개의 고원》 사용법 『리좀, 나의 삶 나의 글』. ‘리좀’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함께 쓴 철학서인 《천 개의 고원》에서 사용된 용어로, 중심도 시작도 끝도 없이 다방으로 얽히고설킨 뿌리줄기를 의미한다. ‘중졸백수’에서 ‘청년백수’가 된 저자 김해완은 이처럼 낯선 개념으로 가득 찬 《천 개의 고원》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가령, 리좀, 지층, 기호체제, 다양체, 전쟁기계, 리토르넬로 등 《천 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개념들과 더불어 일상, 책, 연애, 몸, 시간, 늙음, 정치, 권력, 살아감 등에 대해 사유하면서 똑같이 반복되는 것만 같은 일상에 차이를 부여하고 생생한 삶의 순간을 살아내자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흔히 현실의 삶과는 동떨어진 관념적 사변으로 치부되는 ‘철학’이 외려 삶의 현장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공부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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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책 소개
'중졸백수'에서 '청년백수'가 된 청년이,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함께 쓴 『천 개의 고원』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 책.
"나는 정말 나인가? 내 삶은 내가 사는 것일까? '삶'이라는 것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느낄 수는 없을까?" 이런 저자의 고민들에 『천 개의 고원』은 그 전제를 다시 되묻게 했다. 그리고 "잠들고, 깨어나고, 싸우고, 치고받고, 자리를 찾고, 우리의 놀라운 행복과 우리의 엄청난 전락을 인식"하는 '일상' 속에서 실제로 써먹을 만한 개념들을 선물해 주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말한다. "살기는 쓰기"라고. 그리고 '삶'이라는 표상이 아니라 '살아 있음'이라는 떨림 그 자체를 더듬는 작업이 『천 개의 고원』과 함께 시작된다. "『천 개의 고원』이 말한다. 15번이나 반복해서 말한다. 쓰라. 쓰기란 다른 게 아니다. 삶을 증식시키는 '차이'를 탐색하고 그 속에 직접 뛰어드는 과정이다. 우리는 종종 연애로 세상을 다시 쓴다. 한 곡의 노래만으로 우리가 '증식하는 리좀'이 되어 새로 엮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리좀에 가닿든, 중요한 건 직접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은이의 말
『천 개의 고원』과 처음 만났을 당시, 나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남산강학원>에서 인문학 공부를 시작한 지 2년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가족과 학교의 울타리 바깥에서 과연 새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자신할 수 없던 상태였다. 일상을 함께해야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경직되었는데, 일상을 지탱하는 일들 하나하나는 힘에 부치기만 했다. 그런데 『천 개의 고원』은 그런 나에게 벼락처럼 떨어졌다. 그동안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원천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자기 비하와 자기 오만, 자의식과 눈칫밥 속에서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었다. 이 책은 이 고민의 전제를 다시 되묻게 했다. 나는 정말 나인가? 내 삶은 내가 사는 것일까? '삶'이라는 것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느낄 수는 없을까? 그러자 정말로 내 삶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과 만나면서 나는 철학과 삶이 아무런 매개 없이 만나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잠들고, 깨어나고, 싸우고, 치고받고, 자리를 찾고, 우리의 놀라운 행복과 우리의 엄청난 전락을 인식"하는 '일상' 속에서 실제로 써먹을 만한 개념들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던 것이다.(머리말 중에서)
『리좀, 나의 삶 나의 글』 저자 인터뷰
1. '청년백수의 『천 개의 고원』 사용법'이라는 부제에 눈길이 갑니다. 어떤 연유로 청년백수가 되었고, 또 『천 개의 고원』을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먼저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표지 앞에 '청년백수'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는데요, 저도 표지를 보고서 이에 대한 약간의 해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이 정체성에 엄청난 의미부여를 한 건 아닙니다. 제가 다들 '백수' 하면 떠올리는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열일곱 살 때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그 이후로 지식인공동체 '남산강학원'에서 쭉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자퇴했을 당시, 저에게는 대학에 갈 계획도 없었고 취직할 계획도 없었어요. 그보다는 공동체생활을 경험하고 또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픈 욕망이 훨씬 더 컸어요. 그랬더니 공식적으로 내걸만한 이름표(대학생, 노동자, 실업자, 기타 등등…)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에잇, 내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차라리 '백수'를 표방해버리자! 실업자와 취직자 수를 파악하는 통계청 입장에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제가 저를 '백수'라고 지칭할 때의 뉘앙스는, 대학교에 못가고 취직을 못하는 '루저'의 느낌보다는 하나의 정체성에 고정되어 있지 않은 '규정 불가능한'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제 일상은 단순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연구실로 출근합니다. 연구실에 도착하면 카페의 커피머신을 가동시키고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죠. (『리좀, 나의 삶 나의 글』을 쓸 때 저는 카페매니저였거든요.) 점심저녁으로 사람들과 함께 밥 먹고 산책합니다. 이 외의 시간에는 모두 세미나를 하거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한 공부를 합니다. '공부'가 연구실 생활리듬의 중심축인 거죠. 세미나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튜터 없이 자발적으로 꾸려가는 '일반세미나'도 있고, 혼자서는 읽기 어려운 책을 몇 달 동안 강독해나가는 '강학원', 또 1년이라는 긴 호흡을 가지고 학인들끼리 멤버십을 키우며 공부하는 '대중지성'도 있습니다.
『천 개의 고원』은 '강학원'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된 책입니다. 일주일에 한 챕터 씩, 꼬박 15주 동안 이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워낙 어렵기로 악명 높은(?) 책이기도 했고, 처음 읽어보는 철학책이라 긴장도 많이 했었어요. 책을 펴보니까 역시나 외계어를 대면한 기분이었어요. 매 챕터마다 세 번 이상은 읽고 노트정리까지 해야 이미지 하나라도 겨우 잡혔습니다. 그것도 잘못 짚은 경우가 태반이었지만요.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책이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모르긴 몰라도, 책의 개념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게다가 뭔가 직감적으로 촉이 섰죠. 이 책이 내가 지금껏 고민하던 문제들을 타파해줄지도 모른다는……!
2. 와! 정말로 일상이 '공부'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공부'를 하게 되는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공부에 뛰어드는 동기는 사람들 성격만큼이나 다양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원래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연구실 공부스타일에 적응하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웃음). 누구는 연구실에 넘치는 '간식의 힘'으로 공부한다고도 하고, 누구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일이 좋아서 공부한다고도 해요. 하지만 공부를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건 제가 공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의미부여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공부가 저에게 선물해주는 '힘' 때문이에요.
공부를 잘하냐 못하냐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저는 이 책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철학에 완전 초짜이고 미숙한 건 사실이니까요(ㅎㅎ). 하지만 『천 개의 고원』을 공부하는 과정은 저에게 '능숙함-미숙함'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어요. 그건 지금까지 제 삶과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을, 즉 '인식패턴'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죠. 이 순간이 가져다주는 놀라움 때문에 공부를 멈출 수 없는 것 같아요. 철학개념은 절대 관념의 영역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삶에서 직접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이에요.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진척시켜보는 좋은 기회! 철학책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열의만 있다면 누구나 이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들뢰즈와 가타리 개념 중에 '나무'와 '리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무'가 하나의 뿌리를 중심으로 잔가지들을 고정시키는 패턴이라면, '리좀'은 중심이 없는 대신 여러 줄기들이 접속하면서 계속 증식해나가는 운동이에요. 이 개념은 공부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책은 책, 나는 나라고 따로 생각한다면 그건 철학을 나무의 패턴에 가둬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이 나에게로 오는 과정, 또 내가 책으로 가는 과정에서 다이내믹하게 일어나는 '변화'에 중심을 실으면 공부는 그 자체로 이미 리좀이 됩니다. 리좀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공부가 재미있는 게 아닐까요(^^).
『천 개의 고원』을 읽기 전과 읽은 후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리좀, 나의 삶 나의 글』을 쓰기 전과 쓰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나'라는 자의식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자 덩달아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타인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와 같은 고민들도 사라졌어요. 그 대신 훨씬 더 전면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관계'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요.
3.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저도 한참 공부하는 과정이고, 그래서 『천 개의 고원』을 읽고 써내는 과정에서 여러 혼선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혼선이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책에 반영되었을 것 같은데(;;) 독자 분들께 미리 양해 말씀드립니다! (암만해도 이 자의식은 잘 없어지지 않네요!)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 '잘 쓰인 책', '매끄럽게 읽히는 책'이라는 평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이 책이 단 한 명에게라도 자기만의 '쓰기'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저로서는 이 책을 쓴 목표가 충분히 달성된 셈이에요.
"살기는 쓰기다!"라는 모토를 내걸었을 때, 여기에는 글쓰기의 재료를 삶 밖에서 찾을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필요한 건 이미 다 갖춰져 있어요. 누구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누구나 쓰기가 가능합니다. 단, 이 관계를 통찰하고 또 새롭게 재구성해보려는 노력이 없다면 쓸 수 없어요. (이게 핵심이에요^^) 저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작업을 퍼뜨리고 싶어요. 한편의 글을 쓰고 나면, 삶에도 필요한 건 이미 다 갖춰져 있다는 것 또한 긍정하게 되니까요. 중요한 건 얼마나 잘 쓰냐가 아니라, 쓰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삶의 노력이 아닐까요. 바로 이 힘이 별 다른 지식과 재주가 없더라도 글과 삶 모두를 강렬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책이 결점까지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저도 했는데요! 앞으로 많은 '독자-저자'들의 글쓰기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졸백수'에서 '청년백수'가 된 청년이,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함께 쓴 『천 개의 고원』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 책.
"나는 정말 나인가? 내 삶은 내가 사는 것일까? '삶'이라는 것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느낄 수는 없을까?" 이런 저자의 고민들에 『천 개의 고원』은 그 전제를 다시 되묻게 했다. 그리고 "잠들고, 깨어나고, 싸우고, 치고받고, 자리를 찾고, 우리의 놀라운 행복과 우리의 엄청난 전락을 인식"하는 '일상' 속에서 실제로 써먹을 만한 개념들을 선물해 주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말한다. "살기는 쓰기"라고. 그리고 '삶'이라는 표상이 아니라 '살아 있음'이라는 떨림 그 자체를 더듬는 작업이 『천 개의 고원』과 함께 시작된다. "『천 개의 고원』이 말한다. 15번이나 반복해서 말한다. 쓰라. 쓰기란 다른 게 아니다. 삶을 증식시키는 '차이'를 탐색하고 그 속에 직접 뛰어드는 과정이다. 우리는 종종 연애로 세상을 다시 쓴다. 한 곡의 노래만으로 우리가 '증식하는 리좀'이 되어 새로 엮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리좀에 가닿든, 중요한 건 직접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은이의 말
『천 개의 고원』과 처음 만났을 당시, 나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남산강학원>에서 인문학 공부를 시작한 지 2년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가족과 학교의 울타리 바깥에서 과연 새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자신할 수 없던 상태였다. 일상을 함께해야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경직되었는데, 일상을 지탱하는 일들 하나하나는 힘에 부치기만 했다. 그런데 『천 개의 고원』은 그런 나에게 벼락처럼 떨어졌다. 그동안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원천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자기 비하와 자기 오만, 자의식과 눈칫밥 속에서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었다. 이 책은 이 고민의 전제를 다시 되묻게 했다. 나는 정말 나인가? 내 삶은 내가 사는 것일까? '삶'이라는 것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느낄 수는 없을까? 그러자 정말로 내 삶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과 만나면서 나는 철학과 삶이 아무런 매개 없이 만나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잠들고, 깨어나고, 싸우고, 치고받고, 자리를 찾고, 우리의 놀라운 행복과 우리의 엄청난 전락을 인식"하는 '일상' 속에서 실제로 써먹을 만한 개념들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던 것이다.(머리말 중에서)
『리좀, 나의 삶 나의 글』 저자 인터뷰
1. '청년백수의 『천 개의 고원』 사용법'이라는 부제에 눈길이 갑니다. 어떤 연유로 청년백수가 되었고, 또 『천 개의 고원』을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먼저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표지 앞에 '청년백수'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는데요, 저도 표지를 보고서 이에 대한 약간의 해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이 정체성에 엄청난 의미부여를 한 건 아닙니다. 제가 다들 '백수' 하면 떠올리는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열일곱 살 때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그 이후로 지식인공동체 '남산강학원'에서 쭉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자퇴했을 당시, 저에게는 대학에 갈 계획도 없었고 취직할 계획도 없었어요. 그보다는 공동체생활을 경험하고 또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픈 욕망이 훨씬 더 컸어요. 그랬더니 공식적으로 내걸만한 이름표(대학생, 노동자, 실업자, 기타 등등…)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에잇, 내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차라리 '백수'를 표방해버리자! 실업자와 취직자 수를 파악하는 통계청 입장에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제가 저를 '백수'라고 지칭할 때의 뉘앙스는, 대학교에 못가고 취직을 못하는 '루저'의 느낌보다는 하나의 정체성에 고정되어 있지 않은 '규정 불가능한'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제 일상은 단순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연구실로 출근합니다. 연구실에 도착하면 카페의 커피머신을 가동시키고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죠. (『리좀, 나의 삶 나의 글』을 쓸 때 저는 카페매니저였거든요.) 점심저녁으로 사람들과 함께 밥 먹고 산책합니다. 이 외의 시간에는 모두 세미나를 하거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한 공부를 합니다. '공부'가 연구실 생활리듬의 중심축인 거죠. 세미나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튜터 없이 자발적으로 꾸려가는 '일반세미나'도 있고, 혼자서는 읽기 어려운 책을 몇 달 동안 강독해나가는 '강학원', 또 1년이라는 긴 호흡을 가지고 학인들끼리 멤버십을 키우며 공부하는 '대중지성'도 있습니다.
『천 개의 고원』은 '강학원'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된 책입니다. 일주일에 한 챕터 씩, 꼬박 15주 동안 이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워낙 어렵기로 악명 높은(?) 책이기도 했고, 처음 읽어보는 철학책이라 긴장도 많이 했었어요. 책을 펴보니까 역시나 외계어를 대면한 기분이었어요. 매 챕터마다 세 번 이상은 읽고 노트정리까지 해야 이미지 하나라도 겨우 잡혔습니다. 그것도 잘못 짚은 경우가 태반이었지만요.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책이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모르긴 몰라도, 책의 개념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게다가 뭔가 직감적으로 촉이 섰죠. 이 책이 내가 지금껏 고민하던 문제들을 타파해줄지도 모른다는……!
2. 와! 정말로 일상이 '공부'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공부'를 하게 되는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공부에 뛰어드는 동기는 사람들 성격만큼이나 다양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원래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연구실 공부스타일에 적응하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웃음). 누구는 연구실에 넘치는 '간식의 힘'으로 공부한다고도 하고, 누구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일이 좋아서 공부한다고도 해요. 하지만 공부를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건 제가 공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의미부여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공부가 저에게 선물해주는 '힘' 때문이에요.
공부를 잘하냐 못하냐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저는 이 책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철학에 완전 초짜이고 미숙한 건 사실이니까요(ㅎㅎ). 하지만 『천 개의 고원』을 공부하는 과정은 저에게 '능숙함-미숙함'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어요. 그건 지금까지 제 삶과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을, 즉 '인식패턴'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죠. 이 순간이 가져다주는 놀라움 때문에 공부를 멈출 수 없는 것 같아요. 철학개념은 절대 관념의 영역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삶에서 직접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이에요.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진척시켜보는 좋은 기회! 철학책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열의만 있다면 누구나 이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들뢰즈와 가타리 개념 중에 '나무'와 '리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무'가 하나의 뿌리를 중심으로 잔가지들을 고정시키는 패턴이라면, '리좀'은 중심이 없는 대신 여러 줄기들이 접속하면서 계속 증식해나가는 운동이에요. 이 개념은 공부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책은 책, 나는 나라고 따로 생각한다면 그건 철학을 나무의 패턴에 가둬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이 나에게로 오는 과정, 또 내가 책으로 가는 과정에서 다이내믹하게 일어나는 '변화'에 중심을 실으면 공부는 그 자체로 이미 리좀이 됩니다. 리좀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공부가 재미있는 게 아닐까요(^^).
『천 개의 고원』을 읽기 전과 읽은 후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리좀, 나의 삶 나의 글』을 쓰기 전과 쓰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나'라는 자의식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자 덩달아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타인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와 같은 고민들도 사라졌어요. 그 대신 훨씬 더 전면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관계'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요.
3.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저도 한참 공부하는 과정이고, 그래서 『천 개의 고원』을 읽고 써내는 과정에서 여러 혼선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혼선이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책에 반영되었을 것 같은데(;;) 독자 분들께 미리 양해 말씀드립니다! (암만해도 이 자의식은 잘 없어지지 않네요!)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 '잘 쓰인 책', '매끄럽게 읽히는 책'이라는 평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이 책이 단 한 명에게라도 자기만의 '쓰기'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저로서는 이 책을 쓴 목표가 충분히 달성된 셈이에요.
"살기는 쓰기다!"라는 모토를 내걸었을 때, 여기에는 글쓰기의 재료를 삶 밖에서 찾을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필요한 건 이미 다 갖춰져 있어요. 누구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누구나 쓰기가 가능합니다. 단, 이 관계를 통찰하고 또 새롭게 재구성해보려는 노력이 없다면 쓸 수 없어요. (이게 핵심이에요^^) 저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작업을 퍼뜨리고 싶어요. 한편의 글을 쓰고 나면, 삶에도 필요한 건 이미 다 갖춰져 있다는 것 또한 긍정하게 되니까요. 중요한 건 얼마나 잘 쓰냐가 아니라, 쓰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삶의 노력이 아닐까요. 바로 이 힘이 별 다른 지식과 재주가 없더라도 글과 삶 모두를 강렬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책이 결점까지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저도 했는데요! 앞으로 많은 '독자-저자'들의 글쓰기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목차
목차
리좀과 글쓰기
기계 : 삶도 책도 작동한다 │ 나무, 삶을 분할하라 │ 리좀, 나무를 가로지르다 │ '살아 있음'의 지도 그리기 │ 고원을 만드는 글쓰기
아무것도 부족할 것 없는 연애-다양체의 무의식
연애를 하라? │ 연애의 파국 : 사랑이냐 불안이냐 │ 사랑에 빠지는 순간 : 늑대는 한 마리로는 될 수 없다 │ "사랑한다"는 말 │ 에로스는 발명되어야 한다 │ 모든 다양한 사랑을 향해
몸, 지구와 일상을 통과하다 -지층 속의 떨림
나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할까 │ 지층이라는 개념 │ 우리가 지구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 │ 이중분절 : 지구에 중앙제어장치는 없다 │ 지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할까
'힐링' 말고 '킬링'을 말하라 -명령어와 패스워드
청춘의 미스터리 │ 명령어 : 공정한 말은 없다 │ 펜이 칼보다 더 센 이유 │ 언어의 사형선고 │ …그리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도표-기호체제
영화 「세계」 : 현실과 이상 사이 │ '세계공원'은 세계가 아니다 │ 나의 삶, 커플의 삶 │ 열심히 살라? │ 공리계 탈출하기
설거지, 청소, 빨래의 길道 -기관 없는 신체와 욕망
일상은 시시한가? │ 기관 없는 신체(CsO) : 일상을 가로지르는 몸 │ 욕망, 끊이지 않는 생명의 힘 │ 필요한 것은 모두 가지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 나는 없다 -얼굴성
얼굴과 자의식 │ "얼굴은 괴담이다" │ 얼굴성, 자의식을 작동시켜라 │ 풍경성, 자연을 납작하게 뭉개라 │ 슈퍼스타 인종 오디션 │ 얼굴을 해체하는 사랑은 가능한가
몽타이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여러 가지 선들
랑그독의 한 마을 │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 │ 세 가지 선 : 견고한 분할선, 유연한 분할선, 도주선 │ 도주선, 달아나는 시간 │ 여러 선분들 사이에서 새로운 선을 그려라
정치테제, 윤리를 발명하라 -미시정치와 파시즘
대통령이 나를 억압하나? │ 거시정치와 미시정치 : 클릭, 두 가지 정치라인 │ 우리는 왜 똑같은 삶을 욕망하는가 │ 도주와 윤리 │ 완성되지 않는 세계
전사들이 있다 -전쟁기계
어린 시절의 판타지 │ 유목민, 역사를 빠져나가다 │ 전쟁기계 : '강함'이 작동하는 방식 │ 속도와 수행 │ 내가 만난 전쟁기계 : 푸코와 루쉰 │ 무엇을 할 것인가
잉여사회에서 잉여인간으로 사는 길 -포획장치
백수의 질문 │ 진격의 국가 │ 국가의 지상명령 : 잉여를 포획하라 │ 자본의 지상명령 : 잉여는 공리(公理)다 │ 인생은 부채가 아니다 │ 불가능한 현실, 그것의 생산
패치워크로 기워가는 세상 -홈 파인 공간과 매끈한 공간
모래알의 노래를 들어라 │ 밀양 송전탑 : 지구에 홈을 파라 │ 우리는 한 공간에 있다 │ 공간의 생성, 한 조각마다 달라지는 전체 │ 세상을 더듬는 눈
나, 여기에 서다 -되기, 되기, 그리고…
어느 도시 아이의 회상 │ 어느 야초의 회상 │ 어느 원소의 회상 │ 어느 손녀의 회상 │ 살아감이라는 간주곡
'살아감'이라는 간주곡 -리토르넬로
휴전 │ 무감각한 시간 │ 카오스 : 우주적 시간 │ 영토 : 여백의 자유 │ 코스모스 : 폐쇄된 영토와 다져지는 영토, 그리고… │ 쓰는 시간
기계 : 삶도 책도 작동한다 │ 나무, 삶을 분할하라 │ 리좀, 나무를 가로지르다 │ '살아 있음'의 지도 그리기 │ 고원을 만드는 글쓰기
아무것도 부족할 것 없는 연애-다양체의 무의식
연애를 하라? │ 연애의 파국 : 사랑이냐 불안이냐 │ 사랑에 빠지는 순간 : 늑대는 한 마리로는 될 수 없다 │ "사랑한다"는 말 │ 에로스는 발명되어야 한다 │ 모든 다양한 사랑을 향해
몸, 지구와 일상을 통과하다 -지층 속의 떨림
나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할까 │ 지층이라는 개념 │ 우리가 지구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 │ 이중분절 : 지구에 중앙제어장치는 없다 │ 지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할까
'힐링' 말고 '킬링'을 말하라 -명령어와 패스워드
청춘의 미스터리 │ 명령어 : 공정한 말은 없다 │ 펜이 칼보다 더 센 이유 │ 언어의 사형선고 │ …그리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도표-기호체제
영화 「세계」 : 현실과 이상 사이 │ '세계공원'은 세계가 아니다 │ 나의 삶, 커플의 삶 │ 열심히 살라? │ 공리계 탈출하기
설거지, 청소, 빨래의 길道 -기관 없는 신체와 욕망
일상은 시시한가? │ 기관 없는 신체(CsO) : 일상을 가로지르는 몸 │ 욕망, 끊이지 않는 생명의 힘 │ 필요한 것은 모두 가지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 나는 없다 -얼굴성
얼굴과 자의식 │ "얼굴은 괴담이다" │ 얼굴성, 자의식을 작동시켜라 │ 풍경성, 자연을 납작하게 뭉개라 │ 슈퍼스타 인종 오디션 │ 얼굴을 해체하는 사랑은 가능한가
몽타이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여러 가지 선들
랑그독의 한 마을 │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 │ 세 가지 선 : 견고한 분할선, 유연한 분할선, 도주선 │ 도주선, 달아나는 시간 │ 여러 선분들 사이에서 새로운 선을 그려라
정치테제, 윤리를 발명하라 -미시정치와 파시즘
대통령이 나를 억압하나? │ 거시정치와 미시정치 : 클릭, 두 가지 정치라인 │ 우리는 왜 똑같은 삶을 욕망하는가 │ 도주와 윤리 │ 완성되지 않는 세계
전사들이 있다 -전쟁기계
어린 시절의 판타지 │ 유목민, 역사를 빠져나가다 │ 전쟁기계 : '강함'이 작동하는 방식 │ 속도와 수행 │ 내가 만난 전쟁기계 : 푸코와 루쉰 │ 무엇을 할 것인가
잉여사회에서 잉여인간으로 사는 길 -포획장치
백수의 질문 │ 진격의 국가 │ 국가의 지상명령 : 잉여를 포획하라 │ 자본의 지상명령 : 잉여는 공리(公理)다 │ 인생은 부채가 아니다 │ 불가능한 현실, 그것의 생산
패치워크로 기워가는 세상 -홈 파인 공간과 매끈한 공간
모래알의 노래를 들어라 │ 밀양 송전탑 : 지구에 홈을 파라 │ 우리는 한 공간에 있다 │ 공간의 생성, 한 조각마다 달라지는 전체 │ 세상을 더듬는 눈
나, 여기에 서다 -되기, 되기, 그리고…
어느 도시 아이의 회상 │ 어느 야초의 회상 │ 어느 원소의 회상 │ 어느 손녀의 회상 │ 살아감이라는 간주곡
'살아감'이라는 간주곡 -리토르넬로
휴전 │ 무감각한 시간 │ 카오스 : 우주적 시간 │ 영토 : 여백의 자유 │ 코스모스 : 폐쇄된 영토와 다져지는 영토, 그리고… │ 쓰는 시간
저자
저자
김해완
저자 김해완은 1993년 12월에 태어났다. 3년에 한 번꼴로 이곳저곳 이사한 통에 이렇다 할 고향은 없다. 연구실이 있는 '남산'과 부모님이 농사짓는 '제천'이 현재 나의 베이스캠프다. 열일곱 살에 학교를 자퇴했고 그후 멋대로(?) '중졸백수'를 자처했다. 그때부터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았는데, 5년간 즐겁고도 '빡센' 코스를 거치며 읽기, 쓰기, 살기를 동시에 배웠다. 현재 내 일상의 중심은 공부다. 하지만 이 공부는 시험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그 힘이 내 일상을 받쳐준다는 느낌이 든다. 매일매일 밥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되고, 내가 사유한 딱 그만큼만 글이 나온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만큼 부끄럽고 또 자유로운 때가 없는 것 같다. 정규코스에는 무관심한 성격 때문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 인복 하나는 많다. '방임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공부만큼은 늘 든든하게 지원해 주셨던 부모님, 학교 바깥에서 새로운 공부와 새로운 일상을 선물해 주었던 연구실의 선배들과 친구들. 앞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되든, 내 인복을 믿고 있다. 학교와 집을 나온 십대 때 『다른 십대의 탄생』을 썼다. 이십대인 지금은 좀더 다양한 글쓰기, 다양한 언어와 만나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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