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거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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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독일문학의 카프카로 불리는 토마스 베른하르트가 쓴 예술 3부작 마지막 소설
36년간 빈 미술사 박물관을 이틀에 한 번씩 찾아 틴토레토의 그림 《하얀수염의 남자》 앞에서 사색에 잠기는 음악 평론가 레거. 그가 펼치는 예술과 인생에 대한 전복적이며 매혹적인 성찰. 독설의 대가 베른하르트의 타깃이 이번에는 음악과 미술, 문학과 철학의 대가들을 향해 겨누어진다. 렘브란트, 베토벤, 말러, 브루크너, 하이데거, 슈티프터를 비롯한 거장들이 신랄하게 발가벗겨지며, 베른하르트가 휘두르는 독설의 채찍에 거의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옛 거장들은 한 번도 인간성을 위해 헌신한 적이 없는, 돈과 명예를 좇아 국가 권력과 가톨릭에 아양을 떨었던 어용예술가 또는 허위적 인간에 지나지 않으며, 죽음의 순간처럼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우리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외면한다. 예술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며, 우리에게 남는 것은 그저 인간들뿐이다. 거장들을 희화화하면서 얻는 통쾌한 해방감과 함께 예술과 철학, 사회와 국가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쓰디쓴 통찰을 베른하르트 특유의 리드미컬한 장광설 속에서 즐길 수 있다.
36년간 빈 미술사 박물관을 이틀에 한 번씩 찾아 틴토레토의 그림 《하얀수염의 남자》 앞에서 사색에 잠기는 음악 평론가 레거. 그가 펼치는 예술과 인생에 대한 전복적이며 매혹적인 성찰. 독설의 대가 베른하르트의 타깃이 이번에는 음악과 미술, 문학과 철학의 대가들을 향해 겨누어진다. 렘브란트, 베토벤, 말러, 브루크너, 하이데거, 슈티프터를 비롯한 거장들이 신랄하게 발가벗겨지며, 베른하르트가 휘두르는 독설의 채찍에 거의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옛 거장들은 한 번도 인간성을 위해 헌신한 적이 없는, 돈과 명예를 좇아 국가 권력과 가톨릭에 아양을 떨었던 어용예술가 또는 허위적 인간에 지나지 않으며, 죽음의 순간처럼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우리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외면한다. 예술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며, 우리에게 남는 것은 그저 인간들뿐이다. 거장들을 희화화하면서 얻는 통쾌한 해방감과 함께 예술과 철학, 사회와 국가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쓰디쓴 통찰을 베른하르트 특유의 리드미컬한 장광설 속에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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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차이와 반복을 통한 언어의 푸가 예술과 철학, 삶의 의미에 대한 해체와 전복
예술은 결코 인간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라고 레거는 말했다
삼십 년 넘게 이틀에 한 번씩 빈 미술사 박물관에 와서 보르도네 홀의 의자에 앉아 오직 틴토레토의 '하얀수염의 남자만'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특이한 습관의 예술 비평가 레거. 수십 년 넘게 글을 쓰면서도 단 한 번도 출판하지 않은 철학자 아츠바허. 그리고 레거가 보르도네 홀의 의자를 독점하도록 뒷배를 봐주는 박물관 감독관 이르지글러. 이 세 사람이 등장하는 연극 무대 같은 설정의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서양문화사 전체를 압축해 펼쳐내는 예술 철학의 블랙코미디.
일년 반 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레거는 자살 충동 속에서 예술과 철학,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지금까지 자신이 가졌던 예술관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토요일을 제외하고 이틀에 한 번씩 박물관을 방문하던 관례를 깨고 레거는 토요일에 할 말이 있다며 열한 시 반에 만나자고 아츠바허를 부른다. 아츠바허는 그 이유를 궁금해하며 한 시간 일찍 와서 '하얀수염의 남자' 앞에서 생각에 잠긴 레거를 관찰하는데…….
아무리 천재적이라 하더라도 옛 거장들은 모두가 거짓입니다, 라고 레거는 말했다
하이데거? 살찐 퇴직장교처럼 보이는, 반바지를 입은 우스꽝스러운 나치 속물!
바흐? 뚱뚱하고 구린내 나는 바흐!
베토벤? 만성 우울증 환자에 순전히 국가적인 작곡가! 음악이 아니라 굉음!
엘 그레코? 단 한 번도 손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언제나 더럽고 축축한 행주같이 보이는 손만 그린 화가!
브루크너? 감상적이고 저속하며, 멍청하고 기념비적인, 관현악의 감상주의자!
독설의 대가 베른하르트는 생애 마지막으로 집필한 소설에서 예술과 철학의 거장들을 자신의 독설의 타깃으로 삼는다. 《옛 거장들》에는 유럽문화사의 숱한 대가들이 등장한다. 화가로는 틴토레토,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고야, 뒤러, 클림트, 실레, 빌리베르티, 캄파뇰라, 조르조네, 티치아노가, 철학자로는 하이데거, 칸트, 쇼펜하우어, 파스칼, 키르케고르가, 음악가로는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바흐, 하이든, 브루크너, 바그너, 말러, 베베른, 쇤베르크, 베르크가, 문필가로는 괴테, 슈티프터, 몽테뉴, 볼테르, 노발리스, 야나체크가, 이 밖에 건축가 아돌프 로스와 오토 바그너 등 수많은 서구의 기라성 같은 거장들이 도마 위에 올려져 난도질당한다.
그중에서도 슈티프터와 하이데거가 가장 가혹하게 매질을 당한다. 독일 산문의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슈티프터는 "졸렬하고 가장 혐오스러운 엉성한 문체를 가지고 있으며", "독일어권 문학 안에서 가장 지루하고 거짓된 작가, 소시민적인 감상주의와 소시민적인 어설픔으로, 구역질이 나"는 작가이다.
심지어 더 심한 혹평을 당하는 하이데거는 "슈티프터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존재"이고, "항상 괴상하였을 뿐 아니라 (…) 파괴적이며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독일의 철학 잡탕에 꼭 맞는 알프스 변두리의 무능한 사색가"로 그려진다. "하이데거는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 철학자다운 얼굴을 지니지 않았으며, 완전히 비정신적인 인간"이고, "단지 훔친 물건만 내놓은 철학의 협잡꾼"이며, 그가 내놓는 것은 "모두 중고품"일 뿐이다. 게다가 "스스로 생각해 내는 자질이 부족하고 실제로 모든 것이 모자란, 뒤쫓아 생각하는 이의 전형"이고, 그의 철학의 핵심은 "위대한 남의 사상을 전혀 거리낌 없이 왜소하게 만들어 버리는 데 있"으며, "유치한 잠 모자, 그가 어떤 자리에나 항상 쓰고 다닌 그 모자로 독일 철학을 덮어씌운 독일 철학의 소시민"이다. 여성에게나 인기 있는 "여성전용 철학자"이고, "금세기 독일의 최고 응석받이 철학자이자 동시에 가장 하찮은 철학자"에다, "완전히 머리가 텅 빈 사람"이다.
베른하르트는 《옛 거장들》 속에서 예술과 철학의 거장들을 끊임없이 희화화하고, 모욕하고, 조롱한다. 거장들과 걸작들의 허점과 허위를 드러내고, 그러한 예술을 숭배하고 경탄하는 범인들과 지식인들의 속물성을 예술철학자 레거의 입을 빌어 비판한다. 예술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숭배하지 말고, 경탄하지 말고,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 믿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망상입니다, 라고 레거는 말했다
물론 이런 조롱과 비판들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소설은 예술과 철학에 대한 주옥같은 어록과 매혹적인 통찰로 가득한 보물상자와도 같다.
"나는 항상 내게는 음악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끔씩은 철학이 그렇다고 생각했고, 뛰어난 최고의 글들이, 또 예술이 다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술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레거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이 사랑한" 아내가 죽었을 때, 한평생 모아둔 모든 책과 글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셰익스피어와 칸트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소위 위대한 인물이라고 추어 올린 이들도 진정 우리가 필요로 하는 그 순간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해답도 주지 않으며, 위로도 해주지 못합니다. (…) 이 소위 위대한 사람들 그리고 중요하다는 사람들의 생각과 글은 모두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 그러니까 우리 삶의 중대한 순간에 이 중요한 사람과 위대한 사람에게 언제나 그러듯이 의지할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입니다. 바로 그 삶의 결정적 순간에 우리는 이 모든 중요한 사람 그리고 위대한 사람, 소위 영원한 이들로부터 버림을 받습니다."
그들이 이러한 삶의 결정적 순간에 우리에게 주는 것이라고는 "우리는 혼자이며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는 사실뿐"이다. 레거는 예술과 철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은 순전한 거짓이며,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인간들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
《옛 거장들》은 《벌목》, 《몰락하는 자》와 더불어 베른하르트 예술 3부작 가운데 하나로 베른하르트가 마지막으로 집필한 소설이기도 하다. 영화로 치자면 마치 제한된 공간 속에 소수의 등장인물로 특이한 설정을 해놓고 통렬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김기덕 스타일과, 지적인 유머로 끊임없이 수다를 늘어놓는 우디 앨런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진지한 표정을 하고는 무거운 주제를 낯선 스타일로 다루면서도 독자를 은근히 웃기게 만드는 솜씨가 일품이다.
줄바꿈도 문단 구분도 상황 묘사도 없이 시종일관 레거가 말하는 내용을 화자인 아츠바허가 전달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쓰인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은 '~라고 레거는 말했다'는 표현이다. 베른하르트에 대해 "뭐 이런 작가가 다 있어?"라고 반문한 소설가 장정일을 흉내 내자면, 줄거리도 없이 반복되는 장광설로 쓰디쓴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 이상한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다른 어떤 소설에서도 맛볼 수 없는 기묘한 쾌감을 느끼며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 하고 반문하게 될지도 모른다.
방대한 분량의 서양문화예술사를 240여 쪽의 짧은 분량 속에 압축하여 몰아넣고, 그것을 '차이와 반복을 통한 언어의 푸가' 속에서 경쾌하게 뽑아내는 수완은 참으로 놀랍다. 우리는 마지막에 노(老) 음악평론가가 아츠바허에게 제안하는 행동에서, "사랑과 우정이 없이는 가장 고상한 예술과 근본적인 진리조차도 빛이 바래고 공허하며 위험하다"는, 과학철학자 파이어아벤트가 죽음을 앞두고 깨달은 아니러니컬한 성찰에 이르게 된다.
|이들에게 권함|
'토마스 베른하르트 대륙'에 첫발을 디디려는 독자들이라면.
예술과 문학에 대한 사색이 담긴 소설을 원한다면.
김기덕과 우디 앨런의 영화를 즐기는 감수성을 가진 분들이라면.
예술은 결코 인간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라고 레거는 말했다
삼십 년 넘게 이틀에 한 번씩 빈 미술사 박물관에 와서 보르도네 홀의 의자에 앉아 오직 틴토레토의 '하얀수염의 남자만'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특이한 습관의 예술 비평가 레거. 수십 년 넘게 글을 쓰면서도 단 한 번도 출판하지 않은 철학자 아츠바허. 그리고 레거가 보르도네 홀의 의자를 독점하도록 뒷배를 봐주는 박물관 감독관 이르지글러. 이 세 사람이 등장하는 연극 무대 같은 설정의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서양문화사 전체를 압축해 펼쳐내는 예술 철학의 블랙코미디.
일년 반 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레거는 자살 충동 속에서 예술과 철학,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지금까지 자신이 가졌던 예술관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토요일을 제외하고 이틀에 한 번씩 박물관을 방문하던 관례를 깨고 레거는 토요일에 할 말이 있다며 열한 시 반에 만나자고 아츠바허를 부른다. 아츠바허는 그 이유를 궁금해하며 한 시간 일찍 와서 '하얀수염의 남자' 앞에서 생각에 잠긴 레거를 관찰하는데…….
아무리 천재적이라 하더라도 옛 거장들은 모두가 거짓입니다, 라고 레거는 말했다
하이데거? 살찐 퇴직장교처럼 보이는, 반바지를 입은 우스꽝스러운 나치 속물!
바흐? 뚱뚱하고 구린내 나는 바흐!
베토벤? 만성 우울증 환자에 순전히 국가적인 작곡가! 음악이 아니라 굉음!
엘 그레코? 단 한 번도 손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언제나 더럽고 축축한 행주같이 보이는 손만 그린 화가!
브루크너? 감상적이고 저속하며, 멍청하고 기념비적인, 관현악의 감상주의자!
독설의 대가 베른하르트는 생애 마지막으로 집필한 소설에서 예술과 철학의 거장들을 자신의 독설의 타깃으로 삼는다. 《옛 거장들》에는 유럽문화사의 숱한 대가들이 등장한다. 화가로는 틴토레토,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고야, 뒤러, 클림트, 실레, 빌리베르티, 캄파뇰라, 조르조네, 티치아노가, 철학자로는 하이데거, 칸트, 쇼펜하우어, 파스칼, 키르케고르가, 음악가로는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바흐, 하이든, 브루크너, 바그너, 말러, 베베른, 쇤베르크, 베르크가, 문필가로는 괴테, 슈티프터, 몽테뉴, 볼테르, 노발리스, 야나체크가, 이 밖에 건축가 아돌프 로스와 오토 바그너 등 수많은 서구의 기라성 같은 거장들이 도마 위에 올려져 난도질당한다.
그중에서도 슈티프터와 하이데거가 가장 가혹하게 매질을 당한다. 독일 산문의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슈티프터는 "졸렬하고 가장 혐오스러운 엉성한 문체를 가지고 있으며", "독일어권 문학 안에서 가장 지루하고 거짓된 작가, 소시민적인 감상주의와 소시민적인 어설픔으로, 구역질이 나"는 작가이다.
심지어 더 심한 혹평을 당하는 하이데거는 "슈티프터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존재"이고, "항상 괴상하였을 뿐 아니라 (…) 파괴적이며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독일의 철학 잡탕에 꼭 맞는 알프스 변두리의 무능한 사색가"로 그려진다. "하이데거는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 철학자다운 얼굴을 지니지 않았으며, 완전히 비정신적인 인간"이고, "단지 훔친 물건만 내놓은 철학의 협잡꾼"이며, 그가 내놓는 것은 "모두 중고품"일 뿐이다. 게다가 "스스로 생각해 내는 자질이 부족하고 실제로 모든 것이 모자란, 뒤쫓아 생각하는 이의 전형"이고, 그의 철학의 핵심은 "위대한 남의 사상을 전혀 거리낌 없이 왜소하게 만들어 버리는 데 있"으며, "유치한 잠 모자, 그가 어떤 자리에나 항상 쓰고 다닌 그 모자로 독일 철학을 덮어씌운 독일 철학의 소시민"이다. 여성에게나 인기 있는 "여성전용 철학자"이고, "금세기 독일의 최고 응석받이 철학자이자 동시에 가장 하찮은 철학자"에다, "완전히 머리가 텅 빈 사람"이다.
베른하르트는 《옛 거장들》 속에서 예술과 철학의 거장들을 끊임없이 희화화하고, 모욕하고, 조롱한다. 거장들과 걸작들의 허점과 허위를 드러내고, 그러한 예술을 숭배하고 경탄하는 범인들과 지식인들의 속물성을 예술철학자 레거의 입을 빌어 비판한다. 예술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숭배하지 말고, 경탄하지 말고,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 믿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망상입니다, 라고 레거는 말했다
물론 이런 조롱과 비판들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소설은 예술과 철학에 대한 주옥같은 어록과 매혹적인 통찰로 가득한 보물상자와도 같다.
"나는 항상 내게는 음악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끔씩은 철학이 그렇다고 생각했고, 뛰어난 최고의 글들이, 또 예술이 다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술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레거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이 사랑한" 아내가 죽었을 때, 한평생 모아둔 모든 책과 글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셰익스피어와 칸트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소위 위대한 인물이라고 추어 올린 이들도 진정 우리가 필요로 하는 그 순간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해답도 주지 않으며, 위로도 해주지 못합니다. (…) 이 소위 위대한 사람들 그리고 중요하다는 사람들의 생각과 글은 모두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 그러니까 우리 삶의 중대한 순간에 이 중요한 사람과 위대한 사람에게 언제나 그러듯이 의지할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입니다. 바로 그 삶의 결정적 순간에 우리는 이 모든 중요한 사람 그리고 위대한 사람, 소위 영원한 이들로부터 버림을 받습니다."
그들이 이러한 삶의 결정적 순간에 우리에게 주는 것이라고는 "우리는 혼자이며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는 사실뿐"이다. 레거는 예술과 철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은 순전한 거짓이며,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인간들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
《옛 거장들》은 《벌목》, 《몰락하는 자》와 더불어 베른하르트 예술 3부작 가운데 하나로 베른하르트가 마지막으로 집필한 소설이기도 하다. 영화로 치자면 마치 제한된 공간 속에 소수의 등장인물로 특이한 설정을 해놓고 통렬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김기덕 스타일과, 지적인 유머로 끊임없이 수다를 늘어놓는 우디 앨런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진지한 표정을 하고는 무거운 주제를 낯선 스타일로 다루면서도 독자를 은근히 웃기게 만드는 솜씨가 일품이다.
줄바꿈도 문단 구분도 상황 묘사도 없이 시종일관 레거가 말하는 내용을 화자인 아츠바허가 전달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쓰인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은 '~라고 레거는 말했다'는 표현이다. 베른하르트에 대해 "뭐 이런 작가가 다 있어?"라고 반문한 소설가 장정일을 흉내 내자면, 줄거리도 없이 반복되는 장광설로 쓰디쓴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 이상한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다른 어떤 소설에서도 맛볼 수 없는 기묘한 쾌감을 느끼며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 하고 반문하게 될지도 모른다.
방대한 분량의 서양문화예술사를 240여 쪽의 짧은 분량 속에 압축하여 몰아넣고, 그것을 '차이와 반복을 통한 언어의 푸가' 속에서 경쾌하게 뽑아내는 수완은 참으로 놀랍다. 우리는 마지막에 노(老) 음악평론가가 아츠바허에게 제안하는 행동에서, "사랑과 우정이 없이는 가장 고상한 예술과 근본적인 진리조차도 빛이 바래고 공허하며 위험하다"는, 과학철학자 파이어아벤트가 죽음을 앞두고 깨달은 아니러니컬한 성찰에 이르게 된다.
|이들에게 권함|
'토마스 베른하르트 대륙'에 첫발을 디디려는 독자들이라면.
예술과 문학에 대한 사색이 담긴 소설을 원한다면.
김기덕과 우디 앨런의 영화를 즐기는 감수성을 가진 분들이라면.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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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토마스 베른하르트
저자 토마스 베른하르트(Thomas Bernhard)는 오스트리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1931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자랐다. 현대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작품들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문학적 성취'라고 평가된다. 질병, 파멸, 죽음, 정신착란 등을 소재로 한 독특한 작품 세계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불러일으켰고, 끊임없이 문학을 통해 조국 오스트리아와 보수적인 기득권층에 비판을 가했다. 1989년 사망하며 오스트리아 내에서 자신의 작품의 출판과 공연을 금지하는 유언을 남겼다. 이러한 이유로 자국 내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대외적으로는 명성을 떨쳤다. 율리우스 캄페 상으로 시작해 오스트리아 국가 문학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그릴파르처 상, 프랑스의 메디치 상까지 유럽의 저명한 문학상을 대부분 수상했다. 대표작 중 소설로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옛 거장들》, 《몰락하는 자》, 《소멸》, 《혼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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