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를 마시고 저녁산책을 나가다(문학의전당 시인선 156)
양승준 시집
금번 상재한 『위스키를 마시고 저녁산책을 나가다』 전체는 길 위에 새겨진 존재의 문양을 시간의 형식으로 풀어낸 시집이라 하겠다. 인간은 시간의 산책자이다. 시간으로 시작해서 시간의 의식으로 종결하는 지점에 시말이 있고 시가 있다. 이를테면 양승준의 시말운동은 시간과 존재 사이를 관통해가는 말 존재론적 사태를 육화시킨 것에 다름 아닌데, 그것은 바로 시간의 지층들이 기입된 존재의 문양 그 자체이다. 특히 시 「우기(雨期)」는 시간이 펼쳐내는 다양한 사태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시간이 전유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서 약간의 여백을 둔 여섯 개의 “무렵”은 시간이 존재하는 방식, 즉 시간이 존재로 응결되는 극적인 순간이자, 그 모든 유의미한 사태들이 자연으로 되돌려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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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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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를 마시고 저녁산책을 나가다 양승준 시집
길 위에 새겨진 존재의 문양
[시인의 말]
세월이 흐른다는 건
슬픔이 내 모가지를
점점 더 옥죈다는 것,
내가 사막을 건너갈 때
버릴 수도 없고
버려서도 안 되는
이 눈물 한 접시
[해설]
소소리바람이 종종걸음으로 이따금 흙먼지를 날릴 무렵
능소화가 진홍색 꽃망울을 터뜨려 내 손목을 잡아끌 무렵
밀잠자리들이 습지를 찾아가 구애의 첫 비행을 할 무렵
후텁지근한 대기가 허공에서 꼭짓점을 찍을 무렵
어머니께서 욱신거리지 않는 뼈마디가 없다고 말씀하실 무렵
아내가 정신을 놓고 강물 저편을 오래도록 응시할 무렵
-「우기(雨期)」 전문
금번 상재한 『위스키를 마시고 저녁산책을 나가다』 전체는 길 위에 새겨진 존재의 문양을 시간의 형식으로 풀어낸 시집이라 하겠다. 인간은 시간의 산책자이다. 시간으로 시작해서 시간의 의식으로 종결하는 지점에 시말이 있고 시가 있다. 이를테면 양승준의 시말운동은 시간과 존재 사이를 관통해가는 말 존재론적 사태를 육화시킨 것에 다름 아닌데, 그것은 바로 시간의 지층들이 기입된 존재의 문양 그 자체이다. 특히 시 「우기(雨期)」는 시간이 펼쳐내는 다양한 사태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시간이 전유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서 약간의 여백을 둔 여섯 개의 "무렵"은 시간이 존재하는 방식, 즉 시간이 존재로 응결되는 극적인 순간이자, 그 모든 유의미한 사태들이 자연으로 되돌려지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우기" 그 자체는 여섯 개의 시선이 응결된 시간의 단층면이자, 시간이 의식에 의해 전유된 절단면인 동시에 시간이 스스로를 이룩하는 시간의 자유로운 유로(流路)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길이고, 길은 시간이다. 마치 모든 존재의 유로가 길 위를 유랑하도록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각각의 시간을 존재론적으로 응결시켜 자신만의 존재의 길을 찾아가게 된다. 비록 그 길이 시간과 존재와 자연이라는 세 갈래로 난 길인 까닭에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인간에게 허여된 길은 본성상 이 세 갈래로 중층 결정되어 있다. 말하자면 인간학이란 이 세 길이 갈라지고 만나는 지점에서 생성 폭발하는 동시에 소멸하기도 한다. 세 길이 만나면 화육하고, 세 길이 분열하면서 죽음이 몰아닥친다. 그냥 "위스키를 마시고 저녁산책을 나가다" 우연히 새로운 길에 접어든다. 마치 앨리스가 토끼굴을 만나 생에의 신기원을 이룩하듯이, 우리는 시간의 절단면 위에서 새로운 인간학적인 길을 만나게 된다.
[추천글]
양승준 시인의 시를 읽는다. 읽으며 생각한다. 그는 내게 태초의 시인이었다. 내가 쓰는 시는 그의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이다. 그는 내게 스승이었으나, 때로 본디 그대로의 자연이었다. 바람이나 구름의 눈을 그는 내게 주었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말법을 그려주었다. 동그라미 하나를 시라는 눈으로 건네준 것이다. 둥근 시간이 굴러가는 동안 내 숨도 여기까지 굴러와 다시 그와 마주한다. 그의 시 앞에 내 눈을 올려놓는다. "위스키를 마시고 이니그마를" 들으며 "그리움"을 "켜켜이" 쌓아놓은 "시간의 지층" 앞에 시의 눈을 올려놓는다. 아름답다. "상수리나무 숲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 따라 붙는 시의 손을 슬며시 붙잡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같이 가자고, 함께 걷자고, "무수히 많은 추억의 알들"이 "작은 더듬이"를 내민다. 그의 시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고립무원의 섬". 영원을 주기로 일렁이는 "파도"는 그의 시를 "끝내 지우지" 못할 것이다. 다만 나는 지금 그곳에 서서 하염없는 이 "영혼의 울림"을 온몸으로 오롯이 느끼고 있다.
-임경섭(시인)
목차
목차
제1부 위스키를 마시고 이니그마를 듣다
슬픔이 까마귀에게
입동 무렵
아랑후에즈 협주곡을 듣다
서(西)
여생
크리스털 드림
가을 저녁
그리운 최후
위스키를 마시고 이니그마를 듣다
위스키를 마시고 블루스를 추다
위스키를 마시고 포르노그라피를 보다
위스키를 마시고 저녁산책을 나가다
위스키를 마시고 슬픔을 다스리다
위스키를 마시고 오규원 시집을 읽다
어느 날, 여름, 2003
마리오 루폴로
어두워진다는 것
제2부 154,000볼트의 사랑
ㅅ을 말하다
154,000볼트의 사랑
지저귀는 기계
봄
봄밤
함박꽃
담쟁이
나팔꽃
망초에 관한 두 가지 사실
파적(破寂)
칼
칼을 노래하다
소머리국밥
50
우문(愚問)
목욕탕에서
목어(木魚)
제3부 도연명을 생각하며
미카르디스 플러스 정(錠)
귀거래사
도연명을 생각하며
아버지, 무덤을 나오셨네
쥐똥나무
박쥐
즉사(卽事) 1
즉사(卽事) 2
즉사(卽事) 3
봄날
길
목련꽃 아래서
봄비
봄날 저녁
낮술
하지(夏至)
춘신(春信)
제4부 내 마음의 율도국
물의 나라
우기(雨期)
여름밤
내 마음의 율도국 1
내 마음의 율도국 2
중복(中伏)
낡은 가죽소파에 누워 빗소리를 듣다
귀뚜라미
굴욕
삼 년 내내
빈집 1
빈집 2
빈집 3
아침을 맞이하는 두 가지 방법
생가에 대하여
달
냄새에 대하여
해설 길의 세 층위 : 시간, 존재, 자연-김석준(시인ㆍ문학평론가)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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